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아저씨가 글귀를 인용해서 이런 말을 했다.

빨리 잊어버려야 할 좋지 못한 기억은 바람에 쉽게 날아 가 버리게 모래 위에 쓰고

오래 간직해야 할 좋은 기억은 돌에 새겨야 한다고...  그리고 몇 마디 덧붙였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간은 이와는 반대라고....

 

'toc' 이 요즘 몹시 힘이 드는 모양이었다.

어떤 종류의 고통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내 마음에 그녀의 아픔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지웅이와 같이 'toc' 도 볼 겸해서 대전에 들렸다 내려올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정중히, 아주 정중히 거절했었다.

 

그녀는 지금 레테의 강을 건너고 있는 중이라고 했었다. 오늘 같은 강풍에 연약한 그녀가 잘 건널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물집이 잡히고 허물이 벗겨져도 그녀를 대신해 노와 키를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저 멀리 강둑에 서서 "조심해야 돼" 라고 외치는 일 뿐이다.

내 목소리가 바람에 날리어 파도 소리에 쉽게 묻힐지라도...

 

현명한 그녀가 무사히 레테의 강을 건너고 상처가 아물어 예전의 밝은 모습을 되찾았을 때

그 때, 우리들이 만나도 늦진 않을 것이다.


 

서울 역에서 지웅이를 만나 열차를 기다렸다.

웅이를 처음 알았을 땐 버릇없이 굴어, 내가 삐쳐서 말도 안 하고 몇 번의 고비도 넘겼지만

알고지낸지가 햇수로 10년이 넘다보니 6년 터울의 동생이 친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정말 많이 어른스러워졌다. (사람 만들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저녁을 먹고 출발하기 위해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몇 컷 찍었다.

 

마지막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드는데, 너는 어떤냐?

조금이라도 젊을 때 사진 많이 찍어둬라, 늙으면 사진발도 안 받는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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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 2005-09-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 톡이 친구 candy에요. ^^
잘 지내시죠??
톡이가 알려줘서 와봤다가 몇자 남깁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구요. 담에 저도 맛난거 사주세요..호호홍.

파란운동화 2005-09-1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홍.
오랜만에 들어보는 여인의 웃음 소리네요.^^

예전에 지웅이와 같이 대전에 갔을 때, candy님께서 소문난 맛집이라며
칼국수를 사 주셨죠. 맛있게 먹은 기억을 아직도 합니다.
그 때, 지웅이가 " 형, 저 누나 성격 대빵 좋다." 했었조.
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당연히 대접을 해야겠죠.

한동안 공장일이 조금 한가한 듯 했으나 다시 정신없이 일이 많아졌어요.
몸도 피곤하고 내 글을 많이 이해 해 주던 톡의 댓글도 없어
요즘은 글 쓰는 재미도 주춤해요. 또다시 재미나게 쓸 때가 오겠죠.^^

태윤이 사진은 잘 봤어요.
아주 행복해 보이시던데요. 참 보기 좋았어요.
명절엔 많이 바쁘시겠네요. 저도 형수들께 미안해서 옆에서 전이라도 뒤집어야 할 판국이예요. ㅎㅎ

자주 연락하고요, 톡에게 안부나 좀 전해주세요.

비로그인 2005-12-2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저두 세 번째 사진이 젤 났네요... 행님아 6년이 아니고 7년 차이다.
 


신교대에서 6주간 훈련을 받고 자대에 배치 받자마자 공병야외훈련(F.T.C.)에 투입되었다.

그곳에서 24개월을 같이 보낼 동기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2달 단위로 동기생을 나누다보니 먼저 와 있는 동기생도 있고 사진에서처럼 훈련 중에 도착한 친구(철모를 쓴 창진이, 떡을 쥔 범재)도 있었다.

뺑뺑이를 돌 때, 뒤따르며 군기당번들이 철모로 등줄기를 내리치던 아찔한 순간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훈련을 마치고 짧게 휴가를 나오게 되었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지 몸무게가 5킬로그램 가까이 빠져 있었다.


고참이 되어 다시 F.T.C. 에 참여하게 되었다. 짬밥 덕택인지 동기들이 많이 여유로워 보인다.

나, 김기수, 김성재, 고광찬, 소대장... (뒷줄) 홍재원. 유범재. 장태순.

의기투합해서 소대장과 태순이를 제외한 6명의 전사가 요번 토요일,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성재, 광찬이. 범재랑은 1년에 한번 정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기수와 재원이는 제대 후 처음인가 싶다.

