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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그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거부감.
그것은 보름달이 뜨는날 잠들지 못하는
지독히 민감한 내 내면의 소리였다.
그를 만나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사랑하게 되어 가슴아플 것이라고
그리고 상처받게 될 것이라고
모기에 물린 자욱도 알지 못하는
미련하고 두터운 나의 육체와 달리
지겹도록 민감한 내 내면의 소리였던 것이다.
나는 알지 못했던 내 내면의 소리.
그녀를 따라 종로를 걸었다.
그리고 광화문에 다다르고 삼청동을 넘었다.
서울다운 종로에서 가장 서울답지 않은 북악산 밑에 섰다.
그녀의 기억을 따라 나는 땅을 파고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보름달 뜬 하늘을 봤다.
그래..그녀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를 만나고 나면 이렇게 슬픈 것을.
그녀는 나에게 해결할 수 없는 욕망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렇게 스르르 나를 떠난다.
몇개월이 지나면
나는 알 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또 다시
그녀를 찾을 것이다.
그녀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는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알고 있다...
신경숙의 바이올렛을 읽고...
200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