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천체관측 떠나요! -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천문 우주 여행
조상호 지음 / 가람기획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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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관측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 북

이 책은 1999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이번 개정판은 2007년 6월에 출판되었으며 여름방학을 맞춰 출판시점을 잘 맞춘 듯 하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들의 천체관측을 돕기 위한 책이다. 책에 적힌 부제대로 바로 가이드북. 초등학생이 읽기엔 약간 어렵고 천체관측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지루한 책이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 천체관측이나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유용한 책을 찾기도 힘들 것 같다.

책은 소설의 형태를 빌려 호성이라는 아이가 은하라는 아이와 함께 아마추어 관측자로 취미활동을 시작하고 공부해 나가는 스토리 속에서 이런 저런 상식들을 즐겁게 배열하고 있는데, 독자를 위한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매우 살뜰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호성이라는 이름도 좋을 好자에 별 星자를 써서 지은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는 이렇게 이름을 지으면서도 스스로 매우 즐거워 했을 것만 같다.

뜬구름 잡는 식의 별자리 그림들을 주욱 나열해놓고 암기식으로 별자리 이름을 외워야 할 것만 같은 책이 아니라, 천체망원경의 종류, 그 고르는 법, 관측 준비를 하는 법, 초보자들이 잘 보게 될 태양계 행성들과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혜성에 대한 이야기, 성단과 성운을 보는 법, 그리고 관측일지를 쓰는 법에 이르기 까지, 정말 천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토씨하나 빼놓지 않고 달달달 외워도 괜찮을만큼 실용도가 엄청나게 높은 책이다.

그러나, 리뷰를 위해 이 책을 전달받은 나로서는, 하늘위의 별자리들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지라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가까운 지인중에 한 명이 아이들에게 별자리를 보여주겠다며 작년에 해외사이트를 통해 정말 마음을 졸여가며 망원경을 구입했던 사실이 떠올랐고 이 책을 다 읽으면 그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말 값진 책이 될 것이다.



2007.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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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 강양구의 과학.기술.사회 가로지르기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1
강양구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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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과학,기술,사회 가로지르기



이 책의 저자 강양구씨는 프레시안에서 과학, 환경담당기자로 일하는 사람이다.

내가 나이를 먹은 건지, 이 친구가 젊은 건지, 아무튼 이제 갓 서른을 넘긴 강양구 기자는 대학에서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과학기술과 사회에서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황우석 사태를 맞아 이 책의 원고들을 다듬었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물론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 책은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내가 읽게 된 것은 TV, 책을 말하다에서 읽어준 서문 때문이었다. 그 서문은 바로 다음과 같다. ‘ 왜 소리의 속도로 나는 비행기는 있는데 겨울마다 가난한 노인이 추위에 얼어 죽는 걸까? 값싼 난방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그것을 못 하는가? 정교한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도 정작 장애인들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보조 기구를 공급받지 못하는 걸까? 왜 위험한 원자력 에너지 대신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움직임은 없지? ‘

이 책에는 각종 과학기술의 폐해,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 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역사적 고찰, 권력의 조정과정,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전기로 되는 냉장고보다 가스로 되는 냉장고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사는 우리들이, 가스냉장고가 훨씬 더 조용했다는 것을 알 턱이 없지 않은가. 여자들이 바지를 입지 못하던 시절에 자전거가 개발되었기 때문에 자전거의 모양이 현재와 같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는가, 곳곳에 설치된 CCTV로 인해 우리 모두 파놉티콘에 갇혀가는 형상이 되어가는 사회와, 석유가 고갈되어가는 지구의 온난화 문제등,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데도 우리는 안일하다.

