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남편은 사장이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나이에 대표이사라는 명함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도무지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알 수 없는 업종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랐고, 사장인데도 불구하고 상냥하고 잘 웃는 사람이라 놀라웠다. 그래서 나는 늘 그를 주사장님이라 불렀고, 남편은 내내 그 호칭을 싫어했지만 사장이라는 호칭이 오빠로 바뀌기 까지는 꽤 많은 마음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왜냐 !! 사장님이니까 ! 

 그리 크지 않은 중소기업의 대표이사.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비서도 없고 운전기사도 없고 직원도 별로 없는,
실질적인 매출만이 존재하는 회사가 남편의 회사이다.

그리고 이 남자는 끊임없이 사업을 확장하려는 불타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취미가 창업입니다 라고 농담삼아 말하는 이 남자와 산지 6개월여..
도무지 사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겹길래 저런 행동을 보이는가 궁금해졌다.

사장이라는 자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그 건 곁에 같이 사는 사람에게 2차적으로 부여된다.

그럼 나는 사장 마누라로 살려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누려야 하는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이런 책이 신간으로 나왔다는 걸 알았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 게다가 부제를 붙이면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아..이 얼마나 유치찬란한 제목이냐.
예전같으면 콧방귀 뀌고 외면했을 책이지만, 나에겐 절실했다. 

 그래 어젯밤 사장님께서 맥주를 마시다 쇼파에 누워 코를 골며 자는 사이에 집중하여 이 책을 다 읽어버렸는데, 리더십 론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부족할 수 있으나 매우 한국적인, 그래서 심각한 리더십 론 책을 읽기는 부담스러운 경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장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읽으면 딱 좋을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의 곳곳에 남편과 비슷한 증상 혹은 스트레스들과 비슷한 일화들이 펼쳐져 있어서 한 밤중에 큭; 하는 웃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는데, 대부분의 CEO들이 가진 공통점을 남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자질이 있다는 얘기로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사장이 말하지 못하는 사장으로 사는 괴로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사장이라는 자리는 마약과도 같은 자리일 것이다. 사장자리가 괴롭다고 평사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들 힘겨우면서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 사장자리인 것이다. 남편은 종종 사장을 하는 사람들은 전생에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일 거라고 말한다. 자기도 무슨 큰 죄를 지어 사장을 하고 있다고. 아, 그렇게 싫으면 하지 말란 말이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장이라는 자리는 그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올라가지도 않았을 방석인 것이다. 

 사장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사장은 그걸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장의 마누라들을 대외적으로는 거래처나 직원들에게 상냥하고 넉넉한 웃음을 보여야 하고 안으로는 애들과 전쟁을 치뤄야 하며, 집에 들어와 말 한마디 안하고 집안일엔 관심도 없는 듯이 잠만 퍼질러 자는 산 송장같은 남편을 거두어야 한다고 힘겨움을 말할 것이고, 사장인 남편들은 집에서도 마누라도 자식도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나 하는 절망에 또 빠지게 되는 법. 

 사장들의 쪼잔한 이유, 사장들이 술 마시는 이유, 사장들이 바람피는 이유, 사장들이 냉정한 이유등이 이 책에 담겨있다. 리더십론 책이라고 하긴 부족한 감이 많지만, 사장을 곁에 두고 사장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는 사장 마누라로 사는 법을 찾기 위해서 또 다른 책들을 읽어야 하겠지만..(혹시 알아..10년쯤 지나면 내가 그런 책을 쓰게 될지도)

 2006.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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