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20 15:16
투덜양, <브로큰 플라워>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태도를 배우다

2006년의 태양이 저만치 중천에 올랐고 개띠해를 맞이해 개같이 살자(좋은 말이다, 충직, 정직 이런 거)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메아리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브로큰 플라워>가 좋다. 비문임에도 이렇게 쓴 이유는 <브로큰 플라워>가 새해가 돼도 여전히 게으른 나의 태도와 무계획에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영화 같아서다.

내가 이 영화를 내 인생의 알리바이라고 보는 이유는 <브로큰 플라워>가 ‘엎어치나 메치나 흐르는 게 시간’이라고 이야기하는 영화로 보였기 때문이다. 뭐 새삼스런 진리도 아니지만 이 영화처럼 너저분한 부연설명없이 이 만고의 진실을 말해주는 영화는 못 본 것 같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가진 것은 현재뿐이다.” 자주 인용되는 영화의 이 대사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식의 계도성 코멘트가 아니다. 사실 현재란 건 없다. 돈 존스턴이 ‘어쩌면 아들’에게 이 말을 하고 나면 이 말은 과거가 되고 그에 대해 아직 나오지 않은 응답은 오지 않은 미래일 뿐이다. 돈 존스턴식으로 인생을 말하면 산다는 건 미래를 과거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인생은 나그네길식의 허무주의 해석조차도 필요없는 게 인생이다.

돈은 왜 여행을 떠났을까. 처음에 나는 그게 궁금했다. 애인이 떠나도 소파를 뜨지 않던 그가 갑작스런 아들 타령에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아들의 엄마를 찾아 떠난다는 게 웃기지 않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찾아와도 “나 그때 콘돔 썼다”고 한마디하면, 아니 빌 머레이의 그 무표정으로 한 10분만 현관 앞에 버티고 서도 자연히 해결될 일 아닌가.

미스터리한 편지뿐 아니라 친구 윈스턴의 독려도 핑계일 뿐이다. 그런데 그 핑계가 중요하다. 그는 핑곗거리를 찾았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다. 사람의 신발끈을 조이게 하는 건 거창한 명분이나 이상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그저 사소한 핑곗거리가 아닐까. 돈이 아무리 카우치 포테이토지만 소파에 누워 있다 죽는 인생은 너무 지루하지 않나. 그렇다면 핑곗거리를 찾을 수밖에.

돈의 여행은 예측대로 진행된다. 옛날 여자들은 돈을 기억하고 때로는 섹스로 환대받기도 했지만 그래봤자 지금 그녀들은 돈 존스턴을 돈 존슨이라고 알아듣는 꽃집 아가씨와 별 다를 게 없다(그가 만나는 여자 중에 가장 따뜻한 목소리를 건넸던 건 바로 꽃집 아가씨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추억의 단서’들은 시든 꽃처럼 후줄근할 뿐이고 자신의 이름을 되뇌면서 찌질한 배우 돈 존슨을 떠올리는 사람들 사이를 헤엄쳐가야 하는 게 그의 여행이고 현재다.

새해계획 따위 웅대하게 세워도 네 이름을 김은형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보다는 김은영이나 심지어 김음형이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며 네 인생에 필요한 건 작은 핑곗거리라고 <브로큰 플라워>는 내게 속삭여준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내 이름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살고자 한다. 너무 원대한가?

 
글: 김은형 기자 한겨레 문화생활부

 

오랫만에 재밌게 본 영화였다. 요즘 영화들은 너무 잘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딱 정해진 감동을 준다는 느낌이다. 감정도 배경음악으로 몰아가고 누구나 똑같은 느낌을 안고 나오는 영화. 다 보고 나면 잘 만들고 감동적이긴 한데 뭔가 허한 느낌? 너무 잘 차려진 밥 먹고 나면 맛있긴 한데 뭔가 아쉬운 것처럼.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좀 남달랐다.

