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생활 좌파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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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0년대 초반, 60명의 코흘리개들이 모여 앉아 코를 흘리는 어느 시골 국민학교학급에서, 차별 혹은 부당한 대접을 받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악의 소수자는 다름 아닌 왼손잡이였다.

 


2  오른손은 그야말로 옳은 손이었다. 실제로 우리 할머니는 오른손을 바른손이라 부르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왼손은 틀린 손, 그른 손이 되는 것이고 결국 그 시절, 코흘리개 syo는 왼손잡이가 아니라, 틀린 손잡이였다. 정의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세우고 바로잡아야 하는 초월적 가치였으므로, 틀린 손잡이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교정과 훈육의 대상으로서 나름의 고된 삶을 살아내야 했다. 국민학생 syo가 겪은 몇몇 사건들을 통해 그들의 고난을 짐작해보자.

 


3-1  syo(8, 경남 창녕 거주). 학교라는 곳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조약돌처럼 조그만 아이들이 빽빽이 들어찬 교실, 각자에게 주어진 정말 작은 책상 위에 커다란 네모 칸이 그려진 공책을 펴놓고 아이들은 한글을 배웠다. 칸 속에 희미한 색깔로 그려져 있는 선 위를 연필로 따라 그으면 가갸거겨를 쓸 수 있었다. 그게 또 재미있어서 몰두하는 그야말로 애기들이었다. syo는 집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왼손에 연필을 쥐고 칸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담임선생이라는 작자는 학부모가 순서를 정해서 사 바치게 되어 있는 지시봉이라는 물건을 들고 책상 사이사이를 거닐며 아이들이 글자를 그리는 모습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틀린 손으로 연필을 쥐고 있는 syo를 발견, 지시봉으로 손을 탁 때리며 말한다.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 거야.” 그런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syo는 처음 알았다. 그래? 그렇다면 그래야지. 즉시 오른손으로 연필을 고쳐 잡았으나 글씨는 삐뚤빼뚤해지고, 무엇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갔고, 공책 한 바닥을 다 채우지 못한 아이들은 교탁 앞으로 나가 줄을 서서 손바닥을 맞고 자리로 돌아갔다. 생전 처음 맞아본 손바닥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억울했다. 내 실력이 이 정도 가 아닌데. 심지어 난 집에서 받아쓰기도 맨날 백점인데! 그리고 다음날, ‘나냐너녀가 시작되었다. 또 손바닥을 맞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syo는 왼손으로 연필을 쥐고는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냐너녀에 몰입하여 주변도 잊고 네모 칸을 채우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귀싸대기가 날아왔다. 너무 놀라 아픈 줄도 모른 채 올려다보니, 담임이라는 작자가 무슨 공산당 빨치산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syo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 거라고 했지!”

 


3-2  syo(9, 아직도 경남 창녕 거주). 천운으로 이번 선생은 좀 더 온건했다. 온건했지만 그녀 역시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 주의였고, 그런 주의를 syo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자주 주의를 주었다. 그럼에도 syo는 요지부동이었다. 싸대기를 맞아가면서도 선생이 안 볼 때는 몰래 다시 연필을 옮겨가며 지켜낸 왼손이었으니 주의를 주는 정도의 약한 처방으로는 syo틀린 손을 고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선생은 제 딴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징벌을 내렸다. 국민학교 2학년 1학기 syo의 통지표에는 이런 식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성격이 활달하여 교우관계가 폭넓고 학업 성취도가 뛰어나지만 왼손으로 글을 씀.” 이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를 말하는 것일까? 활달한 성격 + 넓은 교우관계 + 뛰어난 학업성취도 왼손잡이 = 0? 그것이 궁금했던 아버지는 통지표를 들고 학교에 찾아가 선생과 면담한다. 그 자리에 syo도 있었다.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1년 내내 얻어터지고 돌아올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더니 통지표에 한 줄 적혀 있다고 당장 학교에 찾아가는 아버지의 교육관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선생의 당당함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버님, 이유야 어찌 되었든 왼손으로 쓰는 건 교육상 고쳐야 합니다.”만 주구장창 반복되다보니 결국 아버지도 열이 받은 것이다. “이보세요, 선생님. 우리 애 교육은 제가 결정할 문제지 이제 반년 더 보고 말 선생님이 이래라 저래라 하실 건 아니지요. 목욕탕에서 짜장면을 시켜먹건, 똥밭에서 수박화채를 말아먹건 그건 우리 자유니까 선생님이 간섭하지 마세요.” 뭐 이런 식의 대꾸를 남기고 아버지는 돌아섰는데, 결국 아버지 입장에서도 아들이 왼손으로 글을 쓰는 건 똥밭에서 수박화채를 먹는 것과 유사한 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 왼손으로 쓰고 싶으면 그냥 써. 지들이 뭔데 지랄이야.” 이랬던 걸 보면, 경상도에서 태어나 경상도 남자로 경상경상 살다 가신 우리 보수 아버지(지지정당 민자당)에게도 뜻밖의 반골기질은 있었던 것 같다.

