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것은 저주일지도 모른다.
syo는 분명 좋아서 추천했는데, 흥분하여 추천했는데, 하필 그 책이 당신에게 별로라면, 우리 관계는 애절한 불편함 속에 빠진다. 저쪽에서는 시무룩한 syo의 표정에 애써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 나쁘다는 게 아니라, 좋지, 좋은데, 그..... 나하고는...... 아냐, 좋다니까, 좋은 글이야. 잘 썼어. 그럼 이쪽에서는 또 그 구슬픈 노력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나서 그렇지, 아, 당연하지, 읽는 사람에 따라 그럴 수 있지, 괜찮아, 허허허...... 하며 또 손사래를 친다.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은 저기 앉은 두 사람은 대체 왜 저렇게 서로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또 쉴 새 없이 흔들고 있는가 의아해지는 것이다. ‘방갑습니다, 고갱님’ 대결중인가?
정반대로, 읽어보니 별로여서 아 참 별로네요, 라고 써 올린 다음 검색을 때려봤는데,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좋아요 합창곡을 부르고 있을 때 역시 난감하다. 도대체 내게 안목이란 게 있는 것인가 하는 시름에 젖은 채, 안목 없는 사람들이 고른다는 맥주를, 안목 없는 안주를 곁들여 마시게 된다. 참 안목 없는 음악이 배경에 깔리는데, 알고 봤더니 그건 또 어느 안목 없는 드라마의 메인 OST였고......
syo에게 뽐뿌 받아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났더니 내가 저 오랑캐 같은 놈에게 낚시를 당했구나 하는 사실 말고는 당최 얻은 게 없는, 그런 구슬프고 억울한 일을 한 번이라도 당해 보신 이웃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안목이 없어서 면목이 없습니다......
오늘의 기록 역시 어떤 형태로든 낚시는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180919 – 180930 : 30권




1.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 그는 syo의 마음속에서 가장 큰 낙차를 자랑하는 작가이다. 한때는 물불 안 가리고 좋아했으나 이제는 물인지 불인지 가리게 된다. 물도 좋고 불도 좋지만 물불일 때만큼 좋지는 않다. 그저 계속 읽었을 뿐인데 그냥 이렇게 되다니 신기하다.
: 그를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책이다. 그의 책을 읽지 않았거나 읽었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고만고만한 책이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지만 그의 인생에 관심을 가질 정도는 아닌 이들을, 그야말로 인간 하루키에 입덕할 수도, 완전히 관심을 끊을 수도 있는 경계지점에 서게 하는 책이다.
2.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 딜레마는, 공산당 선언은 자체 그렇게 어려운 텍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관계’나 ‘생산력’ 등을 비롯해 채 10개가 되지 않는 개념만 정립하면 굳이 원숭이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혼자 순풍순풍 읽어낼 수 있는 책이 공산당 선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과잉친절인가?
: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임승수 선생님의 필력은 쉬운 것을 더 쉽게 설명하는 데서 빛이 난다. 아직 공산당 선언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하신 분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무리 없이 원전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3. 루소가 권하는 인간다운 삶
: 이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루소가 인간다운 삶을 권할만한 자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크- 자연 좋지. 이랬는데,
4. 루소의 개
: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자, 위의 책은 루소가 권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루소에게서 인간다운 삶을 열심히 뽑아낸 결과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위의 책은 가치가 있다.
: 루소의 개(같은 성격)와 루소의 개(같은 적들).




5. 악스
: 100만 년 만에 읽은 이사카 고타로는 100만 년 전의 그 바로 그 사람이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너무 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 큰 이야기가 찾아와도 자신이 완전히 다룰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이야기를 눕혀 다루는 사람. 착한 글을 쓰는 사람.
