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를 찾아서를 봤다. 재미있다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는데, '월트 디즈니'의 가족 사랑 애니메이션이라길래, 뻔하겠지.. 하는 생각에 미루고 안보았던 영화다.

미국에서 백만장 이상의 DVD 판매고를 올렸다는데, 왜인지 수긍이 갔다. 일단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가 있고, 홀아버지의 감동적인 사랑에, 온 가족을 겨냥한 다양한 서플까지... 어떤 부모인들 아이에게 이 DVD를 사주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다.

니모가 어려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알이었을 때 무시무시한 상어의 습격을 받아 아내와 399명의 자식을 잃어버린 아빠는 후에 바다를 무서워하고, 니모를 과잉보호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니모는 학교에 가야할 나이. 무슨일이라도 날까 노심초사하는 아빠에게 화가 난 니모는 반항하는 마음에 배에 가까이 갔다가 스쿠버다이버에게 잡혀가고 만다.

이 니모를 찾아 온 바다를 헤집고 다니는 아빠와, 수족관에 갇혀 '물고기 킬러'  소녀 달라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는 니모의 분투가 이어지고, 결국에는 살던 바다로 돌아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자(父子)가 된다는 것이 니모를 찾아서의 줄거리이다.

바닷속 생물들이 등장인물인만큼 소소한 설정이 재미있다. 주인공 부자가 '광대물고기(Clown fish)'라는 이름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을 웃겨야 한다는 설정이나, 복어가 열받으면 자기도 모르게 몸이 부풀고 가시가 돋아나 물 위로 둥실 뜨는 장면, 청소새우가 다른 물고기들의 위생상태를 점검하는 장면 등은 수중생물에 대한 지식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그중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빠 물고기가 해류를 타고 거북이 떼와 함께 먼 거리를 이동하는 장면이었다. 아빠 물고기와 그 친구 도리는 동오스트레일리아해류(EAC)에 (말그대로)  합류하여 아들이 있는 호주 시드니를 향해 전진한다. 과거 지구과학을 소홀히 했던 나는 궁금해졌다. 과연 저 만화속의 장면처럼 바닷속엔 신나게 흘러가는 해류가 있을까? 후룸라이드처럼 해류에 몸을 싣기만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걸까?



진실에 가깝길 고대했던 내가 잘못이다. 알아본 결과, 해류는 그 폭이 최소 수십킬로에서 수백킬로에 이르기 때문에 영화에서처럼 기껏해야 열차 터널만한 지름의 해류란 건 있을 수가 없다. 또한 그 속도라는 것도 보잘것 없어 빠르다고 관측된 어떤 기사 속의 해류도 그 속도가 일초에 60cm 에 불과하다고 한다.

진짜 해류가 만화같지 않아 약간 실망했다. 우리 어린이 여러분도 니모를 찾아서를 그냥 재미있게만 보시길 바란다. 해류는 터널 속의 후룸라이드 같지 않고, 물고기의 눈은 앞이 아니라 옆에 달려 있답니다. 그리고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깜박이지 못하죠. 결정적으로 물고기는 말을 못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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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kytosea > 진정한 살인 미소는 바로 이것!

너무 귀엽자나...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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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1-1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정말 어지간하면 다른 사람 서재에서 무언가를 퍼오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좋은 글이나 좋은 그림이 있으면 가서 보면 되는 것... 그 글/그림 보러 갔다가 또 더 좋은 글/그림 발견하면 되는 것이지. 어차피 알라딘 서버 안에 있을 뿐인데, '나의'서재가 무엇이고, '너의'서재가 무엇이란 말인가?..
허나 각설하고 이 아기의 미소는 한참을 망설이다 퍼가기 단추를 급기야 누르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기가 예뻐지면 시집가야 한다는 소리, 이제 좀 지겹지만 그래도 이 아기 정말 예쁘다.

비로그인 2004-01-1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왜 자꾸 종족보존 욕구를 자극하는 일만 생기느냐 이거지... 그나저나 내 유전자에도 저런 귀엽고 해맑은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없겠지 아마... 쩝...

만월의꿈 2004-01-1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퍼가는 것을 자주하는 사람인데요- 글쎄요. 나의 서재라는 것은 나만을 위한 공간이니까 조금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집이 있어야 남의 집에도 놀러 갈 수 있는거고, 남의 집에 이쁜 물건이 있으면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하나 살 수도 있는거잖아요- ^-^ 헤에; 하여튼 아기 진짜 귀엽다아+ㅁ+....

빨간우산 2004-01-1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소다에 실렸던 사진이네. 레이소다도 가끔 가나봐.

sunnyside 2004-01-1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그래요? 유명한 사진이구나... 이거는 여기 알라딘 서재에서 발견한 사진예요. 저 레이소다 멀라요. ^^;
 

읽지도 않으면서 벌써 몇번이나 검색해 본 책이 있다. 바로 <나는 산사로 출근한다>.

