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대에서 6주간 훈련을 받고 자대에 배치 받자마자 공병야외훈련(F.T.C.)에 투입되었다.

그곳에서 24개월을 같이 보낼 동기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2달 단위로 동기생을 나누다보니 먼저 와 있는 동기생도 있고 사진에서처럼 훈련 중에 도착한 친구(철모를 쓴 창진이, 떡을 쥔 범재)도 있었다.

뺑뺑이를 돌 때, 뒤따르며 군기당번들이 철모로 등줄기를 내리치던 아찔한 순간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훈련을 마치고 짧게 휴가를 나오게 되었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지 몸무게가 5킬로그램 가까이 빠져 있었다.


고참이 되어 다시 F.T.C. 에 참여하게 되었다. 짬밥 덕택인지 동기들이 많이 여유로워 보인다.

나, 김기수, 김성재, 고광찬, 소대장... (뒷줄) 홍재원. 유범재. 장태순.

의기투합해서 소대장과 태순이를 제외한 6명의 전사가 요번 토요일,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성재, 광찬이. 범재랑은 1년에 한번 정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기수와 재원이는 제대 후 처음인가 싶다.

군 동기들이 사회에 나와 다시 만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스럽게 생각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만남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광찬이를 제외한 모두가 가장이 된 이 시점에서 분유 값과 기저귀 값을 얘기하게 될지 아니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야기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시절에 2년을 같이 보낸 뜨거운 가슴들이 만나 서로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만남이라 생각한다.

 


말년 휴가 나왔을 때의 내 모습.

마음은 저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지금의 얼굴엔 어느새 빛 바랜 사진처럼 아저씨 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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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5-09-0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우리 고참님들 잘들 살고 계시던가요?

파란운동화 2005-09-0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모두들 잘 지내더라.

홍삼은 벌초 갔다 늦어 못 나온 눈치이고, 모두가 왔더라.

우리는 계속 군대 얘기를 했었는데, 똑같은 상황을 두고 각각의 시각에서 바라 본 의견들을 내놓다보니 몹시 시끄러웠단다. 서로가 몰랐던 부분을 누군가가 말하다보니 이빨 빠진 퍼즐을 완벽하데 맞추는 기분이었다. 즐거웠지.

성재가 광명까지 차를 몰고 나왔던데, 결혼을 해서 그런지 많이 의젓해진것 같았다. 아파트도 당첨되어 내년 초에 이사를 한다고 하니 무척 기뻤다. 내가 고시원 있을 때 김치도 가져다 주고 가끔씩 들러 기분도 풀어주고 항상 고마웠었는데  그때의 고마움을 말하기에는 시간이 그리 충분하지 않더라.

범재는 다음 달 중순에 아빠가 된다고 했다.  큰 건설회사에 있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눈치였지만 행복해 보이더라.

광찬이는 7년동안 다진 노하우로 회사를  하나 차렸더라.  시작한 지 4달 정도밖에 안 되어 많은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던데 잘 되었으면 정말 좋겠더라.

기수는 군대 때나 지금이나, 모두가 그렇지만, 변한게 하나도 없더라. 군대 때처럼 탱크처럼 묵직하게, 우리 중 가장 안정적인 가정을 꾸미고 있더라. 

보고 완료. 

사진은 신림동의 한 카페에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