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지킴이 노빈손, 한강에 가다 신나는 노빈손 가다 시리즈 2
박경수 지음, 이우일 그림, 환경운동연합 감수 / 뜨인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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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만 해도 시골은 물론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제비는 이제 시골에서도 거의 볼 수 없는 새가 되었다. 가을날 자주 볼 수 있었던 새들의 'ㅅ'자 행렬도 거의 볼 수 없는 풍경. 동요에 나오는 ‘따오기’도 ‘오빠생각’이란 노래에 나오는 뜸부기도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새가 되고 말았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학'도 이젠 연하장이나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정도. 이처럼 우리들의 정서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새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철새 지킴이 노빈손, 한강에 가다>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 새들은 물론 많은 생물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환경운동연합, 환생교(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들 모임)등 생태계보전에 뜻있는 사람들의 바람으로 나온 책이다.

"새들과 함께 한 지난겨울은 행복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친 탐조여행과 열흘간의 습지 기행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반도의 습지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안타까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인간과 새들의 공생'을 꿈꾸게 해 준 두루미들의 맑은 울음소리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머리말에서

이런 책을 내기 위해 저자와 환경생태보전에 뜻을 둔 사람들이 수차례의 탐조여행과 갯벌탐사를 한곳은 한강하구. 그럼 왜 하필 한강하구일까?

한강하구는 희귀동식물로 가득 찬 보물창고

유네스코에서는 2개국 이상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 중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접경생물권 보존지역(TBR)'로 지정하였는데 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는 지역인 TBR에 한강하구도 해당한다. 게다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DMZ(비무장지대) 생태와 서해안 해양생태를 잇는 중요한 통로여서 세계적으로 더욱더 주목받고 있는 한강하구다.

여기에, 동북아시아 물새들의 서식지 겸 이동통로라는 것까지 더해지고 보면 한강하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을 하고 보전에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 한강하구에 어떤 새들이 살까?

넓은 습지와 농경지, 다양한 식물과 바다 밑에 사는 생물과 어패류 등을 갖춘 한강하구는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다. 2004년 한 해에만 124종 8만 2천여 마리의 새들이 발견되었을 정도. 그중엔 비교적 흔한 새들도 있지만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희귀한 새들도 많다.

최근 몇 년간 발견된 새들 중 멸종 위기 종 1급은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노랑부라백로,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매 등 6종이다.2등은 재두루미, 개리, 큰기러기, 물수리, 솔개, 말똥가리,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등 22종이나 된다. 그동안 보고된 천연기념물만 해도 24종이다. 고양, 김포, 파주를 아우르는 구간은 아예 양쪽의 강변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 250호 재두루미 서식지로 지정되어 있다."-본문에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을 ‘기수역’ 이라고 하는데, 일반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생태계특성을 이룬다. 민물에서 사는 생물도 살고 바닷물에서 사는 생물도 살고 이 두 지역을 회유하는 생물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잘 보전되면 무척 풍부한 생물이 살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생태계적으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 기수역인것.

기수역인 한강하구가 지금처럼만 보전되어도 경제적 가치는 1년 기준 약 7336억 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현재 한강하구의 생태습지와 생물들을 위협하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 <철새 지킴이 노빈손, 한강에 가다>는 이런 사실에 적극적으로 부응한 책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기수역에 해당하는 한강하구가 생태적으로 중요한 한반도 생태축이요, 희귀동식물로 가득 찬 보물창고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 책 덕분에 한강하구를 피부 가까이 받아들여 관심 두는 계기가 되어서 다행이다.

다양한 상식이 풍부한 '철새백과사전'?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노빈손’의 인기는 높은 편이어서 이름만 대어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노빈손 시리즈는 좋아하는 편. 시리즈 한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초등학교 도서관 대출순위도 높은 편이라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줄거리는 평범하다. 이벤트에 당첨된 노빈손과 말숙이가 철새지킴이 탐조여행을 관계자들과 떠난다. 노빈손 일행은 ‘곡릉천’이나 ‘장항습지’처럼 생태적으로 중요한 한강 하구습지를 찾아다니면서 독극물이 든 볍씨를 뿌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몸에 좋다는 뜬소문만 믿고 새들의 먹이인 ‘새섬매자기’ 씨를 말리는 사람들도 만난다. 그리고 습지에서 살아가는 여러 새들도 만나고 위험에 처한 새들도 구해낸다는 줄거리다.

줄거리야 이정도. 하지만 노빈손 캐릭터도 재미있고 책속 내용과 관련시켜 그린 한 컷의 그림들이 만화처럼 재미있다. 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단어와 표현을 써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면서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자세하고 풍부하게 들려주고 있다. 때문에 아이들이 학습이라고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빠져들기에 좋다.

사실 학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당히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본문과 쪽지, 부록으로 별도 구성을 하여서 많은 지식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까지 있었다. 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 그에 비하여 흥미롭게! 인기의 비결은 이것 아닐까?

'개펄’은 ‘갯벌’의 방언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둘의 차이점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사람다리와 반대쪽으로 구부러지는 새 다리의 비밀도 알게 되었다. 새들에게 끼워 주는 가락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생물다양성계약'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새들도 사투리를 쓸까?’ 언젠가 무척 궁금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답을 만나 반가웠다. 제주에서 만난 휘파람새와 서울에서 만난 휘파람새는 소리가 분명 다르다고.(물론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점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관찰)

이 책에서 읽은 쪽지 하나. 독일에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있었다고 다. 이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어려운 이론이나 법원판결도 아닌 단 한마디.

“이 세상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공간을 한군데쯤은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개발주장은 쏙 들어갔다고 한다. 이런 얘기가 통할 수 있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 뼘의 땅만 있어도 개발하자고 아우성인 어떤 나라(!)에 비하면 말이다. 멸종위기에 있는 개구리 서식지라는 이유로 예정했던 지역 대신 다른 곳에 올림픽 경기장을 세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숨은 일화도 부러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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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8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필터 2006-11-0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사추리라고 적으셨어욤....아고!...바로 잡아 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