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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기능의 차이  

기술인 연대의 이승호 중앙위원의 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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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谷三男(다께히로 까즈)

기술(技術)의 본질은 '생산적 실천에 있어서 객관적 법칙성의 의식적 적용'이고, 그것을 물질화하고 대상화한 것이 기술의 모든 형태이다. 이에 비하여 기능(技能)은, '생산적 실천에 있어서 주관적 법칙성의 의식적 적용'이라고 말한다. 이상의 규정에서 밝혀졌듯이 기술과 기능의 차이는 기술이 객관적 법칙성의 적용인 것에 비하여 기능은 주관적 법칙성의 적용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객관적이라든가 주관적이라는 것은 '기술은 객관적인 것이고 따라서 조직적 사회적인 것으로서 지식의 형태로 개인에서 개인에게로 전승할 수 있는 것'이지만, '기능은 주관적 심리적 개인적인 것이어서 숙련에 의하여 획득되는 것이다'라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기술에 대하여 '객관적 법칙성'이라고 하여 '자연 법칙성'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기능도 기술과 똑같이 자연 법칙성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능에 대하여는 주관적 법칙성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예를 들면, 금속 가공에서 끌을 사용하여 절단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가공품의 생산 목적에 따라 끌의 종류 구조 기능과 재료와의 관계, 끌을 잡는 모양과 가공재에 대는 방법, 망치를 잡는 방법, 망치로 끌을 치는 방법 등에 일정한 자연의 법칙이 있다. 다시 말하면 절단 작업이라는 실천은 일종의 자연의 법칙성에 따라 행해지고 자연의 법칙성이 이 실천을 보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칙성에는 객관적 법칙성과 주관적 법칙성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종류 구조 기능의 끌을 선정하고, 그것을 이렇게 쥐고, 가공재에 이러한 각도로 대어, .망치는 이렇게 잡고, 힘을 어떻게 가하여 망치를 이렇게 두드린다고 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도 객관적으로 인식시키고 전하여 이해시킬 수 있는 법칙성이 있다. 이것을 '객관적 법칙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작업의 바른 방법은 그 일체가 반드시 남김없이 지식으로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역시, 지식으로서 설명되지 않는 숨겨진 법칙성이 있다. 예를 들면, 끌이나 망치를 쥘 때 손의 촉감, 끌의 머리를 망치로 바르게 칠 때 손의 촉감 등 육체로 느끼지는 숨겨진 법칙성이 있다. 이러한 법칙성은 경험적 반복 훈련으로 쌓아올려서 개인 행위 속에서 파악될 수 있는 것이고 타인에게 객관적 지식으로 전할 수 없다. 그것은 그 개인만의 '주관적 법칙성'이다.

그런데 어떤 기능은 동일 작업에서만이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고, 작업의 장면이 전혀 새로운 것으로 되면 그 기능은 역할을 못하게 되는 수가 있다. 새로운 작업 조건에의 적응에는 기술의 힘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또한, '기능'은 '기술'로 끝내 파악되지 않은 감추어진 법칙성을 감각적으로 파악하여 생산적 실천 행위를 질서 있게 통일적으로 하여가는 점에서 기술을 보충하고 있다. 기능의 습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생산적 실천은 원활히 행해지지 않는다. 이처럼 기술과 기능은 서로 다른 것을 매개로 하여 비로소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생산적 실천에 있어서는 일정한 기능과 일정한 기술이 존재하여 그 생산적 실천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 위에 이 '기능'과 '기술'은, 항상 주관적 개인적 기능이 객관화되어 '기술'로 바뀌어 가며, 그 새로운 기술에는 또 새로운 '기능'이 필요해지고, 이 기능이 다시 기술로 전환되어 발전해 간다고 하는 변증법적 관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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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 2012-06-10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제 아직 다 못했어요.
다 하게되면 검사 해 주세요.
 

 

문득  

책을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못다 읽은 책이 책꽂이에 꽂혀있어도 왠지 새로운 책을 갈망하기도 한다. 책을 고르는 재미라고 할까? 배송될 때까지의 기다림과 설렘을 즐기는 것일까? 어쨌든, 오늘 오랜만에 책을 손에 쥐었다. 

정서가 메말라 가고 대화가 어눌해 지는 것이 어쩐지 독서의 부족에서 오는 당연한 귀결인 것 같고, 특별한 취미가 없어 책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아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을 때 느꼈던 감흥을 이 책에서 다시 한번 받았으면 좋겠다. 

새로 입사한 친구 '김태우'에게 CNC관련 서적을 입사 기념으로 선물하고, 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품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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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toc 2010-06-0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말에도 돈안되는 투잡. 포도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다 사놓는게 꿈인데, 민음사 책 사셨어요?
맥주 마시고 기분좋게 취해서 잠들랬더니 영, 잠이 안오네요.

