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심리학
박윤조 지음, 이도헌 감수 / 배영교육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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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계속해서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찾고 읽고 하는 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색하고도 새로운 일이다. 온전히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 일뿐 아니라 이건 연습이라는 것이 없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나는 한 인간의 인생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 이 얼마나 살 떨리는 부담감인가. 손위형제가 있어서 조카들을 관찰해봤던 것도 아니고 나는 거의 내가 읽은 책들에 기초하여 아이를 키우고 있는 형편. 아이를 갖고 낳고 나서 돌 이전의 아이에 대한 각종 육아서를 열심히 읽어댔다. 그 덕분에 그럭저럭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위로를 해가며 시간을 보냈는데, 자, 나의 이 아기가 돌이 지나고 걷기 시작했다. enfant 에서 toddler의 단계로 진입을 한 것이다. 아이는 끊임없이 걷고 끊임없이 넘어진다. 뭔가를 집고 던지고 숨기고 부서뜨린다. 알 수 없는 음성으로 계속해서 말을 하고 뭔가 요구를 한다. 이제는 자기만의 사인을 만들어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하려고 하며 TV 만화를 보고 웃기도 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가리키며 이거 이거 라고 말을 하는 16개월 된 나의 아들은, 제 아비도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들어대는, 나름대로 건강한 외할머니가 돌보고 나면 몸살 나는 사고뭉치, 에너자이저, 못말리는 흰애기 등으로 표현된다. 나는 다급해졌다. 아, 이 사고뭉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두 번째 육아서를 읽는 시기에 돌입한 것이다. 아이가 커 갈수록 나는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경험담들이 필요했다. 이제 아이는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또래들과 어울릴 가능성도 보이고 있으며 끊임없이 외출을 하자 하고 걷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배영교육에서 나온 엄마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심리학은, 발달심리학이나 아동심리학등 대학교재를 선택할까 하다가 대체한 책이다. 육아서중에 잘 팔리는 책이기도 하고 신생아때부터 7세에 이르기까지의 영역을 골고루 정리했으며 아주 짧은 글들로 정리했고 가장 보편적인 이론을 제시한다.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이지도 않고 시대에 딱 맞는 가장 평이한 육아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기들의 특이사항과 돌이 지난 아이들의 심리, 엄마들이 고민하는 낯가림, 분리불안, 배변훈련, 잠투정 등 읽다보면 좀 너무 평이하다 싶기도 하지만 한 번 쭉 훑어내려 정리를 하기엔 좋은 책이다. 가끔 책을 읽었다 해도 머릿속에 100% 저장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어서 간혹 아이와 뭔가 문제가 생긴 날 아이를 재워놓고 제목들만 한 번 삭삭삭 훑어봐도 좋을 것 같다.

좀 더 깊이있는 육아서를 원하는 엄마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아주 많은 육아서를 대하지 않았거나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엄마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2007.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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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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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신명호씨는 역사를 전공했으며 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고 궁중 생활상 재현전시 자문위원, 국사편찬위원회의 관사연구사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이 사람이 펴낸 책들은 대부분 구중궁궐의 생활상과 그 사람들에 대한 책이 많은데, 이 조선왕비실록 외, <조선의 왕>, <조선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문화>, <궁궐의 꽃, 궁녀>, <조선왕실의 자녀 교육법>, <조선의 궁궐에서 일했던 사람들, 궁> 이라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은 그 중, 역사의 폭풍속에서 살아있던 조선의 왕비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많은 왕비들을 다룰 수는 없으니, 몇 명 왕비들만 뽑아 그 이야기를 전한다. 태조 이성계의 처- 선덕왕후 강씨, 이방원의 처- 원경왕후 민씨, 단종폐위와 피비린내 나는 왕권찬탈로 왕위에 오린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 윤씨, 연산군의 생모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이유로 연산군의 미움을 샀던 덕종왕비 인수대비 한씨, 계축일기의 주인공이며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의 왕비 인목왕후 강씨, 정조의 며느리이자 사도세자의 부인이었으며 한중록을 집필한 장조왕비 혜경궁 홍씨,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고종왕비 명성왕후 민씨 , 이렇게 7명의 인생을 집중조명한다. 책의 구성은 이러한 왕비들의 태어난 배경이나 외가와 친가의 분위기, 그리고 그녀들이 왕비에 오르게 된 과정부터 왕비가 된 이후 겪었던 궁중의 생활부터, 역사의 피비린내나는 싸움의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권력을 쥐었는가 하는 이야기들을 아주 상세히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료에 의존하지만, 저자의 직감이나 예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은 양이라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했으리라, - 이리라, 하는 저자의 불확실한 추측성 발언에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 지나치게 추측이 난무하고 이러다 왜곡된 역사를 편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차라리 이 책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권 한 권 소설을 만들었다면 조금 더 쉽게 접근을 할 수 있겠지만, 정확한 사료만을 전달하는 책은 아닌 관계로 저자의 사상이나 가치관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지은 사람이 궁중이나 왕족들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던 학자라는 것을 토대로 한 번 믿어본다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며, 왕비라는 직책이 얼마나 어렵고 끔찍한 신분이었는가, 조선시대의 조정이 운영되기 위해 일어났던 수없이 많은 모략과 음모들이 두렵고 무서울 정도이다. 정말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고밖에 상투적인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내용들 – 그게 조선조 정치판의 진실이었음을 어찌하랴.