6. 고전으로 철학하기
: 계속 지금처럼 읽어도 되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은 독서하는 사람에게 불편한 동시에 소중하다. 그런 경험은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읽는 이를 만났을 때도 찾아오지만, 비슷한 방식인 것 같은데도 훨씬 더 잘 읽는 이를 만났을 때 성큼 다가온다. 그래서 ‘책 읽은 책’은 내용이나 저자의 관점과 무관하게 독자가 읽는 방향을 바꾸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읽는다는 게 이렇게 오묘하고 멀리 있다.
7. 자본론을 읽다
: 양자오잖아.
: 양자오라니까?
8. 묵자를 읽다
: 양자온데.....어.....
: 양자오가?




9. 리바이어던
: 별로 입문서 아닌 것 같아. 요약서인 것 같아.
: 그리고 그 둘에는 큰 차이가 있다.
10. 밤이 아홉이라도
: 이 시리즈의 장점은 ‘신박하다’는 데 있다. 설정들이 때론 기묘하고 때론 기괴하다. 지금 다섯 권을 읽었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이 으뜸이다. 감정 증명서, 감정 진단, 보호관찰대상자, 이런 컨셉은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 같지만, 자, 그 설정이 재개발 단지 철거용역과 합쳐진다면, 그래도 식상하기만 할까?
11. 무엇이든 쓰게 된다
: 납득할 수 있는 글쓰기론은 오히려 ‘태도론’ 밖에 없다는 사실은 syo가 항상 겪는 아이러니다. 태도야말로 누군가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영역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쓰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태도는 분명히 있고, 강조와 강요 사이의 어느 지점까지 그 태도를 밀어붙이는 책이 독자에겐 의외로 현실적인 힘이 된다. 실제로 글쓰기 책을 읽는 독자가 무언가를 얻는 대목은 짧은 문장을 쓰시오, 형용사를 줄이시오, 이런 데가 아니라 그저 ‘오늘도 쓰시오’를 다양한 목소리로 변용한 자리일 때가 많다. 맞다. 쓰는 사람은 오늘도 써야 한다. 무엇이든 써야 쓰게 된다.
12,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비와 바람으로 빚은 시집. 그러므로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시집.




13. 생활의 사상
: ‘생활’과 ‘사상’이 몇 대 몇이어야 좋은 책일까. 이름은 이렇지만 사상이 생활을 누르는 느낌의 책이다. ‘생활의 사상’을 지나쳐 ‘사상의 생활’에 도달하기 전의 어느 지점에 책이 있다.
: 그럼에도 분명히 근거지가 생활이어야 사상이 아름답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생활과 사상을 버무리는 능력은 생활도 사상도 부단히 경작해야만 수확할 수 있는 귀한 힘이다. 균형은 뒤에 맞출 일이다. 일단 나는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읽어야겠다.
14. 서재를 떠나보내며
: 망구엘 선생님은 갈수록 추상적인 이야기를 즐기는 것 같다. syo가 또 추상적인 이야기에 환장하긴 하는데, 그것도 정도가 있지, 플라톤의 이데아급 추상화가 이루어지면 갑자기 흥미가 뚝 떨어진다. syo는 어쩐지 남 일 같아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내 일인지 남 일인지 알쏭달쏭한 경우에는 좀 어렵다. 그 골짜기에 이 책이 빠져있다.
: 이게 다, syo에게 서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그렇다. 책에 대한 애착이 없어......
15.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
: 새로 나온 마르크스 입문서인가 하고 빌렸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흥미로운 책이었다.
: 예를 들어, “친구 놈이 저더러 자꾸 돼지라고 놀리는데, 그게 도대체 제 놈 새끼랑 무슨 상관이죠?“ 라는 질문을 카페 게시판에 올리는 거다. 그러면 철학자들이 최대한 어렵게 생각하고 최대한 어렵게 책 쓰느라 바쁜 와중에도 친히 게시물을 열람하시고는, 질문자가 직면한 문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철학 속에서 끄집어 내 댓글로 달아 준다. 읽기 쉽게 달아준다. 쉬운 대답으로 질문자를 속여 어렵게 써놓은 제 책 팔아먹으려고. 이 책은 그런 질문과 대답을 모아놓은 책이다.