 

사실 처음엔 잔뜩 긴장했다. 한 턱 쏠 일이 있어서 아는 언니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기로 했는데 그들이 고른 영화가 <브로큰 플라워>였다. 오랫만에 씨네큐브에서 예술영화 좀 보지 뭐 하고 갔는데 막상 감독 이름을 보니 오~ 짐 자무쉬. 이 영화 보다가 조는 거 아냐, 할인도 안 돼는 비싼 영화비!!! 하며 극장을 들어갔다. 영화는 쓸쓸한 듯 하면서 경쾌한 음악으로 시작했다. 음... 시작은 괜찮은데.. 아냐 이러다 관객들을 잡아먹을 거야--; 그러나 영화가 10분쯤 지났을 때 옆에 언니가 '이거 졸 거 같지는 않은데?'라고 말했고 나도 안심하며 동의했다. 그리고 영화는 끝까지, 인생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듯 하다가도, 우리나라 뽕짝 같은 이디오피아 음악을 깔며 코믹한 장면을 보여주기를 반복하며, 제법 괜찮은 영화로 막을 내렸다. 물론 설마 하는 순간에 엔딩을 알리고 출연진 자막을 올림으로써 관객을 어이없게 하는 예술영화 감독의 센스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이없음도 즐거웠다. ㅎㅎ 뻔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보다 원래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어 하는 식으로 결말 같지 않은 결말을 던져주는 게  말이다.

 

영화 끝나고 같이 본 언니는 "야, 이 감독이 나이 들더니 코미디 영화를 만드네~"라며 즐거워했다.  나 역시 공감. 그리고 내가 즐거웠던 거 두 가지를 더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단순한 거짓말 하나로 이렇게 영화 하나를 만들 수 있는 그 이야기의 힘. 함께 살던 여자가 떠나는 날 남자에게 배달된 편지 한 통, 그 안에 당신에게 20년 전 태어난 아들이 있소 하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보낸 사람 이름도 없다. 옛날에 사궜던 그 많은 여자들 중에 애 엄마가 누군지, 사실은 그 편지 내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른다. 연인이 떠나며 복수심에 장난친 걸 수도 있다! 이런 설정 하나로 영화 하나가 만들어지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가 즐거웠다. 빨리 반응하고 빨리 행동하는 게 아니라 그저 덤덤하게 느끼고 덤덤하게 반응하는 것이 좋았다. 관객에게 너무 빨리 감정이입을 요구하지 않고 현실에서 느끼고 반응하듯 그렇게 덤덤하게. 같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나는 이렇게 너는 저렇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여백을 담고 있는 영화였다. 그래서 맘에 든다. 시간이 흘러 한 번 더 보면 그때는 또다른 감흥으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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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드무비 > [퍼온글] 인사동 맛집

[뒷골목 맛세상] 인사동 맛집

국선도를 있게한 청산선사의 부인 모경숙씨가 경영하는 인사동 한정식집 지리산의 정갈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지리산정식.

인사동 학고재의 옆 골목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거기에서 경인미술관 후문에서 나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별로 길지 않은 이 골목은 뜻밖에도 시골의 고즈넉한 고샅길 같아서, 어! 인사동 안에도 이렇게 정이 가는 골목이 있었나 하고 잠깐 놀라게 되는데, 바로 그렇듯 정이 가는 분위기 그대로 여느 손때 고운 살림집 같은 지리산(02-723-7213)이 있다.

얼핏 보면 지리산은 그냥 인사동 골목 안에 흔하디 흔한 한정식집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주인 되는 모경숙씨도, 나이에 비해 참 곱다며 지나치거나 어쩌다 손님들에게 건네는 밝은 미소가 인상적이다 하고 무심하게 넘길 뿐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지리산이나 주인 되는 이를 결코 무심하게 흘려 넘길 수가 없다.