 


3-3  syo(10, 대구시 거주). 과연 대처의 선생은 달랐다.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해서는 틀린손잡이들을 교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는 화전양면전술을 구사, 친구들이 보는 데서는 때렸고 친구들이 없는 데서는 얼렀다. 굳이 왼손이 이유가 아니더라도 맞거나 단체기합을 받거나 하는 일이 여사였던 개 같은 시절이었으므로 3년쯤 국민학교를 다니고 보니 체벌은 피해야 할 일이 되었을 뿐, 행동양식을 교정하는 데는 이미 영향력을 소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르고 달래는 것은 참신했다. 물론 참신하다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syo, 오른손을 쓰라는 건, 다 너를 위해서 그래. 봐봐, 우리 반에 너 말고 왼손으로 쓰는 애가 있니? 친구들 다 오른손잡이잖아. 너만 왼손으로 써서 되겠어?” “선생님, 우리 반에 저 하나 손 씨라고 제가 성을 갈 수는 없잖아요.” “syo, 그게 아니라, 우리 반에서 너만 왼손잡이인 것처럼, 온 세상에는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들이 훨씬 많아요. 그래서 물건들도 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단다. 가위만 해도 봐봐, 네가 가위질을 잘 못하는 게, 가위가 오른손잡이용으로 만들어져서 그래요.” “선생님, 왼손잡이용 가위를 만들면 되잖아요.” “그런 건 못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다 오른손잡인데 왜 왼손잡이용 가위를 만들겠어.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으로 바꾸면 일이 훨씬 쉬운데.” “선생님, 사람들은 TV도 만들고, 게임기도 만들고, 심지어 비행기도 만드는데, 왜 왼손잡이 가위를 못 만들어요?” 화전양면전술은 끝났다. 철없는 syo는 이제부터 친구들이 보건 말건 얻어터지기 시작한다.


 

3-4  8, 9세의 syo가 겪은 일도 돌아보면 참 인상적이지만, 마지막 선생의 대응이야말로 놀랍도록 많은 것을 시사한다.

 


4  어떤 생각을 품은 사람들은, 그 생각이 다수의 것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하고 교정의 대상이 된다. 세상은 다른 생각을 품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곳이고, 그 불편을 해소할 역량이 충분하고도 남음에도 되레 불편을 강조하고 강요하는 방향으로 작동함으로써 소수자를 교정하려 한다. 심지어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라는 말까지 덧붙여 가며. 그 부당한 불편함(‘다른 생각에게 주어지는 불편함은 왼손잡이가 당해야 될 소소한 고통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다면적이면서 거대하다) 혹은 불편한 부당함에 맞닥뜨리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거나 수정하여 세상과 보폭을 맞춰 살아간다. 그건 비난할 일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삶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래서 행복하다면야. 그러나 끝내 세상과 다투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세상은 얼른 표정을 바꾸고, 어르고 달래기를 포기한다. 낙인찍고, 탈락시키고, 빼앗고, 모욕한다. 이렇게 되면 여기서부터는 싸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폭행의 국면이 열린다. 그 안에서 꿋꿋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의 싸움을 모색하고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이 책 안에 있다. 귀 기울여 들을 만한 노하우들을 잔뜩 던져주면서.

 

좌파의 최종진화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생활좌파는 이론좌파보다는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인 것 같다. 세계는 우리의 이론이 아니라 생활에 침투한다. 그들은 우리의 태도, 자세, 언어, 관계, 생계를 건드린다. 이런 판국이라면 우리는 마르크스의 말씀보다 더 적실한 무기를 찾아내 무장해야 한다. 그 무기를 어떻게 발명하는가, 인터뷰이들은 그 무기의 레시피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5-1  첫째, 시련이 필요하다.

