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정진상.정성진 옮김 / 책갈피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피델 카스트로를 읽고 난 뒤, 막시즘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에서 학부를 다니느라 공산주의 이론을 조금 접해보긴 했지만, 그네들의 주의 교육은, 마치 우리나라의 지리한 고등학교 윤리과목처럼 변질되었고 동기들은 평생을 들어온 지겨운 이야기라며 외면했다. 나 역시 신선한 그 “주의”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지만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막시즘이라니, 그 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은 산재해 있다는 핑계하에 나는 제대로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사상의 한 장도 열어보지 못했다. 집에 이론과 실천에서 80년대 후반에 나온 “자본 1-1”이 있었지만 그 역시 읽어보지 않았다. 아무래도 막시즘을 이제 와서 읽는다는 건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고른 것은 막시즘에 대한 입문서. 내가 찾던 바로 그 입문서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이 책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짐바브웨 출신으로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대학에서부터 자본주의를 공부했고 경력과 저서로 보아 반골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다. 이 사람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신뢰도가 높아져 다음에도 이 양반의 저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사회주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임은 틀림없다.



책은 번역자가 가장 잘 만들어진 막시즘의 입문서라고 하는 말을 어기지 않는다.



일단 나처럼 막시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1장에는 막스의 생애를 간단히 요약해놓았다. 그리고 막스 이전의 사회주의로 유럽의 계몽주의와 공상적 사회주의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시작된 사상들이 막시즘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토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후 맑스에게 영향을 끼쳤던 리카도, 헤겔, 포이어바흐의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음 맑스의 사상으로 옮겨간다. 맑스의 방법, 역사와 계급투쟁, 그의 자본주의, 노동자 권력에 대하여 나누어 설명한 후, 맑스와 오늘의 세계란 주제로 현대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맑스가 주창했던 사상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깔끔하게 결론내고 있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막시즘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들을 정리해놓은 “후주”부분인데, 추천할 만한 책들의 특성에 대하여 마치 강의를 듣는 것처럼 친절하게 정리해놓았다.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조금 편협하다. 라고 과감하게 정리해주었다.



이 책에서는 일단 제목에서 말하듯이 그의 사상이 얼마나 혁명적이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맑스 이전,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정리되었던 세상은 두 가지 목적이었다. 만물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단 하나의 계획과 특별한 목표에 부합하며, 이런 사상은 봉건질서를 창조했고 이 사상들은 신이 창조한 우주의 안정과 조화를 구축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계급들이 성장한다. 계급은 자본에 의해 통제와 이윤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과학자들은 봉건적 세계관과 충돌했고 부르주아지는 봉건제도의 구속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17세기의 과학 혁명은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이 감히 생각하게 되자마자, 사제의 제국은 파괴된다.(돌바크)” 이후 계몽주의 사상이 출현했고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 사회주의가 발생한다. 프랑스 혁명의 사상과 현실이 부딪치면서 공상적 사회주의가 발생하였으나 공상적 사회주의와 막시즘의 큰 차이점은 노동자 계급이 혁명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어떻게 나아갈 지에 대해서 이해도 하지 못했다. 이를 위해 계몽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과 자본주의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독일 고전철학과 영국의 정치경제학이 필요했고 이 두 가지가 막시즘의 원천을 조성한다. 그 사상들이 리카도와 헤겔, 포이어바흐라고 저자는 정리했다.



사회주의가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시점에서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사회주의의 골고루 나눈다는 기본 이론이 인간 본성에 거스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인간은 더 가지려고 하는 존재이지 나누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기독교의 원죄 개념에서부터 출발하지만 막스는 그의 방법론에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분석방법은 인간에게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주어진 사회 단계에서 출발한다.” 라고 말하며 인간 본성 개념은 거부했지만, 매우 상이한 사회들에서 사는 인류는 공통적인 것을 가지고 있고 이런 공통 속성이 인간 사회가 변동하고 인간들의 신념과 욕구, 능력이 변동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막시즘이 출발한다. 막스는 “노동은 인간의 본질”이며, “인간이 스스로 하나의 유적 존재가 되는 것은, 바로 인간이 대상 세계를 상대로 노동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 생산은 인간의 활동적인 유적 삶이다. 이 생산을 통해 자연은 인간의 노동과 현실로 나타난다”고 피력한다. 여기서 막스의 유물론이 출발한다. 이후 막스는 계급을 만드는 사회와 그 사회에서 자본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 분석한다. 맑스의 분석 방법은 구체에서 추상으로, 구체적인 것을 헤치고 그 가장 단순한 규정에 도달하고 그 다음에 추상에서 구체로 이러한 규정을 사용해 전체를 재구성한다.



그의 분석들은 모두 탁월했다. 그의 모든 이론들은 바이블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본주의는 결함이 있는 제도이고 이로 인해 계급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며, 세계를 구원할 것은 오로지 노동자 계급의 봉기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해왔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라는 것. 그의 말이 지구를 뒤집어놓았다.



이 책은 이다지도 친절하여 칼 맑스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부터 시작해 그가 어떤 사상에 영향을 받았고, 또한 그의 사상이 출발할 수 밖에 없었던 세계의 가치관의 변화와 그의 사상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 나가야 하는지까지 종합적으로 개괄하고 있으므로 그의 사상에 대해서 매우 어설픈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하다. 만약 당신이 이제 와서 막시즘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면서 그래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몇 번 곱씹어 읽으면 막시즘에 대한 필수상식은 머릿속에 잘 정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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