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필로테라피 1
발타자르 토마스 지음, 이지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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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십 년도 더 전의 일이다.

 

여덟 살 터울의 동생은 반은 오빠고 반은 아빠인, ‘와빠같은 오빠 때문에 제 방을 가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가난을 탓할 수도 있겠으나, 작은방은 syo겐 늘 내 방이었고, 그 안에 자기 책상도 놓여있지만 동생에겐 늘 오빠 방이었다. 제 오빠가 대학을 다니러 서울로 올라갔을 때, 동생은 얼마나 좋았을까. 공식적으로 방의 점유권을 양도하는 절차는 없었지만, ‘실효적 점유를 주장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실효적 점유는 굉장히 실용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니, 방학을 맞아 돌아왔더니 이미 우리 집엔 내 방같은 건 없었던 것이다.

 

이제 그건 누가 봐도 동생의 방이었다. 여전히 내 방이겠거니 하고 방문을 벌컥 열었는데, 방을 둘러친 포스터 속, 도합 서른두 개의 눈동자가 거란족 오랑캐를 바라보는 고려군마냥 기세가 등등하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데, 당혹스러운 마음에 , 저것들 다 뭐야.” 소리를 질렀더니 덤벼들 듯 대답하는 동생. “여봐요, 저것들이라니. 우리 동방신기 오빠들한테!” ..... 니 오빠는 동방신기가 아니라 syo잖아.....

 

syo는 동방신기의 다섯 멤버를 정확히 구분하고 동생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포스터 속 인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0.5초 안으로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앉지도 못하고 서서 치열하게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네들의 이름은, 보수의 심장이라는 도시에서 남중 남고 생활을 포함, 가부장가부장 스무 해를 살아온 남자가 입에 올리기에는 뭔가 낯부끄러운 구성이라서 교육시간은 자꾸만 길어졌다. “봐봐, 이 분은 누구셔.” “준수....” “무슨 준수셔.” “.....시아준수.” “그럼 저기 저 분은 누구시라고?” “.....키 유천” “?” “.....미키.....” “, 진짜! 미키 아니라 믹키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오빤 왜 이렇게 배우는 게 느려?” ..... 그러니까 이건 모르고 느린 게 아니잖아.....

 

어느 날인가는 물었다. “, 너는 나랑 동방신기랑 물에 빠지면 누굴 먼저 건질 건데?” 동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가 무슨 수로 건져. 내가 죽는다.” 역시 syo의 동생. “그럼, 나랑 동방신기랑 물에 빠졌어. 그래서 니가 기도를 한 거야. 하느님이 바다를 갈라준다네? 그럼, 내가 빠진 데를 가를 거야, 동방신기가 빠진 데를 가를 거야?” 동생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몇 명 빠졌어?” “?” “동방신기 오빠들, 몇 명 빠졌냐고. 다섯 명 다 빠졌어?” 세상에, 동생년 업어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잖아.....

 

그런 이유로 syo는 일찌감치 아이돌이라는 존재가 싫었다. 애기 땐 참 귀여운 아이였는데, 저런 되바라진 초6이 되고 말다니. 내 동생을 돌려주고 동방으로 꺼져버려, 이 한류스타들아...... 그러나 한류스타들은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자꾸자꾸 태어나더니, 어느 시점부터는 아이돌이 아이돌 아닌 가수보다 많아졌고, 어어어 하는 사이에 이제 가수하면 기본적으로 아이돌(최소한 아이돌 출신)을 떠올리게 되는 시점에 도달했는데, 그런 내내 syo는 꾸준히 아이돌을 멀리했다. 다른 젊은이들이 아이돌에 열광과 환장을 바치는 동안 꿋꿋이 저항운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가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가장 잘 팔리고, 구하기도 쉬우며, 스스로를 취향 있는 인간으로 보이도록 도와주는 편견을 하나 주워 얼른 장착했다. 저게 노래냐, 저게 가수냐, 하는 스타일의,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보수적인 관념이지만, 그땐 그걸로 충분했다. 사실 누군가를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싫음 그 자체일 때가 많다. 왜 싫으냐면 싫어서 싫은 것이므로, 벗겨놓고 봤을 때 중요한 건 그저 내가 쟤네를 싫어한다는 것, 그것뿐인 셈이다.