군 동기들이 사회에 나와 다시 만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스럽게 생각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만남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광찬이를 제외한 모두가 가장이 된 이 시점에서 분유 값과 기저귀 값을 얘기하게 될지 아니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야기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시절에 2년을 같이 보낸 뜨거운 가슴들이 만나 서로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만남이라 생각한다.

 


말년 휴가 나왔을 때의 내 모습.

마음은 저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지금의 얼굴엔 어느새 빛 바랜 사진처럼 아저씨 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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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5-09-0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우리 고참님들 잘들 살고 계시던가요?

파란운동화 2005-09-0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모두들 잘 지내더라.

홍삼은 벌초 갔다 늦어 못 나온 눈치이고, 모두가 왔더라.

우리는 계속 군대 얘기를 했었는데, 똑같은 상황을 두고 각각의 시각에서 바라 본 의견들을 내놓다보니 몹시 시끄러웠단다. 서로가 몰랐던 부분을 누군가가 말하다보니 이빨 빠진 퍼즐을 완벽하데 맞추는 기분이었다. 즐거웠지.

성재가 광명까지 차를 몰고 나왔던데, 결혼을 해서 그런지 많이 의젓해진것 같았다. 아파트도 당첨되어 내년 초에 이사를 한다고 하니 무척 기뻤다. 내가 고시원 있을 때 김치도 가져다 주고 가끔씩 들러 기분도 풀어주고 항상 고마웠었는데  그때의 고마움을 말하기에는 시간이 그리 충분하지 않더라.

범재는 다음 달 중순에 아빠가 된다고 했다.  큰 건설회사에 있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눈치였지만 행복해 보이더라.

광찬이는 7년동안 다진 노하우로 회사를  하나 차렸더라.  시작한 지 4달 정도밖에 안 되어 많은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던데 잘 되었으면 정말 좋겠더라.

기수는 군대 때나 지금이나, 모두가 그렇지만, 변한게 하나도 없더라. 군대 때처럼 탱크처럼 묵직하게, 우리 중 가장 안정적인 가정을 꾸미고 있더라. 

보고 완료. 

사진은 신림동의 한 카페에서 찍었다.

 



토요일 저녁, 형제들 식구가 모두 모였다.

식사에 곁들인 약주로 기분 좋게 취한 우리는,  ' 한국 전통 문화 연구원' 이라고 찍힌 화투를 갖고 놀았다.

누나는 손님 접대로 빠지고 자형, 석가, 공자 형님, 큰형수 그리고 뭔가 보여주기 위해 ' 피망 '으로 실력을 다진 작은 형수가 둘러앉았다.

어쩌다 형님들은 ' 광' 을 팔고, 형수들과 셋이서 치게 되면 긴장도 풀리고 나갔던 돈도 다시 채워졌다.^^

 

내 목걸이를 뺏어 끼고 뭔가 연출중인 명규.  어쨌든, 귀엽다.^^

 

 



요번 생신상은 누나네가 차렸다.

나는 2시를 넘기고 피곤해서 엄마 옆에 누웠다가 그냥 잠 들었는데,  나머지 전사들은 새벽 4시까지 혈투(?)를 했다고 한다.

모두가 부스스한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애교 덩어리 ....  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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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toc 2005-08-2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아저씨가 없자낫!
그나저나, 참 행복해보이고 다복해보이는 가족. 보기 너무너무 좋아요. ^^

파란운동화 2005-08-2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ww.iamtoc.com
언제 문 여시나요?

무슨 일 있나싶어 걱정했더니만
목소리도 무지 밝고 기분도 톡톡 튀어보이더만... ....


쁘띠아 2005-08-2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생신추카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요!!
언능 형이 장가가서 어머니 큰 짐 덜어드려야 할텐데....
 





 

선친은 건조한 계절이 다가오면 마당 가득 고서를 내어 햇볕에 말리셨다.

바람에 팔랑이는 책장사이를 폴짝거리며, 어릴 적 나는 아무 책이나 잡고 알 수 없는 먹물의 골짜기를 헤집고 다녔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저렇게 열심히 열을 지어 내달리는가?

이 다음에  기필코 모든 골짜기를 두루두루 유랑하리!

 



어제는 선친을 대신해 책벌레가 생기지 않게 하기위해 고서를 내어 말렸다.

캄캄한 괘 안에서 갇혔다 1년 만에 볕을 보지만 책들은 그리 기뻐하지 않았다.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읽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나에게 무언의 꾸지람을 보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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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5-08-27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많다....
혹? kbs던가? 일요일마다하는 "진품명품"인가 하는 프로그램에 나갈서책은 없던가요?

