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었다 우리 역사 바로잡기 2
이덕일.김병기.박찬규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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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화두는 고구려라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2007년 MBC는 고구려로 시작해 고구려로 끝을 내고 있다. KBS는 더 나아가 고구려의 유민들이 건국했다는 발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 학자들은 드라마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해주고, 또한 드라마는 픽션이므로 어쩔 수 없지만, 왜곡된 역사를 다시 정정하는 것이 역사학자들이 할 일이라고 조심스럽고도 친절하게 운을 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태왕사신기나 주몽이 틀렸다고 얘기하는 책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고구려에 대한 진실들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공동저자 이덕일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 학자이자, 역사서 저술가다. 예전에 그가 지은 “사도세자의 고백”을 참 재밌게 읽었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스스로를 원망한다.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썼고 고구려의 이야기를 적은 그는 요즘 월화수목 밤마다 MBC 채널을 보고 있을까 궁금하다. 이 책의 의도는 고구려를 되찾자라는 주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실정에, 우리가 고구려를 더 널리 알리고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이 책을 쓰게 된 동기였을 게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삼국사기부터 중국의 유교적 역사관에 물들었으며, 이후 식민사관에 물들어 고구려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을 너무 많이 접해왔다는 것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고구려를 축소하거나 외국에 조공을 바쳤던 나라로 묘사하고 있고 그의 사관은 어찌보면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중국의 사관에 근접했다는 것. 그 이후 식민사관에 의해 또 한번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국토가 양분화 되고 이데올로기가 판치던 세상 때문에 우리는 고구려보다는 신라와 백제를 더 우수한 문화로 여기진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많은 초등학생들이 삼국통일을 배울 때 하는 말로 시작한다. “에이 –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 그 땅은 다 우리 껀데.” 라는 말. 딸아이가 한국사를 배우기 시작하고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자 아이 아빠는 신라의 삼국통일이 나라를 망친 게라고 당나라에 팔아먹은 거나 다름없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해가며 아이의 의견에 맞장구를 쳐준다. 이미 지나간 역사는 돌이킬 수 없다. 아쉬운 역사가 어디 고구려 뿐이랴. 아쉬운 역사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오히려 더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끊임없이 이익에 의해 왜곡되어 가고 있고 우리는 팔짱 끼고 앉아 한국사를 다시 써야 하는 위기에 처할 지도 모른다. 유적지가 해외에 있다는 것, 그래서 그 유적들을 우리가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 그러니까 영토가 축소되어 과거의 역사를 우리가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알기라도 해야 뭘 어쩌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책은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추모대왕으로 읽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부터 고구려는 어느 날 아침에 짠하고 추모대왕이 만들어 냈다기 보다는 여러 부족들이 합쳐져 발생한 나라를 추모대왕이 비로소 국가의 형태를 갖추어 제대로 체계를 잡았다는 쪽에 무게를 실어준다. 또한 그가 하늘의 아들이의 물의 신의 외손자라는 사실이 고구려 민족의 강한 자부심, 하늘을 이어받았다는 민족적 긍지를 일깨워주는 것이라 알려준다. 또한 고구려 유민들이 남아 이정기 일가가 중원에 제 라는 나라를 만들었다는 것 (KBS 한국사전에서도 다룬 바 있다), 대조영의 발해 이야기와 연개소문에 대한 왜곡된 중국적 사관에 대한 오해도 풀어준다. 또한 동북공정이 시작되기 전 박찬규가 다녀온 고구려 산성 답사기도 부록으로 실려있는데, 요녕성 심양부터 저 멀리 정주와 낙양까지 이르는 광대한 고구려의 영토를 실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적은 안시성은 아직도 당의 후손들과 전쟁중이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서 박힌다.



