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쓴은 영국 <메일 온 썬데이> 신문에 1996년 10월부터 3년 동안 칼럼을 쓴다.

이 때 브라이쓴은 영국에서 스무 해 가까이 살다 가족을 데리고 미국 늏햄프셔주 하노버로 이사했다.

칼럼을 연재하고 책으로 묶어 <I'm a Stranger Here Myself>란 제목으로 냈고 난 그걸 꽤 오래전 2001년쯤 즐겁게 읽었다. 그러다 얼마전 알라딘 중고서점 수원점에 다른 책 사러 갔다가 브라이쓴의 <Notes from a Big Country>라는 책이 있어 살펴보니 <Stranger Here>랑 같은 책인데 영국판이었다. 약간 뒤져보니 미국판이랑 조금 다른 거 같았다. 돈이 달랑달랑해서 글이 모두 몇 꼭지 실렸는지만 세고 일단은 그냥 두고 집으로 왔다. 조금 다른 걸 어떻게 알았느냐 하면 한 달 전쯤 <Stranger Here>를 다시 읽어서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와서 <Stranger Here>를 살펴보니 실린 글 수가 달랐다. <Big Country>는 78꼭지, <SH>는 70꼭지. 그래서 다음에 수원 갈 일 있으면 꼭 사야지 하고 맘속으로 누가 사가지 않기만 바랐는데 설 때 친척어르신 댁에 가며 드디어 살 수 있었다. 설연휴에 <BC>랑 <SH>를 꼼꼼히 살펴봤다.

 

방금 알라딘 서지정보를 보니 한국판은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이고 2009년2월에 박상은 옮겨 21세기북스에서 나왔다. 한국판은 글이 60꼭지다. 미국판 <SH>를 옮긴 건데 왜 열 꼭지는 빠졌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미국판도 60꼭지짜리랑 70꼭지짜리 둘이 있는 것일수도 있고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21세기북스에서 10꼭지는 덜어내기로 한 걸 수도 있다.

 

한글판에서 없고 미국판에 있는 건

5. Well, Doctor, I was Just Trying to Lie Down...

17. Tales of the North Woods

23. The War on Drugs

41. Hail to the Chief

50. So Sue Me

 

53. In Praise of Diners

58. The Wasteland

64. Our Town

65. Word Play

67. Property News

이렇게 열 꼭지.

 

미국판엔 있고 영국판에 없는 건

4. What's Cooking?

47. At the Drive-In

49. Life's Mysteries

63. Rules for Living

64. Our Town

 

65. Word Play

67. Property News

68. Life's Technicalities

69. An Address to the Graduating Class of Kimball Union Academy, Meriden, New Hampshire

이렇게 아홉 꼭지. 64,65,67은 세 판본 가운데 미국판에만 있다.

나머지 여섯 꼭지는 한미판에 실렸고 영국판에만 없다.

 

영국판엔 있고 한미판에 없는 건

5. Dumb and Dumber

15. Our Friend the Moose

23. Commercials, Commercials, Commercials

26. Those Boring Foreigners

29. Warning: Anyone Having Fun Will Be Reported

 

30. The States Explained

35. A Failure to Communicate

40. Where Scotland Is, and Other Useful Tips

44. Splendid Irrelevancies

60. Of Missing Planes and Missing Fingers

 

63. Uniformly Awful

65. The Sporting Life

70. Hotel California

72. Stupidity News

73. Spinning the Truth

 

74. For Your Convenience

76. Sense of Humour Failure

이렇게 17꼭지.

 

61꼭지는 영미 둘 다에 들었다.

 

몇몇 꼭지는 같은 내용인데 제목이 다르다.

미국판 19. Number, Please = 영국판 34. Help for the Nondesignated Individual

미국판 42. Lost in Cyberland = 영국판 69. Lost in Cyber Land

미국판 57. How to Rent a Car = 영국판 48. How to Hire a Car

미국판 61. At a Loss = 영국판 77. The Accidental Tourist

미국판 70. Coming Home: Part II = 영국판 78. What Makes an Englishman

이다.

영국판 78.은 미국판 70.의 확장형이다. 한 문단 반이 앞에 들어가 미국판 70. 첫 문장이 영국판 78. 둘째 문단 가운데에 나온다.