일에서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마음의 평화로 다스리고, 직장생활을 내면성숙의 계기로 삼으라, 는 요지의 책이라고 한다. 오늘은 잊지 않고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

뭐든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참 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일이 안 풀려 갑갑해하고, 안된 일을 남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이렇게 소모되는 에너지만 모아서 생산적인 일에 쏟아도 훨씬 여유있는 업무처리가 가능할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집에 오는데, 뜻밖에 유용한 팁을 얻었다. 지하철에서 옆에 있던 누군가의 전화 통화를 엿들은 것.

그슬린 호빗머리를 한 그 청년은 '짜증'을 '짜장면'으로 '매우(^^;)'를 뜻하는 '졸라'라는 비속어를 '졸리 윌리'라고 했다.

"야, 짜장면하게 왜 그래~"

"졸리 윌리 열받어" (상대방이 이 말을 못 알아듣자, 졸리는 '달려라 졸리'의 졸리라고 설명까지 곁들였다. 윌리는 왜 윌리지?)

이런 식으루 얘기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리 짜증나고 열 받는 상황이라도 '짜장면', '졸리윌리'를 내뱉는 순간 스며드는 미소 사이로 사라지진 않을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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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웨딩 스튜디오들이 싸비스가 장난이 아니다.

울 언니 결혼사진 한 스튜디오에서 찍어준 울 엄마 아부지 사진.

30년 전에 찍은 진짜 결혼사진이랑 비교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엄마는 옛날보다 더 환히 웃고 계신다. 30년 전 웨딩사진 속의 엄마는 잔뜩 긴장해서 제대로 웃지도 못하는 수줍은 신부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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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1-0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채들고 계신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멋지세요~

starla 2004-01-0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선희씨 아버님 어머님이시다~ 안녕하세요??? ^^
 

전 집에 내려갔다가 엄마랑 찜질방에 갔다. 또 어디 좋은 곳을 알아 놓으셨는지, 딸을 데려가지 못해 안달을 하셨다.

 

어쨌든 효도하는 셈치고 가본 그곳은 가히 무릉도원이랄만 했다. 총 8개의 찜질방과 1개의 아이스룸이 있었으며, 영화상영실, PC방, 꼬마들 오락실, 안마의자, 개인 수면실, 노천 수면실, 만화책 빌려주는 곳, 헬스 클럽이 완비되어 있었고, 심지어 홀에는 가수가 와서 노래 부르는 무대까지 있었다.

 

게다가 딸린 목욕탕에는 9개의 각각 다른 테마의 탕과 3개의 사우나, 비치 의자, 발 마사지 욕조 등이 완비되어 있었다. 목욕탕 가운데에 있는 야자나무들과 진짜 금칠을 해놓은 황금탕에 이르러서는 야 정말 여기가 파라다이스구나 싶었다. 로마 황제의 욕실인들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있었을까?

 

장장 네 시간 동안 찜질방과 욕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내내 기묘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어쩌다 찜질방이라는 현상이 생겼을까? 왜 수 백 명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똑 같은 옷을 입고 이리 저리로 뒹굴고 있지?

 

누군가 지금쯤이면 찜질방이라는 현상을 문화적으로 분석해 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검색해 봤다. 하지만 뾰족하게 찜질방을 문화적으로 분석해 놓은 글은 없었다. 찜질방이 가출 청소년들의 서식지에다가 원조교제의 장이 되어 버렸다는 요지의 사회적인 분석은 있었지만.

 

말 한 발자국만 물러서서 찜질방의 풍경을 바라보면 희한하기 이를 데 없다. 가만히 누워서 땀을 빼다가 홀에 나와서 맥반석 계란을 까먹으며 TV를 본다. 수면실에서 한숨을 자다가 나와서 다시 땀을 빼고, 출출하다 싶으면 식당에 가서 미역국 한 사발과 밥을 먹는다. 연인들은 서로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한 구석에 잠들어 있고, 아이들은 엎드려 다리를 흔들거리며 만화책을 읽는다.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이라도 하는 시간이면 수십 명의 사람들이  홀 가운데 큰 TV 앞에서 같이 웃고 같이 탄식하며 시청을 한다. 거기엔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아장아장 걷는 아기까지 생전 처음 보는 얼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흡사 과거 부족시대의 축제나 마을 회의에서나 볼 수 있는 인적 구성이다.

 

우리는 부족 시대로 회귀하려는가? 서로의 맨 다리와 땀으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며, 더불어 즐기는 법을 알게 된 것일까?