1997년에 나는 청산(靑山)이라는 장편소설을 펴낸 적이 있다. 청산은 일종의 실명소설인 셈인데, 흔히 국선도(國仙道)를 수련하는 이라면 함부로 입밖에 소리 내어 들먹이는 것마저도 외경스럽게 여기는 이름으로, 바로 우리나라에 국선도를 있게 한 이다. 그이는 한때 물속에 들어가서 숨을 멈춘 채 십 몇 분을 있었다거나 혹은 불 속에 들어가서 견뎌낸다든가 하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신비적인 도력으로 유명한 이기도 하다. 국선도는 요즘 들어 어린 초등학생들마저도 모르는 이가 없는 국민적인 영웅 황우석교수가 오랜 기간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하여 덩달아 유명해지고, 그런가 하면 일일연속극 같은 데서 주인공들이 국선도 수련을 하는 장면이 곧잘 나오기도 해서, 사람들의 눈이나 귀에 별로 생경한 단어는 아니다.

국선도는 단전호흡을 중요한 수련법으로 한다. 여기에서 단전호흡에 대하여 길게 늘여 설명할 수도 없고 또 그런 자리도 아니지만, 간단하게 한 마디로 하자면, 폐호흡이 아닌 단전이라고 불리는 아랫배호흡을 통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하늘 기운까지 얻는다는 호흡법이다. 마음을 호흡 하나에 모아 호흡 자체가 자신이 되고, 자신에게 불어오는 바람이 되고, 물소리가 되고, 새소리가 되고, 그렇게 마음과 호흡이 흔연히 하나가 되어 하늘에 있는 기운을 얻는다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이란 선계(仙界)의 기운이기도 한데, 선계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어떤 우주적인 세계라고 바꾸어 말해도 괜찮을 터이다.

국선도의 전설 ‘청산’의 부인·동서가 운영

국선도와 함께 여러 신비적인 일화를 만들어냈던 청산은 1980년대 들어 어느날 문득 증발이라도 하듯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국선도 주변에서는 청산이 마지막 단계의 수련을 위해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거나 혹은 죽었다거나, 혹은 마침내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는 등 뒷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청산에 대한 뒷소문마저도 잠잠해질 무렵에 인사동 골목에는 슬며시 지리산이라는 한정식집이 문을 열었다. 그런 지리산을 드나드는 손님들 중에서 뭔가 여느 집과는 다른 점을 느낀 이가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객석을 오가며 손님들 시중을 드는 이들이 모두 젊은데다가 저마다 얼굴빛이며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맑고 푸르다는 점이었을 터이다.

그랬다. 그이들은 실제로 지리산 청학동 옆 골짜기에 있는 하동군 청암면 옥종리의 국선도 수련원에서 사범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이었고, 주인 되는 모경숙씨는 다름 아닌 청산의 부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에 나오는 한정식 차림의 갖가지 산채나물이며 야채들은 모두 지리산 수련원에서 사범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이 국선도를 수행하는 틈틈이 기르거나 채집한 것들이었다.

얼굴빛이며 눈빛이 맑고 푸른 이들은, 청산이 증발이라도 하듯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린 후로, 청산의 동서가 되는 고장홍법사가 모경숙씨와 함께 국선도 장래를 위하여 지리산 골짜기에 수련원을 마련하고 전국의 도장에서 유능한 남녀들을 뽑아 들여 특별히 사범교육을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얼마간의 기간을 두고 수를 반으로 나누어 반은 인사동 한정식집 지리산에서 주방이며 객실을 맡게 하고 나머지 반은 지리산에서 직접 국선도 수련을 하게 하는 식으로, 이를 테면 인사동 지리산에서는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 몸을 두면서 세상살이의 공부를 하고 청학동 옆 골짜기의 지리산에서는 단전호흡에 몰두하게 하면서 세상 안팎의 공부를 함께 하는 셈이었다.

한편으로는 청산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린 후로 종로3가에 있는 백궁빌딩의 국선도 본원을 위시해서 전국에 있는 국선도 도장들이 한때 어쩔 수 없이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인사동 지리산은 경영이 어려운 도장을 앞장서서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뜻이 우선이었다.