16. 서밍 업
: 젊어 이름 드날렸고, 이제는 돌아이와 꼰대 사이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어느 매우 똑똑한 인간의 일갈.




17. 정치철학
: 가르쳐 주는 것 같으면서, 실제로는 질문을 하는 책이다.
: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지금 물어 본 거, 그 답은 어쩌면 이런이런 책에 있을지도 모르지. 그 책에는 요런요런 내용이 있어. 어때 감이 와? 네가 찾는 답이 그 책에 있을까 없을까? 아직 모르겠어? 자, 그럼, 읽어.
: 하여, 플라톤을 읽기 시작했다. 엄청난 정말 뽐뿌 아닌가?
18. 있으려나 서점
: 젠장, 당했다. 내 심장 고쳐 놔......
: 고양이 그림책도 귀여워 죽겠는데, 고양이보다 더 좋아하는 ‘책’ 그림책을 이렇게 자꾸 이렇게 그리면 사랑합니다.
19.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국가
: 플라톤이라는 거친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해변에서 열심히 몸에 물 바르는 중이다.
: 돌이켜보면, 기어코 몸에 물만 묻히다 날은 저물고 결국 짠물에 혀 한 번 못 대본 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던 경험이 무진장 많다. 내 기필코 이번만은 꼭 입수에 성공하리라아아아아~
20. 대화편 : 플라톤의 국가란 무엇인가
: ~아아아아아..... 그래도 물은 오래오래 꼼꼼하게 묻혀야지. 심장 부위를 중심으로다가. 바다가 많이 추워.




21. 고백, 손짓, 연결
: 웹툰이 분석의 대상이 되는 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도, 이제 대세는 웹툰이여, 웹툰이란 이런 이런 특성이 있지, 하는 식의 총론적 관점이 탑재된 책은 있었으나, 이렇게 작품 단위의 각론 분석이 이루어지는 책은 요즘 들어 생겨나는 추세인 듯하다.
: 뭐가 됐든, 읽을 게 자꾸자꾸 늘어나는 사태는 약간쯤 애증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휴. 인생 참 짧아.
22. 만든 눈물 참은 눈물
: 이승우를 제외한 모든 한국 소설가들에게 냉정하다고 자평하신 어떤 저명한 알라디너께 이 책에 대한 소감도 여쭤보고 싶다. 왜냐하면, syo에겐 정말 별로여서.
: 이승우 같은 거장급 소설가에게 갖다 대기 좀 어색하지만, 김동식이라는 소설가가 있다. 김동식도 이 책처럼 단편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책을 냈는데, 작품을 쓰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글을 배운 작가라 그의 책은 늘 문장이 아쉽다. 그러나 컨텐츠는 엄청 기발함. 이 책에서 정 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문장이야 syo가 논할 자격도 없을 정도지만, 김동식에 비하면 내용이...... 그래서 다 섞어서 판단하건대, syo의 채점표로는 김동식의 아슬아슬한 판정승.
: 그림이 없었다면, 아마 아슬아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23. 루소와 볼테르
: 어쩐 일인지 이 시리즈는 정말, 아무도 읽지 않는 느낌이다. syo말고는 딱 한 분이, 그것도 출판된지 반년이 지난 시점에 짧은 평을 남긴 게 전부다. 전작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 역시 현재 알라딘에서 누구도 ‘읽었어요’에 체크하지 않았다. 작년 5월, 읽은 책 목록을 초기화하기 전에는 syo 혼자 읽은 상태였는데...... 불쌍한 책들이다.
