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블루스 - 설탕,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 개정판 마이너스 건강 3
윌리엄 더프티 지음, 이지연.최광민 옮김 / 북라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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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책이 아주 양질의 책이었다면 참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 책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또 그러려고 지었고 펴낸 책이다. 저자인 윌리엄 더프티가 이 책을 쓴 것은 1975년이라고 한다. 

그 오래된 책이 이제서야 한국에 발표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이제서야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일까? 한국에서 작년부터 불고 있는 채식과 건강에 대한 유행(?)에 시기를 맞춰 번역 출간 되었다. 

슈거 블루스. 마치 그럴싸한 소설이거나 블루스곡제목일 것만 같은 이 책은 건강서적이다. 그것도 설탕의 해악에 대한 겁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슈거 블루스는 보통 설탕이라고 부르는 정제 수크로오스의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육체 및 정신의 복합적인 질환을 말한다."-책 본문 중에서 인용

저자 역시 설탕의 과다섭취로 건강에 문제를 겪었었고 이후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그리고 그 자신만으로 모자라서 다른이들을 설득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이다. 

단 것이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설탕을 많이 먹으면 당뇨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설탕의 해악은 (적어도 이 책에 따르면)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설탕으로 인해 호르몬체계에 장애가 와서 여드름이 생기고 무기력해질 수 있으며, 설탕중독이 되고 난 후에는 설탕을 먹지 않으면 성격마저 변화할 수 있다는 마약적인 측면을 주장했다. 

책은 설탕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그 제조 과정, 설탕과의 전쟁을 벌인 사람들의 실화와 설탕제조의 음모까지 다루고 있다. 어느 서평에는 "FBI의 수사 파일을 능가하는 충격적이고 흥미진진한 전개" -출판사 서평라고 했는데, 그 서평이 잘 맞아떨어진다. 단순히 설탕에 대한 해악을 고발하는 책이기를 떠나서 글 자체로서도 손색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설탕은 만병의 근원이기까지 하며 성인병과 현대 질병을 몰고 온 악의 화신이다. 책을 읽고 나면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정말 책을 읽는 내내 커피에 설탕을 넣을 수 없었다. 아는 것이 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설탕이 영양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단 음식을 먹으면 피로가 사라진다는 것등은 모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편견이며, 설탕이 그렇게 인간의 몸에 해로우면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유와 코카콜라가 처음 시판되었을 때 코카 성분으로 인한 법정공방까지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저자가 말해줘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이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 다행스러워하다가 담배에도 설탕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중국에 와서 느끼한 음식을 먹다보니 콜라 섭취가 부쩍 늘어난 것에 불안했다. 

오늘 집을 구하기 위해 찾아갔던 부동산에서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내 옆에 앉아있던 젊은남자는 펩시콜라를 들고 계속 마셔대고 있었다. 38℃의 폭염속에 손에 쥐고 다니던 콜라는 설탕물일 뿐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중국사람들은 콜라를 무척 많이 마시는 편이다. 사실 기름진 음식과 콜라만큼 잘 어울리는 것은 없다. 녹차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 식당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자꾸 콜라를 마셔대기 시작한다. 난징루의 광고판은 펩시콜라로 도배되어 있으며 중국에서 생산하는 국산콜라도 몇종이나 된다. 안그래도 사탕수수를 무작정 씹어먹기도 하는 사람들이(정제되지 않는 사탕수수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했지만), 녹차로 다 상한 이를 가진 사람들이, 콜라까지 마셔대니, 게다가 맥도날드나 KFC에 가면 초등학생들이 자리를 잔뜩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사람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오지랖도 넓어..-,.-)어쩌면 이 사람들도 콜라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말이다. 

이 책을 읽기 몇달전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읽고 나서 안그래도 맥도날드나 KFC갈 때마다 조금씩 꺼림직해지고 있는데,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음식에 대한 고민은 주변에 Vegetarian이 늘어가고 (상해에서 만난 서구아이들중 아주 많은 다수)도둑맞은 미래를 읽은 후에 상해에 있는 대다수 한국식당들이 다시다찌게를 선보일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패스트푸드의 제국과 슈거블루스까지 읽었더니 충격이 크다. 