한 참 동북공정으로 말이 많았을 때, 한 친구와 고구려는 한국꺼나 중국꺼가 아니고 그저 고구려꺼지 라는 무력한 이야기도 나눴었는데, 고구려의 후손들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에까지 흘러들어갔겠지만, 고조선의 뿌리를 둔 나라가 단순히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몰락하는 모습을 후손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무지몽매한 중국의 인민들은 중국정부의 계획대로 서서히 물들어 갈 것이고 우리는 고구려를 잊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칠 지도 모르겠다. 민족주의나 국수주의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이 있지만, 한국사의 일부인 고구려사를 누군가 휘적거려 놓아 왜곡이 이루어지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일이므로, 그 것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우리 역사 바로잡기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첫 번째 책은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라는 책으로 시작한다. 왜곡된 사관을 가지고 좋은 부모 노릇 하기는 어렵다. 아주 편협하게 단지 내 자식을 위해서라도 어른된 입장에서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다.



2007.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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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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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이란 생명과학자들이 어떻게 생물의 진화 역사와 진화 과정을 재구성하는지, 그리고 진화의 패턴과 과정이 다른 생물학 연구들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공부하는 학문이다. 진화생물학은 화석 증거에 기반하여 생물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고전 진화생물학에서부터 DNA와 RNA를 비롯한 분자유전학적 증거를 사용하는 현대 진화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있다. 진화가 무엇임을 이해함으로서 우리는 생물들이 어떻게 지구에 적응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지구의 변화에 적응해나갈지를 예측할 수 있다.

생물학적 진화(biological evolution)는 세대를 지남에 따라 생물의 집단의 구성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진화라는 단어는 생물학 이외에도 천문학, 경제학, 사회학 등 많은 곳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생물학적 진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 간단한 정의는 다윈이 자연선택설을 바탕으로 한 진화론을 제시한 후 현대 사회에 있어서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후, 멘델이 유전학의 기초를 성립하며 진화론은 유전학의 내용들을 받아들여 진보해나갔고, 20세기 들어 분자유전학이 발전하면서 마침내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출처 : http://sgfrey.egloos.com/3375180



이 책은 진화생물학에 대한 연구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에 대한 책이라고 한다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나, 로빈 베이커의 정자전쟁 등도 있겠지만, 최근에 개정증보판으로 펴낸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는 생물중에도 인간의 생식과 번식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진화생물학 판이라고 해도 될까? 책은 무척 두툼하지만,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이 책은 진화생물학에 기초하기 때문에 인간이 진화한다는 논리를 믿고 출발해야 한다. 수십만년 세월이 지나고 인간들이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에 대해서 긍정할 수 없다면, 600여페이지나 되는 이 책의 모든 내용들이 다 헛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각 문화와 사회에 따라서 조금씩 변화했고 적응했으며, 그게 바로 진화라는 것에 대해서 믿고 시작한다면, 이 책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인간행동의 난제들을 속시원히 답해줄 것이다.



