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그림여행 - 특별 보급판
스테파노 추피 지음, 이화진.서현주.주은정 옮김 / 예경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비싼 책.

대부분의 화집이나 도록들은 당연히 비싸다.

저작권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올칼라 인쇄를 해야 제대로 된 책을 만들 수 있으며, 양장본이 아니면 보관에도 어려움이 있다. 물론 뽀대도 중요하다. 이 책은 28,000원. 음하하;; 그래도 내용에 비해서 어쩌면 그리 비싼 책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거나 개별단가로 봤을 때 싸지는 않다. 몇 달을 고민고민하다가 누가 혹시 사주지 않으려나 헛된 기대도 하다가 결국 구입. 책을 사 놓고 그 방대한 분량과 깨알만한 글씨에 놀라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에 며칠을 보냈다. 

 천년의 그림여행은 지금으로부터 천년전의 미술사부터 시작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미술사는 "서양미술사"에 국한되어 있다. 미술사에 대한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한국미술사 책을 먼저 봐야하지 않는가 싶기도 하였지만 사실 우리는 서양미술에 더 익숙하지 한국미술은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도무지 어떻게 되어 먹는 미술교육인지, 학교를 다 마치고 났더니 그렇게 되어 있더라. 

 어쩄거나 이 책은 중세유럽의 로마네스크 프레스코에서부터 뉴욕의 그래피티 화가인 키스 헤링과 장 미셀 바스키아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역사적 사건과 작가 혹은 화풍을 중심으로 딱 정확하게 두 페이지씩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

좌측 상단에 보이는 파란색 직사각형은 지역을 말하는데, 붉은 색은 스페인과 아베리아 반도, 파란색은 프랑스, 하늘색은 이탈리아, 오렌지색은 저지대 국가, 노란색은 중부 유럽과 스칸디나비아 반도, 녹색은 영국과 미국, 하얀색은 국제적인 흐름으로 구분을 해서 일종의 색인 역할을 하고 대표적인 작품을 사각형 색인 왼쪽에 작게 배치해서 아이콘화 했으며, 색인 아래쪽엔 지역이나 화풍, 그 아래에는 연도, 그 아래에는 제목이나 주도화가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화가나 화풍의 포괄적인 설명을 길게 적고 나머지는 그림을 축소해서 전체적인 해설을 곁들였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있는 검은 바탕의 페이지는 대표적인 작품(대중에게 친숙한)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그림의 요소 요소에 화살표 표시까지 해서 미술사 수업시간에 슬라이드를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준다. 

 사실 천년전의 미술사는 좀 지루하고 낯설어서 고딕회화부분까지는 하품만 실실하다가 르네상스에 이르러서야 조금 재미있어지고, 램브란트부터 진도가 빨리 나가기 시작한다고나 할까.

이 책은 곁에 두고 조금씩 조금씩 매일 어떤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차례대로 읽어나가며 통독을 하면 자연스럽게 미술사의 흐름이 정리가 되고 기억이 되는 교과서 적이나 그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내용의 방대함에 비하여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모든 작가의 이름들이 후면에 찾아보기에 원어로 적혀있으나, 그림의 제목에 대한 원어들은 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

만일 그림의 제목이나 작가의 이름을 원어 주석으로 책의 각 페이지에 섞어놓았다면 읽는 사람이 편하긴 했겠지만 판형이 훨씬 커졌을 수도 있겠다. 

 얼마전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전에 갔을 때 그림마다 순 한글 번역만 적혀있고 원어가 하나도 없어 관람하던 외국인이 황당해 하면서 돌아가던 뒷모습이 생각났다. 서양미술사라면 기본적으로 서양에서 통칭되는 영어명과 원어명정도는 명시해주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는가 싶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두고 오래 오래 볼 수 있는 좋은 책을 하나 구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2006.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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