그렇다고 내가 Vegetarian이 되거나 설탕과의 전쟁을 하거나 하면서 먹는거에 스트레스 받고 살고 싶지는 않다. 사실 슈거 블루스의 내용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주변에 과자만 먹다가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위나 장에 큰 문제가 생기는 여자아이들을 몇 명 보았는데, 과자라는 것의 주 성분이 사실 몸에 좋은 거 하나도 없고 설탕이라고 불리는 정제 수크로오스의 성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이런 책을 자꾸 읽다보면 산에 올라가서 풀 뜯어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인스턴트만이라도 의식적으로 줄여본다면 죽은 후에 묻혀서 썩지 않는 일은 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사는 동안 큰 성인병은 걸리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정도는 했다. 

그렇지만.. 사실 중국농수산물은 중금속과 농약에 오염되어 잘 썩지도 않고, 모든 음식이 방부제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으니.. 도데체 뭘 먹고 살아야 한다는 거야.. 한숨이 난다. 

200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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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게 길을 묻다
이덕일 지음 / 이학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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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氏의 주요저서 :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2(이 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함) /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 사도세자의 죽음 / 오국사기 등...

필자는 평소 역사학은 과거학이 아니라 미래학이라고 생각해왔다. 역사라는 거울은 과거분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학은 미래학이 아니라 과거학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학계에는 은연중에 현실에 대한 발언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그 지난한 독재 시대를 지나는 동안 현실에 대한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 현실에 대한 발언 대신 역사는 적어도 50년이나 100년이 지난 다음에 평가할 수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해왔다. 그리고 역사학자는 연구하는 시대와 시간적으로 분리되어야 객관적,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여 현대사를 외면해왔다. 
그러나 필자는 역사 공부를 계속해나가는 와중에 현실에 대한 발언을 외면하는 역사학계 일부의 이런 분위기의 진정한 이유가 다른 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우리 역사학계가 갖고 있는 "원죄"에 있었다. 그 원죄란 바로 일제 시대 일부 사학자들의 행태였다. - 책 머릿말 중에서. 

이덕일씨의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역사라면 따분하거나 거창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이 사람의 책을 읽다보면 아.. 역사는 스릴러물이야..라거나, 사람사는 이야기..라거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의 주요저서중에 역사에게 길을 묻다는 2002년 3월에 출간되었다. 언젠가 KBS에서 하는 독서 프로그램중에 이덕일씨의 저서를 소개하면서 역사에게 길을 묻다를 추천하는 걸 보고 샀다. 그 전 사도세자의 죽음이나,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도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특정한 역사의 한 장면을 꼬집어 이야기 하진 않는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의 있었던 사실을 현재 대한민국과 비교분석하고, 우리가 사극드라마에게 농락당했던 역사의 오해를 풀어낸다. 

역사란 것은 어차피 역사학자들이 기술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뭐가 나쁘다 그르다 라는 사실을 빼고 기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이유로 복잡한 근현대사를 지나오면서 우리가 역사에 대해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 이 책이 규명해준다. 

저자는 더불어 현행 국정교과서에 대한 비판과, 국정교과서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고 있으며, 우리가 녹록하게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역사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2001년 한국을 강타했던 사극붐에서 벌어진 우리가 오해할 수 밖에 없었던 저열한 역사 드라마에 대한 비판도 더했다. 개인적으로 여인천하같은 상상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를 오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드라마가 다루는 역사에 대해 검증하거나 숙고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역사와 조선조의 제도권등을 오인할 수 밖에 없는 우매한 대중을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게 길을 묻다"는 적절한 제목이다. 그는 책을 통해 역사에게 우리가 가야할 길, 역사 사관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까지 묻고 있다. 
잘못된 교과서로 배운 역사, 역사 드라마가 그리는 역사와 실제 역사, 우리 역사를 망친 것들, 우리 역사,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였나, 21세기 우리의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렇게 다섯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정교하고 흥미롭다. 