 

수학적으로 정리하면 미국판에만 있는 글이 세 꼭지, 영국판에만 있는 글이 열일곱 꼭지, 한글판에만 실린 글은 없고, 한미판에 실렸지만 영어판엔 없는 글 여섯 꼭지, 영미판에 실렸지만 한글판엔 없는 글이 일곱 꼭지, 한영판에 실렸지만 미국판에 빠진 글은 없고, 세 판 모두에 실린 글이 쉰네 꼭지가 된다.

 

한국판에 빠진 열 편은 우리말로 옮기면 맛이 죽는 영어 특유 말장난이나 마약처럼 무거운 주제를 다룬 글이다.

 

미국판에 빠진 건 미국을 맵게 까는 글이 많다. 통쾌하게 까는 게 브라이쓴 주특기이긴 하지만 출판사가 아무래도 너무 막나가면 책이 쪼금만 나갈 걸 무서워해 가장 매섭게 깐 글들을 없앴다.

 

영국판에 빠진 건 미국의 좋은 점을 다룬 글이 많다. 영국사람들은 미국 까는 책은 좋아하지만 미국 칭찬하는 글은 싫어하는 듯.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정리하고 나니 뿌듯하다.

 

아예 <메일 온 썬데이>를 발행하는 <데일리 메일> 홈페이지에도 가 봤는데

www.dailymail.co.uk

2002년 이전 글은 아예 검색이 안 된다.

그러니 어쩌면 <메일 온 썬데이>에만 실리고 책에는 없는 글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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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8-02-1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서 여섯째 문단 가운데 ‘한미판에 실렸지만 영어판엔 없는 글 여섯 꼭지‘의 ‘영어판‘은 ‘영국판‘을 잘못 쓴 거다.

어젯밤 다시 한 번 영국판과 미국판에만 실린 글을 훑어보니 두 나라 국민성 차이가 드러나는 거 같아 재미났다.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땅에 내려온 테니쓰 신이다.

 

2012년 윔블던 우승 뒤 2017년 호주오픈 우승할 때까지 4년반 동안 우승 못해

퇴물 다 됐으니 더 명성에 먹칠 말고 깨끗이 은퇴하라는 소리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제 길을 가더니 지난해 호주오픈,윔블던 우승하고

올해 또 호주오픈 우승까지 했다.

 

몸관리와 인품이 정말 존경스럽다.

 

둘 다 우승경험 없는 보즈니아키와 할레프가 맞선 여자결승에선 보즈니아키가 이기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맛봤다. 축하하고 할레프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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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2017.1.25. 목요일 책 사러 알라딘 중고매장 돌아다니다 하루 다 보냈다.

내가 사는 경기도 북쪽 동두천에서 경기도 남쪽 화성 동탄신도시까지 갔다 북쪽으로 오르며 수원점, 강남점, 종로점까지 들러 책을 다섯 권 샀다.

차가 없는 나는 지하철과 버스를 탔는데 오가며 길 위에서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 85%를 읽었다.

 

정오 집에서 출발해 동탄점까지 가니 15시10분이었다. 무슨 까닭인지 알라딘 중고서점은 홈플러스랑 같은 건물에 든 일이 많은데 동탄점도 홈플러스 입주한 건물 4층에 있다. 그 밖에도 북수원홈플러스점,안산홈플러스점,인천계산홈플러스점도 홈플러스와 이웃한다.

 

동탄점에서 사려 한 책은 장강명이 <우리의>를 쓰는 데 영감을 준 책 가운데 하나로 밝힌 제임스 엘로이의 <아메리칸 타블로이드> 원서였는데 없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직원도 컴퓨터 기록 조회하고 한참 바쁘더니 아무래도 분실이나 도난 같다고 한다. 세 달 전 들어왔는데 날마다 하는 재고조사가 몇 주 전 한 게 가장 최근이라고. 그 무렵 분실된 거 같다고 한다. 세 시간 달려와 헛수고하니 짜증이 났다. 대신 빌 브라이쓴 <원 써머> 원서를 샀다.

 

수원역점엔 갔을 땐 16시20분쯤. 한길사판 진순신 <중국의 역사1-신화에서 역사로>를 사고 마이클 폴란 <옴니보어즈 딜레마>원서랑 파트리샤 콘웰 <포트 모추아리>원서랑 빌 브라이쓴 <노우츠 프롬 어 빅 칸추리>를 살까말까 하다 셋 다 말았다. <노우츠 프롬 어 빅 칸추리>는 내가 가진 <아임 어 스트레인저 히어 마이쎌프>랑 같은 책이었다.