파란... 2010-06-07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손에 쥐기가 편해서 저도 민음사를 좋아한답니다. 이책은 쥐기가 조금 두껍네요. 어제는 초저녁에 책 읽을 짬이 있어 조금 읽었는데 책을 읽다가 저녁겸해서 통닭에 맥주 한병을 마셨지요. 애초 생각은 느리게 맥주도 마시고 책도 재미가 있어 많이 읽으려 했는데, 맥주 마시고 그냥 누워 TV만 보다 잤답니다. 일찍 잠 들었으면 다행인데 3시까지 채널을 돌려 가며 잠을 못이루다 너무 늦게 잠들었지요.

이번주는 집에 가지않고 공장에서 샘플을 뽑았답니다. 한가지는 뽑았고 한가지는 마무리 짓지 못하고 70%정도 했답니다.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정말 잘 갑니다. 온종일 일하다 되돌아보면 별로 한 것도 없는것 같은데, 나의 노동력의 가치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성민이도 이렇게 말했다. -성민-

한번만 더 입원하면 다리몽둥이를 확...    03. 1.31

이 책의 안쪽 표지에 적힌 내용이다.^^

 

2002년 겨울, 아르바이트로 제재소에서 일하다 발목의 복숭 뼈가 부러져 입원했었는데 병문안 온 똘민이가 선물한 책인 것이다. 책의 중반 정도에서 밑줄이 멎은 것으로 봐서 읽다 말은 것 같은데, 이 책을 다시 들고 며칠째 읽고 있다. 잠자리에서 대여섯 장을 겨우 읽다 잠드는 것이다.  

이 내용이 현실과 맞나? 우리 문화와 너무 동떨어진 먼 나라 얘기 아닌가?  하는 물음이 자주 인다.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현실성, 시대성 혹은 문화성이 맞지 않다면 읽을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도 드문드문 밑줄이 쳐 지는 것을 보며 인내하며 읽고 있다. 아마 지난 번에도 이런 이유에서 읽다 만 것 같은데 요번에는 끝을 보고 싶다.

너무 쉽게 읽히는 책도 문제일 테고,  나름대로 옛 시대를 현재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재미라면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병문안 온다는 똘민에게 이 책을 사 달라고 내가 졸랐었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짜라투스트라'가 누구냐고 똘민이가 내게 물었을 때 얼굴만 화끈거리며 대답을 제대로 못 한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니체전집6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출판사/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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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운동화 2008-01-0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가지 변용에 관하여
가장 무거운 짐이란, 자신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는 것, 자신의 지혜를 조소하기 위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훤히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독서와 저술에 관하여
씌어진 모든 것들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정신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리라.
*친구에 관하여
오 나의 친구여, 인간은 초극되어야 할 무엇인 것이다.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에 대하여
여자는 누구를 가장 미워하는가? - 쇠가 자석에 이렇게 말했다. "네가 끌기는 하지만 네게 끌어 붙일 만큼 강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나는 너를 가장 미워한다."
 

  전생을 믿나? 지금, 그것은 중요치 않다.

 전생에 나는 서경덕이고 싶다. 이런 생각에서 인지,

 " 마음이 어린 후(後)ㅣ니 하난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萬重雲山)에 어내 님 오리마난, 

                      지난 닙 부난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

이 시조를 내가 지은 듯도 하다. 그러면 경덕에겐 황진이가 있어야겠지. (암, 그렇고 말고) 내가 경덕이면 누가 황진이일까? 밀양에 있는 ♥♥이. 그래, 밀양의 ♥♥이는 황진이야. 우린 전생에 못 다 이룬 사랑을 맺기위해 현세에 윤회한 것이다.

어디 한 번, 윤회한 근거를 끌어 모아 볼까? ♥♥이는 글쓰는 것을 좋아해. 고3때 ♥♥의 교내 시화전에서 이미 그것을 확인했었지. 그 당시 나에겐 무척 난해했었던 시를 발표했었지. 그때 이미 나를 압도해 버렸지. 비록 전생에서처럼 절세미인은 아니지만 성격만은 박연폭포처럼 꺾임이 없고 올곧지. 나? 나도 경덕처럼 틀에 짜여진 학문엔 적응치 못하고 줄줄이 낙방을 거듭했잖아. 내가 둔해서가 아니고 이 시대의 교육 정책에 맞지 않아서 그렇다구. 전생에서 처럼 홀어머니가 계시구. 나는 성(서) 씨이고 ♥♥이는 한(황) 씨이니 어느 정도 논거가 충분 조건을 채워가잖아?

근데, 참 이상해?