: 이 책도 전작처럼, 타이틀에 이름을 올린 두 명의 철학자와 몇 명의 다른 철학자를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토론을 시키는 콘셉트로 구성되어있다. 저자 강대석 선생님의 주관이 적잖게 들어있긴 해도, 책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읽힌다. 특히 전작의 경우, 포이어바흐에 관한 입문서가 없다시피 하다는 걸 고려하면, 도대체 이 책이 불쌍한 건지 포이어바흐가 불쌍한 건지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 강대석 선생님이 절대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24. 역사의 역사
: 마주치면 황송해 죽을 것 같은 사람은 딱 한 명 유시민 선생님 밖에 없는 남자, 그게 바로 syo다. syo의 인생에서 여친, 치킨, 유시민을 뺀다면, 그건 아마도 앙꼬 없는 앙꼬, 이빨 빠진 이빨, 콜라 빠진 콜라가 아닐까? 그러니까 nothing.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별로였다는 사실을 고백하려니까, 얼마나 괴롭겠어.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걸 알아챘을 때, 그 사실이 무엇을 부정하는지 깨달았을 때, 어땠겠어. 엄마가 정성껏 길러놨더니, 내 새끼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길러놨더니, 아들놈이 기껏해야 syo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땠겠어......
: 물론 좋은 책이다. 그러나 syo가 유시민 선생님께 기대하는 바가 그저 ‘좋은 것’을 넘어섰으니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 <역사의 역사>가 소개하는 책 가운데 절반 정도를 읽은 경험이 있다. 그저 그런 책들도 있었고,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도 있다. <역사의 역사>는 그저 그랬던 책을 다시 읽게끔 의욕을 불어넣지도 못했고, 좋았던 책에서 받았던 감동을 뛰어넘는 뭔가를 가져다주지도 못했다. 결국 <역사의 역사>를 덮고 다시 그 책들을 읽으면, 별로였던 책들은 여전히 별로고, 좋았던 책들은 다시 좋을 것이다. 변화가 있다면 그건 그동안 내가 변하였기 때문이겠고, 이 책 때문은 아닐 것 같다.




25. 여름, 스피드
: 이것도 syo에겐 문제작이다. <역사의 역사>는 압도적 다수가 좋다좋다 하는데 syo만 별로인 쪽이었다면, 이 책은 syo가 좋아 죽겠다는 심정으로 별 다섯 개를 때렸건만 다수로부터 세 개도 과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 결이 얼마나 맞느냐의 문제인 듯하다. syo는 이 작가의 문장에도, 경험에도, 그리고 경험과 문장의 애절한 결합에도 모두 결이 맞아 있다. 내 문장이 가야할 방향의 다음 단계(혹은 다다음, 다다다다다다다음 단계)를 이 책에서 본다. 내가 뭘 쓰겠다는 건 아니지만. 결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는 것은 그만큼 선명하다는 이야기다. 선명한 책은 그 가치의 높낮이와 무관하게 존재할 기초적 명분을 가진다.
: 이 책이 우리 문학 판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할지, 혹은 자리해야 할지 syo는 모른다. 단지 syo의 인생에서 이 순간, 이 책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는 선명하게 안다.
26. 존재의 제자리 찾기
: 현상학에 대한 폭넓은 개론서
: 근데 폭을 너무 넓혀놔서, 조금이라도 현상학 비스무리 한 사고를 한 철학자들은 최대한 책에 실어보려 하신 것도 같다. 그러다보니 되려, 이런 저런 철학자는 알게 되었으나 현상학 그건 뭔가 싶다.
27. 로지코믹스
: 수많은 천재天才들이 서로의 천재를 경쟁하는 황금시절에 대한 책은 불같은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그 흥미에 등 떠밀려 막상 책을 펼쳐보면, 이 천재들이 왜 천재인지도 모를 만큼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스스로의 범재凡才를 깨닫고 우울한 마음으로 중도포기를 선언하는 일이 많다. 심지어 만화에서도. 오히려 만화에서 그런 치욕을 당하면 그야말로 나란 인간은 구제불능의 똥멍청이가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틀렸다! 틀렸어요! 그건 만화를 만든 놈들이 깝친 겁니다. 만화를 만화처럼 그리지 않고 끝까지 자기네 자존심을 세운 거예요. 최악의 만화는 만화인 듯 만화 아닌 만화 같은 만화입니다! 그게 다 자기네들 역량 부족인 걸 모르고, 독자를 자괴감의 수렁으로 몰고 가는 나쁜 놈들!