지리산 산채·야채 등 토속미 물씬한 한정식

지리산에는 1인분 1만 3000원의 지리산정식이 가장 대중적인 메뉴인데, 각종 모듬전에 시래기와 무나물·콩나물 하루나(평지·유채)를 모아내는 모듬나물, 배추보쌈, 더덕무침, 콩비지, 굴비, 된장국, 단호박찜, 두부김치, 봄나물 물김치, 새송이버섯, 두부와 들깨를 섞어 톳에 무친 톳무침, 돈나물, 청포무침, 고추장아찌, 우엉조림, 멸치생젓, 물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 등 물경 30가지에 가까운 반찬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나온다.

그러나 그렇듯 넘쳐나는 가짓수보다는 반찬 하나하나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먼저 돋보인다. 보다 소중한 자리라면 1인분 4만원의 코스 요리인 지리산 한정식이 있는데, 깨죽이며 호박죽같은 죽에서 시작하여 물김치, 야채샐러드, 잡채, 삼색전, 문어회, 꼬치구이, 키조개죽순볶음, 낙지볶음, 두부탕, 갈비찜, 삼색떡, 탕수육 등의 요리에 된장찌개며 굴비에 각종 밑반찬을 곁들인 식사가 나온다.

이밖에도 저녁의 술자리를 위한 안주로는 두부전골, 한방보쌈, 돼지갈비찜, 제주도 돼지족발, 암퇘지볶음, 홍어무침, 홍어회, 굴무침과 회, 조개탕, 녹두전, 감자전, 굴전, 해물전, 해물파전, 모듬전 등이 있는데, 저마다 1만원에서 2만원 안팎이다. 주류로는 시중에 판매되는 술 이외에도 지리산에서 내는 담근 술이 있는데, 칡주, 송이주, 돌사과주, 금귤주, 대추주, 홍매실주 등이 있다.

인사동 ‘여자만’의 해물 누룽지탕

종로에서 오는 인사동길의 4거리 ‘질경이우리옷’과 ‘서호갤러리’ 사이의 골목에 얼마 전에 ‘여자만’(02-725-9829)이라는 약간 별스러운 이름의 맛집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얼핏 보기에 여자만 전용으로 출입하는 맛집인가 싶어 다시 한번 눈길을 돌리면, 간판 아래에 여자만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전남 고흥과 여수 사이에 위치한 만 이름이 여자만입니다. 고흥 며느리로서 남도음식을 정성껏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여자만으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물론 남자분도 들어오셔도 됩니다.(남자만!) 주인장은 산악인 박기성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기성 이미례 부부.)

산악인 박기성씨와 함께 여자만의 맛집 부부로 나오는 이미례씨는 일찍이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을 찍은 영화감독이다. 왕년의 잘 나가던 영화감독이 뜬금없이 맛집 주인이 되어서 인사동에 나타난 것이다. 인생유전이라면 영화감독이 맛집 주인이 된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인생유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화판의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아예 수긍을 못할 바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판의 이러저런 체면들을 훌훌 털고 생존경쟁의 치열한 삶 속으로 돌아온 그이의 어떤 용기가 눈에 부실 정도이다.

일찍이 동국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유현목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며 영화인생이 된 이미례씨는 1984년 ‘수렁에서 건진 내 딸’로 데뷔한 이래 물망초·영심이 등 6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 이미 다음 작품을 시나리오까지 끝내고 제작자를 찾았으나, 거의 성사될 듯하다가 결렬되는 식이 서너 차례나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그이는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은 물론이려니와 얼마 전부터 몸도 마음도 더 이상 가눌 수 없으리만큼 지친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우울증마저 찾아왔다.

벌교꼬막 등 고흥에서 가져오는 풍성한 해산물

그이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영화고 예술이고 간에 우선 살아남고 보자. 이를 테면 이미례씨의 여자만은 그이가 자신의 짧지 않은 생애를 담보로 하여 새롭게 다시 출발하는 자리이다. 그이는 맛집을 해서 돈을 벌면 어디에 쓸 것이냐는 농담 비슷한 질문에 기다리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 영화 만들어야죠.”