 

나는 이전까지 신체적으로 완전히 건강하고내가 건너뛸 수 없는 역경은 없으며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러나 유도를 하다가 부딪힌 그 단순한 사고로 나는 잠시나마 오직 죽기만을 열망하는 시간을 겪었고거기서 날 구해준 사람들은 비제도권의 의사였다이 사회가 내쫓은 사람들인 것이다내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이 세상의 모든 겉모습이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알고 있는지내 삶이 잠시라도 헛된 일에 소모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러자 자본의 논리로만 굴러가는 이 세상의 어리석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아무것도 손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직 돈을 내고 뭔가를 사서 소모하고또 뭔가를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번다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모델이 역겨워졌다. _ 92


 

5-2  둘째, 시련을 벽이 아니라 시련으로 바로 볼 수 있는 더듬이가 필요하다.

 

그들(지배계급)이 이 모든 것을 '문화'라고 분류하는 순간 우린 그것으로부터 소외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어쩌면 문화부가 생겨나지 않았던 시절그들이 팔 걷어붙이고 달려들어 한류며 케이팝이며 관광단지며 무형문화재 따위를 만들어내지 않았던 시절아니 문화라는 단어가 제도와 자본 사이에서 이토록 역겹게 나뒹굴지 않고 우리가 그런 개념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조차 없던 시절우린 익숙하게 문화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_ 63

 


5-3  셋째, 내 시련이 아닌 남의 시련은 없다는 것을 알아채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Q. 당신에게 좌파는 어떤 사람인가?

A. 다른 먼지들이 진정한 자유를 갖지 못하고 있을 때 ''라는 먼지만 홀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_ 204


 

5-4  넷째, 나의 방식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나를 잘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자크 제르베르의 아름다움을 향한 예찬은 단지 예술작품에 그치지 않는다길에 서서 이야기를 하다가도 서쪽 하늘에 석양이 걸릴 때면 "저길 좀 봐정말 아름다워"라며 말을 끊기 일쑤다길을 같이 걷다가 건물 벽에 조각된 여신상을 보면 그것을 벌써 300번쯤 보는 것일지라도 "제발 저것 좀 보라고저 곡선의 아름다움을"이라고 말하며 감탄의 신음을 연신 내뱉는다이제 예순을 조금 넘긴 이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포착하느라 분주하다.

  이 같은 열정은 파리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집회에 얼굴을 들이밀고 권력의 거대한 힘에 저항하는 소수자들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하고 싶어 하는 그의 욕망과 관련이 있다언제나 첫사랑을 만난 듯 밝게 상기되어 있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싱그러운 농담을 건네려고 애쓰는 그를 보면 곳간에 장작이 쌓여 있지 않아도 지금 가진 초 하나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의 차가운 손을 녹이려고 애쓰는 사람 같다그가 집회장과 전시장영화관을 하나의 단상에 나란히 올려놓고 그곳을 갔다 올 때면 자신이 한 뼘 움직였음을 느낀다고 말할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그것이 바로 그가 말한 일상적 실천과 제도적 혁명을 양손에 쥐고 가는 그의 방법이라는 사실을유토피아는 결코 지옥의 끝에 문득 다가오지 않을 것이며더 많은 미소와 환희희열들이 일상에 쌓이고 쌓였을 때어느새 옷처럼 우리에게 입혀지리라는 것을. _ 80-81


 

5-5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활이 끝나기 전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므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벼려 나가는 끈기가 필요하다.


대학은 굳은 지식을 전하는 곳이야거기서 배운 지식은 사람들을 해방시키기보다 가두는 경우가 더 많아하지만 운동가는 자신이 꾸는 꿈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문제들로 인해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고 방법을 모색하게 되지토론하고 선언하고 실천해 나가면서 온전히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되는 지식과 지혜를 삶 속에서 얻고그것은 우리를 더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해방의 열쇠를 제공하지. (...) 그러니 질문을 멈추지 말 것질문의 노마드로 계속 살아가는 것그것이 활동가의 첫 번째 사명이야. _ 28 


 

