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그림여행 - 특별 보급판
스테파노 추피 지음, 이화진.서현주.주은정 옮김 / 예경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비싼 책.

대부분의 화집이나 도록들은 당연히 비싸다.

저작권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올칼라 인쇄를 해야 제대로 된 책을 만들 수 있으며, 양장본이 아니면 보관에도 어려움이 있다. 물론 뽀대도 중요하다. 이 책은 28,000원. 음하하;; 그래도 내용에 비해서 어쩌면 그리 비싼 책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거나 개별단가로 봤을 때 싸지는 않다. 몇 달을 고민고민하다가 누가 혹시 사주지 않으려나 헛된 기대도 하다가 결국 구입. 책을 사 놓고 그 방대한 분량과 깨알만한 글씨에 놀라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에 며칠을 보냈다. 

 천년의 그림여행은 지금으로부터 천년전의 미술사부터 시작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미술사는 "서양미술사"에 국한되어 있다. 미술사에 대한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한국미술사 책을 먼저 봐야하지 않는가 싶기도 하였지만 사실 우리는 서양미술에 더 익숙하지 한국미술은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도무지 어떻게 되어 먹는 미술교육인지, 학교를 다 마치고 났더니 그렇게 되어 있더라. 

 어쩄거나 이 책은 중세유럽의 로마네스크 프레스코에서부터 뉴욕의 그래피티 화가인 키스 헤링과 장 미셀 바스키아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역사적 사건과 작가 혹은 화풍을 중심으로 딱 정확하게 두 페이지씩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

좌측 상단에 보이는 파란색 직사각형은 지역을 말하는데, 붉은 색은 스페인과 아베리아 반도, 파란색은 프랑스, 하늘색은 이탈리아, 오렌지색은 저지대 국가, 노란색은 중부 유럽과 스칸디나비아 반도, 녹색은 영국과 미국, 하얀색은 국제적인 흐름으로 구분을 해서 일종의 색인 역할을 하고 대표적인 작품을 사각형 색인 왼쪽에 작게 배치해서 아이콘화 했으며, 색인 아래쪽엔 지역이나 화풍, 그 아래에는 연도, 그 아래에는 제목이나 주도화가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화가나 화풍의 포괄적인 설명을 길게 적고 나머지는 그림을 축소해서 전체적인 해설을 곁들였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있는 검은 바탕의 페이지는 대표적인 작품(대중에게 친숙한)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그림의 요소 요소에 화살표 표시까지 해서 미술사 수업시간에 슬라이드를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준다. 

 사실 천년전의 미술사는 좀 지루하고 낯설어서 고딕회화부분까지는 하품만 실실하다가 르네상스에 이르러서야 조금 재미있어지고, 램브란트부터 진도가 빨리 나가기 시작한다고나 할까.

이 책은 곁에 두고 조금씩 조금씩 매일 어떤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차례대로 읽어나가며 통독을 하면 자연스럽게 미술사의 흐름이 정리가 되고 기억이 되는 교과서 적이나 그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내용의 방대함에 비하여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모든 작가의 이름들이 후면에 찾아보기에 원어로 적혀있으나, 그림의 제목에 대한 원어들은 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

만일 그림의 제목이나 작가의 이름을 원어 주석으로 책의 각 페이지에 섞어놓았다면 읽는 사람이 편하긴 했겠지만 판형이 훨씬 커졌을 수도 있겠다. 

 얼마전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전에 갔을 때 그림마다 순 한글 번역만 적혀있고 원어가 하나도 없어 관람하던 외국인이 황당해 하면서 돌아가던 뒷모습이 생각났다. 서양미술사라면 기본적으로 서양에서 통칭되는 영어명과 원어명정도는 명시해주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는가 싶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두고 오래 오래 볼 수 있는 좋은 책을 하나 구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2006.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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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마케팅 - 성공과 실패에서 배우는
김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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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실 구매자의 80% 이상이 여성, 실제 고객의 80%가 여성.

대한민국의 소매업은 날이 갈수록 여성들이 그 칼을 쥐고 있다.

