알파맘 베타맘 - 엄마들의 교육전쟁
장윤정 지음 / 노마드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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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진출도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엄마가 된다. 고학력과 사회경험이 풍부한 여성들은 엄마가 되었을 때 이전 세대의 엄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한다. 친정 엄마로부터 듣는 조언에 만족하지 않은 채 직접 인터넷을 뒤지며 정보를 사냥하고 가정을 자신의 두 번째 직장으로 여기며 직장에서 훈련받은 능력을 모두 육아에 쏟아 붓는다. 바로 알파맘들의 이야기다. 기업을 경영하듯 자녀교육과 가정생활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신 현모양처. 뛰어난 정보력과 파워플한 영향력을 지닌 엄마. 주먹구구식으로 자녀양육에 전력을 다했던 슈퍼맘보다도 한단계 더 진화했다는 의미로 '알파'라는 수식어가 붙은 당당한 엄마들의 등장. 알파맘(Alpha Mom) 그들은 누구인가? -<알파맘 VS. 베타맘> 중 

최근 새롭게 등장한 엄마 유형인 '알파맘'에 대한 설명이다. 이 글의 출처인 <알파맘 VS. 베타맘>(노마드북스 펴냄)은 몇 달 전 방영되어 학부모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가 됐던 'SBS스페셜-<알파맘 VS. 베타맘-당신의 선택은?>'이란 프로그램이 바탕이 되고 있는 책이다.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엄마들의 진지하고 진솔한 고민을 함께 엮었다. 알파맘과 베타맘들의 서로 다른 교육방식과 그들에 관한 모든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고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 보고자" 한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 

책의 저자는 이 프로그램의 대본을 쓴 방송작가(장윤정). 그녀는 출산 10일 전까지 피 말리는 대본 집필을 했거니와 출산 4개월째 방송 현장으로 복귀한 후에도 모유 수유를 고집하며 유축기로 젖을 짜 냉동 저장해 집으로 나른 알파맘 요소가 다분한 엄마이다. 또한 지금 현재 두 돌 무렵인 딸에게 꼭 필요한 교육방식을 찾아 알파맘과 베타맘 사이에서 고민하는 신세대 워킹맘이다. 때문에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훨씬 진지하고 현실성 있다.

알파맘 VS. 베타맘: 엄마들의 전쟁이 시작되다!

알파맘들은 글을 쓴 저자처럼 그 어떤 세대들보다 아이 문제에 훨씬 적극적이다. 그래서 언뜻 '강남엄마'나 '대치동 엄마', '슈퍼맘'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알파맘들은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방식에서 이들과 전혀 다르다.  

아이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들을 현장에서 직접 얻었던 기존의 슈퍼맘들과 달리 알파맘들은 인터넷은 기본, 수시로 '내 아이를 위한 무엇을 얻고자' 인터넷 정보 사냥을 한다. 이렇게 사냥한 정보를 육아나 교육에 적극 활용함은 물론이다. 이들은 나아가 블로그나 인터넷 동호회 카페 등의 게시판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올려 적극 공유한다. 

알파맘들의 이런 적극적인 정보수집과 정보공유는 종종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들은 그 누구의 말보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엄마들의 말을 신용, 물건을 구매하거나 불매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알파맘들의 정보로 뭉친 힘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에도 수입 판매되는 '토마스 기차'라는 미국의 장난감에 쓰인 페인트에서 납 성분이 검출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한 이들은 알파맘 TV동호회. 그들이 동호회 회원들에게 전체메일을 띄워 이 사실을 알리고 반품과 불매운동을 주도한 것은 '타임'지 기사보다도 무려 1주일이나 빨랐단다. 

환경호르몬과의 싸움에 앞장을 선 것도 바로 알파맘들이었다. 캐나다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젖병 판매를 법으로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이 젖병의 판매가 계속되자 알파맘들은 적극 대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환경호르몬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던 알파맘들은 어떤 제품이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지, 안전검사 항목을 꼼꼼히 따져보고 조사하여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불매운동과 구매운동을 들불처럼 이어갔다. 그리고 차츰 영역을 넓혀가며 아이들이 쓰는 모든 물건과 환경에 위험을 가할만한 요소는 없는지 살피며, 사회와 기업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로 엄마라는 이름으로!-책 속에서

<알파맘 VS. 베타맘>은 크게 3부로 구성, 1부에서는 이처럼 알파맘의 정의와 특성, 알파맘의 등장과 사회적 배경, 알파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한다. 아울러 미국과 한국의 알파맘들과 그 사례를 몇 페이지 분량으로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이들의 다양한 교육 방식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사교육에 맞서 엄마가 직접 내 아이의 '엄마선생님'이 되어 지금은 회원 수 6000명이 넘는 '엄마아빠표 영어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엄마 김은주씨 ▲아이의 학습지도 계획표부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문제지까지 직접 만드는 아이의 '학습매니저' 김수진씨 ▲순수 국내파 아이를 4개 국어에 능통한 외국어 영재로 키우고 아이의 취미 활동까지 효율적으로 설계하여 글로벌 인재로 키운 엄마 임정민씨 등은 대표적인 한국의 알파맘들.

외에도 1.8kg 미숙아를 건강한 아이로 키워 낸, 내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최대한 깐깐하고 까칠한 알파맘도 만날 수 있다. 알파맘TV를 설립하였으며 미국에서 제조 판매되는 아이들을 위한 모든 식품이나 물건들을 시험 평가하는 '알파맘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알파맘 이사벨이나 육아제품 사용후기로 월 4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파워 블로거가 된 알파맘 콜린의 사례도 만날 수 있다. 