6  좌파에게 좌파라는 것은 별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지니고 있는 태도고, 세상에 대응하는 방법이고, 삶을 만들어가는 자세다. 왼손을 틀린 손으로 만드는 것은 오른손을 옳은 손으로 드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치사한 말장난일 뿐이다. 내가 좌파인 것은 우파에게만 경천동지할 일이다. 왼손잡이는 오른손 가위만 있는 세상에서도 그럭저럭 살아냈다. 그러나 오른손만이 바른 손인 이들에게 왼손 가위의 등장은 바른 손의 권위를 나눠줘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때로는, 생활 차원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왼손 가위를 발명하는 것이, 이념 차원에서 저들의 견고한 성벽에 뜻밖의 포탄을 날리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생활 좌파라는 것은 아름답지만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개인의 개인적 투쟁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추상적 집단을 위해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또 다른 개인을 위한 옹호가 될 수 있는 것. 옹호 받은 개인 역시 자신만의 개인적인 방식으로 생활 속 전쟁을 이겨나가는 중에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동지가 되는 것. 21세기형 좌파는 이렇게 앞으로 가는 것인가 보다. 이념의 거대한 깃발을 잘 나누어 각자의 방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그 조각을 나의 개성에 맞게 리폼한다. 다시 광장에 나온다. 광장은 이제 백만 개의 저마다 다른, 그럼에도 어딘지 닮은 깃발들의 바다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깃발을 올려다보기보다는 깃발을 든 서로의 표정을 마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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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2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목나무 2019-05-02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훌륭한 글을 읽고나서도 제가 궁금한 건 그래서 syo님은 글씨를 여전히 왼손으로 쓰는건가.. 입니다. ㅎㅎㅎ;;;
저도 왼손잡이입니다. 아빠에게 왼손이 묶여 하루를 굶기도 하고 syo님처럼 아이들 앞에서 선생한테 손등을 엄청 맞고......
저는 결국 선생에게는 굴복하여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고 그 외의 손으로 하는 모든 건 왼손으로 하지요.
명절때 모인 어른들의 왼손으로 밥먹으면 시집 못간다는 말을 꿋꿋하게 무시해가면서 버텨온 긴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ㅋㅋㅋ
한때는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왼손잡이의 역사> <왼손이 만든 역사> <왼손잡이 여인> <왼손잡이> 뭐 이런 책들도 좀 봤더랬지요. ㅋㅋ

각자의 개성에 맞게 리폼한 21세기형 좌파라..... 이거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고민하던 부분이었는데 한결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

syo 2019-05-02 17:57   좋아요 3 | URL
네. 저는 왼손으로 글씨를 씁니다.

심지어 패면서 고치라는 게 너무 기분이 나빠서 더 엇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발까지 왼발로 바꿨습니다. 어린 syo는 그래도 고집과 강단이 있었지요.

지금 같으면 아마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좌파는 이념이 아니라 자세라고 합니다. 물론 이론과 개념들이 자세를 바로잡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은 자세와 태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식하지만 힘내서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ㅎㅎㅎ

목나무 2019-05-02 18:35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그때 고통에 굴해 오른손으로 옮겨간 것이 무지 후회가 되네요, 두고두고.

그 자세와 태도에 대해 고민 아닌 고민이었거든요. 좋은답 얻었습니다. ^^

레삭매냐 2019-05-0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 보니 예전 학창 시절,
좌장면만 먹고 좌전거만 타고
좌측통행만 한다던 선배 생각이
문득 났습니다...

그나저나 쁘띠부르주아 지식인
의 글은 왠지 불편하게 다가오네요.

어느 삐딱선의 투정일까요...

syo 2019-05-02 18: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저간의 사정을 잘 몰라서 달리 말씀드릴 건 없지만, 이 책은 인터뷰집이라서 아무래도 사정이 좀 낫겠다 싶습니다.

그나저나 좌장면 좌전거라는 표현은 살짝 옛스럽지만 되게 좌밌습니다ㅋㅋㅋ

stella.K 2019-05-0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네요.
제가 어렸을 때 오른손, 왼손에 대한 가르침과 눈총이 심하지만
스요님 때는 그런 게 거의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그랬네요.
전 오히려 이해 받는 쪽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은 오히려 왼손을 더 쳐준다면서 말이죠.

저도 스요님과 같은 생각을 했더랬죠.
바른손이라는 것도 왼손이 있어야 가능한 거지 혼자 바른손이면
뭐하겠습니까? 순간 그렇게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엔 왼손잡이도 많아졌고 오히려 왼손으로 글씨 쓰면 멋있지 않나요?ㅎㅎ
참고로 저도 왼손으로 글을 씁니다.

근데 오늘은 3-1, 3-2. 3-3....으로 나눠 쓴 게 인상적이군요.
무슨 기준으로 나눈 건가요?
마치 반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 3-4반이었는데...ㅋㅋ

syo 2019-05-03 00:42   좋아요 0 | URL
많은 왼손잡이님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음을 증언하고 계시네요 ㅎㅎㅎ 저도 억압의 막차를 탔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니까 선생님들이 마치 짠 것처럼 아무도 제 왼손을 터치하지 않더라구요.