특히, 역사 드라마부분이 가장 쉽게 와 닿았는데, 2001년부터 이어진 여인천하를 자세히 본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런 거다. 말하자면 성공한 쿠데타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에 길들여진 우리가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라든가, 세조의 단종폐위같은 문제를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들어가면서 자라왔다는 것. 그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있는지, 우리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뒤주속에서 죽어버린 사도세자에 대한 한맺힌 절규 한중록이 정말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한 여인네의 피맺힌 절규였는지, 또는 지금과 다를 바 하나도 없는 정치적 모사였는지. 또한 우리가 배워왔고 철저히 믿어왔던 단 한종류인 역사 교과서. 일본의 교과서를 욕하기 전에 우리는 그들을 욕할만큼 당당한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책이다. 

책에서 이덕일씨가 말한대로 김영삼 정부 이후 대학과 학문도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되어 대학에서 국사가 필수아닌 선택으로 물러난 이후, 우리가 대할 수 있는 진실한 역사는 과연 어디에 있는지.. 또 한명의 실천하는 용감한 지식인 이덕일씨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꼭 생각해 볼 문제이다. 

200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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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답사기
위치우위 지음, 유소영 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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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에서 북경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그리고 북경에서 상해로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가장 읽기 좋은 것은 아마 중국에 대한 내용을 다룬 손에 쥐기 쉬운 판형의 이 책이었을 것이다. 

일반적인 한국의 출판물 사이즈는 나름대로 부피가 커서 배낭에 넣어야 하지만 손에 딱 맞는 핸드북 스타일이면 옆으로 메는 작은 가방에 넣어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위치우위 교수의 책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있다. 얼마전에 간행된 세계문화답사이야기를 다룬 책 역시 크게 히트를 쳤었다.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을 뛰어넘어 지식인이 가지고 있는 해박한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일화들이 덧붙여져 잔잔한 감동, 때로는 뭉클한 감동을 준다. 

중국인이기에 중국을 이해하고 있고, 중국인이기에 중화사상에 젖어있으나, 그다지 거북스럽지 않다. 

중국어로 된 글은 우리나라의 글과 약간 기준이 다른 듯 해 보인다. 중국의 글은 우리의 글 보다 덜 거칠어 보이고, 美를 추구한다. 환경이나, 인간이나, 모든 사물에 대해 겸손과 이해, 고찰이 겸비되어야 좋은 글로 인정받는다. 

상해에 살고 있는 나에겐 상해사람인 그의 상해이야기가 흥미로왔고, 후반부에는 수필위주로 이어지는 그의 이런 저런 詩情들이 울컥하는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중국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또는 중국인이 쓴 책으로 인해 감동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세상에 범람하는 무수한 중국관련 서적중에 우수한 책으로 꼽을 수 있는 책이다. 

200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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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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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거부감. 

그것은 보름달이 뜨는날 잠들지 못하는 

지독히 민감한 내 내면의 소리였다. 

그를 만나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사랑하게 되어 가슴아플 것이라고 

그리고 상처받게 될 것이라고

모기에 물린 자욱도 알지 못하는 

미련하고 두터운 나의 육체와 달리 

지겹도록 민감한 내 내면의 소리였던 것이다. 

나는 알지 못했던 내 내면의 소리. 

그녀를 따라 종로를 걸었다. 

그리고 광화문에 다다르고 삼청동을 넘었다. 

서울다운 종로에서 가장 서울답지 않은 북악산 밑에 섰다. 

그녀의 기억을 따라 나는 땅을 파고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보름달 뜬 하늘을 봤다. 

그래..그녀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를 만나고 나면 이렇게 슬픈 것을. 

그녀는 나에게 해결할 수 없는 욕망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렇게 스르르 나를 떠난다. 

몇개월이 지나면 

나는 알 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또 다시 

그녀를 찾을 것이다. 

그녀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는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알고 있다...





신경숙의 바이올렛을 읽고...