알파맘의 교육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엄마들이 나타났다. 이들이 바로 베타맘들. 알파맘이 '매니저형'이라면 '베타맘'은 서포터형이다. 베타맘들은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린다. 언뜻 무관심하고 방임하게 보이지만, 책을 통해 만나는 베타맘들은 알파맘들만큼 아이 문제에 관심도 많고 진지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아이를 위한 인내와 고민이 훨씬 깊어 보인다. 

2부에서는 이런 베타맘들을 소개한다.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해주겠다는, 그리하여 보낼 수 있는 학원을 몇 개든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집으로 선생님이 오고, 학습지까지 시키고서야 안심이 되었던 6학년 예훈이 엄마 박미경씨는 얼마 전까지 알파맘을 꿈꿨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엄마학교'에 갔다가 생각을 바꿨고 이제는 베타맘이다. 

알파맘를 꿈꾸다가 베타맘이 되기란 쉽지 않다. 예훈이가 모든 학원을 끊고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 자유를 맘껏 주던 그녀는 '이러다가 내 아이만 처지는 것 아닌가?'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되고 베타맘이 되기를 포기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이제 "그동안 앞에서 끌고 가느라 미처 보지 못한 아들의 모습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행복한" 베타맘이다.

외에도 ▲온몸으로 세상을 배우게 하고자  아이를 산촌학교로 유학 보낸 엄마 한지원씨 ▲학원 순례 대신 지구촌 투어를 통해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를 만나게 한 엄마 김연숙씨 등 한국의 대표적인 베타맘들과 트레이시 등 외국의 여러 베타맘들이 소개된다. 알파맘이나 베타맘이나 사례로 그치지 않고 그녀들의 솔직한 심정, 그 목소리까지 실었다.

개인적으로는 베타맘들의 교육 방식을 좋아한다. 때문에 책을 통해 이들의 사례를 접하는 동안 베타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베타맘들이 좀 더 많이 확산되어 학원 순례를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아이들이 훨씬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2+2=4?  공식대로 자라지 않는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마지막 3부에서는 1부와 2부에서 다룬 알파맘과 베타맘의 다른 교육 방식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녀교육에 대한 원칙과 철학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자녀 교육의 현명한 방법 등을 고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흔히들 피겨요정 김연아를 만든 가장 큰 공로자는 어머니 박명희씨라고 말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만만찮은 레슨비와 링크장 대관비를 부담했다거나 아이를 데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먼 거리에 있는 훈련장을 오고 갔다거나, 체중조절을 위해 식단에 신경을 썼다거나 등, 김연아에게 엄마 박명희씨는 그저 단순한 엄마가 아니라 엄마이면서 친구이며, 열정적이고 유능한 매니저이자 현명하고 냉혹한 코치였다는 것이다. 

엄마 박명희씨가 없었다면 피겨요정 김연아는 가능할까? 김연아의 엄마와 비교되는 엄마는 오바마의 엄마. 그녀는 재혼과 공부를 위해 미국을 떠나 인도네시아로 갔다. 즉 아이의 인생보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것이 우선인 엄마였던 것. 하지만 오바마는 자기 인생과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주저 없이 손꼽는다. "어머니가 보여준 삶과 철학 그 자체가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가르침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 두 엄마의 자녀 교육 방법은 극명하게 대립된다. 한쪽은 자칫 지나치게 극성으로 보이기도 하며, 한쪽은 무관심과 방임주의로 보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김연아나 오바마가 '엄마의 영향' 때문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어느 쪽이 더 아이에게 현명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엄마는?

솔직히 피겨 요정 김연아 같은 딸이 부럽기도 하지만 엄마 박명희의 김연아 만들기 노력은 따라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오바마의 엄마처럼 아이보다는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먼 길을 선뜻 떠날 자신도 없다. 사실 대한민국 엄마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책은 사교육과 입시전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번듯·반듯하게 키우려는 엄마들의 고민과 열정으로 진지하다. 책 덕분에 '정도를 넘어선 극성' '알파맘들은 돈 있는 사람들이나!'와 같은 무조건적 오해는 사라졌다. 책을 읽는동안 엄마로서 나의 태도를 점검하고 돌아봤음도 물론이다.  

아이들은 2+2=4와 같은 정해진 답에서 자라지 않는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알파맘이 되기를 바라는 이 사회에서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욕심을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 이 책은 좋은 힌트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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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조선인물실록 - 역사적 인물들, 인간적으로 거들떠보기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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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황희 정승은 '서로 자기가 옳다며 다투는 두 계집종에게 "네 말이 옳다" "네 말도 옳다" "부인말도 옳다"는 판결을 한  일화'로 우리에게 유명하다. 일화 속 황희 정승은 지혜롭다. 게다가 워낙 청렴결백했다던가!
 
때문에 '은연중 지혜로운 아버지의 자애로운 사랑 속에서 자란 그 아들들은 오죽 모범적이랴.' 이렇듯 그 아들들도 아버지 황희 정승처럼 지혜롭고 근검절약하는 바람직한 선비일 거라 당연시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발칙한 조선 인물실록>(추수밭 펴냄)을 통해 만나는 황희 정승의 아들들은 너무 뜻밖이다. '간 큰 도둑', '건달'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니 말이다.

저자는, '청백리의 표상으로 알려진 황희 정승이 실제로는 썩 청렴결백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은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얘기다'라고 쓰고 있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지혜로운 명재상으로 알고 있던 터라 너무 뜻밖이었다.

황희 정승은 청백리, 그 아들들은 '간 큰 도둑'에 건달?

병진년에 내탕의 금잔과 광평 대군의 금띠를 잃어버렸으나 훔친 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또 동궁이 쓰던 이엄을 잃어버렸다. 중생이 한 짓으로 의심하여 삼군진무를 시켜 그 집을 수색하게 하매, 이엄을 잠자리 속에서 얻게 되어 의금부에 내려 추국하였더니, 그전에 잃어버렸던 금잔과 금띠도 모두 중생이 훔친 것으로 다 자복하였다.