나 역시 설거지를 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아크릴사 수세미로 닦으려다가 세제를 듬뿍뿌려 그 향기에 기분 좋아하며 설거지를 하고 있고, 각종 세제를 애용하며, 쓰레기는 또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가. 먹지 않아 버리게 되는 음식들, 아, 나는 끊임없이 하루에서 몇 건이나 죄를 짓고 있는가. 알고 있으면서도 하나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는, 나는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전범재판을 보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진부성에 대한 보고》 를 쓰게 되었을 때, 무사유가 얼마나 큰 범죄를 저지르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한다. 나처럼 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리하여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더 없이 많은 실수들을 저지른다.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모여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한 번 더, 우리 한 번만 더 생각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녹색평론을 사서 읽을까 하다가 관뒀다. 나는 오늘도 적지 않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비닐봉지를 계속해서 쓰고 있었으며 아이들을 주려고 햄버거 고기를 만들다가 계란 3개의 흰자를 그냥 씽크대에 쓸려 보내기까지 했다.

이 책은 한꼭지 한꼭지씩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독자라면 한꼭지씩 떼어서 읽게 하고 같이 토론을 한다거나 학원에서 논술용 주제로 삼아도 좋을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어른 스스로도,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유익한 책이라 하겠다.



2007.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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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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첵의 표지를 읽는 저 그림은 무도회이후라는 1895년의 라몬 카사스 이 카르보(Ramon Casas y Carbo)의 그림이다. 책을 읽다가 감상에 빠진 여자로 보이는 그림의 무도회이후라는 것은 아마, 무도회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영혼의 만족을 독서를 통해 얻는 몽환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이 책은 그러한 여성들의 독서에 대한 미술사에 대한 책이다.

 

책을 읽는 것은 여자가 많고, 책을 쓰는 것은 남자가 많다고 한다. 어찌보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성별이 나뉘어 있는 집필출판과 독서의 시스템속에 이 책에서는 여성들의 독서에 대한 역사만 그림을 통해 보고 있다.

여자들이 책을 읽는 것은 지금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폄하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금기시하던 시절, 여자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은 성서에 국한되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여자들의 독서가 자유롭게 된 21세기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와 독서의 역사를 고루 알려준다.

 

재미난 것은 이 책에 나온 독서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대부분 꿈을 꾸는 것처럼 그 책과 그 글에 푹 빠진 모습들로 형상화 된 것이 많으며, 나체이거나 속옷차림이라 그만큼 여성성의 자유로움이 독서와 같은 맥락을 이룬다는 뜻을 나타낸 그림들이 많다는 것.

 

어쩌다가 세상은 모계사회를 벗어나 남성중심사회가 되어 문명을 이룬 것인가. 여자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생활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남자들처럼 어떠한 업적을 이루는 것에 소홀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남성패권사회에서 여자들이 생각을 하고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남성들에게 도전적인 행위였을 것이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여자가 책을 읽게 되면, 가사일에 소홀해지고 (책 읽는 여인 / 피터 얀센스 엘링가 - p76), 자기만의 방탕한 생각에 빠질 수 있으며 (17p 책 읽는 여자 / 앙투안 보두엥), 남자를 쳐다도 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p80  책을 읽고 있는 여인에게 하는 청혼 / 야코프 오흐터벨트) 위협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전업주부이면서(하는 일은 너무나 띄엄띄엄있어서 감히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민망한) 책을 읽는 여자인 나의 경우, 책을 읽느라고 육아와 가사를 제껴두는 일도 생기며, 책을 사느라고 생활비를 탕진하기도 하고, 책을 사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외출을 하기도 하고, 남편의 말보다는 책속의 이야기를 더 고귀하게 여기며, 책을 읽기 위해 아이들이 잠들면 혼자만의 방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동시에 리모콘을 붙잡고 있거나 다른 책을 읽고 있는 남편역시 고립시키게 되기 때문에,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가 책에 집중한다는 것은 상당히 골치아픈 일일 수 있다. 때로는 나도, 아 - 내가 책따위는 한 달에 잡지 한 권 읽는 것도 힘겨워하며 TV 드라마에만 올인하고(본인도 TV 드라마에 올인할 때도 많지만), 가사와 육아에 온 힘을 쏟는 자라면 삶이 얼마나 편안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세상이 많이 평등해 지기 전, 남성중심사회에서 책을 읽던 여자들에 대해 들여다 보는 이 책은 참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조금 더 깊이있게 여성사에 대해서 접근했다면 더 진지해 질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책이 너무 심각해 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책을 읽어 위험한 여자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 책을 읽어 위험한 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테마별로 묶인 카테고리와 적당한 크기의 그림들, 그리고 책이나 편지를 읽는 여자들이 주인공이 된 매력적인 그림들이 볼만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은 어떠한지 궁금하고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그려줬으면 하는 생각도 했으니까.