 

인간은 사물의 범주를 만드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상당히 축약시킨 유사성의 함수를 이용해 경험을 분류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유사성이 사실 지나간 경험에서 결정적이었던 정서의 핵심에 거의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어떤 사람을 닮았기 때문에 한 사람을 사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의 정서를 이끌어냈던 바로 그 속성을 새로운 사람이 가졌을 때만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움의 정서에도 또한 분명하게 이와 동일한 구조가 있다. 과거에 한 사람의 어떤 특별한 성격이 우리에게 미움을 불러일으켰다. 나중에 우리가 싫어했던 바로 그 특성은 아니지만 그 사람이 가졌던 또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새로운 사람 역시 우리에게 미움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 알았던 어떤 인물의 특성 중 우리가 싫어했던 바로 그 특정한 속성을 새로운 사람이 가진 것이 아닌데도 그 사람을 미워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61쪽)


싫어하는 것도 역시 관심이 있어서일까. 나이를 먹다보니 세상에는 근거 없이 싫어할 아이돌 말고도, 정말 싫어할 이유가 명백해서 싫은 인간들도 천지였고, 싫은 것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와 시간이 듬뿍 낭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이돌에 대한 흥미가 완전히 사라졌다. 허허허,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요.

 

최근 방탄소년단은 온 세계를 진동시키고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심지어는, 한국전쟁 통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거친 개발독재시대의 풍랑을 헤치고 이 나라 경제를 반석에 올려놓는데 이바지하였으며 이제는 하루 종일 종편 정치 시사 프로그램만 보는 배 모 할아버지(70, 대구 북구 거주)의 눈에도 그들이 UN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포착될 정도의 위상을 갖춘 것 같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가운데 오빠도 있지만 동생도 있을 정도로 나이를 먹어 버린 동생과 함께 TV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쟤들은 왜 저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난 늙어서 그런가, 쟤네 좋은지를 모르겠던데.” “잘 하긴 잘 하는데, 쟤네만큼 하는 애들 되게 많은데, 왜 쟤네만 저렇게 잘 되는지, 난 그게 궁금해.” “난 쟤네 누가 누군지도 몰라. 누가 누군지는커녕, 쟤네 여섯 명 이름 자체를 다 몰라.” “......오빠, 쟤네 일곱 명이야.”

 

그러니까, 여기가 모순과 편견이 숨어있는(사실 대놓고 있는) 지점이었다. ‘쟤네 좋은지를 모르겠어쟤네가 몇 명인지도 몰라가 양립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좋은 가수인지 아닌지, 어떤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려면(그 판단이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어쨌거나), 기본적으로 판단 대상에 대해서 알만큼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이름도 멤버 수도 모르는 상황에서 쉽게 판단을 내려버리면 안 되는 게 아닐까? 그것은 스치듯 노래를 한 번만 들어봐도 답이 나올 정도로 내 식견이 탁월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내가 이미 형성된 취향이나 관점에 매몰되어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면서도 스스로는 그걸 모르는 꼰대가 되고 있는 징후가 아닐까? 이런 비극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그건 아마도 싱글 포스터와 단체 포스터를 포함 도합 서른두 개의 눈알로 syo를 포위공격 했던 동방신기와, 그네들의 신기하고도 놀라운 이름들을 구구단 외듯 읊어야 했던 트라우마, 그리고 그 모든 공포를 조장했던 지옥에서 온 초6 내 동생의 탓도 있겠지만, 면역 없던 어린 시절 편견에 노출되어 열심히 그 편견에 복무했던 내 무지의 발로라고 보는 것이 옳겠다......

 

 

 

2

 

사물을 진정으로 안다는 것, 즉 적합하게 안다는 것은 그 대상을 어떻게 다룰지, 대상의 자극에 어떻게 대응할지, 대상을 어떻게 포용할지를 안다는 말이다. 진정한 읾은 우리의 진정한 필요에 부적합하게 사물의 어떤 측면을 자의적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진정한 앎은 우리 자신의 진정한 본성과 해당 사물의 적합한 관계를 아는 것이다. (171-172쪽)

 