 

런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도 철저하게 무시하는 법을 배우게 된 듯 하다. 이제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쉼의 공간과 그 밖의 공간이 명확히 나뉘어져 있었다. 일하거나 놀거나 타인과 교제하는 공간은 바깥이었고 은 온전히 집안에서만 할 수 있는 행위였다. 은 나만의 공간, 즉 Privacy 가 전제되는 곳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찜질방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공공 목욕탕은 쉬는 곳이 아니었다. 그냥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때를 미는 공간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privacy 를 포기하고 황제처럼 쉬기를 택했다. 단 5천원만 있으면 8개 방과 9개 탕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데 구질한 집구석에 처박혀 있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진 못했다. 다만 우리 삶이 privacy를 주창하는 게 더 이상 무의미하게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개인적 통신 수단이었던 이메일과 핸드폰이 온갖 스팸과 원치 않는 일방 커뮤니케이션으로 얼룩진지 오래이고, 지하철 화장실 몰래 카메라에서 포착되었다는 민망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떠돈다. 인사동 거리 곳곳에는 이미 CCTV가 설치되어 행인들의 행동거지 하나 하나를 녹화 중이라고 한다.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위해서도 privacy 는 버려야 할 악덕 중 하나. 언제 급한 업무가 나를 찾을지 모르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에도 스탠바이 해야 하는 샐러리맨도 있고(실제 친구 중 한 명은 퇴근 이후에 핸드폰을 꺼 놓았다는 이유로 상사의 질책을 들어야 했다), 새벽 시간에 들이닥치는 남편 회사 동료들에게도 웃는 낯을 보여줘야 멋진 와이프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이미 privacy 의 침범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무뎌진다. 내가 남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도, 남이 나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도. 그렇게 점점 관용되는 무례, 관용되는 사생활 침범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다. 너무나 바빠서, 작은 것을 신경 쓸 틈 없이 돌아가는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고, 우리들 역시 저항 없이 너무나 쉽게 적응해 살고 있다.  

 

찜질방에 대한 단상이 길어졌다. 누군가 더 많이 배우고, 더 생각 깊은 분이 이 찜질방 문화를 속시원히 분석해 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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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4-01-0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작년 찜질방에 첨 갔다오고 나서.. "참으로 희귀한 문화체험"을 했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문화현상이 우리나라 어디에서 볼 수 있을 것인가...
남녀가 가운 하나 입고 몇 백명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그것도 얼굴 모르는 사람이 99%.
노인에서 꼬마들까지.. 엄청난 연령의 다양성.
직업도 다양하겠고, 찜질방에 오게된 이유도 가지각색일 것이다. 술 먹다가 막차를 놓친 직장인, 가족 동반 나들이, 둘이서 밤새도록 데이트할 장소를 찾다못해 온 어린 연인들, 몸이 안좋아 찜질이 낙인 사람들...
그런데.. 제가 느낀 건.. 이 속에서 사고가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종종 탈의실 관물함에서 지갑을 털리거나 자다가 손목시계를 도난당하긴 하지만, 바깥 세상보다는 문제가 적지 않나 싶다. 그 많은 사람들, 다양한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하룻밤 모여사는데.. 별의별 일이 다 있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찜질방의 질서'를 지킨다.
아직.. 공개된 장소에서 담배피우는 사람 한번 못 봤고, "어린놈들이 어쩌고 저쩌고"하며 나이어린 사람들한테 삿대질하는 나이드신 분들도 못 봤고, 꽤 낯 뜨거운 포즈를 취하는 연인들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도 못 봤다.
나름대로의 질서를 무난히 지키고, 그걸 용인하고 못 본체해주는 문화.. 난 이게 좋아보인다. 나한테 직접적인 무례함이 아니라면, 그리고 남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나만의 사생활이라면.. 보여도 상관없다는 그 뻔뻔함이.. 나쁘지 않다.
그래서.. 종종.. 찜질방에서 쉬고 싶다. ^^

sunnyside 2004-01-05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리릿님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정말이에요. ^^ 그것이 찌리릿님과 저와의 차이이기도 하구요. 또한 제가 찌리릿님을 좋아하는 이유도 되겠지요. ㅎㅎ;;
찜질방 옆자리에 누운 사람에 대한 관용의 태도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용의 태도로 번져 나갈 수 있길 바래 봅니다. 찌리릿 님은 이미 그러하시구요. 저라면.. 제 옆자리에 누운 사람에 대한 혐오와 머리 굴려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합치시켜야 하는 문제가 될 겁니다. 아마도..

Smila 2004-01-0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족 시대 모임이라... 재미있는 비유십니다. 저는 찜질방에 딱 한번 가봤는데요, 솔직히 푹 쉬게 되지 않더군요. 물론 좀더 자주 가고 적응하게 되면 달라지겠지만요....^^

마태우스 2004-01-1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질방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딱 한번 끌려가봤거든요-이 글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는 바입니다. 평소 샤워를 싫어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