우리들의 고결한 사랑을 내세에서 한 번 피워보자고 철석같이 약속했건만, 지금의 우리는 서로가 너무나 덤덤해. 한창 사랑을 꽃 피울 나이에 우리는  자신의 꿈에만 몰두하고 있었지. 나는 전생의 업을 끊지 못하고 서울에서 학문의 기초를 닦고 있었고 ♥♥이는 밀양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데 모든 것을 받쳤지. 그리고 보면 가까이에서 머무르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지낸 것도 우리가 소원해진 이유이기도 해.

그래서 우린 아주 가끔 만남을 가졌지. 기껏해야 1년에 두 번 정도. 몇 번 정도 우리들의 소중한 추억도 가지게 되었지만 우리들은 너무 늙어 버렸어. 혼기를 놓쳐 버린거지. 막차에 뛰어 오르는 심정으로 우리는 현생에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또다시 내세에선 몰라도 현생에서 불가능하다고 봐.

이 책, '삶의 한가운데' 를 읽고

나는 니나같은 ♥♥이를 내몸에서 완전히 털어내 버리기로 했어.

그녀는 나의 황진이가 아니라는 생각도 굳히기로 했지.

 

우린, 우리 서로보다도

각자의 삶을 너무나 사랑했어. 서로가 섭섭할 정도로.

너무나 비슷해서 나란히 갈 뿐, 만날 수가 없다.

 

이 책을 긴장하며 읽은 이유는

니나의 모습에서 ♥♥의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슈타인처럼 맹목적인 사랑을  할 수 없다.

                                                                                         . . .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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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운동화 2005-07-2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이 순십간에 넘어간다.

대화에 따옴표(" ")가 없다. 그 속에 대화가 이뤄진다.
문장이 짧다. 긴박하다.사건 역시 긴박하게 전개된다.
작가의 특징인 듯 하다.
좋다. 마음에 든다. ^^

제목이 너무 좋다.
산 자들을 위한, 죽은 자가 어떻게 책을 읽겠는가? ㅋㅋ

iamtoc 2005-07-2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순"식"간에 읽었어요. ㅋㅋ 너무 마음에 들었던 좋은책.. 매력적인 문체.
민음사세계총서, 넘 맘에 들죠.
특히나 번역이 정말 제대로라, 번역된 문학을 읽는다는 느낌이 거의 안들어서 너무 좋던데.
요즘 책 많이 읽으시나 보다. ^^
더운데. 휴가는 어디로 가요?

파란운동화 2005-07-2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에 대한 특별한 계획은 아직 없어요.
여름을 가장 좋아하지만, 더운데 짊어지고 돌아다니는 것은 별로예요.
바람이 있다면, 시원한 곳에서 책이나 편하게 좀 읽었으면 해요. (내가 요즘 왜 이러지. ㅋㅋ)
나도 책이나 좀 주문할까했는데 아직 못 읽고 있는 책이 많더군요.
'밀란 쿤데라'의 책은 잘 읽히지 않아서 읽다 내팽개쳤는데 다시 읽어볼까 해요.

수진씨는 어디 다녀오시나요?
희덕씨도 많이 바쁘시죠?
참, 수진씨의 홈페이지 www.iamtoc.com을 제가 밝혀도 되나요? 아니면 수진씨가 직접 밝히실래요? 알려도 상관 없죠? ^^

iamtoc 2005-07-2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래저래 코드가 맞는다 싶은. ㅋㅋ
오늘 아저씨가 선물해주신 상품권으로 그때 말한 책 두권이랑 몇권 더 주문했는데,
그 중에 밀란쿤데라의 책도 포함시켰거든요.
지금은 유혹하는 글쓰기. 읽어요. 사놓고 이제서야 보는 게으른 책주인.
포스트에 그 책도 있던데. 은근히 책읽는 취향이 비슷하다는 게 새삼스럽네요
알고지낸 시간이 얼만데 서로의 책 취향을 이제서야 알다니.

참. 밝혀놓고. 뭘 물어요.ㅋㅋ
물론 아저씨가 밝히는거라면 뭐라도 태클 안걸거지만. ^^
휴가계획은 서해안쪽으로. 1일부터 세우긴 했는데. 제가 그때 혹 무슨일을 시작하게 될지도 몰라서 언제든 바뀔수 있다지요. 혹은, 아예 무산될지도.

파란운동화 2005-07-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죽은 뒤에 생전의 죄를 속죄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오. 내가 지은 죄란 결단을 회피했다는 것이오. 나는 그것이 비겁했기 때문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오. 그러나 그렇지 않소. 아마 유약했기 때문일 것이오. 그러나 의식이 끊임없이 주의하도록 경고하고, 모든 경우의 장단점을 일일이 다 고려해 보라고 명령한다면 어느 누가 결단을 내릴 수 있겠소. 더구나 이 때문에 정직한 추진력을 뺏기고, 아는 것이 주는 우울함에 내맡겨진다면 말이오. 죽는 순간에도 나는 이문제의 정답을 알지못하오.