 

여성이 자아를 확립할 수록 남자들은 골치아파질 것이다. 그만큼 책과ㅡ, 여성의 자아와 경쟁해야 하므로. 이미 시대는 많이 변했지만, 책읽는 여자들은 아직도 위험한 존재가 아닐까. 패권이 존재하는 한.

 

2007.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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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 살림Biz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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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광고 때문에 산 책이다. 출판사의 너무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에, 책을 자주 사는 소비자의 한 명으로서, 안 사고는 못 배기겠구나 싶도록 만든 적극을 넘어선 저돌적인 광고에 낚였다고나 할까. 원래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던 나도, 처세술 책에 대해서 다 그렇고 그렇지, 라고 생각하던 나도, 어쩔 수 없이 그 저돌적 마케팅 공세의 손을 들어주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저자의 이름도 겉표지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이 책이 얼마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책인가를 광고하는데 책의 팔할을 투자한 것처럼 보인다. 책의 겉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적혀있다.

“수 세기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오프라 윈프리 쇼’ 홈피를 마비시키고, [해리포터]를 묶어버린 세계인이 경탄하고 있는 바로 그 책!!

-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 미국에서 최단기간 500만부 돌파

- DVD 250만 카피 돌파

- 래리킹 라이브 방송

- 타임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 (책이 100인에 들어갔다는 건지 저자가 100인에 들어갔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비밀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지배했다.

이 세상 사람은 모두 두 부류로 나뉜다. ‘시크릿’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

수 세기 동안 단 1%의 사람들만이 이 미묘한 차이를 알았고, 그래서 그들은 특별해졌다.”



이 엄청난 문구들이 이 책의 표지를 들춰보지 않고 책을 집어올려 한 바퀴 돌렸을 때 읽게 되는 문구들이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은가. 그 엄청난 비밀이 양장본 12000원이라는 헐값에 미국에서 머나먼 한국이라는 이 나라까지 와서 공개된다는 것이.



책은 원래 그런 것이기도 하다. 책 속에 들어있는 진실이나 생각들은 읽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준다. 그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그 책에 들어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을 뿐이다.

아무튼 이 책은 이 엄청난 광고를 자신있게 출판사에서 펼칠만큼의 가치는 있어보인다.

책은 양장본이고 내지역시 엄청 고급스럽다. 형광등 불빛에서 읽을 때 빛의 반사가 있어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어이없음이 있지만, 고급디자인지에 중간에 아이콘도 많이 넣어 코팅으로 인한 빛반사가 일으키는 반가독성을 무마하는 듯 하다.

책의 내용은 매우 간단한다. 인간의 인생과 우주의 섭리에는 “끌어당김”이라는 법칙이 있다는 것. 스스로 잘 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 것이며, 스스로 늘 소망하고 기억하고 그 소망을 위해 끊임없이 행동한다면, 절대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것.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는 주파수라는 게 있어서 스스로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주파수에 스스로를 올려놓으면 주변의 환경도 그렇게 변화할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부정적이라면 인생은 계속해서 꼬이기만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의지로, 질병도 고칠 수 있고 성공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여느 처세술책이나 그렇듯이, 이 책은 당연한 거 아니야? 하는 진실을 조금 독특하게, 신비하게, 어쩌면 주술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풀어놓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종교집단의 부흥회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자, 믿습니까? 믿으십시오. 믿으면 이루어집니다. 라고 강력하게 말하는 것이다. 광고가 과장스럽다느니, 뻔한 처세술책이라고 평가절하하기엔 책의 힘이 좀 강하다.