- 《조선왕조실록》<세종실록> 22년(1440) 10월 12일 기록 중에서


설명을 덧붙이면, 황희는 여종과의 사이에서 낳은 '중생'을 궁궐에 취직시킨다. 그것도 훗날 보위에 오를 왕자의 거처인 동궁전에. 이런 황희 정승의 속셈은 빤하다. 문장은커녕 무예 실력도 전혀 없는 빈충이 황중생은 부모 잘 둔 덕에 이렇게 입궐, 출세가도를 시작한다. 

세종 18년(1436)에 내탕고에 있어야 할 금잔과 광평 대군의 금띠가 사라진다. 사사로운 도난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했지만 임금의 재산을 보관하는 내탕고 물건이 사라진 것은 보통사건이 아니다. 그것도 금잔과 함부로 팔아먹을 수 없는 왕실의 금띠라니! 범인을 잡고자 많은 사람들을 조사하고 문초하지만 끝내 밝히지 못한 채 4년이나 지나버린다.

그런데 4년 후인 세종 22년(1440)에 도난 사건이 또 발생한다. 이번에는 동궁(세자)이 쓰던 이엄. 이엄은 사모를 쓸 때 쓰던 일종의 방한구다.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황희 정승의 아들'이라는 특별예우로 의심조차 받지 않던 황중생이 이번에는 지목받게 되고 집을 수색하자 도난당한 이엄도 나왔고 4년 전의 범행도 자백 받았다는 그런 기록이다.

4년 전에 황중생이 훔친 금잔의 실제 무게는 20냥, 그런데 이때 중생의 집에서 나온 것은 11냥. 잘려 나간 9냥의 금 때문에 의금부의 심문은 계속된다. 이때 중생이 금 9냥을 쪼개 가져간 사람으로 실토한 이름은 놀랍게도 황희 정승의 또 다른 아들인 황보신. 황보신은 황희 정승의 적자 3형제 중 한 사람으로 의금부지사까지 지낸 인물이다.

이런지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증거가 분명하건만 의금부의 속사정을 빤히 아는 황보신은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금잔에 대해 뚝 잡아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황보신이 의금부지사로 근무하면서 말 한 필, 배 두 필을 훔쳐다 첩 윤이한테 줬다거나 의금부에서 몰수한 금동곳을 첩의 노리개로 만들어줬다는 등 그동안의 부정들이 속속 드러난다.

다른 사람이 이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사나 유배와 같은 중형을 면치 못할 상황이건만, 세종대왕의 충직한 신하(?) 황희 정승 감싸기로 '장 300대에, 자자는 면하게 하고 유 3000리를 속(죄를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죄를 면하는 것, 일종의 보석금)으로 바치게 하고 윤이(보신의 첩)...' 이와 같은 파격적인 처벌에 그친다.

여기에서 끝냈으면 좋으련만, 이 상황에 이번에는 또 다른 아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황보신이 죄를 짓고 파직됐으니 연봉으로 받던 과전을 반납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당시 호조 참판인 황희의 또 다른 아들 황치신이 나라에 바쳐야 할 땅 대신 자신의 허접한 땅을 반납한다. 즉 좋은 땅을 자신의 허접한 땅과 바꿔치기 해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그동안 수많은 신하들이 탄원을 해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황희 정승 편들기를 하던 세종대왕도 두 손 다 들고 만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물불을 가리지 못한 황희 정승의 아들들. 명재상 황희 정승은 나랏일이 바빠 아들들을 제대로 관리할 시간이 없었던 걸까? 

책을 통해 청백리 명재상 황희의 실체를 조금 더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드는 생각은, 이런 아들들 때문에 속깨나 끓었을 황희 정승의 아버지로서의 아픔이나 도둑질을 한 아들을 호적에서 파낼 수밖에 없는 그 아픔에 대한 공감이다. 밖에서는 권위가 꼿꼿한 재상이었지만 집에서는 마누라와 자식의 말 한마디에 웃고 울었을 것이라는 일상인의 공감까지 들었다.

역사적 인물들, 그들도 우리처럼 뼈가 있고 피가 통하는 사람이다

▲며느리 문제로 골치깨나 썩은 세종 ▲'고위공무원윤리법 위반'으로 불명예 퇴직한 악성 박연 ▲'떡 대결' 이후 출세한 한석봉, 참 까칠하시네! ▲자신만의 논리로 임진왜란 공신책정을 한 선조, 해도 너무 하셨네 ▲목화씨로 민족의 영웅 된 문익점은 실은 반역자 ▲연산군에게 젖을 물린 봉보부인 최씨 왈, "사랑은 젖을 타고 흐른다" ▲대단한 노비 임복, 왕에게 딜을 걸다 ▲부마자리 거절하다 양반에서 노비로 전락한 남자 이속 ▲동래에서 왜인들에게 조선 여자 팔던 국제 포주 고갑산 ▲ 중국어를 잘해서 인생이 꼬인 남자? ▲허리세우기 데모를 한 사관들?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궁상에도 이유가 있다?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한석봉이 까칠했다거나 문익점이 반역자였다는 것 등의 제목을 보면서(물론 필자가 붙인 것이지만) 혹자들은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역사인물들의 흥미위주 사생활이나 치부를 꼬집자는 가십거리 책이 아닌가? 라고 말이다. 글쎄 그럴까?

황희 정승의 아들들 이야기만 봐도 알겠지만, 책 속 이야기들은 모두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당시 사람들의 기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자는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음에도 우리가 그간 역사 알기에 소홀한 나머지 미처 몰랐거나 교과서 등을 통해 한 면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다보니 우리에게 잘못 인식된 역사인물들의 진실과 인간적인 면을 들려준다.

