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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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자매님 바쁘신 중인가 보다, 으음, 다른 게 아니라, 오늘 이렇게 우리 자매님께 좋은 말씀, 귀한 말씀 하나 전하려 하는데, 어떻게 우리 자매님, 주일마다 나가시는 서점이...... 아, 없으시구나, 그렇죠, 요즘 사는 거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일주일에 딱 하루, 주일날 서점 가서 책느님 좋은 말씀 듣고 올 만한 여유도 다들 없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저희가, 귀한 말씀 전하려 자매님 댁으로 직접 이렇게 발걸음을 한 거랍니다. 네, 네, 자매님, 그럼요, 저희 뭐 팔려고 이러는 거 절대 아니구요, 아유, 그럼 벌 받죠, 책느님이 다 지켜보고 계신데, 저희가 어떻게, 네, 네, 그럼 말씀 좀 전해 볼까요?


우리 자매님, 한 달에 책느님 몇 권 영접하시는지 혹시 여쭤봐도? 두 권! 오, 우리 자매님 신앙이 아주 깊으시네요! 한 달에 두 권이면 일 년에 스물 네 권! 와, 우리 자매님, 할렐루야, 천국의 문이 이미 자매님 눈 앞에 열려 있어요, 이제 자매님, 그 문 안으로 들어가시기만 하면 되는데, 그쵸, 어떻게 그 안에 들어가실지 잘 모르시겠죠, 그러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오늘 이렇게 그 방법 알려 드리려 자매님께 온 겁니다, 우리 자매님, 좋은 말씀, 귀한 축복의 말씀 들으시기 전에, 같이 잠시 기도하실까요, 눈 감으시구요......


자매님, 우리 인간이 이 땅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 주신 책느님의 한없는 사랑을 아시나요? 우리 인간들이 책느님의 은총 모르고 살았던 어두껌껌한 시대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지식은 이어나가기도 겨우겨우 할 뿐, 농사꾼의 아들은 농사를 짓고, 어부의 아들은 고기를 잡는 것 말고는 다른 무엇도 배울 수도, 익힐 수도 없었던 그 경직된 시대를요.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들을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 신비한 이야기들이 채 스무 개가 되지 못하는 그 무미건조한 시대를요. 늦게나마 인간이 책느님을 영접하지 못했더라면, 지금 자매님,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상상이 가시나요? 기도하실게요, 책느님 아버지, 오늘도 우리 마음에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혹시 우리 자매님, 요즘 힘든 일, 잊고 싶은 일, 위로 받고 싶은 일이 있으시죠, 네, 저흰 다 알죠, 책느님이 다 보고 계시고, 저희한테 알려주시니까요, 그래서 자매님, 저희가 오늘 거룩하신 책느님의 기적을 빌려, 자매님의 슬픔을 덜어드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마음의 준비는 되셨나요? 네? 아휴, 자매님, 그거 다 이단이에요, 자매님, 따라가시면 큰일 나요, 훠이, 책느님과는 그렇게 교통하는 법이 아니죠, 자매님 상황이나 기분에 맞게 책 권해주는 그 사람들, 신앙인 아니예요, 기술자지, 물러가라 세리야, 바리새인아, 자매님, 그런 대증요법은 근본적인 구원이 될 수 없어요, 다만 아주 잠깐 상처에 약한 마취 주사를 놓는 것 뿐이지요, 여기, 톨스토이복음 안나카레니나편 1장 1절 말씀 좀 보시라구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그 이유가 다르니라, 하시었다." 보세요, 자매님이 어떻게 슬프신지, 그 슬픔이 어떤 책과 얼마나 비슷해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결코 똑같은 슬픔이 될 수 없다고, 책느님이 말씀하십니다, 슬픔은, 자매님, 그렇게 이겨내는 것이 아니랍니다, 아니오, 슬플 땐 책느님 영접하지 마시라는 말씀이 아니라요, 그러니까, 자, 자, 그러니까 자매님, 그 주먹 펴시고, 인상도 펴시고, 아유, 이러다 잘하면 욕 나오시겠다, 제 말씀 좀 들어보시라니까요, 그러니까 책느님께서 자매님의 슬픔에 관심이 없으신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너어어무 관심이 많으셔서, 더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시려는 거예요, 네,  


