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zooey > <자명한 산책> 중에서

'솔직'이란 옷을 입고 저의 삿됨과 속됨과 추함과 비천함을 발산할 것인가, 아니면 제 한 몸 '솔직하기'를 희생해서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과 고귀함과 의로움과 비범함에 봉사할 것인가. 라로슈푸코는 후자에 높은 점수를 준다. 나도 내 시가 최소한 세상에 악취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 소극적 바람이다. 적극적 바람은 즐겁게 시를 쓰는 것이다. "난 즐거움으로 달려요. 난 일로 달리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달음박질꾼처럼 즐거움으로 시를 쓰고 싶다. 매혹적인 시의 길이 영원까지 뻗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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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1-01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내가 사는 게 점점 후자에서 전자로 옮겨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온갖 속된 욕망을 발산하는 것이 솔직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것.. 그래서 세상 모든 속됨과 추함과 비천함을 관용하게 되는 것.. 그것이 내가 나이먹는 과정이 되어버린 것일까?
 

2003년 12월 31일 마지막 밤을 박정현, 이승환 라이브 콘서트와 함께 했다.

공연이 밤 11시 30분 부터 시작이었던지라 회사에서 10시 넘어서까지 버티다가 공연장인 올림픽 공연 체조경기장으로 출발.

가보니 공연 10분 전이었는데, 다른 가수들의 오프닝 공연이 하고 있었다. 리사? 휴? 뭐 이런 발라드 가수들이 저마다 자기들의 노래를 부르고 이번 콘서트에 대해 덕담을 했다. (근데 이럴거면 공연 시작이 11시 반 이전이라고 알려줘야 하는것 아닌감? 난 시간에 맞춰 가느라 오프닝 공연을 거의 못봤으니...)

공연은 박정현 무대로 먼저 시작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가창력이 나올까? 너무나 부럽다아아아.


이승환이 그 다음 무대를 이어받았다. 라이브 무대가 끝내준다는 풍문을 확인할 기회가 그동안 없었는데, 직접 보고, 음... 인정.

그 다음 3라운드 격으로 박정현 이승환이 함께 나와 들국화의 사랑일뿐이야, 그리고 귀간지러운 듀엣곡, O15B의 신인류의 사랑,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등을 불렀으나 안타깝게도 사진기에 담을 수 없었다. 이승환 무대를 찍다가 진행요원에게 경고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몰지각 좀 하지.. -.- 그래두 양심상 후레쉬는 안터뜨렸다.


무려 네 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마치고 난 무대. 무대는 다른 가수들 공연에 비해 꽤나 화려한 편이었다. 여러 장치도 많았고, 현란한 조명발, 남발하는 폭죽 뭐 이런 것들. '상상을 초월하는'이랄만한 것은 없었지만.

이번 공연을 함께 본 선배. 박정현의 무지막지한 팬이다. 팬클럽 ID 카드를 나한테 자랑했다.

혹자는 선배와 나 사이에 썸씽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할지 모르지만, (물론 아무도 의심 안할지도 모르지만 -.-) 절대 아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올림픽 공원으로 들어설 때 이 선배가 내뱉은 말이 압권이다. "아, 내가 2003년 마지막 밤을 'Lena'와 함께 하다니...' Lena 는 물론 박정현의 영어 이름이다. 곧 나는 이 선배와 함께 2003년 마지막 밤을 보낸 것이 아니고, 이 선배가 Lena 와 함께 보내는 데에 같이 갔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번 공연이 조인트이긴 했지만, 대등하지는 못했다. 관객 중 이승환 팬들의 비중이 훨씬 커서, 박정현 무대에서는 다들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듯 몸을 사렸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승환이 무대에 등장하니 공연장이 갑자기 광란의 도가니탕으로 탈바꿈했다. (난 교주가 납신줄 알았다.) 이걸 보고 같이 간 선배가 어찌나 가슴 아파 하던지... 생각 없이 보던 나도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 들라구 했다.


올림픽 공원의 가로등.

잠실 쪽에 가서 허기진 배를 좀 채우려던 계획은 대목을 맞은 택시들의 횡포로 무산되었다. 잠실처럼 가까운 거리를 가려는 택시가 없었기 땜시로.

바로 집에 들어왔고 새벽 5시 가까이 되었었는데, TV에서 사하라를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월 1일 새벽에 하기에 적당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며칠에 걸쳐 하루 수십 킬로미터씩 사하라 사막을 뛰려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 들었다. 단 한 번 쓸 수 있는 신호탄을 간직한 채(이 신호탄을 올리면 헬기가 떠서 이 사람을 구조해 가고, 랠리는 계속된다) 이들은 극한과 싸웠다. 

약간의 감동을 먹으며 새해 첫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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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우산 2004-01-16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냐... ㅡ.ㅡ;;;

바보같이 나왔네 내사진... 흑.. ㅜ.ㅜ

 

이정도면 괜찮지 않습니까?

어딘지 고독한 눈빛과 앙다문 입술에서 전해지는 카리스마...

역쉬 두상크기 비교상대없는 독사진이 좋으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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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tmeg 2004-01-0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 서재에 출현하셨을 때보다 대략 상태가 좋으신듯! 4300 과 3100 의 차이인가, 세월의 차이인가?
 

후세인 체포 이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라크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아말 후세바리 예리니씨.

여성들을 비롯한 많은 한국인들이 이라크 인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며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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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4-01-0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같아요. 헤헤헤...

nutmeg 2004-01-0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보다 해몽 ;;;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역

 샤프한 느낌이 매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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