재료를 거의 대부분 이미례씨의 시댁이 있는 고흥에서 가져오는 여자만의 요리는 풍성한 해산물들이 우선 눈에 띈다. 피굴탕, 누룽지 해물탕, 매생이국, 벌교꼬막, 낙지볶음, 녹두해물부침, 황태구이, 버섯들깨탕 등의 술안주가 있고, 점심에는 5000원짜리 여자만정식이 있다. 이중에서 여자만이 특히 자랑하는 요리는 이미례씨가 시어머니에게 전수 받았다는 피굴탕이 있다.

피굴탕은 여자만에서 나오는 굴을 껍질 채 물에 데치듯 은은한 불로 삶아서 건져내어 속살을 까내고, 껍질 삶은 물을 앙금을 버리고 우윳빛 나는 윗물만을 국물로 사용하여 다시 속살을 넣고 대파며 깨소금을 넣어서 맑게 한소끔 끓여내는 식이다. 이를 테면 여느 굴탕과는 달리 껍질을 삶아서 국물로 사용하는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원한 국물맛의 비법이 거기에 있는 모양이다.

피굴탕에 이어서 역시 자랑하는 누룽지해물탕은 누룽지를 넣고 끓이다가 찹쌀가루를 넣어 국물을 약간 걸죽하게 만들어 해물의 비린내를 없애고, 조갯살, 키조개, 깐새우, 오징어, 낙지, 홍합 등에 죽순이며 청경채 같은 야채를 넣어 끓여낸다.

<작가>

인사동 ‘시천주’의 떡잡채와 비빔밥

유기농 맛집 원조 ‘시천주’

안국동 로터리에서 인사동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옆골목이나, 조금 내려와 가나아트스페이스 골목을 들어서면 뒤편 한정식 골목에 시천주(02-732-0276)라는 맛집이 있다. 동학의 시천주(侍天主)를 차음하여 ‘시와 술이 샘솟는 공간’이란 뜻으로 바꿔 쓰고 있는 시천주는 뜻밖에도 신시(神市)라는 유기농산물 유통단체인 녹색세상의 자매점이며 한편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인 ‘그린네트워크‘의 일원이다.

그렇듯이 시천주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유기농 맛집의 원조로 꼽히는데, 유기농쌀, 우리밀, 유기농 야채, 채소, 손수 담은 된장, 유정란, 유기농 차와 주스 등 모든 재료를 신시를 위시한 명동성당의 가톨릭센터 안에 매장이 있는 ’하늘 땅 물 벗‘이라는 유기농가게에서 구매한다.

현재 시천주의 운영을 맡고 있는 주정호씨 또한 일찍이 환경단체인 생태보전 시민모임, 생명의 숲 등에 관계하다 그만 지리산으로 들어가 노고단 산장에서 생태가이드를 하던 중,3년 전에 그린네트워크에 관계된 친구의 권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저자거리로 내려온 환경운동가이다. 눈이 몹시 맑은 그이는 시천주에 관련되어 매스컴에 이름이 나는 등의 일이 많이 불편한 모양으로, 그만큼 시천주의 운영자가 되어 돈을 버는 따위의 세상일에는 서툴고 어눌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시천주의 메뉴는 담백한 채식 위주의 요리가 특징이다. 나물비빔밥과 된장국, 녹차냉면, 김치두부전골, 야채두부전골, 추억의 간장빠다밥이 있고, 술안주로는 해물부추전, 도토리묵무침, 떡잡채, 오색냉채, 골뱅이소면 등이 있다. 물론 삼계탕이며 불고기버섯전골 같은 육류도 없지 않다. 시천주가 자랑하는 것은 1인분 7000원의 나물비빔밥과 된장찌개다. 고사리, 콩나물, 도라지, 당근, 시금치, 상추, 호박 등의 나물에 유정란을 넣어 비벼먹게 되어 있는데, 미역줄기, 도라지오이무침, 두부부침, 시래기나물, 취나물, 무나물, 감자졸임, 멸치볶음, 배추김치, 야채샐러드 등의 풍성한 반찬에 맑은 된장국이 뒤따른다.