파란운동화 2005-08-24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수랑 성재와 통화 했었다. 정말 반갑더구나.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광찬이, 범재도 온다고 하니
이래저래 가슴이 설레기까지 하다. ㅎㅎ

쁘띠아 2005-08-2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부럽다....
내도 따라가고싶은데...ㅋㅋ 아시다시피...
잘다녀오셈...^^
우리동기들은 잘지내고 있는지...ㅠ ㅠ
 


만교사 스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건천'에서 국도를 따라 '아화' (영천 방면)쪽으로 향하다보니 오래지않아 주사암의 표지판이 나타났다.

마을 어귀에 있는 못 가에 차를 세워두고 가방을 둘러맸다. 차로가 있었으나 아직은 젊기에 걸어 올라야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고, 그것이 산에 대한 경의이며, 마을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었다.

절까지 콘크리트 포장의 거푸집을 뜯어내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서툰 운전자는 조심해야 할 경사가 아주 급하고 매우 꼬불꼬불한 길이었다. 신라의 도읍을 지키는 전방의 요세이다보니 가파른 절벽이었고 - 그래서 이곳엔 부산성(副山城)이 있다 - 이런 곳에 길을 냈으니 얼마나 가파르겠는가?















책에 소개된 절에 얽힌 전설을 간단히 요약하면

복회(福會)에 가게 해달라는 공주의 간청에 부왕(父王)은 어쩔 수 없이 허락하고 만다. 연등의 불빛과 대낮같이 밝힌 햇불아래 색동옷을 차려 입은 처녀들과 한껏 멋을 부린 사내들은 행복에 겨워 어쩔 줄을 모른다. 공주도 그 분위기에 빠져 탑돌이의 무리에 끼여들었고 한 사내와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던 공주는 밤이 깊었음을 알고 부왕의 노여운 얼굴을 떠올리며 정신없이 산 아래로 내달리지만 산 속에서 길을 잃고 곰의 습격을 받고 만다.

날이 밝자 왕은 군사를 풀어 공주를 찾아보니만 굴 앞에서 갈기갈기 찢긴 공주의 옷가지만 발견할 뿐이다. 어젯 밤 탑돌이를 같이한 사내가 동굴로 들어 가 보지만 공주가 지니고 있던 주사(朱砂 )만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뒷날 임금은 주사가 떨어진 자리에 절을 짓도록 하는  한편 그 공주가 애지중지하던 주사를 부처님에게 바치고 주사암(朱砂庵)으로 부르게 했다 한다.

 

주사란 진사(辰砂)라고도 불리는 광물질로 선홍색을 띠고 다이아몬드 광택이 나는 빛깔 고운 보석임.



내가 갖고 있는 책, '우리산 옛절' 에 이 위치에서 찍었을법한 사진이 한 장 들어있다. 그 삽화를 보고 절벽에 앉아보고 싶었다.

한 때, 대금을 배울 생각으로 대나무로 만든 대금을 구입하고 카세트 테이프가 포함된 교재도 산 적이 있었는데, 꼭 저런 절벽에서 한 번 불어보고 싶었다. 대금 배우는 것도 여의치 않아 지금은 조카들이 대청을 찢어버려 장롱 위 어디엔가 숨겨 놓았다.

저 절벽은 마당 바위라 일컬어지는 곳인데, 절 아래로 난 소로로 몇백 미터만 가면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절벽의 끝자락에 앉아 찍은 사진이 바로 아래 사진이다.



절벽 같은 곳에 서서, "아! 한 마리 새가 되어 날고 싶어라!" 하던데

웬 걸?

'하느님, 맙소사!' 갑자기 돌풍이 일어 앞으로 꼬꾸라지지 않을까 엄청 겁이 났었다.

절벽에서 살살 기고있는 모습을 누군가 봤더라면 분명 웃음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

2층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내려다 보듯, 나무의 울창한 숲을 아래로 내려다보니 기분이 들뜨고 나무의 정수리를 보는 듯 했다.

햇살이 무척 따가웠는데 계곡으로 안개가 깔리면 어떤 모습일까를 연신 궁금해했었다.

                                               

                                                       산행 8/1             글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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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toc 2005-08-1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째 사진보니까 언젠가 가본적이 있는 절같긴 한데. 위치를 보아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너무 너무 좋은 곳이로군요.
나도 저렇게 혼자서 등산화 신고 책싸들고 다닐수 있었으면.

좋아보여요.

파란운동화 2005-08-1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때, 다녀 온 곳이예요.
도로가 새로 생겨 집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요.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절이 있는 줄은 저도 몰랐어요.

둘러보면, 수진씨 주위에도 분명 좋은 곳이 있을꺼예요.
희덕씨가 바쁘시면 혼자서도 한 번 올라 보세요.^^

건강은 좀 좋아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