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냐
1
더덕단 멤버 한 분이, 근래 syo의 행태는 일종의 욕구불만 상태를 지시하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래서 요즘 그렇게 야한 글을 써대는구만! 막 이랬다. 저 사람들이 저렇게 예리하다. 혹은 syo가 티 나게 멍청하다…….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이 몸을 섞고 싶어하는 마음은 인간 본성에 부합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거기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어. 어찌 보면 그런 욕망을 가지면서도 그걸 꾹 누르고 '플라토닉'을 고수하려는 태도야말로 불순해. 그게 말은 제법 그럴싸해도, 결국은 '사랑의 좋은 부분만을 오래 맛보고 싶다'거나 '상처받고 싶지 않다'라는 응석을 돌려 말하는 것이거든.
인생의 어떤 국면에 고통이 찾아온다고 해서 미리부터 체념하거나 지고 들어가기엔 우리의 젊음이, 인생이, 너무 아까운 것 같아. 고통이 동반되지 않는 기쁨에 깨작대느니 고통이 동반되더라도 끝내 원하는 걸 가지는 기쁨을 누리고 싶어.
_ 요조, 임경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섹스란 참, 좋은 것이지요? 그렇지요? 헤헤헤?
들뢰즈에게 '욕망'은 '생산' 또는 '구성'과 같은 뜻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욕망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욕망한다'고 해야지, '나의 욕망'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볼 수 있다면 들뢰즈의 욕망 이론은 거의 이해됩니다. '욕망한다'는 말을 쓰지 않고, '생산한다', '구성한다', '조립한다', '배치한다' 같은 말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는 '욕망한다'는 말을 많이 쓰지 않는 거죠.
_ 김재인,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욕망이란, ‘한다’고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요? 헤헤헤?
어쨌거나, 철학 개론서 이런식으로 사용하면 안됩니다, 여러분.
어느 날 그녀를 막 재우고 난 직후, 그녀가 선잠이 들기 직전이라 말대꾸 정도는 할 수 있는 때에 토마시가 "자, 이제 나가 볼게."라고 한 적이 있었다. "어디?" 하고 그녀는 물었다. "나가야 돼."라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같이 갈래."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싫어, 난 영원히 떠나는 거야." 그는 방을 나와 현관으로 갔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눈만 껌벅거리며 따라 나왔다. 알몸에 짧은 셔츠만 걸친 차림이었다. 얼굴은 표정 없이 굳어 있었지만 행동은 단호했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복도(건물 내 공용 통로다.)로 나가 문을 닫았다. 그녀는 거칠게 문을 밀치고 나와 그가 영원히 떠나려 하니 붙잡아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반쯤 자는 상태에서도 그를 쫓아왔다. 그는 한 층을 내려와 계단참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가 따라와 그의 손목을 잡고 침대 속, 그녀 곁으로 데려갔다.
토마시는 생각했다. 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열정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이 욕망은 오로지 한 여자에게만 관련된다.)
_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테레자 되게 귀엽지만 토마시 저거 생양아치네요. 욕망욕망거리긴 했어도 저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군요.
2
새해 제일 거시적인 목표는 체력인 것으로.
요즘은 공무원들도 칼퇴 잘 없다는데. 늦게까지 일한 몸을 질질 끌고 돌아와 책상에 앉았을 때, 열린 마음으로 심도 있는 독서를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퇴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요는 체력인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철 내려서 15분 동안 연속 오르막 코스를 거침없이 등반하면 우리 집이 있다. 만약, 백팩에서 운동화를 꺼내 갈아신은 다음, 출구에서 집까지 쉬지 않고 달려 올라 간다면? 죽겠죠. 그렇지만 만약, 죽지 않는다면? 19세기 최후의 크게 미친 자, 니체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유산소는 그런 것이에요.
남은 건 근력 운동뿐이라서,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턱걸이 기구를 구매하기로 하였다. 걔도 한 15만원 줘야 쓸만한 거 온다고 하는데, 15만원이면 강신준 쌤 번역 마르크스 자본 전 5권 세트를 구매할 수 있는 돈이라서 syo는 운다. 몸이냐 자본이냐. 눈앞에 마르크스가 나타난다. 대답해, 몸이야 자본이야? syo는 입을 꼭 다문다. 대답 안 해? 마르크스는 syo의 목을 조른다.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썼는데! 엉덩이에 종기가 잔뜩 나서 막 투명의자 자세로 썼구만! 차돌같은 내 허벅지를 좀 보라지! 그런데 니가 뭐? 턱걸이 기구를 사겠다고?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니가! 컥컥, syo는 숨이 막힌다. 윽, 산소, 산소가 부족해…….
무산소는 그런 것이에요.
에픽테토스는 우리의 의견, 충동, 욕망, 반감 등은 "우리에게 달린 것"이며, 우리 몸의 상태, 소유물, 우리의 평판과 공직 등은 우리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고 목록을 제시한다. 나는 이것이 옳지 않다고 그에게 말했다. 한편으로 나의 의견은 내가 읽거나 듣거나 토론한 것을 통해 타인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나의 충동, 욕망, 반감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런 것들 중 다수는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내게서 휙 생겨나는 것 같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어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 할 때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정도가 전부다. (이렇게 내 생각을 굳혀 가던 바로 그 순간 끝내주게 맛있어 보이는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보고 마음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필요치 않았고 내 허리둘레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사 먹는 일을 삼갔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확실히 내 몸을 챙길 수 있다. 이를테면 체육관에 가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나는 내 재력의 한도 내에서 무엇을 취득할지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평판 또한 내가 동료들, 학생들,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내가 비록 공직에 있지는 않지만, 만일 공직을 추구했다면 그 결정은 확실히 내 것이었을 것이다.
_ 마시모 피글리우치, 『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
--- 읽은 ---
001. 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 : 209 ~ 313
: 나는 혼자가 되었으니 이제 이걸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첨부터 뭔가 매끄럽지만은 않다. 혼자가 혼자 보낸 이야기가 혼자한테 왜 이래? 아직 내가 마음속 깊이 혼자가 아니거나, 혹은 이병률 선생님이 알고 보니 혼자가 아니었거나 막 그런 것은 아닐까…….
: 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갔는데, 읽다 보니까 아무래도 혼자에도 다 레벨이란 게 있어서 그런 건가 싶다. 고렙혼자의 아름다운 말씀은 쪼렙혼자에겐 마치 혼잣말 같다. 멋있어. 근데 내가 저런 멋진 혼자가 될 수 있을까? 그냥 혼자 하지 말까…….
002.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 김재인 : 161 ~ 264
: 2017년에 1독 하고나서, 김재인 선생님이 무슨 이리 승냥이라도 되는 것처럼 묘사해놓은 syo. 제놈이 읽어도 못 알아 처먹은 걸 저자 탓이나 하고, 2년 반만 거슬러 올라가도 syo는 참 안될 놈이었다. 아니, 멍청할 거면 착하게나 멍청하든가, 못됐게 굴 거면 똑똑하면서 못됐든가……. 다시 본 이 책은 정말 너무너무 좋았어요, 선생님. 네, 입문서가 이래야죠. 아흑 사랑합니다ㅠㅠ
003. 소문들 / 권혁웅 : 92 ~ 183
: 결국 시를 만들어내므로 시인이라면, 누가 권혁웅보다 더 시인일 수 있을까.
--- 읽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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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알라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 167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 102 ~ 20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 ~ 138
시민의 교양과학 / 홍성욱 외 : 93 ~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