책 뒤편에는 이 책에는 실리지 않는 몇 몇 왕비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추가되어 있고 조선왕실 가계도가 긴 표로 삽입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참고하기에 매우 좋다.

우리가 드라마로만 접했던 조선의 왕들, 그리고 그 왕비들의 치열한 삶에 한 번 빠져보는 것도 좋으리라.



2007.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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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 안에 어디든 다녀오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애.    
   

 

그래서 나는 터키에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떠난 여자의 글과, 미대륙을 횡단한 서른 살 청년의 글들을 읽었다.  

그러나 결론은, 나도 지금 여행중이라는 것. 

이 여행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약, 30여년정도는 족히 지속될 것이라는 것.  

30년짜리 여행 괜찮지 않은가.  

길 위의 여행을 하는 순간에는 늘 매사가 아쉽고 간절했는데 이 긴 여행을 시작한 지 5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여행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나는 여행중이다. 누가 뭐래도, 여행중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언젠간 고향으로 돌아갈지 또 다른 곳으로 떠날 지 모르는 여행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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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그녀가 그립다.  

그녀의 글들이, 그녀의 숨결이, 답답하고 괴로운 순간에 그녀는 늘 나를 추스려주었다.  

일어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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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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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되면, 유치원 버스들이 아파트 단지에 속속들이 도착한다.

그 때 부터 놀이터가 붐비기 시작한다.

예전과 다른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된 이번 주, 상자갑 같은 집안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터져 나왔다.

오후 2시 부터, 저녁 7시까지. 해가 길어지자, 유치원 끝난 아이들, 학교 끝난 초등학생, 놀이방에서 나온 아이들이 계속해서 놀이터를 찾았다가 떠나가곤 한다.

집에서 혼자 노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가 놀이터에 나가자고 보채면서 놀이터에 아무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도 한다.

나는 TV를 틀어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확인시켜준다. 어디 놀이터에 사람이 있는지, 아이와 함께 확인한다.

 

우리는 놀이터로 향한다.

그리고 삼삼오오 또래 엄마들이 모여 있는 곳을 피해 나는 멀찌감치 자리를 잡는다.

아이는 모르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멀뚱하니 쳐다보기도 하고, 혼자 놀기도 한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다른 엄마들이 행여 나에게 말을 걸까봐 두려워 하며 혼자 뚝 떨어져 앉아서 책을 펼친다.

"나에게 말 걸지 마시오" 라고 무언의 선포를 하는 셈이다.

 

나는 아줌마들과 이야기를 나누기가 귀찮다.

나 역시 아줌마이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자녀들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형제가 있는가에 대해서 묻게 되고, 아줌마들은 자녀들의 나이로 은근한 서열을 매긴다. 각자의 나이를 묻는 것은 자녀들의 나이를 묻고 난 다음이다. 아이의 나이가 생각보다 너무 많거나, 너무 적거나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첫 만남에서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는 그 과정이 괴롭다.

큰 애는 몇 살이예요 - 다음에 이어지는 놀라운 표정들, 반복되는 질문들. 나는 그런 것들이 지겹다.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우울한 것.

아줌마들의 신변잡기 보다, 가끔 나에겐 루쉰이 더 중요하다.

 

내가 이 아파트에서 대화를 나누는 단 한 사람 - 그 사람이 오기 전까지 나는 침묵한다. 

200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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