책을 덮고 난 뒤, 오늘 하루 종일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나도 믿습니다. 라고 외치는 교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으므로. 물론 이 책에 나온 이야기는 진실일 것이다. 자신의 성공모델을 그려놓고 그 모습을 매일 매일 성공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꿈을 이룬다. 세상은 이미 그 사람의 성공모델에 맞추어져 간다. 스스로 그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환경을 조정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그만이 아니라 실천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인생이 삐걱대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이렇게 고무적인 부흥회스러운 책 한 권 읽어보는 것도 좋은 치유법이 될 듯 하다. 나도 아이들과 동생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되긴 하였으니까. 책 뒤에는 기분좋게 시크릿 손수건이 비밀처럼 숨겨져 있고 맨 앞에는 예쁜 필체로 선물용 메시지도 적혀있으므로, 주변 친구들에게 올 여름 선물하기에 괜찮은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뻔한 내용인데, 마법사의 주술서를 갖게 된 것 같은 이 느낌은, 책의 강력한 포스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2007.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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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전집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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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두번째 소설이다. 어릴 때 어떻게 손에 들어온 세월이라는 소설은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으나, 작년에 읽은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버지니아 울프의 깊이에 탄복했다고나 할까. 그녀의 소설은 그 유명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주인공들의 심리묘사에 탁월한데,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소설전체의 흐름을 잃고 길을 헤매게 하는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등대로는 댈러웨이 부인을 출간한 해에 구상을 시작해 1927년에 출판한 소설이다. 댈러웨이 부인은 주인공 댈러웨이 부인의 심경과 그 주변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이어지듯 해 내는 단 하룻동안의 일이라면 등대로는 조금 더 긴 시간을 묘사한다. 주인공으로 보였던 램지부인이 전반부 “창”
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후 2,3부에서는 릴리라는 주변인물이 주인공으로 다시 자리를 잡는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을 릴리라는 인물로 설정한 듯 한데, 평론가에 따르면 이 소설은 일종의 버지니아 울프의 부모에 대한 살풀이 굿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사춘기 시절에 어머니를 잃고 평생을 신경쇠약과 정신병에 시달렸던 그녀에게 부모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이 소설을 통해 남성중심의 가족제도가 폭정과 억압이라는 강렬한 비판을 전개한다. 그리고 오롯이 홀로였던 주인공 릴리의 심경을 통해 여성의 독립이 얼마나 위태롭고 어려운 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음침하나 햇빛이 잘 드는 우거진 정원을 가진 시골의 한적한 저택을 떠오르게 한다. 아침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바닷가의 집같고, 늘 손님들이 북적여 그 뒷치닥거리로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시골 유지 집의 마나님과 그 하인들의 바쁜 손놀림을 연상케 한다. 티 테이블에 모여 시간을 축내며 탁상공론이나 하고 있는 지식인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 사람들의 매캐한 담배연기 속에서 뒤켠으로 물러난 그 집의 많은 아이들이 계단에 앉아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내가 전문적인 영문학 평론을 할 수 있는 깜냥이 되지 않으니 이 소설에 대한 평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녀의 소설은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사람이 찾을 것이며, 그리고 그녀의 소설의 맛을 제대로 알기 위해 스스로 많은 자료를 찾아볼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평범한 독자인 내가 느낀 것은 이렇게도 잘 쓰는 작가가 20세기를 살다가 갔다는 것과 이렇게 치열하게 글을 쓰던 그녀가 신경쇠약과 정신병을 앓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 정도라고나 할까.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인간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매 순간의 폭풍들을 이다지도 치밀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 그녀의 시도와 용기에 나는 탄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역자의 말대로 출판사의 경제적 이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만한 버지니아 울프의 전집을 출판한 솔 출판사에게 감사를 드린다. 댈러웨이 부인은 이미 빌려 읽은 책이지만, 솔 출판사에서 펴낸 것으로 한 권 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 버지니아 울프인가 라는 말이 이 책의 머리말에 적혀있다. 문학이란 쓸모없는 것이라던 대학 때 현대소설과목의 선생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러나 그 쓸모없는 문학들이 얼마나 많은 양분들을 우리 영혼에 쏟아부어주는지는, 피와 땀으로 쓴 작품들을 읽어내는 사람들만이 알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 양분들을 영혼에 부어주기 위해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오늘도 열심히 읽는 것 뿐이다.



2007.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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