이밖에 시천주에서 자랑하는 술로는 강원도에서 담군 머루주와 경상도 악양 막걸리가 있다. 또한 식당의 한쪽에서는 유기농 제품인 우리밀 곰돌이, 우리밀 햇살콘, 싹낸 건빵 등의 과자류와 우리밀 밀가루, 부침가루, 한라산 고사리, 감골 표고버섯, 지리산 야생 수제차로 뽕잎차, 두충잎차, 구절초차, 산죽잎차, 연잎차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저작권자 (c) 서울신문사]

 

전통문화의 거리’ 인사동 맛집 찾기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중심지인 인사동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적인 문화가 산재한 곳이다. 그래서 전통차와 전통주, 한정식과 토속음식점에서 이국적인 퓨전 음식까지 인사동의 먹거리 또한 그 종류도 맛도 다양하다. 깊은 맛이 풍기는 인사동 맛집, 그 곳을 둘러보자.


 

주먹만한 만두가 유명한 서동면옥

황해도가 고향인 주인이 고향에서 먹던 만두 맛이 그리워 시작하게 됐다는 이곳의 별미인 이북식 만두는 야채만 10여 가지가 넘게 들어가고 크기 또한 주먹만하여 먹음직스럽다. 통통하게 살 오른 먹음직스러운 만두는 만두피를 직접 만들어 쫄깃쫄깃하고 만두를 찌지 않고 삶아 그 맛이 독특하다.


DATA

문의 735-7393, 725- 1211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 10시

위치 종로방향으로 수도약국 지나서 좌측 골목

추천메뉴 만두국 5천원, 설렁탕 5천원, 도가니탕 6천5백원, 만두전골 1만8천원~2만5천원

1. 갈비육수의 진한 맛이 어우러진 손국수가 들어간 만두전골

2. 입구에 만두 빚는 모습을 개방한 주방이 특색 있다.


 

녹차와 대나무의 황홀한 궁합 차이야기

차이야기는 녹차의 부드러움과 대나무 향긋함이 느껴지는 대나무밥집으로 여성들이 주로 많이 찾는다고. 이곳의 별미는 흑미에 대추 은행 콩을 올리고 녹찻물로 밥물을 맞춰 지은 녹차 대나무통밥이다. 콩 알갱이가 그대로 씹히는 쌈장은 주인장이 땅콩과 잣, 호박, 해바라기씨 등 12가지 재료를 섞어 직접 만든 것.


DATA

문의 735-8552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 10시

위치 수도약국골목 인사갤러리 지나 우측 골목

추천메뉴 녹차대나무통밥 7천원, 녹차대나무쌈밥정식 1만원, 차이야기 정식 1만 2천원

1. 녹차 대나무밥과 너비아니가 함께 나오는 차이야기 정식

2. 아담하고 깔끔한 내경, 점심시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남도 맛의 진미 아리아리랑

전통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루는 아리아리랑은 한옥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살린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편안한 분위기의 온돌방 한식집이다. 건강 보양식이 주를 이룬 한식으로 현대인들에게 맞도록 요리 위주의 코스로 짜여진 것이 특징. 코스 메뉴중 하나인 '한상가득정식'은 홍어삼합과 황태구이, 청경채, 해물찜과 여러 가지의 전, 나물, 젓갈 등 18가지 요리로 남도 맛을 느낄 수 있는 푸짐한 상차림을 만날 수 있다.


DATA

문의 720-1141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 오후 9시30분

위치 인사동거리 세종화랑 아르띠에 서울 사이 골목 끝

추천메뉴 점심코스 - 상차림정식 1만원, 아리랑정식 2만원, 한상가득정식 3만원

1. 맛깔스런 남도 상차림 한상가득정식

2. 전통과 모던한 분위기의 온돌방


 

동동주가 그리운 날엔 박씨 물고 온 제비

굵직한 나무를 그대로 잘라 만든 것 같은 기둥과 탁자에서 투박한 멋이 묻어나는 이곳은 과거로 돌아간 듯한 정겨운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다. 인삼을 갈아넣어 만든 인삼동동주와 항아리에 담겨져 나오는 수제비는 개업이래 사랑받아 온 메뉴로 이곳의 토속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DATA

문의 723-3200

영업시간 오전 9시~ 다음날 3시

위치 우리은행 건너편 골목 우측

추천메뉴 해물파전 1만원, 인삼동동주 6천원, 항아리수제비 5천원

1. 새우, 오징어 등 여러 가지 해물이 들어간 해물파전

2. 굵직한 나무로 만든 인테리어에서 투박한 멋이 묻어난다.


