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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 맹꽁이가 살아요 ㅣ 아이세움 자연학교 1
김은하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4월
평점 :
지난해(2005년) 가을,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행사에 참여하면서 말로만 듣던 노을공원에 처음 가보게 되었다.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은 난지도에서 태어난 쌍둥이 생태공원이다.
노을공원에는 어린 시절 지천으로 보고 자랐던 뱀딸기와 개망초, 개여뀌, 돌콩 등과 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새소리도 심심찮게 들려 왔고 잠자리와 나비는 부지런히 가을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의 노을공원. 아름다운 들꽃들을 피워낸 흙 속에 거대한 쓰레기가 매립되어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15년 전에 난지도 앞을 지날 때 악취가 심했었는데…. 쓰레기 산으로 심한 악취를 풍기던 난지도가 어떻게 이런 건강한(?) 생태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그때 노을공원을 다녀온 이후 노을공원에서 만났던 들꽃들이 자주 생각나던 참에, <하늘공원에 맹꽁이가 살아요>란 책을 접하게 됐다. 이 책을 통해 난지도가 그간 걸어온 길을 알 수 있었다.
난지도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생겨나기까지
가을이면 억새축제로 유명한 하늘공원과 별자리 관측이 가능하다는 노을공원은 예전에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 일 뿐이었다. 하지만 난지도가 처음부터 쓰레기 산이었던 것은 아니다. 난초지초 많아 꽃향기 가득한 섬, 그래서 '난지도'라 불렸다고. 얼마나 아름다운 섬이었으면 겸재 정선이 난지도를 그려 후세에 전하고 있을까.
대동여지도에는 '중초도', 즉 '꽃이 피고 있는 섬'이란 뜻의 이름으로 실려 있다. '꽃섬'으로도 불렸다니 그 향기 그윽함이 쉽게 상상된다. 꽃섬 난지도에서는 땅콩과 수수를 경작했고, 물이 맑아 먹이가 풍부해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었다고도 한다. 택리지에서는 난지도를 풍수지리학상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고 있을 정도다.
이런 난지도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서울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엄청난 쓰레기가 배출되었고 이 쓰레기들을 고민하던 서울시는 난지도에 매립하기로 결정, 1978년부터 1993년까지의 15년 동안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매립, 두 개의 쓰레기산이 만들어진다.
소풍장소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를 얻었던 난지도는 악취를 풍기고, 침출수를 흘려보내 주변의 한강을 오염시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악취가 얼마나 심했던지 사람들은 흙을 덮는 것으로 악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이곳에 흙을 덮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난지도를 외면하고 잊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은 난지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자연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편리와 욕심으로 훼손하고 버린 그 상처투성이 땅을 보듬어 안아 치료하고 건강한 되돌려 놓았다. 언제부턴가 날아든 풀씨가 싹을 틔우더니 머잖아 꽃을 피웠고 잠자리와 나비들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차츰 좀 더 많은 동물과 식물이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난지도는 이런 과정을 거쳐 점차 안정을 찾았고, 이후 환경부 지정 보호 동물인 맹꽁이까지 볼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 하늘공원에는 300여종에 이르는 곤충과 달팽이, 거미 등이 살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와 붉은머리오목눈이, 수리부엉이 등 70여종의 새들이 발견된다고. 식물은 모두 합해 5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서울의 생태축을 잇는 하늘공원,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온통 콘크리트 건물들로 꽉 차 있는 삭막한 도시, 서울. 서울에는 북한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들이 많다. 남산처럼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산도 있다. 하지만 이 크고 작은 산들은 도로와 시멘트 건물들에 인해 서로 끊겨 생태적으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크고 작은 이런 산들이 서로 연결되어질 경우 산들은 생태적으로 훨씬 건강해질 수 있으며 도시숲(도시가까이에 있어 매연 등을 걸러주는)으로서도 훨씬 뛰어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서울의 생태축을 이어주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아직 온전치 못한 상태다. 매립된 쓰레기에서는 여전히 침출수가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1~2m 정도는 더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늘공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풀만 무성한 곳으로 끝나고 말까? 울창한 나무숲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난지도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금으로선 불투명한 상태. 하지만 지난날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바람직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자연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더 많은 꽃을 피워 우리에게 튼실한 열매를 안겨줄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공원에 맹꽁이가 살아요>는 풀 한포기 제대로 자랄 수 없을 만큼 상처 받았던 난지도의 하늘공원이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지금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어떤 미래가 바람직한지 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새삼 느낀 것은 과오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인간에게 한 없이 관대한, 마치 어머니의 사랑과 같은 자연의 사랑이었다. 우리들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훼손하고 버린 땅을 보듬어 안아 상처를 치유해 다시 인간에게 돌려주고 있는 자연의 은혜를 하늘공원에서 보았다고 할까.
아름다운 섬이 인간의 무분별한 이기심으로 악취 풍기는 버려진 땅이 되고, 그 버려진 땅이 생태공원으로 탄생한 예는 세계에서 오직 한곳, 난지도뿐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난지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연과 인간의 어떤 공생이 가장 바람직할까?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읽게 할 수 있음이 다행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하늘공원과 자연생태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자연친화적인 인성으로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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