현재 내가 종사하고 있는 개판(반려동물 용품&식품) 역시, 실구매자들이 대부분 여성들이다.

물론, 대형견이나 직업적인 수요자들은 남성들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실질적 소매 구매자들은 여성인데, 중간상과 관리자들은 남성이라는 것, 이것은 비단 내가 일하는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날이 갈수록 남자들은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로 전락되고 가정의 모든 소비 결정권은 주부에게 혹은 아이에게 있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쇼핑이라는 것 자체를 피곤해 하는 반면 여자들에게 쇼핑은 공통된 취미요 특기이자 사는 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여자를 상대로 하는 장사는 어렵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었다.

여자들은 한 번 물건을 구매하는 결정도 매우 더디게 이루어지거니와 행여 물건을 구매하였다 하더라도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품 혹은 교환, 그리고 상품평까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목적한 바가 있으면 직선코스로 구매한다. 그리고 뒤돌아 후회할 지언정 여기저기 다니면서 소문을 내고 다니진 않는다. 자존심 때문에 궁금한 게 있으면 네이버 지식인을 이용하지 여자들처럼 절친한 친구나 주변사람에게 묻지는 않는다. 

 우리집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남편은 대부분 고가의 물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TV 홈쇼핑에서 그 결정이 행해진다. 무이자 10개월 할부, 필요한 물건이 적절한 시간대에 나온다 싶으면 바로 구매에 들어가고, 상품평은 매우 절친한 친구와 우리집 물건이 더 좋네, 네가 산 거는 구형이네, 하는 정도의 자랑거리이다.

나의 경우 소액의 물건들을 구매하는데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이나 친정엄마, 친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인터넷 쇼핑몰도 상품평이 없는 물건은 선뜻 결제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 사고 나서 동생이나 엄마, 혹은 싸이에 사진을 찍어서 올려서 평가를 받는 것까지 진행된다. 물론 당연히 상품평도 쓴다. 

 여성마케팅 , 이 책은 한국의 여성들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컨설던트 김미경씨가 집필했다. 어찌 보면 군데 군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착각을 할 수도 있게 될만큼 남녀의 차이점을 구분하고 있다. 여성은 소꿉놀이를 통해 관계를 배우고, 남자들은 전쟁놀이를 통해 승패의 중요성을 인지하는가 하면, 여성은 하루 25,000 단어를 사용해야 속이 풀리는 반면 남자들은 10,000 단어가 그 한계이다. 라거나 하는, 남녀의 차이에 의한 구매결정권과 여성 고객을 사로잡는 방법에 대해서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여성 심리에 의한 여성고객잡기, 남녀의 차이점, 그리고 성공한 여성 마케팅 전략의 실제 예, 여자를 잘 아는 피자 미스터 피자, 래미안에 사는 여자, 스타일로 하는 쇼핑 현대카드, 감성을 파는 스타벅스, 그리고 여자들이 진정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가, 마케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길지 않은 글에 정확하게 적어내려갔다. 

 여자들이야 안다, 이건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아, 이런 문구는 여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다.라는 것을.

얼마전 수입사료에 대한 스티커와 카달록을 제작하는데에 있어서 남편과 나는 끊임없는 의견충돌을 일으켰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내 입장에서 나라면 읽을만한 문구만 넣기를 원했고 남편은 자세한 기능을 강조하길 원했다. 결국 결정권자는 대표이사에게 있으신 바, 스티커와 카달록은 매우 빽빽한 형태로 나왔고 남편이하 대리점 사장들과 전 직원이 남자인 우리 회사에서는 매우 만족을 했지만, 나는 완전히 실패한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여자들이 중요시 하는 것은 청소기에 적혀있는 "소음방지필터 착용" 이 딴 게 아니고 "아이가  깨지 않아요"라는 문구이다. 문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런 여성의 심리, 그래서 여성 고객을 사로잡으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라는 것을 시꺼먼 남자 상사들에게 어떻게 설득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 책을 사서 조용히 사장님 책상에 꽂아드려야 하는가? 