역사적 사실의 한 면만 보거나 한 인물의 업적만 부각시켜 평가하는 것은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이도 최근 우리 역사를 솔직하고 제대로 보자는 취지의 책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 책은 <엽기 세계사> <엽기 조선 풍속사><엽기 조선왕조실록> 등 쉽고 편안한 역사쓰기로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저자의 신간이다.

또 다른 재미는 각 주제 뒤에 덧붙인 주제와 관련된 역사상식들이다. 북경 친구 사귀기에 집착한 연암 박지원 편에는 조선의 베스트셀러인 <열하일기>, 문익점 편에는 조선시대 우리나라에 전래된 작물들을 알려준다. 간택 절차와 방법, 왕족들의 행운과 불행, 사관들의 파워, 공직자들의 윤리기강 등은 알아두면 사극을 보는 데 도움이 많을 그런 이야기.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펼쳐봤음직한 학습대백과사전이나 위인전기를 보면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은 인간의 욕망도 본능도 무시한 성인 그 자체였다. 그들도 우리처럼 배고프면 밥 먹고 예쁜 여자를 보면 가슴 한쪽이 요동치는 사람일 터인데, 그런 책에서 그리고 있는 인물들은 이런 최소한의 본능마저 억제한 인조인간 같은 느낌이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왜 영웅 아니면 역적으로만 그려지는 걸까? 이 책을 쓴 동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박제된 영웅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그들도 우리처럼 뼈가 있고 피가 통하는 사람이란 걸 전해주고 싶었다. 그들의 업적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인간의 모습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단순히 교과서와 역사책 속에 있는 인물로만 보지 말고, 우리 옆집에 사는 좀 잘나가는 아저씨 아줌마로 바라본다면 역사는 새로운 재미를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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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 이재호와 함께 천년 침묵의 미(美)를 만나다 걷는 즐거움
이재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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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자. 진흥왕 14년(553) 2월에 대궐을 짓다가 황룡이 나와, 대궐 대신 절을 짓고 황룡사라 하였다. 공사 17년 만에 담장까지 완성했으며, 진흥왕 25년(574)에 주존불을 만들었고 선덕여왕 15년(645)에 황룡사 탑을 세웠다. 하지만 고려 고종 25년(1238) 겨울에 몽골의 침입으로 모두 불타버렸다. 총 93년이 걸려 이 절을 완성했고 593년간 존재하다 폐허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서라벌의 중심 황룡사 편 

1976년에 발굴조사를 시작, 사적 제6호로 지정된 황룡사(지)는 관광지로도 워낙 유명한 곳인지라 그곳을 여행한 사람들 저마다의 사정으로 기억할 것이다. 내게는 분황사, 낙산사, 오어사와 함께 애틋하고 눈물겨운 삼국유사의 현장으로 더 기억되고 있는 곳이다.

삼국유사 속 황룡사 이야기는 여러 편이다. 한 사람의 일생에 해당하는 93년 동안 지은 절이니 전해지는 이야기가 오죽 많으랴.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일연 스님이 기록하지 않았으면 나 같은 후세인에게는 절대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를 정수스님 이야기다. 

이런지라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책을 읽을 때마다 늘 그래왔듯, 삼국유사의 현장만을 답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한겨레 출판 펴냄)을 펼쳐 제일 먼저 읽은 것은 '서라벌의 중심 황룡사'와 '얼어 죽는 아기와 여인 구한 정수 스님'편이다.

1200여 년 전 서라벌. 눈 쌓인 어느 날 황룡사 정수 스님은 탁발을 마치고(어떤 책은 삼랑사에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설명) 돌아오는 길에 '천엄사' 문 밖을 지나게 된다.

날은 이미 저물었는데, 한 거지 여인이 어린 아이를 낳고 얼어 죽을 지경이다. 정수 스님은 여인을 끌어안아 몸을 녹인다. 얼마 되지 않아 여인의 숨이 돌아오자 정수 스님은 입고 있던 법복을 모두 벗어 거지여인을 덮어주고 벌거벗은 채로 황룡사로 달려간다. 오직 한 벌 뿐인 법복을 벗어준 스님은 거적을 덮고 밤을 지냈다던가! 

황룡사 정수스님이 거지여인을 구해준 '정수 스님 구빙녀'는 참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그럼에도 삼국유사 관련 책을 읽을 때면 먼저 찾아 읽고 또 읽는다. 그래도 "그 정겨운 장면에서는 늘 눈물이 흐른다"라는 저자처럼, 몇 번을 읽건 늘 뭉클한 감동이 앞선다.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 거리를 걸으며 잘 알고 있는 사람 떠올리는 양 떠오를 때도 많다.

오래 전 분황사에 간 적이 있다. 그때는 삼국유사를 지금처럼 재미있게 읽지 못했던지라 신라의 유적지 중 하나려니 설핏 구경하고 말았었다. 그러나 다시 가면 희명 보살의 애끓는 모정-향가 '천수대비가'의-의 울음소리에 쉽게 발을 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딸을 데리고 분황사 북벽 관음보살 앞에 이른 희명 보살은 눈먼 딸을 부여잡고 울며불며 눈먼 딸이 세상을 보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향가 '천수대비가'는 이를 노래한 것이다.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청하오니, 보살의 천개의 눈 중 하나만 덜어 두 눈이 먼 제 딸에게 주어 세상을 볼 수 있는 자비를 베푸소서. 둘도 바라지 않겠습니다. 오직 하나만을 덜어 내 딸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소서. 나같은 불쌍한 중생에게 베풀지 않을 자비라면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 그 대자대비가 무슨 소용이리오. 누구를 위해 쓸 천수천안 대자비란 말이오?"-향가 '천수대비가'를 임의로 풀어 씀

지장보살과 함께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관세음보살은, 천개의 눈으로 구석진 곳 중생들의 아픔까지 헤아리고 천개의 손으로 그 아픈 중생들을 보살핀다고 한다. 그래서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관세음보살님께 희명 보살은 한편 애원하고 한편 협박하다시피 한다. 나 같은 중생을 외면하는 자비가 어디 진정한 자비란 말인가! 내 딸처럼 불쌍한 사람에게 쓰지 않을 것이면 대체 누구에게 당신의 자비를 베풀 것인가! 라고 따지면서 말이다.

