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교대에서 6주간 훈련을 받고 자대에 배치 받자마자 공병야외훈련(F.T.C.)에 투입되었다.
그곳에서 24개월을 같이 보낼 동기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2달 단위로 동기생을 나누다보니 먼저 와 있는 동기생도 있고 사진에서처럼 훈련 중에 도착한 친구(철모를 쓴 창진이, 떡을 쥔 범재)도 있었다.
뺑뺑이를 돌 때, 뒤따르며 군기당번들이 철모로 등줄기를 내리치던 아찔한 순간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훈련을 마치고 짧게 휴가를 나오게 되었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지 몸무게가 5킬로그램 가까이 빠져 있었다.

고참이 되어 다시 F.T.C. 에 참여하게 되었다. 짬밥 덕택인지 동기들이 많이 여유로워 보인다.
나, 김기수, 김성재, 고광찬, 소대장... (뒷줄) 홍재원. 유범재. 장태순.
의기투합해서 소대장과 태순이를 제외한 6명의 전사가 요번 토요일,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성재, 광찬이. 범재랑은 1년에 한번 정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기수와 재원이는 제대 후 처음인가 싶다.
군 동기들이 사회에 나와 다시 만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스럽게 생각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만남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광찬이를 제외한 모두가 가장이 된 이 시점에서 분유 값과 기저귀 값을 얘기하게 될지 아니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야기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시절에 2년을 같이 보낸 뜨거운 가슴들이 만나 서로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만남이라 생각한다.

말년 휴가 나왔을 때의 내 모습.
마음은 저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지금의 얼굴엔 어느새 빛 바랜 사진처럼 아저씨 티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