그러니까 자매님, 답은, 같이 읽는 거예요, 같이 읽어요. 네, 저희랑 같이 읽으세요. 저희 아니어도 매사에 책느님께 영광 돌리고 하루 하루 책느님의 사랑 아래 충만한 신도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괜찮으니 몇몇 모이셔서, 같이 읽으세요. 그게 진짜 구원입니다. 그게 유일한 구원이에요. 같이 읽는 책은요, 혼자 읽는 책과는 완전히 다른 책이에요. 인간은 불완전하고, 슬픔에 젖은 인간은 더욱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자 하는 목적으로 책을 펼치면, 그 안에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책 읽는 눈과, 책 읽는 마음이 무한히 필요합니다. 네 개의 눈이 두 개의 마음을, 여덟 개의 눈이라면 네 개의 마음을 삽처럼 들고 와 책을 헤집고 당신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우물을 함께 파 줄겁니다. 그러니까 당신도, 만약 오늘의 당신이 슬프다면, 책을 들고 밖으로 나오세요. 당신의 좁은 방 침대 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 교차하는 시선들과 따뜻한 손길 사이사이에 씨앗처럼 책을 뿌리세요. 이야기의 물을 주세요. 책은 뭐라도 좋습니다. 당신의 슬픔과 닮았건, 닮지 않았건. 당신이 나눈 책이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되었을 때, 당신은 알게 될 겁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불행을 지니고 있지만, 손을 뻗어 위로하고 공감할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만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안에서 저마다 슬퍼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나의 슬픔과 닮은 슬픔이 들어 있는 책보다, 나의 슬픔과 닮은 슬픔을 안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그게 더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어머, 자매님, 죄송해요, 제가 그만 성령이 충만하여 저도 모르게 또 방언이 터졌나 봐요, 놀라셨어요? 이런 일 종종 있어요, 네, 네, 그러니까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네, 맞아요, 나오셔서 같이 책느님 영접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어요, 실제로 그렇게 어마어마한 슬픔을 극복하게 된 분들 많아요, 네, 아, 그러고보니 여기, 그 중 한 분이 간증하신 게 있네요, 제목도 참 좋지, 『내 인생 최고의 책』, 한 번 보시겠어요? 그 분 이야기는 글쎄, 어린 시절 동생이 나무에서 실족사한 이후에 어머니도 뒤이어 자살하셨다는데요, 게다가 남편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며 바람 나서 집을 나가 버리고, 심지어 딸 아이는 마약에 중독되어 유럽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행방불명 되고...... 지금 그 분, 책느님의 자애로운 인도 아래, 기적같은 일들을 겪으며 굉장히 행복하게 잘 살고 계세요. 아마, 간증록을 다 읽고 나시면 우리 자매님도 그 충격적인 전개에 깜짝 놀라실 걸요? 꼭 읽어 보시고, 다음에 한 번 나오셔서 저희랑 같이 책느님 영접하세요, 네, 여기요, 14800원입니다. 아뇨, 14800원. 네고 없음, 도서정가제. 나 지금 진지함. 이건 방언 아님. 14800원. 알라딘에서 사면 10% 깎아서 13320원.


마일리지 74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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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09-1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성령이 충만하셨네요.. 훌륭한 단편소설? 장편소설이네요. 손바닥 장. 믿습니다,아멘!

syo 2017-09-15 20:51   좋아요 0 | URL
아멘! 할렐루얍니다.

닷슈 2017-09-15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ㅋ 너무 재밌군요

syo 2017-09-15 21: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쓴다고 썼지만..

짜라투스트라 2017-09-15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겨울호랑이 2017-09-1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재밌는 글을 읽으니 금요일 밤이 더 즐거워지네요^^:

syo 2017-09-15 21:45   좋아요 1 | URL
허허^^ 별 거 안해놓고도 뿌듯하네요.

에그머니 2017-09-15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일리지 740점 ㅋㅋㅋㅋㅋㅋㅋㅋ
종교적 내공이 장난이 아니신듯.

cyrus 2017-09-15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기준으로) 알라딘 서재에 글을 재미있게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마태우스님, 곰발님, 붉은돼지님, 그리고 syo님입니다. ^^

syo 2017-09-15 23:04   좋아요 1 | URL
우와, 저분들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크- 보람있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6 00:11   좋아요 2 | URL
느닷없이 쇼 님이 출몰하는 바람에 이제 제 글은 인기가 없어졌습니다..

syo 2017-09-16 06:4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곰발님, 이렇게 재미있는 농담을 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곰발님한테 비비겠어요.

yamoo 2017-09-16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완전 재밌네요..ㅎㅎ 쇼님, 제가 봤을 때....아무래도 문학전공 아니면 문창 전공이신듯...ㅎㅎ

syo 2017-09-16 14: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야무님, 근데 땡!
syo는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졸업자입니다ㅎㅎㅎ

다락방 2017-09-2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쇼님 글 진짜 재미있게 잘 쓴다. 이 글 최고!!

syo 2017-09-28 09:36   좋아요 0 | URL
뭘 또 이렇게까지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