라는 말에 기대어 꽤 긴 시간 유튜브를 방랑하면서 방탄소년단의 뮤비며, 공연이며, 팬들이며, 팬들이 자지러지는 모습이며, 팬이 아닌 사람들이 입덕하는 모습이며를 열심히 찾아본 것이다. 저러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어쩐지 그 이유를 모르고서는 21세기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하지만 syo는 춤을 모르고 음악을 몰라서, 저 잘생긴 소년들이 되게 잘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다른 다수의 잘생긴 소년 소녀들에 비해 유독잘하는 것인지를 알아보기가 힘들었고, 그것은 곧 왜 수많은 소년 소녀들 가운데 바로 저 소년들만이 세계를 진동시키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물음의 큰 의미는 답에 도달하는 데 있다기보다 대체로 물음 자체에 숨어있기 마련이라, 나는 왜 이런 걸 묻고 있지? 하며 스리슬쩍 나란 놈은 대관절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가를 되새겨보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먼저 syo는 도대체가 춤을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예술을 판단하는 데 예술적인 감각이 얼마만큼 필요한지와 관련된 문제다. 그리고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무엇인가에 대해(특히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감정과 채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식견을 갖추고 있으리라 자연스레 가정하는 오만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예술은 언제나 평가되어야 한다. ‘함부로 평가하지 마세요라는 실은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욕하지 말라는 말이고, 누구도 칭찬에 대한 대답으로 저 말을 하진 않는다. 인간은 세상 모든 것을 평가한다. 땅바닥에 구르는 낙엽을 보고도 환경미화원의 근무 태도를 평가하는 평가의 동물이다. 예술이 무슨 용 빼는 재주 있다고 저 혼자 저울에서 달아날 수 있을까. 단지 평가 전에 우리가 어디까지 알아야 하고, 어디까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지가 논의의 대상이 될 뿐이다. ‘니가 한 번 해 보세요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 평가대상보다 우월함을 갖춘 이후에야 평가 자격이 주어지는 것일까? 거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소위 전문가소리를 들을 만한 경험, 실적, 혹은 학위 따위가 필요한 것일까? 어쩌면 그냥 아무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소설을 평가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문해력, 알레고리를 읽어내는 눈치, 내가 캐 낸 주제를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배경지식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음악에 대해서, 춤에 대해서는 뭘 얼마만큼 알고 있어야 판단할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에 대해, 칭찬이든 아니든 syo가 뭐라고 할 수나 있는 걸까?

 

두 번째로, syo성공의 큰 요인으로 자연스럽게 실력을 지목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대 그렇지 않더라는 사실을 무수히 경험하고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고 실력을 쌓기가 어렵긴 해도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실력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긴 해도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고, 심지어 이놈의 세상은 이걸 오히려 가능 쪽으로 점점 더 가까이 끌고 가는 중이다. 실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실존한다고 해도 그건 그야말로 추상이라 수치로 구체화하거나 깔끔하게 서열을 매기는 일이 불가능하다. 그 틈새를 그냥 행운, 시대변화에 동반된 행운, 각양각색의 연과 맥들, 심지어 채점자나 면접관, 바이어의 그날 아침 밥상에 고기반찬이 올라왔는지 아닌지 따위의 돌발변수들이 개입하여 성공 방정식에 미묘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큰 성공일수록 그렇다. 작은 성공은 큰 노력으로 이루어지지만, 큰 성공은 큰 노력으로 부족하고 하늘의 뜻이 조금은 필요한 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공사례를 보면서, 성공한 이가 노력으로 성공을 일구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자동추측의 밑바닥에 실은 그랬으면 좋겠네가 깔려있다. 노력이,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실력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세상이 옳은 세상이고, 이 세상이 바로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여기서 세 번째로, syo는 당위와 현실, 법학자들이 좋아하는 말로 SollenZein을 혼용 또는 혼동하는 경향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피 땀 눈물>이 흐르다 못해 말라버릴 정도로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아이돌 들이 과연 그들보다 피, , 눈물을 적게 흘렸는지를 비교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의 노력과 성공을 일차선 도로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방탄소년단은 노력했고 성공했다라는 명제는 엄연한 현실이지만 이를 끊임없이 노력하면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식의 사례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무수한 피해자만을 양산할 뿐이다. 100만 명이 노력하던 세상에서 1000만 명이 노력해도, 왕좌는 하나에서 열 개로 늘어나지 않는다.

 

요컨대,

노력으로 성공했다에 살짝 손을 대어

노력만으로 성공했다로 치환하는 작은 무심함이,

노력하는 이가 성공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 은근슬쩍

노력하는 이가 성공하는 세상 이 좋은 세상으로 바뀌는 데 힘을 보탤 수도 있는데,

그 메커니즘에 복무하지 않도록 좀 더 꼼꼼하게 생각하고, 그 꼼꼼함을 위해 더 많이 찾아보고, 듣고, 느낄 여지가 syo에게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3

 

생존하기 위해 수다한 다른 것들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스피노자가 욕망을 "그 자신 안에서 존속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정의내리는 코나투스로 언명한 까닭이다. 그 자신인 것으로 존재하려면 그 자신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정체성은 다소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들, 그것들과의 결합, 만남에 의존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자신으로 존재하기란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것아 아니라 노력과 탐색, 욕망을 함축한다. (40-41쪽)