 여성들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던 여성 마케팅에 대해서 파악하고 사장님을 설득하는 길, 그게 이 책의 완벽한 통독이 될 것이다. 

2006. 1. 15.  

+내 말을 듣지 않던 우리집 대표이사님은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뒤 1년여쯤 뒤까지도 내 말을 듣지 않더니 결국 말아먹었다. 쌤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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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 위대한 승리 - 양장 한정본
잭 웰치.수지 웰치 지음, 김주현 옮김 / 청림출판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전세계 적으로 몇 권이나 팔렸을까?
존경받는 경영인, GE를 되살려낸 CEO, 전세계 CEO들이 닮고 싶어하는 CEO.

잭 웰치의 두 번째 책이다.

나는 잭 웰치의 첫 번째 책을 읽지 않았다. 사실 이런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지금은 필요에 의해 경영학 서적들을 뒤적거리고 있다. 순전히 나에게는 목적을 충족해야하는 수단이다. 그런 목적에 입각하여 본다면, 나에게는 100% 만족할만한 책은 아니었다. 

 왜, 미국의 경영학 서적중에 유명 CEO나 투자자가 쓴 책은 하나같이 이렇게 인물의 사진을 대문짝 만하게 책의 표지로 쓰는 것일까. 미국 경영서적의 번역서를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정말 촌스럽기 그지없다. SATC(Sex and the City)의 그녀들은 이런 책표지를 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던데, 어쩌면 경영학 서적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층은 이런 명료한 이미지와 강렬한 인물상에 대해서 더 호감을 느끼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책을 출간한 청림출판에서 나오는 다른 서적에 대한 안내가 책 날개 뒤쪽에 소개되어 있는데, 책 웰치의 첫 서적 끝없는 도전과 용기, 피터 드러커, 실천하는 경영자, 빌 게이츠 @생각의 속도 모두, 저자의 인물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참을 수 없는 촌스러움의 발현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1960년도부터 GE에 근무를 해서 1981년 GE 회장이 된 샐러리맨의 신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매우 유용할만한 책이다. 결과적으로 나처럼 중소기업에 근무를 하거나 중소기업 경영을 하는 사람들에겐 약간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실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인에게는 우리는 언제 이런 고민을 해보나..하는 이야기들이 주제로 잡혀있다.

예를 들면, 해고의 방법이라든가, 인재 등용이라든가, 전략에 대한 PPT를 복잡하게 짜지 말 것, 예산선정의 방법등, 늘 허덕이는 중소기업인에게는 좀 부러운 대기업의 경영조건일 수 있다.

고로, 대기업에 갓 입사를 한 사람이나, 혹은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부터, 방금 막 CEO 발령을 받은, 거대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할 만한 책이다. 

 친절하게도 책의 말미에 잭 웰치의 명언들을 따로 페이지를 할애해 만들어놓기도 하였으며, 책의 분량은 약 450페이지에 달하지만 자간이 엄청 넓어서 실질적으로 200페이지 짜리 책을 읽는 정도의 양밖에 되지 않는다. 책 값을 올리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구체적인 목적을 빼고 약간 넓은 대의적 의미로 책을 본다면, 이 책은 아까 언급한 일부독자층을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책으로 볼 수도 있다. 삶은 언제나 치열한 것이며, 어차피 자본주의로 자리잡힌 세상에서 모든 것은 경영이고 혁신이 필요하지 않는 곳은 없는 곳이 지금의 현시점이니까. 

 약육강식, 자연도태, 살아남는 길이 바로 이기는 길이라는 적자생존의 철저한 밀림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어느정도 필요한 교훈들이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잭 웰치가 말하는 것이 과연 잭 웰치만 알고 있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도 있고, 주변에서 귀에 박히도록 듣던 말도 있다.

그저 우리가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머리가 산만해서 일렬로 정리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서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정해진 목차와 일례 그리고 요점까지 정리해주는 출판사의 배려는 눈물나게 고마운 것인지도.