일례로 남자는 왜 평생 직장을 갖고 돈을 벌며, 여자는 왜 대부분 결혼하면 육아와 가사에 책임을 지게 되는가 하는 이야기들은 여러 진화생물학자가 이전에 이미 주장했듯이 그게 유전적 기질에 의해 서로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발달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자들은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좌뇌와 우뇌의 발달이 남자보다 고르다는 이야기도 하며, 그로 인해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멀티플레이어적 기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아직도 세계의 일부 지방에는 모계사회가 남아있고 남자들이 전쟁에만 충실했던 지역에서 여자들은 육아와 가사, 그리고 집으로 식량을 끌어들이는 일까지 책임진다. 남자들은 전쟁과 사냥에 충실해야 했고 여자들은 그 외의 일에 집중해야 했다. 그런 이유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 남자가 가계 경제를 책임지고 여자들은 가사일을 맡은 것으로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즈음부터 시작한다. 왜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선호하는가, 왜 여자들은 능력있는 남자들을 선호하는가, 왜 남자들은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선호하는가에 대해서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말한다. 여기서 독자가 인간 대 인간의 구애행위를 보는 시각은 다분히 생물학적이어야 한다. 이 책은 많은 자료와 통계, 조사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그에 대해서 물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고, 모든 예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이 책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그렇다, 하는 가설을 중심으로 했다. 대부분의 문명사회에서 키가 큰 남자가 돈을 잘 버는 경향이 높고, 학벌이 좋거나 집안이 좋은 남자들이 더 높은 소득을 올린다. 여자들은 자녀를 양육하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경제적 원조를 지속할 수 있는 남자들을 찾게끔 진화해왔고, 그래서 인기있는 남자라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아름다운 피부와 얼굴, 윤기있는 머리칼은 생식력을 상징한다. 건강하고 젊은 여자가 나이들고 병든 여자보다 자식을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높다. 그런 이유로 남자들은 대부분 건강하고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선호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건강해보인다는 것을 말하며, 탄력있는 피부와 붉은 입술등이 여자가 번식을 할 수 있을만큼의 건강함을 가졌다는 상징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 배우자의 외도와 여성배우자의 외도는 그 피해비용이 다르다. 여성들은 남성이 육체적 정사를나눈 경쟁자보다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경쟁자와의 외도에 더 격분한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을 통해야만 번식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정신적 교감의 외도보다는 육체적 외도를 더 중시한다. 남자들의 육체적 외도는 이런 이유로 많은 여성들에게 용서가 된다. 남성의 육체적 외도로 여자와 남자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여자가 겪어야 할 어려움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이혼을 한 남녀중 재혼율은 남성이 훨씬 높다. 이혼을 할 때쯤이 된다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번식능력이 이미 현저히 떨어졌을 뿐 아니라, 양육해야 할 자녀들까지 있기 때문에 재혼이 더 어려워지지만, 남자들은 여성들보다 번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길게까지 이어지고 남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적 지위가 상승해 재혼에 쉽게 성공한다. 만일 여성의 외도로 두 남녀가 헤어지게 된다면, 공격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화한 남성 배우자에 의해 폭행을 당하거나 경제적 원조등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일부 사회에서는 여성의 외도로 인한 살인은 묵인되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회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상 여성들은 남성의 육체적 외도를 묵인하고, 자신은 외도를 하지 않는 것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스웨덴과 같은 남녀평등이 확실하고 사회적 복지제도가 보장된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맥락으로 똑같이 이해되지 않는다. 저자는 그러니까, 인간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진화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이러한 생물학적 접근으로 인해 내가 왜 이 사람을 만나서 함께 살고 있으며, 우리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남편이나 부인의 불친절한 행동의 근원이 어디에 있으며, 각자의 은밀한 성전략, 혹은 미혼이라면 참고할 만한 경쟁자를 의식해 상대편을 공략하는 법까지 안내되어 있다고나 할까.

꼭 결혼하려면 이렇게 해라. 고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생물학적 근거로 이러한 방법이 효과가 있다라는 연구결과는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몇 개의 미스터리를 남겨두었다. 좀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동성애에 관한 문제와 강간과 친족 기피 현상등에 대해서 맨 마지막 장에 여태까지 연구가 진행된 부분과 앞으로 우리가 진화생물학적으로 풀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인간의 짝짓기에 대한 진화생물학적 접근이라 할 수 있겠는데, 물론 선량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더 사랑하세요. 라고 말을 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나는 이성의 이러한 행동들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고 이해할 수가 없다면, 이 책 속에 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남편의 어이없던 행동들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2007.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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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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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03.6. 지구영웅전설
2003.8.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005.6. 카스테라

2006.9. 핑퐁

단편

 

갑을고시원체류기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누런강 배한척

 

그러니까, 박민규라는 작가는 이 소설 지구영웅전설을 출간한 지 2달만에 역작,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출간한다. 이미 써놓았을 것이다. 부지런히 써놓고 기다렸을 것이다. 책이 출간되기를.

삼미슈퍼스타즈를 먼저 읽었던 나로서는 박민규라는 이 생김새 사뭇 독특한 아저씨의 그 독특한 글에 완전히 매료되었었다. 이후 이어진 그의 단편들에서 아,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거 아냐? 할 정도의 시기심을 느꼈었다. 누군가는 질질 늘어뜨려 청승맞게 이야기 하는 것들을 박민규는 가볍고 통쾌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약간은 시큰둥하다. 그래 뭐 그런거지. 그렇다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정도의 어투라고나 할까.