 

강남점에 갔을 땐 19시쯤. 예쓰24강남점을 알라딘강남점으로 착각해 들어갔다 나온 것도 적어 두자. 분위기는 예쓰24나 알라딘중고매장이나 비슷했다.

한길사판 진순신 <중국의 역사3-천하통일> 사서 한길사판 진순신 <중국의 역사> 12권을 드디어 다 모았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다닐 때 대학도서관에서 12권 다 읽었다가 뒤늦게 다시 모으려니 절판돼 퍽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 한 2년 걸렸다. 같은 책이 살림에서 <이야기 중국사>란 제목으로 7권으로 나와 있고 이건 쉽게 살 수 있지만 첨 만났던 한길사판을 찾아다녔는데 뿌듯했다. 또 조사하다 알게 된 건데 1992년 쯤엔가 '시대정신'이란 출판사에서 황인이란 분 번역으로 모두 15권으로 나온 적도 있다고 한다. 이 90년대초 시대정신은 2018년1월 현재도 살아있는 시대정신이란 뉴라이트 출판사랑은 동명이사인 거 같고 이미 사라진 출판사인 듯하다.

버트리쓰 스몰 로맨쓰 소설 <스카이 오몰리>랑 <러브 리멤버 미>원서를 강남점에서 보니 중1때였던 1990년에 비잔틴제국 귀족의 딸이 터키 쑬탄의 아내가 되는 같은 작가의 역사로맨쓰소설 <아도라>를 어머니가 열심히 읽으시는 게 궁금해 엄마가 다 읽으신 뒤 나도 따라 읽었던 생각이 났다.

 

마지막 종로점은 길을 못 찾아 한참 헤맸다. 나중에 찾고 보니 헤매며 세 번이나 지나친 자리에 있다. 20시 반쯤 됐다. 빌 브라이쓴 원서 <인 어 썬번드 칸추리>랑 <어 워크 인 더 우즈>를 샀다.

집에 오니 23시쯤이었다.

 

나도 이제 40대여서 그런지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니 무릎이 시큰하다. 그래도 <아메리칸 타블로이드>만 빼면 사려는 책을 다 사서 행복했다. 돌아다니며 거의 다 읽은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집에 돌아와 끝냈다. 최근 장강명 단독책 <한국이 싫어서>,<그믐>,<댓글부대>,<표백>,<우리의 소원은 전쟁>까지 다섯 권을 두 주 사이에 읽었는데 장강명 팬이 돼 버렸다. <그믐>빼고 다 만족스러웠다. 집에 와서 <아임 어 스트레인저 히어 마이쎌프> 훑다 깨달은 게 있는데 <노우츠 프롬 어 빅 칸추리>가 <스트레인저 히어>의 확장판이라는 거다. 집에 있는 <스트레인저 히어>엔 글 70개가 들었는데 수원점에서 훑었던 <빅 칸추리>는 글 78개가 들었다. 이걸 알았으면 <빅 칸추리>도 사 오는 건데..

 

지난해 10월인가에도 책 사러 하루 종일 분당서현점,분당야탑점,건대점,가로수길점을 훑은 적 있는데 이젠 무플 아파서 또 하기 싫다. 왜 알라딘은 중고매장 물품은 꼭 가서 사게 만들까? 짜증과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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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8-01-2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니보어즈 딜레마>랑 <포트 모추아리>는 내가 늘 그렇듯 돈이 달랑달랑해서 목표했던 다른 책들을 사려면 포기해야 했고 <빅 칸추리>는 살펴보니 집에 있는 <스트레인저 히어>랑 같은 책이어서 포기했는데 <빅 칸추리>가 확장판임을 안 지금은 샀어야 한다고 뉘우친다.

심술 2018-01-2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었다가 기억났는데 지난해 분당서현점,분당야탑점,건대점,가로수길점까지 훑고 남서쪽으로 가서 부천점까지 들렀다 왔었다. 그날도 책 사러 다니느라 하루 다 보냈는데 몸고생한 대신 바라는 책 많이 살 수 있어서 보람있는 하루였다.
 