 

일본식 솥밥 조금

일본식 솥밥과 우동으로 유명한 곳. 뜨거운 솥에 담겨 나오는 일본식 솥밥은 곡물과 갖가지 해물, 야채, 버섯, 은행 등이 들어가 푸짐하고 입안에 퍼지는 해물향이 입맛을 돌게 한다.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고 일본식으로 간장에 비벼먹는 것이 맛있게 먹는 방법. 스르륵 넘어갈 만큼 부드러고 쫄깃한 면과 뜨거운 국물이 잘 어울리는 조금우동은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맛을 낸다.

 

 


DATA

문의 725-8400

영업시간 오전 11시~ 오후 시

위치 안국역6번출구 인사동거리 입구 인포메이션 박스앞

추천메뉴 전복솥밥 2만원, 조금솥밥 1만 2천원, 조금우동 9천8백원, 꼬치 각 2천5백원~8천원

1. 갖가지 해물과 솥밥의 조화로움 조금솥밥

2. 일본식 전등에서 은은한 모던함이 비쳐 나온다.


 

넝쿨이 달린 카페 볼가

빨간 대문과 넝쿨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아기자기한 외국풍의 카페. 이곳에는 색다른 볼거리가 가득하다.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와인병과 바 아래에 놓여진 낡은 피아노, 모자, 가방 등 재미있는 소품이 눈에 들어온다. 흔히 모던한 인테리어의 서양식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파게티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까루아 밀크, 큐바 리브레 등 다양한 칵테일과 와인, 모듬 치즈도 맛볼 수 있다.


DATA

문의 739-3652

영업시간 오전 11시~ 밤 12시

위치 수도약국 옆 골목 인사4길

추천메뉴 해산물 봉골레 소스 스파게티 6천원, 해산물도리아 6천원, 머드와인 5천원,

까루와커피 5천원

1. 풍부한 해산물과 올리브 오일 향을 넣어 만든 봉골레 소스 스파게티

2. 빨간 대문과 넝쿨에 둘러싸인 담벼락인 외관전경


 

고디국 전문 풍류사랑

쌉사래한 맛이 좋은 고디에 정성과 따스함을 담아내는 고디 요리집. 인사동 뒷골목에 있는 '풍류사랑'은 서울에서 드물게 경북 영천식 올갱이 요리를 고집하는 식당이다. 경상도 맛과 조리법을 따라 이름도 경상도 식으로 올갱이 대신 '고디'라고 붙힌 것. 이곳의 대표음식 고디국밥은 곱게 간 들깨, 빛 고운 고춧가루와 함께 고디가 어울러져 손님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음식이다.

 

 


DATA

문의 730-6431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일요일휴무)

위치 종로방향으로 수도약국 지나서 좌측 골목

추천메뉴 고디국밥 5천원, 고디술국 8천원, 고디무침 1만원~2만원

1. 경북 영천 식 건강음식 고디무침

2. 이곳의 역사와 함께한 손님들이 남긴 낙서가 독특하다.


 

된장예술 툇마루

툇마루는 10년 된 된장비빔밥 전문음식점. 10년 노하우의 시골에서 담근 된장 맛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몇 가지 음식이 있지만 대표적인 음식은 역시 된장비빔밥. 콩, 쌀, 보리 등을 넣은 구수한 밥을 부추, 치커리 등 봄에 나는 싱싱한 야채와 함께 강된장에 쓱쓱 비벼 먹는 맛은 환상 그 자체다. 김치, 겉절이, 계절나물, 장조림, 풋고추 등 각종 밑반찬 역시 입 안에 봄을 느끼게 하는 데 충분하다.


