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풍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
장 지오노 지음, 박인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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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 년 전,  청운의 꿈을 안고 노량진 입시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다. 당시 학원가에서 유명하신 수학선생님께서 수강생들의 자세가 흐트러지고 집중도가 떨어지면 잠시 책을 덮어놓으시고 수학과는 거리가 있는 인생철학을 강연하셨다. 많은 말씀 중에 "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라고 일침을 놓으셨는데, 당시 나에겐 이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은 없었다.  한의사가 꿈이었던 당시의 나에게, 선생님의 말씀은 '네가 노력해봤자 넌 별 볼 일 없는 인간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것같았다.  나는 운명과 숙명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내가 별 볼 일없는 인간이 될 운명이라면, 그것이 숙명이 아니고 운명이라면, 내가 스스로 내 운명을 개척하리라. 어긋난 운명에 맞서 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리라!

 

  본론으로 들어 가 '폴란드의 풍차'에서 ...

부담 없는 책의 분량도 마음에 들었지만, 항상 나를 골탕 먹이는  낯선 등장인물의 외국인이름도 이 책에선 도입부에 도표(코스트 가의 가계도)로 나와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그래서인지 책은 쉽게 읽혔다.

쉽게 읽히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마지막 장에 접어 들고 몇 장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오히려 걱정이 들었다. 도대체 난 무슨 감동을 얻기 위해 책을 읽은 것일까? 라는 걱정이였다. 아무리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억지에 가까운, 현실성이 부족한 한 가문의 몰락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무얼 말하려 하는 것일까? 이런 불행한 가문도 있으니 당신네들은 행복하신 줄 아시요라고 말하려함일까? 프랑스를 대표한다는 '장 지오노'는 이면에 무엇을 숨기고, 내게 어떤 반전의 흥분을 안겨주려 함일까? 책을 덮고 다시 한 번 되새겨봐도 석연치않다. ' 이게 다란 말인가?' 내가 뭔가 놓친것이 있지않나 의심하며, 옮긴이의 '작품 해설'을 주의깊게 읽어보았다.

 

 옮긴이의 작품 해설에서...

장 지오노가 이 작품을 쓸 당시 그리스 신화에 심취 해 있었고 코스트 가의 불행은 그리스 비극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코스트 가의 불행을 보며 그리스 비극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느낀 점은 일정부분 인정한다.

하지만, 끝부분에서 '삶의 의미는 운명에 도전하거나 운명을 자기 앞에 끌어들이는 사람들에게만 열려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해설했는데, 이 해설조차 납득하기 힘들었다. 가족의 비극에 처절이 몸부림 치며 도전하는 인간의 간절함을 난 읽어내지 못했다. 만약 그런 몸부림이 있었다면, 없진 않았지만, 약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아쉽다. 내가 원한 것은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처절하고 더 강력한 몸짓이였다. 내가 행간을 놓쳐 읽어내지 못한 것일까?

 

 다음에 기회를 봐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그땐, 불행한 코스트 가 사람들의 '운명에 도전하는 모습'에 집중하며 읽어봐야겠다.

 

 

 

p202
비극의 주인공이 겪는 불행은 관객에게 연민과 공포를 자아내며, 이를 통해 감정의 카타르시스라는 효과를 빚어낸다.

p208
지오노에게는 세계와 삶의 의미는 운명에 도전하거나 운명을 자리 앞에 끌어들이는 사람들에게만 열려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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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15-06-1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반갑습니다.
역시 서책을 가까이 하면 마음에 여유도 조금 갖게 되는가 봅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보니까요!
삭막한 문자나,톡! 말고 글로서 서로 안부 물어보는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앞으로 더 왕성한 활동부탁합니다.^^

파란운동화 2015-06-1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반가워^^
여유가 있어 책을 보는지 책을 보니 여유가 생기는지, 나도 헷갈리네.
내 시간을 만들기위해 어지간히 애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읽어줘서 고맙고 자주 방문해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