남의 이름 놀리면 천벌받는다는 말도 있지만 이 기사 제목 보는 순간 터지는 웃음을 도저히 차믈 수 없었다.

 

hankookilbo.com/v/800def6aebd341d9af3eba651cf72b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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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낮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얘길 듣고 뉴질랜드 부모님께 알린 뒤 동두천에서 할머니가 폐렴으로 입원해 계신 용인까지 갔다. 차 없는 나는 대중교통을 쓰는데 1호선-7호선-분당선-용인경전철을 거쳐 모두 3시간 반이 걸렸다. 빨리 돈 벌고 면허 따서 차를 사야지..

 

가 보니 1930년생이신 할머니는 의식이 없으셨고 두 분 다 직장에 휴가내셨다는 인천작은아버지어머니가 두 딸, 내 셋째넷째친사촌동생들,과 함께 나머지 가족들을 기다리고 계셨다.

이런저런 얘기-그러니까 존엄사와 연명치료, 포항지진, 수능, 혼인 한 해 막 넘긴 언니사촌동생의 신혼부부생활, 대학생인 동생사촌동생생활-를 하다 미처 모르던 걸 하나 알게 됐는데 할머니에게 군인인 첫나면이 있었고 혼인한 지 스무날째 625 나는 바람에 전장에 나서는 걸 본 게 살아서 마지막 본 것이었다고.

 

그렇게 청상이 되신 뒤 스무 해 동안 시어머니 모셨고 시어머니 돌아가신 뒤인 1970년대 초에야 중매로 3녀3남 둔 홀아비인 할아버지를 만나서 사셨다고. 스무날 남편 때문에 스무해 시어머니 모신 것도 잔혹극인데 할아버지는 돈 못 버시는 데다 무지막지하게 가부장적-2017년 유행하는 말로 영락없는 한남충, 내가 한남충인덴 유전효과도 있는 듯 싶다. 그렇다고 조상 탓만 하고 앉아있으면 어느 속담의 슬기로움을 증명하게 될 뿐이니 눈 떠서 한남충에서 벗어나야겠다-이셨으니 정말 기구한 삶을 사셨다는 걸 깨달았다. 할머니가 유전적으로는 3녀3남의 어머니가 아니고 7남5녀의 할머니가 아닌 것은 이미 알았고 할머니 나이로 봤을 때 할아버지 만나기 전에 다른 남편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은 했지만 어른들께 여쭤봐서 얘기ㄹㅡㄹ 들은 건 어제 처음이었다. '고작 스무날 같이 살았을 뿐인 데다 사진도 드문 때여서 첫남편 얼굴 기억도 안 난다'고 언젠가 인천작은어머니께 말씀하셨다고.

 