3-1, 3-2 이렇게 나눈 건 그냥 내용상 병렬로 구성되는 게 맞겠다 싶은 문단을 나란히 배열하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ㅎㅎㅎㅎ

그리고 전 3학년 2반이었지요 ㅎㅎ

수이 2019-05-02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잔나비 들으면서 읽다가 저도 모르게 아 좐나비 좋다...... syo님은 더 좋아요......

syo 2019-05-03 00:43   좋아요 0 | URL
요즘 수연님이 잔나비에 흠뻑 빠져 계시다는 걸 제가 익히 알고 있는데, 무려 more than 잔나비라니, 신납니다^-^

독서괭 2019-05-0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귀싸대기를 맞다니.. 그 이유만이 아니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건만요. 정말 폭력적인 시절이었네요... 그나저나 그 어릴 때 이미 syo님의 좌파적 앞날은 예고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syo 2019-05-03 00:47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어릴적부터 이미 될성부른 빨갱이였던 것입니다!! ㅎㅎㅎ

요즘은 저렇게 패지는 않겠지만, 제도권 교육이라는 것이 소수자에 가하는 교정 압박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부분에서는 알게 모르게 소수자고, 전 제가 낳은 아이들에게 이런 제도 하의 교육을 시키면서 분노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고 있답니다. 물론 전적으로 교육환경 때문만은 아니겠습니다만......

반유행열반인 2019-05-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손과 오른손이 공생하는
세상이 오길...올까요? (오른손잡이 대표 겸 못난 선생 대표로 반성하며 오른뺨 철썩철썩)

syo 2019-05-05 12:06   좋아요 1 | URL
탄압받다가 탄압받지 않게 된 왼손잡이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공생하는 세상이 왔다고 말하겠습니다만,
사실 저건 비유적인 말씀이셨겠으니, 대답이 되지 않겠죠? ㅎㅎㅎㅎ
답이 없으니 대답이 없는 걸로 할까요.

오른뺨 말씀이 나와서 말씀인데,
내 부어 오른 오른뺨을 자연스럽게 만져줄 수 있는 상대방의 손은 그의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임을 오른손잡이들이 알게 된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여기서 ‘오른손잡이들‘은 당연히 비유고요 ㅎㅎ

공쟝쟝 2019-05-0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왜 때려요 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저도 그시대를 살았지만 ㅠㅠㅠㅠ 정말 ㅠㅠㅠ 말도 안되는 시절이었어ㅠㅠㅠㅠㅠㅠㅠ

syo 2019-05-05 20:14   좋아요 1 | URL
하도 맞다 보니 맞는 사람도 맞을 만해서 맞는다고 착각할 정도였잖아요 ㅎㅎㅎ 저도 심지어 왼손으로 쓰면 얻어터진다는 건 당연히 깔고서 ‘그럼에도‘ 쓴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공쟝쟝 2019-05-05 20:18   좋아요 0 | URL
전 맞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맞을때 최대한 안아픈척 하는 것이 복수하는 거라 생각했던 아픔을 잘 참는 (서늘한) 어린이였어요... 어린이날 맞이 독한 어린시절 배틀 같네요 ㅋㅋㅋㅋ

syo 2019-05-05 20:35   좋아요 1 | URL
전 별로 독한 아이는 아니었어요 ㅋㅋㅋㅋ 기꺼이 패배를 인정합니다. 쟝쟝님이 이 구역의 독한 어린이세요.

공쟝쟝 2019-05-05 21:41   좋아요 0 | URL
맞을 줄 알면서도 왼손으로 쓰는 그 마음이 더 독한거예요☝️전 맞을 상황을 최대한 피했다구요.. 독한어린이!!

모운 2019-05-1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녕이 이상했던 건가 대구가 이상했던 건가 아리송하구만. 왼손잡이 탄압이 버킷리스트에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구는 사람들을 어찌 그리 많이 만났어? 나는 왼손잡이들을 동경했었는데~

syo 2019-05-12 13:29   좋아요 0 | URL
특별히 골라서 만난 건 아니고 그냥 그땐 다 그랬던 것 같은데.
하도 다들 그러니까 특별히 그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받지 못했어.
내가 이상한 놈 같았지.

근데 알다시피 나는 이상한 놈 취급 받는거 은근 즐기는 변태였잖아. 그런 이유로 퉁쳐서 그럭저럭 살만 했어.

모운 2019-05-13 10:09   좋아요 0 | URL
@syo 엄청 변태였네 몰랐어☺️

syo 2019-05-13 11:21   좋아요 0 | URL
뭐래, 남의 매력포인트 함부로 비하하지 마라.

모운 2019-05-13 13:42   좋아요 0 | URL
syo 변태혐오 안 하겠습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