 

2006.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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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13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들어 클래식 음반을 하나씩 사 모으고 있는데, 하릴없이 듣기보다는 공부도 좀 해야겠다 싶어서 첫 입문책으로 고른 책이다.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쉽겠구나 하는 예상을 했다. 

 예전에 어느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던 것 같은데 미술관을 두려워하는 등장인물에게 다른 등장인물이 "그냥 봐서 좋으면 되는거야"라고 했던 걸 기억한다. 그냥 봐서 좋으면 좋은 그림, 그냥 들어서 좋으면 좋은 음악.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것이야 꽤 된 일이지만 전문적으로 들었던 것도 아니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그냥 들어서 좋으면 그만 아닌가. 그러다 보니 다른 음악들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수두룩하게 다운받고 복사하고 굽고 사모으던 음반들이 넘쳐서 넘쳐서 (제 값 주고 산 음반은 별로 없지만) 어디에 뭐가 쳐박혀 있는지 찾지도 않게 되더니, 세상의 모든 음악들이 다 지리하고 시끄럽게 느껴졌다. 전자음의 소리들, 쿵짝거리는 드럼비트, 너무나 많은 가사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해서 편안하게 쉬기 위해 듣는 음악이 아니라 새로운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음반값도 만만치 않게 비싸고 MP3가 판을 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그마저도 쉽게 구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질 좋지 않은 음악들을 연신 시끄럽게 들을 수 있게 되자, 나는 그럼 돈 주고 살만한 음반들만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다 보니 명반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눈이 가기 시작했고, 명반이 뭔지를 모르니까 일단 베스트셀러부터 사기 시작했다. 가장 대중적인 연주자들, 장한나, 정경화, 조수미등등 한국 음악가들의 음악부터. 

 그런데 이제는 좀 알아야겠다 싶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책을 한 권 읽어보면 어떨까 해서 구입하게 된 책이 이 책이다.
더도 말고 이 책은 딱 내 수준에 맞는 책이다.
여성 성악가중에 마리안 앤더슨, 마리아 칼라스, 조수미, 제시 노먼, 아그네스 발차정도의 음색을 기억하는 수준이라고 할까.. 그래도 정명훈의 지휘와 카라얀의 지휘의 차이점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정도의 수준. 그 수준에 있는 클래식 입문가들이 읽으면 딱 좋은 책. 

 저자는 그정도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 음반을 구입하는 데 아주 좋은만한 가이드를 하고 있는 셈으로 어떤 곡과 그 곡의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 살짝, 그 곡을 만든 것에 대한 이야기 살짝, 그리고 그 곡을 가장 잘 해석한 연주자에 대한 이야기 살짝, 그렇게 3가지 정도에 나눠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책 맨 뒤에는 나의 추천음반이 모여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의 글은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음반가게 풍월당의 홈페이지에서도 추천음반은 어느정도 소개받을 수 있고. 그래도 책으로 읽는 이유는 한 번의 통독이라는 걸 통해서 어디론가 발을 들여놓는 과정, 즉 입문이라는 것을 의례처럼 치루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를 하다가 음반가게 주인으로 전업을 한, 아주 팔자좋은 사내로서, 현재 풍월당이라는 음반가게를 강남구 신사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클래식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임에 틀림이 없다. 음악이 다 똑같은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음악가에 따라 느낌은 현저히 다르다. 한마디로 인건비가 비싸다는 말이다. 그 인력을 키우는데 드는 돈이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인건비는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취미가 깊어져서 공연이라도 몇 번 다닐랍시면 그 인건비를 지불해야 하며, 공연 현장에서 귀를 버려놓으면 집에 와서 에지간한 음악기기로는 소리를 감당해낼 수 없다. 지금 변변한 컴포넌트 하나 못 갖춰놓고 사는 나로서는 지난 번 임동민 동혁군의 세종문화회관 피아노 콘서트 이후로 귀를 버려서 클래식 음반을 들을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비참함에 한숨을 쉬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예전 마포 의료보험관리공단 앞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커피숍이 있었다.