그렇게 다섯이 임종을 기다리는데 이윽고 급한 볼일 때문에 늦으신 수원작은아버지 가족도 오셔서 병실은 미어터질 거 같았다. 이 때 간호사가 와서 살펴보고 하는 말이 '아침보다 상태가 나아져서 일단 위기는 넘긴 거 같다'고. 가족회의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났다. 일단 수원작은아버지가 홀로 병실을 지킨다.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가서 정상적으로 출근/등교를 하되 일 끝나는 대로 병원으로 온다. 다만 일 하다가도 위급연락을 받으면 되도록 바로 달려오는 것으로 한다. 인천작은아버지가족은 모두 인천으로 돌아가셨고 백수인 나는 동두천보다는 용인에서 훨씬 가까운 수원작은아버지댁에서 작은어머니와 사촌과 대기하기로 됐다. 날 밝으면 작은어머니랑 나는 병원으로 가고 여자인 첫째친사촌동생과 남자인 둘째친사촌동생은 일단 출근한다. 뉴질랜드 부모님과 내 동생은 못 오시겠지만 백수인 나라도 임종했으면 좋겠고 임종 때 되도록 많은 이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할머니, 좋은 장손이 못 돼서 미안해요. 이제 곧 괴로웠던 이세상에서 벗어나시면 저세상에서는 편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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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7-11-28 화요일 새벽2시24분인데 잠이 안 와서 이 글 쓰며 알라딘 서재글 뒤적이며하다 재미난 걸 하나 알아냈다. 여섯 주 전인 2017-10-13 금요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제수씨가 아들을 낳아 동생은 아빠가 됐는데 이름을 현겸으로 붙였다. 돌림자가 상자여서 돌림자를 따르면 상현이나 상겸이가 됐어야하지만 돌림자 무시하기로 했다. 재밌는 건 나도 아버지도 돌림자를 몽자로 알고 있었는데 추석 때 수원작은아버지랑 얘기하다 돌림자가 상자인 걸 알게 됐다. 아버지랑 나랑 돌림자를 몽자로 생각한 까닭은 현대 정주영 회장 때문이었다. 정주영 회장 동생이 정세영이고 아들들이 정몽구,정몽헌,정몽준처럼 몽자 돌림이니 정씨에 영자 돌림인 내 항렬 다음 세대는 몽자 돌림자로 생각했는데 우리 부자가 놓친 결정적인 거 하나를 수원작은아버지께선 아셨다. 현대 정씨는 하동 정씨고 우리는 동래 정씨인 거. 동래 정씨에선 영자돌림 다음에 상자 돌림이란다. 동생이 현겸이 태어난 걸 알려오며 영어이름은 헨리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하자 난 13일의 금요일 태어났으니 제이쓴이 어떠냐고 이메일을 써 보냈었다. 그러다 바로 조금 전 곧 돌아가신 지 7주기가 되는 물만두님 서재글 읽으며 옛 추억에 잠겨있다가 현겸이란 이름이 어디서 나왔을지 짐작이 갔다. 만화가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 주인공 이름이 강현겸이란다. blog.aladin.co.kr/mulmandu/248336 내가 알기로 동생은 이 만화 읽은 적 없으니 아마 제수씨가 이 만화의 팬이고 이름을 고른 것도 제수씨일 듯 싶다. 부모님게는 비밀로 하기로 맘먹었다. 첫손자 이름이 며느리가 좋아한 만화 속 사람 이름이란 걸 아시면 시부모며느리 사이가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증조모는 죽고 증손은 태어나는 거를 생각하다 문득 박완서선생님 수필 셋이 생각났다. 셋 다 죽었거나 죽음을 앞둔 이들-나이든 증조모, 교통사고로 죽은 외삼촌, 몸져누운 할머니-과 파릇파릇 어린 갓난쟁이를 이야기삼은 건데 하나는 1970년대 말인지 80년대 초 박완서선생님의 갓난 손자와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어울리는 걸 보시고 쓰신 것으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문학동네,2015)인가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문학동네,2015)에 실렸고 둘째는 선생께서 1988년에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얼마 뒤 태어난 둘째손녀가 자라는 모습을 보시고 쓰신 건데 아마 <한 길 사람 속>(작가정신,1995)인가 <어른노릇 사람노릇>(작가정신,1998)에 실렸을 거고 특히 어렴풋하지만 '그애가 자라는 걸 보면서 아들 잃은 슬픔을 더 잘 견뎌냈다. 손녀는 아들을 대신한 거 같았다. 나는 다른 손자녀들이 내 편애를 느낄까 두렵다'라는 대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지막 셋째는 노무현 참여정부 후반기 때 쯤에 박선생님이 아시는 분을 문병가서 그 환자분과 환자분의 손-성별은 잊었다-이 함께하는 걸 보시고 쓴 거였다. 이건 아마 <호미>(열림원,2007)였나 <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현대문학,2010)였나 <세상에 예쁜 것>(마음산책,2012)에 실렸을 거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글에선 환자분 이름을 밝히시지 않으셨는데 어디선가 그 환자분이 고 김점선 화백이란 얘길 읽었는지 들었는지 한 기억이 난다. 언제 시간 나면 열댓권쯤 되는 선생님 산문집을 다시 발표 순서대로 주욱 읽어봐야겠다. 다시 수필 셋으로 돌아가자. 셋 다 나이와 병과 교통사고가 대표하는 죽음과 갓 태어난 어린이가 대표하는 삶을 대조하며 사람 한살이의 허망함과 숭고함을 노래하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침 동생 아들이자 할머니 증손자는 6주 갓난쟁이고 수원작은집 1녀1남의 둘째인 내 둘째친사촌동생도 맏딸에 이어 둘째가 곧 태어난다. 그렇게 한세대는 사라지고 다음세대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삶은 한없이 덧없으면서도 한없이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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