 

체험하지 않은 것을 쓰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라는 이야기를 읽었다. 박민규는 우리가 체험할 수 없는 이야기를 여기서 펼쳐놓는다.

지구 영웅 전설엔 우리가 익숙히 잘 아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슈퍼맨, 배트맨, 아쿠아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헐크 등등. 그 영웅들 속에 우연히 등장한 바나나맨.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한국에서 온 어설픈 영웅의 엑스트라다.

 

지구 영웅 전설은 미국의 영웅들 사이에서 성장기를 보낸 바나나맨의 이야기다. 그가 영웅들 사이에서 세계의 섭리를 깨닫고, 그 영웅들이 세계를 어떻게 지배하는가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간략한 내용. 쉽게 말해, 미국 패권주의를 희화화한 풍자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만화상의 캐릭터들을 소설로 끌어들인 점과 박민규 특유의 입담좋은 서술과, 쉽게 할 수 있을 수도 있는 단순한 상상력을 소설의 영역으로 승화시킨 점이 과연 상을 받을만 한 작품이라 하겠다.

 

그리 두껍지 않고 심오한 내용을 가벼운 듯이 이야기해서 매우 잘 읽힌다.

두꺼운 책들에 질식할 듯한 기분이라면, 박민규의 데뷔작으로 다시 글자들의 춤을 신나게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2007.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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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정진상.정성진 옮김 / 책갈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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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를 읽고 난 뒤, 막시즘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에서 학부를 다니느라 공산주의 이론을 조금 접해보긴 했지만, 그네들의 주의 교육은, 마치 우리나라의 지리한 고등학교 윤리과목처럼 변질되었고 동기들은 평생을 들어온 지겨운 이야기라며 외면했다. 나 역시 신선한 그 “주의”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지만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막시즘이라니, 그 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은 산재해 있다는 핑계하에 나는 제대로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사상의 한 장도 열어보지 못했다. 집에 이론과 실천에서 80년대 후반에 나온 “자본 1-1”이 있었지만 그 역시 읽어보지 않았다. 아무래도 막시즘을 이제 와서 읽는다는 건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고른 것은 막시즘에 대한 입문서. 내가 찾던 바로 그 입문서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이 책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짐바브웨 출신으로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대학에서부터 자본주의를 공부했고 경력과 저서로 보아 반골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다. 이 사람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신뢰도가 높아져 다음에도 이 양반의 저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사회주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임은 틀림없다.



책은 번역자가 가장 잘 만들어진 막시즘의 입문서라고 하는 말을 어기지 않는다.



일단 나처럼 막시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1장에는 막스의 생애를 간단히 요약해놓았다. 그리고 막스 이전의 사회주의로 유럽의 계몽주의와 공상적 사회주의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시작된 사상들이 막시즘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토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후 맑스에게 영향을 끼쳤던 리카도, 헤겔, 포이어바흐의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음 맑스의 사상으로 옮겨간다. 맑스의 방법, 역사와 계급투쟁, 그의 자본주의, 노동자 권력에 대하여 나누어 설명한 후, 맑스와 오늘의 세계란 주제로 현대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맑스가 주창했던 사상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깔끔하게 결론내고 있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막시즘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들을 정리해놓은 “후주”부분인데, 추천할 만한 책들의 특성에 대하여 마치 강의를 듣는 것처럼 친절하게 정리해놓았다.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조금 편협하다. 라고 과감하게 정리해주었다.



이 책에서는 일단 제목에서 말하듯이 그의 사상이 얼마나 혁명적이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맑스 이전,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정리되었던 세상은 두 가지 목적이었다. 만물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단 하나의 계획과 특별한 목표에 부합하며, 이런 사상은 봉건질서를 창조했고 이 사상들은 신이 창조한 우주의 안정과 조화를 구축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계급들이 성장한다. 계급은 자본에 의해 통제와 이윤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과학자들은 봉건적 세계관과 충돌했고 부르주아지는 봉건제도의 구속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17세기의 과학 혁명은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이 감히 생각하게 되자마자, 사제의 제국은 파괴된다.(돌바크)” 이후 계몽주의 사상이 출현했고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 사회주의가 발생한다. 프랑스 혁명의 사상과 현실이 부딪치면서 공상적 사회주의가 발생하였으나 공상적 사회주의와 막시즘의 큰 차이점은 노동자 계급이 혁명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어떻게 나아갈 지에 대해서 이해도 하지 못했다. 이를 위해 계몽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과 자본주의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독일 고전철학과 영국의 정치경제학이 필요했고 이 두 가지가 막시즘의 원천을 조성한다. 그 사상들이 리카도와 헤겔, 포이어바흐라고 저자는 정리했다.