'정수스님 구빙녀'와 향가 '천수대비가'에는 종교(인)의 바람직한 자세와 역할이 잘 녹아 있다. 때문에 이 두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참담한 그 시절에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기어코 집필할 수밖에 없었던 의도가 짐작되어 가슴 뭉클해지곤 한다.

"스님이 활동했던 13세기, 칼을 든 무인들이 권력을 잡았고, 온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한 몽골은 고려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얼마나 참담했을까. <삼국유사>의 주무대인 서라벌 장안은 약탈과 방화로 얼룩졌을 것이고, 경주 황룡사도 몇날 며칠 불탔을 것이다. 아마 하늘도 구슬피 울었겠지. 이런 쓰라린 현실을 온몸으로 체험한 일연 스님은 왕조사 중심의 <삼국사기>와는 달리,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단군신화를 맨 처음 등장시켜 <삼국유사>를 써 내려갔다. 사람의 일생은 관 뚜껑을 덮었을 때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스님이 끝맺음을 한 곳에서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다." - 책 속 군위 인각사 편에서

삼국유사는 일연 자신이 머물렀던 곳이나 이야기가 있는 곳을 찾아가 전해오는 이야기를 채록, 기록한 것이다. 이런 삼국유사를 읽으며 우리가 유독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3년이나 조실로 머문 선원사가 있는 강화는 정작 단 한 줄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고려의 왕이나 귀족들에게 강화도는 몽고의 침략에 훗날을 도모하기 위하여 피신할 수 있었던 '천만다행한 땅'이었을 것이다. 또한 불심으로 국난을 극복해내기를 염원하며 팔만대장경을 제작한 호국의 땅이기도 했을 것이다.

국난극복의 염원을 담은 팔만대장경은 일연 스님이 조실로 있던 선원사 주관으로 일연 생전에 제작됐다. 게다가 신라 635년에 창건한 보문사나 고구려 372년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전등사까지 있고 보면 강화는 불도인 일연 스님 자신에게도 남다른 곳이 될법하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팔만대장경에 대한 지극한 발원이나 자부심을 단 한 줄이라도 기록할 법하건만 일연 스님은 끝내 침묵, 팔만대장경이나 강화에 대해 일체 적지 않는다. 때문에 삼국유사에는 강화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왜 그랬을까?

당시 일연에게 강화는 정권야욕에 눈먼 무인들이 활보하던 땅이요, 몽고군의 말발굽에 백성들을 내어주고 도망쳐 온 왕이 머물던 치욕의 땅에 불과했기 때문 아닐까? 때문에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은 아닐까?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쳐 온 땅에서 염원하며 제작한 팔만대장경에 깃든 부처님의 자비보다 살육의 현장에서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해 줄 분황사 관음보살의 자비가 더 많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위정자나 종교인의 그럴싸한 백 마디 말이나 백성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수많은 정책들보다 자신의 한 벌 옷을 벗어 얼어 죽는 생명을 살리는 정수 스님의 보살행이 전쟁으로 헐벗고 피폐해진 백성들에게 정작 필요한 감로수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의도를 짐작하면서 읽다 보면 삼국유사는 훨씬 의미심장하게 읽혀진다.

"삼국유사, 끝까지 제대로 읽어 봤어요?"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치고 삼국유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끝까지 다 읽은 사람 또한 드물다. 역사 전공자들은 원문 한번 독파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있고, 문과 출신들은 원문은커녕 번역한 책이라도 읽지 못했다는 중압감을 안고 있다.…(중략)…삼국유사를 순서대로 쓰지 않고 풀어헤쳐놓고 가능한 한 감동적인 이야기부터 쓰되 계절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황룡사 정수 스님이 얼어 죽는 거지 여인과 아기를 구해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추운 겨울을 기다려야 했다.

…(중략)…돈이 인격이 된 우리 시대, 너도나도 고통스럽다고 난리다. 그러나 몽고의 말발굽 아래 신음하며 나라가 쑥밭이 되어버린 일연 스님의 시대만큼 참담했을까. 우리 모두 가슴에 멍이 들고 마음으로 울지라도 희망의 싹을 기다려 보자. - 저자의 말 중에서


우리들이 한때 신빙성이 떨어지는 설화나 잡스러운 야사 취급을 하여 삼국유사를 뒷전으로 밀어놓았을 때 정작 일본에서는 삼국유사의 가치를 인정하여 활발하게 출판됐다. 그리하여 많은 일본인들이 삼국유사에 매료됐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들이 오늘날 향가 25수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삼국사기를 비롯하여 왕조나 귀족들 중심으로 쓰여진 수많은 고전들이 외면한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삼국유사 덕분이다. 삼국유사는 또한 오늘날 수많은 역사 유적지의 발굴과 복원에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고 한다.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은 삼국유사의 현장만을 답사한 책이다. <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으로 유명한 기행전문가 저자 이재호는 삼국유사의 현장들을 찾아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에 남긴 것들을 토대로 그곳의 풍경과 역사 등을 오늘날의 가치관과 맞물려 들려준다.

