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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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이란 생명과학자들이 어떻게 생물의 진화 역사와 진화 과정을 재구성하는지, 그리고 진화의 패턴과 과정이 다른 생물학 연구들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공부하는 학문이다. 진화생물학은 화석 증거에 기반하여 생물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고전 진화생물학에서부터 DNA와 RNA를 비롯한 분자유전학적 증거를 사용하는 현대 진화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있다. 진화가 무엇임을 이해함으로서 우리는 생물들이 어떻게 지구에 적응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지구의 변화에 적응해나갈지를 예측할 수 있다.

생물학적 진화(biological evolution)는 세대를 지남에 따라 생물의 집단의 구성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진화라는 단어는 생물학 이외에도 천문학, 경제학, 사회학 등 많은 곳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생물학적 진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 간단한 정의는 다윈이 자연선택설을 바탕으로 한 진화론을 제시한 후 현대 사회에 있어서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후, 멘델이 유전학의 기초를 성립하며 진화론은 유전학의 내용들을 받아들여 진보해나갔고, 20세기 들어 분자유전학이 발전하면서 마침내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출처 : http://sgfrey.egloos.com/3375180



이 책은 진화생물학에 대한 연구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에 대한 책이라고 한다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나, 로빈 베이커의 정자전쟁 등도 있겠지만, 최근에 개정증보판으로 펴낸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는 생물중에도 인간의 생식과 번식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진화생물학 판이라고 해도 될까? 책은 무척 두툼하지만,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이 책은 진화생물학에 기초하기 때문에 인간이 진화한다는 논리를 믿고 출발해야 한다. 수십만년 세월이 지나고 인간들이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에 대해서 긍정할 수 없다면, 600여페이지나 되는 이 책의 모든 내용들이 다 헛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각 문화와 사회에 따라서 조금씩 변화했고 적응했으며, 그게 바로 진화라는 것에 대해서 믿고 시작한다면, 이 책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인간행동의 난제들을 속시원히 답해줄 것이다.



일례로 남자는 왜 평생 직장을 갖고 돈을 벌며, 여자는 왜 대부분 결혼하면 육아와 가사에 책임을 지게 되는가 하는 이야기들은 여러 진화생물학자가 이전에 이미 주장했듯이 그게 유전적 기질에 의해 서로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발달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자들은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좌뇌와 우뇌의 발달이 남자보다 고르다는 이야기도 하며, 그로 인해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멀티플레이어적 기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아직도 세계의 일부 지방에는 모계사회가 남아있고 남자들이 전쟁에만 충실했던 지역에서 여자들은 육아와 가사, 그리고 집으로 식량을 끌어들이는 일까지 책임진다. 남자들은 전쟁과 사냥에 충실해야 했고 여자들은 그 외의 일에 집중해야 했다. 그런 이유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 남자가 가계 경제를 책임지고 여자들은 가사일을 맡은 것으로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즈음부터 시작한다. 왜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선호하는가, 왜 여자들은 능력있는 남자들을 선호하는가, 왜 남자들은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선호하는가에 대해서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말한다. 여기서 독자가 인간 대 인간의 구애행위를 보는 시각은 다분히 생물학적이어야 한다. 이 책은 많은 자료와 통계, 조사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그에 대해서 물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고, 모든 예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이 책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그렇다, 하는 가설을 중심으로 했다. 대부분의 문명사회에서 키가 큰 남자가 돈을 잘 버는 경향이 높고, 학벌이 좋거나 집안이 좋은 남자들이 더 높은 소득을 올린다. 여자들은 자녀를 양육하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경제적 원조를 지속할 수 있는 남자들을 찾게끔 진화해왔고, 그래서 인기있는 남자라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아름다운 피부와 얼굴, 윤기있는 머리칼은 생식력을 상징한다. 건강하고 젊은 여자가 나이들고 병든 여자보다 자식을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높다. 그런 이유로 남자들은 대부분 건강하고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선호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건강해보인다는 것을 말하며, 탄력있는 피부와 붉은 입술등이 여자가 번식을 할 수 있을만큼의 건강함을 가졌다는 상징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 배우자의 외도와 여성배우자의 외도는 그 피해비용이 다르다. 여성들은 남성이 육체적 정사를나눈 경쟁자보다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경쟁자와의 외도에 더 격분한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을 통해야만 번식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정신적 교감의 외도보다는 육체적 외도를 더 중시한다. 남자들의 육체적 외도는 이런 이유로 많은 여성들에게 용서가 된다. 남성의 육체적 외도로 여자와 남자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여자가 겪어야 할 어려움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이혼을 한 남녀중 재혼율은 남성이 훨씬 높다. 이혼을 할 때쯤이 된다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번식능력이 이미 현저히 떨어졌을 뿐 아니라, 양육해야 할 자녀들까지 있기 때문에 재혼이 더 어려워지지만, 남자들은 여성들보다 번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길게까지 이어지고 남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적 지위가 상승해 재혼에 쉽게 성공한다. 만일 여성의 외도로 두 남녀가 헤어지게 된다면, 공격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화한 남성 배우자에 의해 폭행을 당하거나 경제적 원조등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일부 사회에서는 여성의 외도로 인한 살인은 묵인되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회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상 여성들은 남성의 육체적 외도를 묵인하고, 자신은 외도를 하지 않는 것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스웨덴과 같은 남녀평등이 확실하고 사회적 복지제도가 보장된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맥락으로 똑같이 이해되지 않는다. 저자는 그러니까, 인간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진화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이러한 생물학적 접근으로 인해 내가 왜 이 사람을 만나서 함께 살고 있으며, 우리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남편이나 부인의 불친절한 행동의 근원이 어디에 있으며, 각자의 은밀한 성전략, 혹은 미혼이라면 참고할 만한 경쟁자를 의식해 상대편을 공략하는 법까지 안내되어 있다고나 할까.

꼭 결혼하려면 이렇게 해라. 고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생물학적 근거로 이러한 방법이 효과가 있다라는 연구결과는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몇 개의 미스터리를 남겨두었다. 좀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동성애에 관한 문제와 강간과 친족 기피 현상등에 대해서 맨 마지막 장에 여태까지 연구가 진행된 부분과 앞으로 우리가 진화생물학적으로 풀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인간의 짝짓기에 대한 진화생물학적 접근이라 할 수 있겠는데, 물론 선량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더 사랑하세요. 라고 말을 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나는 이성의 이러한 행동들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고 이해할 수가 없다면, 이 책 속에 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남편의 어이없던 행동들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2007.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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