사회주의가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시점에서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사회주의의 골고루 나눈다는 기본 이론이 인간 본성에 거스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인간은 더 가지려고 하는 존재이지 나누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기독교의 원죄 개념에서부터 출발하지만 막스는 그의 방법론에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분석방법은 인간에게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주어진 사회 단계에서 출발한다.” 라고 말하며 인간 본성 개념은 거부했지만, 매우 상이한 사회들에서 사는 인류는 공통적인 것을 가지고 있고 이런 공통 속성이 인간 사회가 변동하고 인간들의 신념과 욕구, 능력이 변동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막시즘이 출발한다. 막스는 “노동은 인간의 본질”이며, “인간이 스스로 하나의 유적 존재가 되는 것은, 바로 인간이 대상 세계를 상대로 노동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 생산은 인간의 활동적인 유적 삶이다. 이 생산을 통해 자연은 인간의 노동과 현실로 나타난다”고 피력한다. 여기서 막스의 유물론이 출발한다. 이후 막스는 계급을 만드는 사회와 그 사회에서 자본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 분석한다. 맑스의 분석 방법은 구체에서 추상으로, 구체적인 것을 헤치고 그 가장 단순한 규정에 도달하고 그 다음에 추상에서 구체로 이러한 규정을 사용해 전체를 재구성한다.



그의 분석들은 모두 탁월했다. 그의 모든 이론들은 바이블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본주의는 결함이 있는 제도이고 이로 인해 계급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며, 세계를 구원할 것은 오로지 노동자 계급의 봉기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해왔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라는 것. 그의 말이 지구를 뒤집어놓았다.



이 책은 이다지도 친절하여 칼 맑스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부터 시작해 그가 어떤 사상에 영향을 받았고, 또한 그의 사상이 출발할 수 밖에 없었던 세계의 가치관의 변화와 그의 사상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 나가야 하는지까지 종합적으로 개괄하고 있으므로 그의 사상에 대해서 매우 어설픈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하다. 만약 당신이 이제 와서 막시즘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면서 그래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몇 번 곱씹어 읽으면 막시즘에 대한 필수상식은 머릿속에 잘 정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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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
로버트 E. 쿼크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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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장에서 정말 오랫동안 먼지만 먹고 있던 책이다. 아마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난 뒤 그리고 또 한참이 지나서 샀던 책인 거 같은데 700페이지나 되는 그 두툼한 두께에 자꾸 뒤로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이 앞에 읽은 메구스타 쿠바를 전채요리 삼아, 이제 본요리를 먹어볼 요량으로, 700페이지짜리 피델 카스트로를 꺼냈다.