조금 더 메타적으로 바라보면, syo라는 놈은 저렇게 묻는 인간이라는 사실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내달리는 의문의 꼬리를 잡고 몸통 위로 기어올라 그 얼굴을 확인하면, 언제나 저렇게 생긴 의문들을 따져 묻는 인간이라는 것. 똑 떨어지지는 않지만 언제나 비슷한 과녁을 노리고 있고, 그 과녁을 바라보며 화살을 거는 활줄이 마르크스였다가, 루쉰이었다가, 소로였다가, 때로는 방탄소년단이기도 한 셈이다. 날아가는 화살의 궤도가 활 쏘는 이의 몸과 마음에 달렸듯, 활 쏘는 이의 몸과 마음이 또 활에 달려 있기도 하다. 어쩌면 과녁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물건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니고, 진짜는 오로지 활을 들고, 화살을 메기고, 시위를 당기고, 숨을 멈추고, 보고, 놓고, 날아가고, 보고, 숨을 들이쉬는 과정 안에 다 들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언가 만나고, 그로 인해 생각을 하고, 생각하는 스스로의 몸가짐을 한 번 더 추스른다면 그 만남이 충분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4

 

그리고 그 와중에 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피할 수가 없다. 난 저 아이들만큼 치열하게 살지도 못했고 못할 것이므로 이번 생은 안 되겠지. 우주가 생긴 그 날부터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나는 전생에도 아마 다음 생에도 영원히 안 되겠지.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DNA.



아무래도 전 <DNA>가 제일 좋더라구요.


그것은 또한 새로운 기쁨으로 열리는 것, 즉 우리에게 낯설어 보이는 대상과의 적합성을 찾아낸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신체에 더 많이 익숙해져야 하고 신체가 더 많이 민감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체가 다른 사물의 행위와 동일한 것을 더 많이 만들어낼수록 다른 사물의 본성과 공통된것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된다. 신체가 더 많이 민감해질수록 셀 수 없이 많은 정서를 구분하고 느낄 수 있게 되며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스포츠 훈련, 여러 기예를 닦는 것, 악기를 다루는 일, 식당이나 양조장에서 그러하듯 미각이나 후각을 훈련하는 일, 감각적 즐거움의 경험, 사막을 횡단하는 일이나 만년설을접하는 등의 극단적 상황이나 전혀 낯선 상황에 처하는 일 등은 신체가 새로운 현실에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이는 그 신체에 새로운 역량을 부여한다. 경험하기 이전에 무서웠던 일, 사막의 건조함이나 만년설과 같은 것이 우리와 조화로운 공통된 접점을 가지게 되고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우리가 더 많은 사물에 익숙해질수록, 그것들을 더 편하게 느끼게 될수록 우리가 슬픔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는 줄어들고 경험한 것만큼의 기쁨을 얻게 된다. (187-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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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1-29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요컨대, 문단 너무 좋아요. 노력한 사람의 문장이예요.

2. 저도 방탄의 인기 요인이 궁금하기는 해요. 가사, 도전적이고 사회비판적인 가사나 프로듀싱 능력 등을 이유로 대기도 하던데요.
글쎄요. 제 생각엔.... 워낙 한류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그런 애들, 잘하는 애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다른 그룹에 비해 특별히 잘한다기 보다는 서로 경쟁하다가 잘하게 되었다는....
그리고 케미? 멤버간의 케미가 다른 그룹에 비해 좋은 것 같아요. 그리하여 시너지효과... 제가 보기엔요.

3. 전 <아이돌>이 좋아요. You can call me artist. You can call me idol. 아님 어떤 다른, 뭐라해도 I don‘t care!
그리고 RM (하트뿅뿅!) 스피노자는 안 보임. 방탄 땜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11-29 15:10   좋아요 0 | URL
단발님의 요런 댓글을 대충 예상은 했습니다만, 왜 갑자기 RM인가요. 최애가 바뀌셨나요 ㅎ

소년 소녀들 전부 예쁘고 악착같이 열심히 하는데 다들 잘 됐으면 좋겠지만요, 이 세상은 또 그런 게 아니니까요....