20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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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정제 이산의 책 17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차혜원 옮김 / 이산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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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중국의 역사는 얼만큼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봉건독재체제의 황제는 가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우선 진시황을 답할 것이며 그 외에 또렷하게 기억나는 왕이라면 영화에서 본 무력하고 기구한 운명의 푸이라든가 그리고 징기스칸이 중국역사에 있었던지 몽골역사에 있었는지 ..하고 갸웃갸웃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중국이라는 곳에 와서 공부를 하기로 했으면서도 부족한 한국사보다도 더 적은 중국의 역사지식뿐이었다. 

처음에 중국에 대한 관심은 공산당을 비롯한 근대사에 있었다. 그러나 근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역사는 일종의 순환을 거듭하고 있고 또한 역사속에 중국인의 문화와 습관을 알아야지만 현대의 중국도 이해할 수 있는 당연한 논리때문에 중국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알아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칸의 제국]과 [마테오리치 기억의 궁전]을 읽고나서 집어든 책은 미야자키 이치사다라는 일본 역사학자의 [옹정제]였다. 

이 책은 1951년도에 출판되었던 책으로 지금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과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옹정제라는 숨어있는 황제에 대한 연구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미야자키의 이 책은 그 중요도를 무시할 수 없다 한다. 

[옹정제]는 그 양이 적어 읽기 편한 글씨와 넉넉한 간격을 둔 디자인을 이룬 책이다. 그 내용이 적어 다른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는 내내 이야기를 하듯이 자신의 의견을 시기적절하게 적용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옛날 구중궁궐에 이런 일이 있었단다...라는 식의 이야기체로 중국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접근하기 쉬울만한 필체이다. 

그러나 단지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옹정제를 미야자키라는 노()역사가가 다시 들추어 낸 이유가 무엇이며 이 책이 출판된 1951년의 중국정세를 상상했을때 이 작가는 옹정제를 통해 그 당시의 중국과 그리고 현재가 되어버린 미래의 중국을 한꺼번에 통찰하려했음을 알 수 있다. 

1951년, 중국이 공산당 혁명을 승리로 이끌고 마오쩌둥이 중국의 새로운 황제로 등장하였던 시기다. 

미야자키의 옹정제는 책의 마지막 장을 "독재정치의 한계"라는 제목으로 마무리하였다. 

작가는 아마도 그 당시의 중국의 모습을 또 다른 하나의 전제정치, 황제독재정치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상해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낸 나로서도 중국은 정신적 실질적 황제없이는 존재하기 힘든 나라로 보일때도 있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 정부를 믿고 있고 공산당이라는 유일당만이 존재하며 정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느냐는 푸단대 사회학과 졸업생의 말을 듣었던 나는 이들의 정치의식이 평균적으로 어느 수준에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중국의 자본주의는 급속히 발전할 것이며 이들 천성의 장사기질은 개혁개방이후 들어온 자본주의로 인해 엄청난 꽃을 피울 것이지만 5천년이 약간 안되는 오랜 세월동안 황제없이 살지 않았던 국민들과 현대화 이후에도 종신제나 마찬가지인 세명의 주석을 나랏님처럼 모시고 살던 이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50년이 지난 오늘에서도 중국을 보는 눈이 이럴 것임을 작가는 미리 예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역사란 항상 돌고 돈다했다. 그리고 과거의 일이 결국은 반복되기도 한다했다. 나는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작가 미야자키가 역사가 무엇인지 알고 1951년에 300년 청조역사에서 불과 13년동안 권좌에 앉아 있던 조용한 황제 옹정제를 일부러 끄집어 낸 것은.. 분명히 뭐라 말할 수 없는 의미가 있어보인다. 

작가는 또한 이런말을 했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거나 영토를 확장한 왕만이 이름있는 전제군주로 역사에 남는 것은 무척 슬픈일이라고. 

40이 넘어 천자의 자리에 올랐던 옹정제. 그의 가리워진 인생을 들추어보며 역사에 대한 감을 느껴보는 것...적잖이 만족스런 일이었다.


20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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