문제는, 이 책은 피델 카스트로의 평전이라 보긴 어려운 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책 앞 제목에는 쿠바 YES, 양키 NO 라는 구호가 적혀있어 피델 카스트로의 영웅적인 면을 부각시킨 책이 아닐까 했던 것은 나의 오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쿠바 혁명에 대한 책을 더 읽어보려고 여기저기 뒤적거리고 있는데 딱히 땡기는 책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아무튼 이 책은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환상을 더 키워주기는커녕 그를 너무나 냉소적으로 혹은 적잖게 폄하한 듯한 평이 주를 이룬다. 저자가 바로 미국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 소개는 다음과 같다.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가르쳤으며, 라틴 아메리카 연구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라틴 아메리카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멕시코 혁명>, <멕시코 혁명과 카톨릭>, <영예로운 사건>등을 발표하였으며 <아메리카 역사 리뷰>지의 편집을 맡기도 했다.” 저자는 미국인이고, 이 책을 쓰기 위해 거의 10여년동안 쿠바혁명과 카스트로에 대한 자료를 찾아 헤매었다고 서문에 밝혔다. 책의 요점은 맨 마지막 페이지에 몇 문장으로 압축되어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쿠바의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조국이 멸망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가 권력과 특권을 포기하기 전에 말이다. 그리하여 역사는, 지난 50년 동안 쿠바를 이끌었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체 게바라와 쿠바 혁명에 대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마치 <중국의 붉은 별>을 읽고 난 뒤 중국행을 결심한 사람들처럼. 혁명에 대한 이야기와 혁명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분히 자극적이다. 그들이 영웅이 되지 않는다면 그 체제는 존립하기 어려워진다. 성공한 쿠데타와 성공한 혁명엔 멋진 영웅들이 필요하다. 체 게바라 평전은 분명 체 게바라를 영웅화 하는데 큰 몫을 했다. 나 역시 그러한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책을 읽는다면 배신감마저 들 것이다. 책의 요지는 피델 카스트로가 얼마나 어이없이 얼토당토 않게 쿠바의 수장이 되었는지, 그리고 쿠바의 수장이 된 이후에도 얼마나 멍청한 짓들을 많이 했는지, 그리하여 결국 쿠바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미국과 제 3국으로 보트를 타고 망명을 했는지, 미국은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바는 없지만 책을 통해서 분명 진보좌익은 절대 아니며 보수우익은 아니더라도 중도보수내지는 온건우익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 사상을 가진 사람임이 분명하다.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책을 읽고 난 나는 아,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지 싶었다. 책을 고르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환상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은 내가 생각하고 싶은 사상을 더 단단하게 다지는 기능을 해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믿고 싶은 것들에 대한 책을 읽으며 그래 내 생각이 옳았지. 라고 스스로의 세상을 구축해 나갈 수도 있는 것이 독서의 기능중 하나이다. 그게 순기능이든 역기능이든,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사상과 동조하면서 스스로의 기쁨을 찾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나의 모든 체계를 “홀딱 깨버린” 책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받았던 그 혁명에 대한 감동을 쿠바로 전이시켜 다시 한 번 감동에 휩싸여보고 싶은 생각에서 쿠바에 접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오리지날 양키께서 써주신 책을 읽게 되니 황망할 따름이다. 이 빌어먹을 되지도 않는 또라이 피델 카스트로. 너는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막시즘도 뭔지 모르면서 맨날 손이나 쳐들고 연설이나 길게 하면 다냐. 라고 혀를 끌끌 차고 있는 한 남자의 700페이지 10년에 걸친 대작을 통해서 정신이 혼미해져버렸다. 중국에서 늘 안타까웠던 것은 그 치열하고 아름답던 혁명이 사라져버리고 공산주의와 모택동 사상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져버린 신자본주의 악다구니 쓰던 그 세상을 접했던 것처럼 피델 카스트로라는 이 책은 혁명에 대한 모든 환상을 무너뜨려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소련의 붕괴, 중국의 신자본주의화, 고립된 쿠바와 북한등 모든 공산/사회주의 체제의 실패를 보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 지어지고 있던 쿠바혁명에 대한 환상도 모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러면서 이 책이 과연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도 50년간 장기집권한 카스트로에겐 뭔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하긴 김일성도 장기집권을 했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역사와 역사속의 인물은 진정 역사만이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쿠바를 가보지도 못했고 쿠바사람들의 살아있는 증언을 들어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무엇이 옳다 그르다 감히 말 할 수 없지만, 모두가 가난한 사회를 만든 지도자는 죄인이다라는 미국식 명제하에서 카스트로는 역사속의 크나큰 죄인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 책안에서는 그렇다. 아주 오랜만에 상반된 사상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고 막시즘이나 공산주의/사회주의와 자본주의로 연결되는 내용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딱히 맘에 드는 책을 찾지 못했다. 추천해주시면 감사.

2007.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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