광덕과 엄장을 깨달음으로 이끈 두 남자의 한 아내 이야기, 원효의 부정과 설총의 애끓는 정, 정복왕 진흥왕의 사랑, 진지왕의 생사를 넘나든 사랑,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오어사와 천룡사지, 중생사… 거듭 읽어도 재미있다. 읽을수록 묘미가 있다. 오죽하면 혹자는 "천지귀신도 감동케 한다"라고도 표현할까.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 세상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등 삼국지 읽기를 권하는 말들이 회자한다. 이 말에 이끌려 나 역시 삼국지를 몇 번이나 읽었다. 하지만 삼국유사를 읽기 전이다. 삼국유사를 알고 난 이상 삼국유사보다 더한 고전은 없다는 생각뿐이다. 삼국유사에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별 볼일 없는 백성들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에게 워낙 유명한 삼국유사이건만 온전히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워낙 방대하여 전문가들까지 온전히 읽어내지 못한 삼국유사를 저자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의 가치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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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우리를 죽인다 - 우리집 구석구석의 유해 독소들 기린원 웰빙 시리즈 2
허정림 지음 / 기린원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집은 안전하다? 오염물질 수치, 실내가 천배보다 높아

"실내의 유해물질이나 유독가스로 인해 실내공기는 바깥 공기보다 2~10배나 오염되어 있다." - 책 속에서

<집이 우리를 죽인다>(기린원 펴냄) 속 이 한 구절은 주부인 내가 뜨끔해지게 만든다. 도시의 거리보다 집안이 훨씬 덜 오염되었으며, 그만큼 안전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최근 며칠동안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이를 넌지시 물어봤더니 열이면 열, 대부분 나처럼 '실내가 훨씬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우리의 실내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책을 통해 우리 생활 속 유해독소들을 만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자꾸만 벽이나 가구, 방바닥과 각종 생활용품들을 돌아보면서 뜨끔뜨끔 할만큼 말이다. 

설명을 더하면, 대도시에서는 배기가스로 오염된 실외공기가 집안으로 유입되고, 건물에서 배출한 난방가스가 재유입되거나 실외의 비산 먼지나 황사 등이 유입되어 실내 공기의 오염을 가중시킨다. 

이렇게 오염된 실내의 공기는, 오염이 되어도 '자정 작용'을 통해 정화되는 대기와 달리 실내에서 순환을 계속하면서 오염이 가중된다. 건축 마감재나 첨단기능의 전자제품, 가구나 생활용품들 또한 각종 유해독소를 방출, 실내는 더욱 오염된다. 

실내는 밀폐된 공간이라 오염 물질이 집중적으로 사람의 몸에 영향을 준다. 이때 폐에 전달되는 과정도 짧다. 그만큼 위험하다. 실태가 이런지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의 오염물질들이 폐에 전달될 확률은 실외보다 약 1천 배나 높다고 추정한다.

참고할 것은, 현대인들 대부분은 하루 중 70~80%를 이런 실내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이다. 90%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기에 차량 내에서 보내는 5%를 포함시키면 하루 중 실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고작 5%. 

우리의 사정이 이러니 실내공기의 '질'은 그만큼 중요하다. "실내공기의 오염 여부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척도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이처럼 현대인들의 건강을 좌우하는, 내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우리 집은 얼마나 안전한가?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생활공간 속 위험 물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대체 왜 위험하다는 걸까?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 그 대안은 없는가?

<집이 우리를 죽인다>는 이처럼 우리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으며 안락한 생활을 꿈꾸는 순간에도 끝없이 유해독소를 방출하고 있는 우리 집 구석구석의 유해독소 원인들을 낱낱이 끄집어내 조목조목 설명, 유해독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온갖 유해독소에 포위된 현대인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지구상에 발병하는 질병의 24%, 사망의 23%가 환경성 질환이라는 보고서를 냈다.-책속에서

한 조사에 의하면 갓난 아기가 가장 많이 접하는 오염물질은 집먼지라고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는 각종 연소가스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발암물질, 유독물질 등이 상존하고 있단다. 또한, 오염된 땅에서 검출되는 납이 100ppm인데 집에서 검출되는 납은 무려 1000ppm이라고. 집안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더욱 충격스러운 것은 좀 더 근사하고 멋진 집을 꾸미고자 우리들 스스로 돈을 지불하고 이런 물질들을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실내 마감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실내환경 오염에 많은 역활을 하는 벽지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요즘에는, 잘 찢어지고 미장 벽면이 매끄럽지 못할 경우 비치는 단점이 있는 종이벽지 대신 표면에 엠보싱 같은 특수 방법으로 독특한 질감을 표현한 벽지들을 많이 선호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실크벽지. 

실크벽지는 종이벽지에 비닐의 일종인 PVC를 덧입힌 화학벽지라 방습, 방수 효과가 뛰어나 요즘 많이 보편화 되었다. 더우기, 얼룩이 묻어도 물걸레나 세정제로 쉽게 닦아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화학벽지가 실내오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벽지는 제조과정에서 합성화학물질이 다량 함유되고 그 후 보존을 위한 방부처리도 빠지지 않는다. 문양이나 염색을 위한 잉크와 광택제에는 톨루텐과 벤젠 등의 성분이 포함되어있고 특히 염화 비닐벽지(실크벽지 등)는 환경호르몬의 방출위험도 안고 있다. 염화비닐벽지에는 유연제인 프탈산에스테르가 들어있는데 이것은 생식독성이 우려되는 물질로 성인보다는 어린이에게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마저 우아한 실크벽지지만 사실은 온갖 화학물질을 이용해 화려한 외양을 한 두 얼굴의 벽지인 것이다. - 책 속에서

실크벽지의 위험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크벽지 도배에는 일반풀보다 접착력이 좋은 화학 풀을 주로 사용한다. 합성수지 접착제는 모두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다량 함유, 환경호르몬을 방출하는 것도 있다. 이런 휘발성 유기화합물 가스를 맡으면 어지럽고 피로하며 증세가 심해지면 중추신경을 억제하여 정신착란까지 일으킬 수도 있고 구토, 설사, 비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 책 속에서

이처럼 도배 시공 때 주택에 사용되는 화학접착제는 일반적으로 평당 약1kg정도, 99㎡(약 30평)의 집이라면 신경을 죽일 수도 있는 화학접착제 약 30kg이 벽에 들러붙어 스멀스멀 유독성분을 내뿜게 된다고 한다.