그 곳은 클래식만 틀어주는 찻집이었는데, 임대료만 해도 몇 천은 될 듯한 오크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왔다. 그 스피커와 연결된 기기들은 진공관이었다. 그 온몸을 울리는 소리란..
물론 지금은 사라져버렸다.

 돈 드는 취미,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너무 깊숙히 발을 담궈버린 것을. 이 글을 쓰고 난 다음에 나는 바로 교보 핫트랙을 펴놓고 박종호씨가 추천한 음반들을 몇 개 사고 또 결제를 할 것이다. 

 2006.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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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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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사장이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나이에 대표이사라는 명함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도무지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알 수 없는 업종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랐고, 사장인데도 불구하고 상냥하고 잘 웃는 사람이라 놀라웠다. 그래서 나는 늘 그를 주사장님이라 불렀고, 남편은 내내 그 호칭을 싫어했지만 사장이라는 호칭이 오빠로 바뀌기 까지는 꽤 많은 마음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왜냐 !! 사장님이니까 ! 

 그리 크지 않은 중소기업의 대표이사.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비서도 없고 운전기사도 없고 직원도 별로 없는,
실질적인 매출만이 존재하는 회사가 남편의 회사이다.

그리고 이 남자는 끊임없이 사업을 확장하려는 불타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취미가 창업입니다 라고 농담삼아 말하는 이 남자와 산지 6개월여..
도무지 사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겹길래 저런 행동을 보이는가 궁금해졌다.

사장이라는 자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그 건 곁에 같이 사는 사람에게 2차적으로 부여된다.

그럼 나는 사장 마누라로 살려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누려야 하는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이런 책이 신간으로 나왔다는 걸 알았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 게다가 부제를 붙이면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아..이 얼마나 유치찬란한 제목이냐.
예전같으면 콧방귀 뀌고 외면했을 책이지만, 나에겐 절실했다. 

 그래 어젯밤 사장님께서 맥주를 마시다 쇼파에 누워 코를 골며 자는 사이에 집중하여 이 책을 다 읽어버렸는데, 리더십 론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부족할 수 있으나 매우 한국적인, 그래서 심각한 리더십 론 책을 읽기는 부담스러운 경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장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읽으면 딱 좋을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의 곳곳에 남편과 비슷한 증상 혹은 스트레스들과 비슷한 일화들이 펼쳐져 있어서 한 밤중에 큭; 하는 웃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는데, 대부분의 CEO들이 가진 공통점을 남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자질이 있다는 얘기로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사장이 말하지 못하는 사장으로 사는 괴로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사장이라는 자리는 마약과도 같은 자리일 것이다. 사장자리가 괴롭다고 평사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들 힘겨우면서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 사장자리인 것이다. 남편은 종종 사장을 하는 사람들은 전생에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일 거라고 말한다. 자기도 무슨 큰 죄를 지어 사장을 하고 있다고. 아, 그렇게 싫으면 하지 말란 말이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장이라는 자리는 그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올라가지도 않았을 방석인 것이다. 

 사장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사장은 그걸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장의 마누라들을 대외적으로는 거래처나 직원들에게 상냥하고 넉넉한 웃음을 보여야 하고 안으로는 애들과 전쟁을 치뤄야 하며, 집에 들어와 말 한마디 안하고 집안일엔 관심도 없는 듯이 잠만 퍼질러 자는 산 송장같은 남편을 거두어야 한다고 힘겨움을 말할 것이고, 사장인 남편들은 집에서도 마누라도 자식도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나 하는 절망에 또 빠지게 되는 법. 

 사장들의 쪼잔한 이유, 사장들이 술 마시는 이유, 사장들이 바람피는 이유, 사장들이 냉정한 이유등이 이 책에 담겨있다. 리더십론 책이라고 하긴 부족한 감이 많지만, 사장을 곁에 두고 사장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는 사장 마누라로 사는 법을 찾기 위해서 또 다른 책들을 읽어야 하겠지만..(혹시 알아..10년쯤 지나면 내가 그런 책을 쓰게 될지도)

 2006.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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