* 사랑이란 누군가에게 속해 있다는 감정이야.

* 젉었을 때나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거야.

* 나는 자기 배를 항구에 매어둔 상인과 같다. 배를 바다에 내보야 돈을 벌어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배를 바다에 내보는 것은 위험했으며, 나는 본래 모험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었다. 결코 아니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남자가 무슨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

파란운동화 2005-08-1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가 만약 때로 그녀의 뻔뻔한 요청을 거절했더라면 나는 수천 배 더 강한 인상을 주었을지도. 나는 그녀를 인간으로 대했다. 나는 그녀가 여자라는 것, 여자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잊었다. 나는 그녀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모른다. 나는 그녀의 이성을 믿었다. 그녀의 높은 지성을 믿었다. 그러나 여성에게 이러한 재능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여자는 늦건 빠르건 그들이 삶이라고 부르는 것을 위해 몸을 내던질 준비가 항상 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니나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나의 도움도, 내가 가까이 가는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그녀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결단을 요구했다. 그전에도 그랬고 그후에도 그랬듯이 나는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토록 자유를 사랑하는 여자를 속박하는 것을 저어하는 분명한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반쯤만 사실일 뿐이다. 속박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리움과 두려움이 여러 해 동안 격렬한 투쟁을 거듭해 왔다.불치에 병에 걸리고서야, 죽음이 임박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야, 이 부끄럽고 괴로운 갈등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10년 전에는 나 자신을 지금만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의 강렬한 감정의 폭발이 니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니나를 얻기 위한 투쟁은 한 특별한 여성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특수한 방향으로 나 자신의 본질을 인식하고 발전시키려는 투쟁뿐이었다. 가령, 이 여자 혹은 저 여자를 선택할 때 이 여자 혹은 저 여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본질의 이런 가능성 저런 가능성에 대한 탐색이었다. 니나는 나 자신에게서 부인하려고 한 이런저런 부분과 가능성의 회신이 아니었을까. 마음이 아프다. 10년 전의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오늘 마침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비록 기쁨은 아니더라도 아주 커다란 안도감을 준다.
 

 공장 바닥에 에폭시(녹색)도장을 다시 한다. 두 명의 업자가 와서 준비를 서두르고 나는 사무실에 앉아 책을 꺼내었다. 비스듬히 드러누워 곰방대를 놀리는 양반과 타작이 한창인, 웃옷을 벗은 소작농의 그림이 떠올랐다.

그것도 잠시, 페인트, 신나 등의 냄새에 더 배겨내지 못하고 응달에 세워진 차로 내몰렸다. 해는 고도를 향해 솟아 오르고 그림자는 줄어들지만, 중복 햇살에도 책을 놓지 못했다.

왜냐면, 나도 고도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이다. 과연 고도는 누구일까? 도장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오히려 더 간절한 기다림이었다. 그러나, 끝내 기다렸던 고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허탈하다. 작자 자신조차도 고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허탈에 허무가 겹치고 그제야 땡볕에 피부가 따끈거린다.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죽이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쉴 새 없이 지껄이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영양가 없는 대화에 밑줄는 단 한 곳) 건망증 환자 같은 등장인물과 그에 걸맞은 유치스런 장난, 그리고 반복, 반복...

 

 

그런데, 책을 덮는 순간 싸늘한 공기가 차 안 가득 스며든다.

고도가 죽음이라면!

우리가 죽음을 기다리며 등장 인물들처럼 생을 바보처럼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도 서로 얽히어 싸우려 하고, 후회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일에 빠져들고, 바보스런 일들을 되풀이하는 우리 인간들! (아니면, 나 혼자.)

그래, 내가 읽은 '고도' 는 '죽음' 이다!

죽을 때까지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는 인간!

 

나, 지금 너무 어리석지는 않은가? 

죽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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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운동화 2005-07-2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 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두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오. 웃음도 마찬가지요. 그러니 우리 시대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맙시다. 우리 시대라고 해서 옛날보다 더 불행할 것도 없으니까 말이오. 그렇다고 좋다고 말할 것도 없지. 그런 얘긴 아예 할 것도 없어요.

파란운동화 2005-07-2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이 중천에 가장 높이 올랐을 때 고도가 가장 높다고 할 것이다.
어떤 희망. 꿈, 이상 등이 이뤄지는 순간을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제목이 붙은 줄 알았었다.
이 책에서 '고도' 란 단순히 사람 이름일 뿐!

희곡... 연극의 대본.
학창 시절, 국어 책에서 가끔 접해보던 희곡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책장은 쉽게 넘어갔는데, 넘겨진 책장속에 진리가 숨어 있지않나싶어 오히려 더 신경 써서 읽었다. 작가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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