건축공정의 최종 마무리인 도장에 흔히 쓰이는 페인트는 납, 비소, 카드뮴, 포름알데히드, 수은 등의 중금속과 유해물질을 방출한다. 그러니 중금속으로 벽을 칠하는 꼴이다. 

이처럼 페인트와 실크벽지가 유독성분을 내뿜는 동안 우리들이 생활의 편리를 위해 선택한 온갖 생활 용품들도 유해독소를 방출, 폐와 피부 등을 통해 우리 몸으로 스며든다. 대도시 대부분 가정의 실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집이 우리를 죽인다>? 책 제목이 다소 위협적이다. 하지만 우리 주거환경의 현실이다.

새 학기마다 찾아오는 단골, '새 책 증후군'의 실체는?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또 다른 유해 독소 주범들은?

▲무늬만 원목인 합판마루는 포르말린으로 방부처리? 강화마루는 포름알데히드 다량함유? ▲가죽소파 절대 위험? ▲잠자는 동안 흘러나오는 침구류 독소의 실체는? ▲블라인드와 커튼-산들바람에 독소가 소올 솔~ ▲순면제품이 몸에 좋다? 아니, 옷이 옷이 아니다. 몸에 두르는 독소다! ▲ 새 학기마다 찾아오는 단골 '새 책 증후군'의 실체는? ▲ 향수와 방향제, 아름답지만 위험천만한 향기! ▲화장품-얼굴에 바르는 독 ▲미용비누, 합성색소와 방부제로 뒤섞인 물건? ▲섬유유연제를 묻힌 천조각은 벌레도 외면? ▲전자 모기향 등의 살충제, 벌레 잡으려다 사람 잡는다? ▲유해물질 집합소인 아이들의 공부방, 그 실태는? 등이다. 

외에도 각종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등에 숨어 있는 위험물질들을 낱낱이 소개한다. 아울러 유해물질에 대한 별도의 상식을 관련 글 옆에 '쪽지'형태로 정리해줌으로써 매스컴 등을 통해 간간히 알려졌지만 실은 잘 모르는 유해독소들을 정리, 쉽게 참고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각 주제마다 '더 알아둘 웰빙상식'으로 유해독소를 줄이거나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방법, 올바른 선택과 사용 등 실생활에서 조금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각 제품별로 제시하고 있다. 무척 유용한 자료다.

제3장, '우리 집 유해독소 퇴치법'도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다. 

건강한 실내를 위한 모범사례, 그동안 매스컴 등을 통해 전자파나 환경호르몬 등을 차단시켜준다고 잘못 알려진 제품이나 식물에 대한 그릇된 정보 지적, 실제로 효과가 뛰어난 식물이나 제품 등에 대한 것들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나는 작은 아이가 왜 비염을 달고 사는지, 아토피성 피부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잘못 먹인 것도, 운동을 시키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집안의 구조와 집에 들어찬 물건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집안에는 온통 화학물질들이 넘실대고 있었으며 최루탄과 같은 각종 독소가 넘쳐나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희미하게 집안의 환경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처럼 어리석은 엄마로 인해 아픈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집안의 화학물질의 오염실태를 알리고 위험성을 공감하고 싶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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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산행기 - 평일에 산에 가는 나, 나도 정상에 서고 싶다
김서정 지음, 지만 그림 / 부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불혹의 나이에 나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는데 몸뿐 아니라 마음도 헤매고 있었다. 어떤 이는 30대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40대에 대통령이 되기도 하는데, 나는 내가 일해 온 분야에서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아니 회사에 손해만 잔뜩 끼친 채 물러나야 했기에 그 패배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내 분야에서 재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무렵 문득 북한산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운명처럼, 도둑처럼, 연인처럼, 분신처럼, 또 다른 삶처럼 내 안에 북한산이 쓱 비집고 들어와 똬리를 틀었다."-난생처음 걸은 산성계곡 길

<백수 산행기>(부키 펴냄)의 저자 김서정은 산행보다는 등산로 입구 음식점에서 술 마시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회사 야유회 등으로 산에 따라가 등산로 입구 계곡에 앉아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한다. 

"힘들게 위에 가면 뭐가 있냐? 그러지 말고 계곡 식당에 앉아서 닭백숙에 막걸리나 한잔씩 하자고!"

"거봐. 다시 제자리로 올 걸 왜 그렇게 힘들게 갔다 와?"


이러니 동료들 모두 하는 산행도 당연히 하지 않았다. 이런 김씨에게 어느 날 북한산이 눈에 들어  온다. 베란다에서도 쉽게 보일만큼 가까이 있던 북한산이건만, 산에 간다는 사람을 뜯어말리는 편이니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불쑥 눈에 들어 온 것이다.

백수가 되어 집에서 뒹구는 것도 이젠 지쳐버린,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도 별 신통한 확답을 듣지 못해 스스로 지치고 무료한 김씨는 북한산으로 향한다. 근처 할인마트에서 구입한 가장 싼 등산화와 등산복. 김밥 한 줄과 오이 몇 개가 든 까만 비닐봉지와 생수 한 병이 김씨의 첫 등산 차림이다.

