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마음을 열듯 창을 길게 밀어 낸다.

땅을 흔드는 묵직한 빗소리는 전해지지 않고

포도잎을 때리는 가벼운 빗소리만 계속 전해진다.

 

비는 휴식을 알리는 하늘의 전령.

비는 아들의 게으름을 눈감게 만드는 하늘의 타협꾼.

비는 땅위에서 나를 찾게하는 하늘의 나침판.

 

몸은 침대에 녹아 붙었고

쿠션에 가슴은 활짝 열렸고

구겨진 베개는 손님을 웃으며 맞이하게 했고

건강한 팔이 있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했다.

 

가장 행복한 시간 ㅡ 일년의 순간.

빗소리가 들리고

책이 들려 졌고

물 알갱이가 머리에 젖어 발끝에서 피어나면

 

잠깐,

책에 떨어지는 이소리는

땅을 뒤흔드는 진리의 소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봄은


             행복에 겨워

             비를 만들어 타고


             우산에 뒹굴다

             옷깃에 물들고


             파란 가슴에

             하얀 매화로 피어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미륵불이 근심스레 한 사내 내려보네.

 과거를 얻기 위해 해를 건지려고 기어오네.

졌을 해를 다시 본들 지난날이 돌아오나.

 

하안참 고개 떨군 사내, 눈빛이 살아나네.

 어두워진 산길을 위태로이 내려가네.

조용한 골짜기에 울음소리 아름답게 퍼지네.

신음소리 밤새워 멀어져 가네.

 

경주 토함산, 본존불 반갑게 한 사내 바라보네.

미래를 맞이하려 해를 마중하려 올라오네.

찢어진 상처위로 잉크가 묻어나네.

 

본존불 걸어나와 찢긴 상처를 감싸주네.

그들의 웃음소리

어두운 골짜기를 환히 비춰주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운동화 2004-03-0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여 과거에 연연하는 모습을
내가 살고 있는 경주의 남산(해지는 서쪽)과 토함산(해떠는 동쪽)을 배경으로 적어 본 시! (시라고 할 수 있다면....)

이누아 2004-03-22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산에 가면 정말 부처가 내 어깨를 두드릴 것만 같습니다. 문득 햇살 가득한 남산에 오른 느낌입니다.

파란운동화 2004-03-26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5년 여름에 제대를 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조. 남산 어느 기슭에 인자하신 노스님이 계시지 않을까싶어 산중을 헤매던 기억이 납니다. 윗 글도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졌습니다... 님의 서재에 다녀 왔습니다. 풍경소리가 조용히 들려오는 아늑한 산사같았습니다. 인연이란 정말 묘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나는 강철이었다.

강인함을 뽐내는 무뚝뚝한 강철이었다.

 

더위를 피해 찾아온 조그만 새에게

여름은 본래 덥다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라며 돌려보냈다.

 

추위에 떨며 날아온 가냘픈 새에게

겨울은 본래 춥다며 깃털을 세우고 보온에 힘쓰라며 일러 줄 뿐이었다.

 

외로움에 떨며 날아온 쓸쓸한 새에게

새는 본래 외로운 존재라며 외로움에 익숙해 져야 한다고 강요할 뿐이었다.

 

새는 젖은 눈으로, 차가운 나에게, 기대며

내 머리에 게양된 꿈을 내리고, 그 자리에 우리의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틀자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순간, 핏발선 나의 눈빛에 놀라,

가여운 새는 멀리 멀리 따뜻한 남쪽으로 영원히 날아가 버렸다.

 

추운 겨울이 가고, 더운 여름이 와도

이제 새는 날아오지 않는다.

 

새의 온기를 느꼈던 자리에, 새가 떨구었던 눈물자리에

갈색 반점이 남았을 뿐이다.

반점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갈색은 더욱더 짙어만 간다.

 

 ... ...

 

왜 이제야 외로움이 찾아오는 것일까?

 

새는 나에게 외로움을 가르치고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운동화 2004-03-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던 책을 덮어두고 시집간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적어 본 시!
(시라고 할 수 있다면... )
 

 

내 생애 귀중한 하루가 새까맣게 또 지워지려한다.

까만 어둠 속에 내려앉은 파란점(내차는 하늘색)에 오르며 오늘을 반성해 본다.

 

나, 오늘은 열심이었나?

나, 오늘은 최선이었나?

오늘 나에게 주어진 모든 역량을 소진하였나?

행여, 망상에 젖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진 않았나?

피곤을 핑계 삼아 남겨진 체력을 안고 무거운 정신으로 귀가하는 것은 아닌가?

 

나, 오늘을 반성해 본다. 

왜 자꾸 부끄러워 지는가?

왜 자꾸 꿈이 나를 비웃고, 하늘이 나를 비웃는가?

왜 자꾸 안타까운가?

 

육체를 누이며 다짐해 본다.

내일은 좀 더 열심이겠노라고... 내일은 좀 더 최선이겠노라고...

가슴에 얹은 맞잡은 두 손으로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 기도가 밤새 지속되어 눈 뜬 아침에 맞잡은 두 손이 그대로이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