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정제 이산의 책 17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차혜원 옮김 / 이산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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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중국의 역사는 얼만큼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봉건독재체제의 황제는 가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우선 진시황을 답할 것이며 그 외에 또렷하게 기억나는 왕이라면 영화에서 본 무력하고 기구한 운명의 푸이라든가 그리고 징기스칸이 중국역사에 있었던지 몽골역사에 있었는지 ..하고 갸웃갸웃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중국이라는 곳에 와서 공부를 하기로 했으면서도 부족한 한국사보다도 더 적은 중국의 역사지식뿐이었다. 

처음에 중국에 대한 관심은 공산당을 비롯한 근대사에 있었다. 그러나 근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역사는 일종의 순환을 거듭하고 있고 또한 역사속에 중국인의 문화와 습관을 알아야지만 현대의 중국도 이해할 수 있는 당연한 논리때문에 중국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알아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칸의 제국]과 [마테오리치 기억의 궁전]을 읽고나서 집어든 책은 미야자키 이치사다라는 일본 역사학자의 [옹정제]였다. 

이 책은 1951년도에 출판되었던 책으로 지금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과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옹정제라는 숨어있는 황제에 대한 연구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미야자키의 이 책은 그 중요도를 무시할 수 없다 한다. 

[옹정제]는 그 양이 적어 읽기 편한 글씨와 넉넉한 간격을 둔 디자인을 이룬 책이다. 그 내용이 적어 다른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는 내내 이야기를 하듯이 자신의 의견을 시기적절하게 적용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옛날 구중궁궐에 이런 일이 있었단다...라는 식의 이야기체로 중국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접근하기 쉬울만한 필체이다. 

그러나 단지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옹정제를 미야자키라는 노()역사가가 다시 들추어 낸 이유가 무엇이며 이 책이 출판된 1951년의 중국정세를 상상했을때 이 작가는 옹정제를 통해 그 당시의 중국과 그리고 현재가 되어버린 미래의 중국을 한꺼번에 통찰하려했음을 알 수 있다. 

1951년, 중국이 공산당 혁명을 승리로 이끌고 마오쩌둥이 중국의 새로운 황제로 등장하였던 시기다. 

미야자키의 옹정제는 책의 마지막 장을 "독재정치의 한계"라는 제목으로 마무리하였다. 

작가는 아마도 그 당시의 중국의 모습을 또 다른 하나의 전제정치, 황제독재정치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상해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낸 나로서도 중국은 정신적 실질적 황제없이는 존재하기 힘든 나라로 보일때도 있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 정부를 믿고 있고 공산당이라는 유일당만이 존재하며 정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느냐는 푸단대 사회학과 졸업생의 말을 듣었던 나는 이들의 정치의식이 평균적으로 어느 수준에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중국의 자본주의는 급속히 발전할 것이며 이들 천성의 장사기질은 개혁개방이후 들어온 자본주의로 인해 엄청난 꽃을 피울 것이지만 5천년이 약간 안되는 오랜 세월동안 황제없이 살지 않았던 국민들과 현대화 이후에도 종신제나 마찬가지인 세명의 주석을 나랏님처럼 모시고 살던 이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50년이 지난 오늘에서도 중국을 보는 눈이 이럴 것임을 작가는 미리 예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역사란 항상 돌고 돈다했다. 그리고 과거의 일이 결국은 반복되기도 한다했다. 나는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작가 미야자키가 역사가 무엇인지 알고 1951년에 300년 청조역사에서 불과 13년동안 권좌에 앉아 있던 조용한 황제 옹정제를 일부러 끄집어 낸 것은.. 분명히 뭐라 말할 수 없는 의미가 있어보인다. 

작가는 또한 이런말을 했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거나 영토를 확장한 왕만이 이름있는 전제군주로 역사에 남는 것은 무척 슬픈일이라고. 

40이 넘어 천자의 자리에 올랐던 옹정제. 그의 가리워진 인생을 들추어보며 역사에 대한 감을 느껴보는 것...적잖이 만족스런 일이었다.


20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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