: 이 책은 그 나쁜 놈들과 관계없는 책입니다,
: 라고 쓰려고 했는데, 이것도 오만이 아닐까 싶다. 이과 나오고 공대 나와서 자연스레 읽어진 건데 말이지. 솔직히 학부 때 도서관에서 프레게 책, 러셀 책, 비트겐슈타인 책 읽어 보겠다고 끙끙거린 적도 있다. 물론 백전백패였으나, 이 책을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읽어 낼 만큼의 기본 지식은 syo에게 이미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 그러므로 함부로 추천하기 어렵겠다. 그럼에도, 사실 책 속의 천재들이 지껄이는 말 자체는 그다지 이해할 필요가 없다. 논리와 이성의 화신일 것 같은 그들이 각각 품고 살아가는 광기와 감정의 요동 같은데 주목하여 읽는 것이, 이 책의 저자들이 의도한 바인 것 같다. 또 광기와 감정하면, syo가 전문인데!
28. 국가를 생각하다
: 두세 군데 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였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하고 대답을 받아 책 앞쪽에 실어 놓았다. 책 전체 분량의 1/10에도 못 미치는 분량이지만, 거기야말로 이 책의 가장 좋은 부분,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난 이 아이들이 이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자랐으면 좋겠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이 나라가 결코 허락하지 않겠지만.
: 그리고 좋은 나라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을 오롯이 품고 자랄 수 있는, 최소한 그 정도의 나라는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


29.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 긴 글 쓰는 장소 아니니까, 그리고 긴 글 쓸 만한 책도 아니니까 표지의 딱 한 줄만 까보겠다. ‘서른 살 고시 5수생을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기적의 습관!’
: 우선, 작가는 서른 살에 5수 낙방한 고시를 접고,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마흔, 그때부터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고 서술한다. 물론 그간에도 책은 읽었으나, 작가 스스로 그렇게 읽은 건 읽은 게 아니라고 강력 주장하니까 실제로는 서른 살 고시 5수생이 아니라 마흔 살 직장인을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것이다. 서른 살 고시 5수 한 게 거짓말도 아닌데, 큰 차이 있냐고 하신다면, ‘세 살 한글도 못 읽는 유아를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기적의 습관!’ 이라는 타이틀로 교체하시는 것을 권해본다. 어차피 세 살 때 한글 못 읽은 게 거짓말도 아니니까.
: 저자는 책을 읽는 내내 ‘목적 있는 독서’, ‘성과 있는 독서’를 주장한다. 그 목적과 성과가 10만부 책팔이가 되는 거라면, 나는 책을 읽고 싶지가 않다. 이 책은 나처럼 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책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된 사람은 최초로 그 말을 한 사람, 단 한명 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되도록 십시일반 돕느라 그 책을 소비했을 뿐이다.
30.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소소하지만 다 맞는 이야기다. 다 맞는 이야기지만 소소하다...... 이 정도가 syo가 할 수 있는 평의 끝인 것 같다.
: 이 책에서 도움을 얻는 사람이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내 글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났다’ 라고 할 정도의 감동과 유익을 얻은 사람이라면, 말씀드리는데, 그 기분은 당신이 원하는 ‘에세이’를 쓰기에 당신은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가 깝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당신도 시간이 지나면 동의하시게 될 거예요. 이 책에서 얻은 게 거의 없구나, 생각할 만큼은 알고 또 그만큼은 잘 쓰는 사람에게도, 멋진 에세이를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