오랫동안 산과는 담을 쌓고 살았고, 깡말랐던 청년기와 달리 살도 많이 쪄서 산행이 쉬울 리 없다. 게다가 몇 달 전에 허리까지 다쳤으니 오죽하랴. 앞에서 누가 오거나 뒤에 누가 오는 것 같으면 지레 주눅이 들어 비켜서기 일쑤다. 작은 바위라도 오르려면 어설픈 자신을 누가 구경하나 싶어 두리번거리는 것이 먼저다.

'살기 위해 살을 빼야하니 죽기 살기로 어쩔 수 없이 산행을? 안됐다!'

이와 같은 동정과 멸시의 눈길을 느끼기도 하면서 산행초보 김씨는 남들이 30분 걸렸다는 길을 2시간 만에 간신히 도착한다. 그런데 천만 다행스럽게도 김씨는 이 어려운 산행에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산에 가려고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하여 다시 며칠 후 김씨는 나 홀로 산행을 한다. 이유는 없다. 누군가와 동행을 할 자신이 도저히 없기 때문이다.

<백수 산행기>는 이처럼 산(행)과는 전혀 상관없던 김씨가 어느 날 북한산을 만나기 시작, 5년이 지난 지금 정반대의 삶을 살기까지의 산행초보 어느 날들을 고백하고 있는 책이다. 일종의 산행지침서라고 할까? 아니 산행 초보자의 산행 체험 극복기라는 말이 더 옳겠다. 

최근 몇 년 동안 등산 인구가 참 많이 늘었다고 한다. 때문인지 산행관련 지침서들도 참 많다. 하지만 이런 지침서들이 담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책이나 인터넷 정보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산행코스(지도), 가는 방법, 등산 정보 등 표현만 다른 비슷한 정보들이기 일쑤다. 

천편일률적인 이런 정보들은 산행초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백수 김씨처럼, 지난해 가을부터 산행을 시작한 나와 같은 사람들은 등산 지도 보는 것부터 워낙 서툴기 때문이다. 어떤 대중교통을 이용해 그곳으로 가야하는지도 짐작할 수 없기 일쑤, 산에 접근이 쉽지 않으니 이런저런 정보들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김서정의 <백수 산행기>는 5년 전만 해도 산행하는 사람들을 나서서 말리던 저자가 우연히 산행을 시작하고 터득한 것들을 들려주는 것이라 산행 시 참고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정보들이 많다. 

때문에 그 어떤 정보들보다 활용도가 훨씬 높을 것 같다. 북한산의 수많은 능선들의 특징과 그 길에서 주의할 것,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은 길, 산행 때 반드시 필요한 것과 주의할 것, 대중교통편과 산행시작 지점 등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산행초보인 자신이 그 길을 만날 때의 상황과 극복과정 등 자신의 체험으로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김신조 때문에 군부대가 들어섰다는 우이령쪽을 보았다. 우이령은  길 모습이 소의 귀를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길을 우이령으로 부른 것은 아니다. 양반들은 주로 '우이령'으로 불렀고, 일반 백성들은 말 그대로 '소귀 고개'라고 불렀다. 한때는 북한산을 소귀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삼각산은 양반 계급이 즐겨 썼고, 북한산은 일반 백성이 즐겨 부르던 이름으로, 이 두 이름과 더불어 소귀산도 북한산을 부르는 이름 가운데 하나였던 모양이다. 

혹자는 소귀산이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삼각산을 그냥 쉽게 풀어서 삼각산-세귀산-소귀산으로 부른 것이라고 한다. 삼각산보다는 세귀산이, 세귀산보다는 소귀산이 발음하기 편하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사물을 부르는 이름도 사는 형편에 따라 달랐던 것은 분명하다. 도성의 문을 두고도 양반들은 '숭례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백성들은 모두 남대문으로 불렀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은 남쪽에 있는 문이니까 남대문이라 부르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책 속에서

이 책을 읽는 동안 톡톡히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은 그 산에 얽힌 이야기와 지명 유래 등의 상식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성봉이나 상장봉에 얽힌 이야기, 김신조 바위나 동굴, 보현봉이나 문수봉 등의 불교식 북한산 봉우리 등을 또 다른 즐거움으로 만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실감나게 읽은 이유는 저자와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사는 나 역시 저자처럼 북한산을 풍경으로만 바라보다 저자가 5년 전에 그랬듯, 어느 날부터 '나를 살려줄 고마운 은혜'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도 이미 톡톡한 어려움을 감수하며 올랐던 그 봉우리들을 저자 역시 고생고생하며 오르고 있기에 동병상련까지 느꼈다고 할까?

같은 아파트 사람들이나 산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평일 날 산에나 가는 백수 김씨였던 저자 김서정은 이제는 그때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제 그는 산행을 시작하던 그때보다 20kg 가량 덜어내 훨씬 날렵해진 몸으로 자신의 일을 하는 틈틈이 '북한산 고객만족 모니터링단' 활동 등 북한산을 오르는 또 다른 사람들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경제 불황에 40대 가장의 실직은 엄청난 삶의 시련일 것이다. '실직'이라는 인생의 암흑기에 시작한 산행은 저자에게 자신을 돌아보거나 새로운 삶을 구상하는 원동력이 된다. 저자는 때론 재미있게 때론 자조적으로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북한산 산행에 녹여 들려준다. 저자처럼 삶의 암흑기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젊은 날의 좌절로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산에만 갔다 오면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는 동안 산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어서였다. 어느 날 나는 북한산 산행기를 체계적으로 쓰고 싶어졌다. 그게 북한산에 대한 예의 같았다. 산행기를 쓰다보니 역시 문제는 길이었다. 얼마만큼 길을 많이 아느냐가 산행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중략)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타느냐 하는 문제였다. 나는 전문 등반인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 다만 북한산이 있어 참 행복했고, 북한산은 없어지지 않기에  앞으로도 나는 행복할 것이라는 말만 하련다. 북한산은 내 영원한 친구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북한산과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작가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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