카알벨루치 2018-11-29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사람!!! 대형사고쳤네 ㅋㅋ

syo 2018-11-29 15:11   좋아요 1 | URL
방탄을 깐 것도 아닌데 무슨 대형사고씩이나.... 이러다 사람들 오해해요. 살려주세요 ㅎ

stella.K 2018-11-2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저도 방탄은 뭐가 좋은지 모르겠더군요.
뭐 걔들 뿐이겠습니까?
대중 음악은 자기 시대에 들었던 음악 그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이문세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댄데
지금도 그 이상으로 좋은 가수를 못 찾겠더군요.
물론 성량이나 환경이 그때의 가수들 보다 월등이 좋아졌는데도
정서가 다르다고 보는 거죠.
지금 방탄 좋다고 하는 아이들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좋아할 겁니다.
그러면서 방탄 같은 가수들이 안 나온다고 아쉬워하며 꼰대가 되어가겠죠.
사람은 그런 것 같아요. ㅋ

syo 2018-11-29 16:29   좋아요 1 | URL
저는 방탄 좋던데요? 나는 살고 싶다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뭐 걔들 뿐이겠습니까?‘ 에서부터는 모든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특히 마지막 세 줄은 최고 ㅎ

stella.K 2018-11-29 16:33   좋아요 0 | URL
야하~! 제가 스요님께 칭찬도 들어보고
이거 앞으로 댓글 더 잘 써야겠는데요?ㅋㅋㅋ

syo 2018-11-29 16:35   좋아요 1 | URL
무슨 말씀이세요 ㅋㅋㅋ 제 칭찬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요ㅎㅎ
스텔라님은 글도 댓글도 항상 잘 쓰시는데요.

목나무 2018-11-2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을 기다리며 조금 여유가 있는 이런 날엔 syo!
오늘 글도 느므 좋습니다!
그나저나 귀여운 여동생은 요즘은 누굴 좋아하려나요? 설마 아직도 동방신기????

syo 2018-11-29 20:2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동생의 덕질족보는 제가 샤이니까지는 따라갔는데 그 이후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psyche 2018-11-2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락 싸면서 간만에 북플에 들어왔다가 방탄이라는 말에 눈이 확 떠졌습니다. ㅎㅎ

방탄의 인기가 워낙 폭발적이니 그 원인을 한두가지로 말 할 수는 없겠지만 저와 제 주변의 의견은 무엇보다 가사의 힘!입니다. 가사가 예술이에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줘서 그런 가 구절구절이 가슴을 찌르고 희망과 위로를 주거든요. 사실 저는 아들뻘 청년들이 해주는 말에 위로받는 다는게 좀 민망하기도 했는데 뭐 어쩌겠어요. 그게 사실인걸. 요즘처럼 사는 게 참 힘들다 싶을 때, 마구마구 우울속으로 파고 들어갈 때 조금이라도 몸을 일으킬 힘을 주더라고요.

저는 좋아하는 방탄 곡이 너무 많아서 한개만 뽑는 것은 불가능하고 요즘 제 맘을 울리는 곡으로 RM 의 ‘지나가‘

syo 2018-11-30 10:14   좋아요 0 | URL
프님의 방탄사랑은 익히 알고 있던 부분이지요 ㅎㅎㅎㅎ

말씀하신대로 정말 가사가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주로 사랑노래를 좋아하지만요 ^-^

입덕까지는 못 돼서 미친듯이 들어대지는 않겠으나 한 번 들을 때 흘리지 않고 집중해서 음미하게는 되었지요 ㅎ

공쟝쟝 2018-12-0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먹나봐요.. 저도 지난 명절때 유튭보면서 방탄 공부했는데.. 랩몬 빼고는 지금도 얼굴 구분을 잘 못하겠어요.. 하지만 역시 dna는 좋구.. 몇년 전에 동생분이 상심이 크셨겠네요.. 동방신기라니... 이젠 아련한 믹키...읍읍..😷😷

syo 2018-12-02 15:1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
그 전에 이미 털고 나와서 믹모 남성의 사건에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았던 동생입니다.

그리고 원래부터 시아준수 팬이었더라구요.

kpio99 2018-12-0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 전에 봄날이라는 노래를 듣고 꽂혔어요. 그런데 그 노래가 방탄소년단 것이더라고요. 유튜브에서 뮤비를 봤는데 그 안에 세월호, 젊은 세대가 겪는 아픔에 대한 공감 등이 담겨 있더군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방탄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 같아요. 물론 다른 연예인들이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지만요.

syo 2018-12-02 15:13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방탄의 성공 요인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다 공감이 가더라구요. 백진호님의 말씀 역시 그렇구요.

입덕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그 소년들이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01-0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리뷰 추천이라 보니 쇼님이었군요. 2년전에도 활동을 많이 했고, 입담 글발이 장난 아니었군요. 스피노자 들으러 왔다 서른두 개 눈동자만 새기고 갑니다 ㅋㅋ

syo 2021-01-06 20: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한참 철없이 날아다니던 시절이네요.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