DATA

문의 739-5683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30분

위치 덕원 갤러리 골목에서 좌측골목 입구

추천메뉴 된장비빔밥 5천원

1. 전라도에서 직접 담근 된장 맛 된장찌개

2. 시골집을 연상케 하는 온돌방 나무탁자가 정겹다.


인사동 속 작은 인도 작은인디아

이국적 색채를 느낄 수 있는 정통 인도풍 카페. 들어가는 입구부터 인도풍의 공예품과 인테리어가 특색 있는 곳으로 모두가 이곳 주인이 직접 인도에서 구입해온 것들이다. 인도음악과 독특한 인도 향냄새가 풍기는 이곳은 실제로 인도에 와있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직접 발효시킨 인도식 요거트, 그리고 인도홍차 마살라 차이와 인도식 요거트, 얼음을 혼합한 청량음료 라씨로 처음 방문했다면 꼭 한번 맛보도록 하자.

 

 


DATA

문의 730-5528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 11시30분

위치 인사동거리 통인가게 건너편

추천메뉴 닭고기커리 1만1천원, 라씨 1만원~1만2천원, 인도야채만두 사호사 8천원

1. 정통 인도식 닭고기 커리와 디저트로 나오는 요거트

2. 인도 레드포드 성을 그린 정교한 벽화는 이곳 사장님의 작품이다.


 

70년대 추억의 장소 아빠 어렸을 적에

자갈이 깔린 철로길을 지나 문을 열면 조금 어두운 듯한 실내에 온갖 옛 물건들이 가득하다. 벽면에는 그 시절의 옛날 영화 포스터와 광고 전단지들이 붙어 있고, 교복, 가방, 구식 흑백 텔레비전, 불량식품 등 60·70년대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물건들로 꾸며 놓았다. 주문을 받는 메뉴판은 70년대 국민학교 교과서로 만들어 재미를 더해 주고 이 곳은 옛 향취가 그리울 때 들러서 가만히 옛 모습들을 들춰보기에 좋은 곳이다.


DATA

문의 733-3126

영업시간 오전 11시~ 밤 12시

위치 학고재 인사3길골목 우측

추천메뉴 수정과 4천원, 산야차 5천원, 동동주 한주전자 8천원

1. 야생초를 채취해 100일 동안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산야차

2. 자갈이 깔린 철도길이 특이한 입구


 

대나무통밥 전문점 우리나라만세

건강과 미각에 맞는 궁중식 대나무통밥집.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한상으로 무 쌈에 버섯, 달걀지단, 당근, 햄, 피망, 맛살 등을 싸먹는 구절판과 불고기와 쌈 , 된장찌개 그리고 대나무통밥이 나온다. 경남진주에서 자생되는 대나무를 주원료로 하여 창호지에 씌어 세 시간 이상 숙성 찜으로 만든 그윽한 향의 대나무밥은 통을 들고 냄새를 맡아 보면 그윽한 대나무의 향이 코끝에 와 닿는 건강식요리이다.

 

 


DATA

문의 720-6161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 오후 10시30분

위치 학고재 옆골목 인사3길 좌측

추천메뉴 대나무통밥정식 1만2천원, 산채비빔밥 6천원, 구절판 1만원, 대나무통술 3만원

1. 구절판과 불고기, 된장찌개가 대나무통밥과 같이 나오는 정식

2. 천장을 바라보면 전통 한옥의 내음이 물씬 풍긴다.


재첩 전문집 섬진강

섬진강 하동 본고장의 재첩국 맛을 볼 수 있는 곳. 인기메뉴는 뭐니뭐니해도 물맛 좋은 섬진강 재첩국. 그밖에도 재첩회 무침, 재첩전등 우리 몸에 약이 되는 재첩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전통 한옥을 개조해서 각각 독립된 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담소를 나누면서 음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인테리어나 실내가 특이하진 않지만 오래 앉아 있을수록 내 집 같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먹을수록 신명나는 전통음식점이다.


DATA

문의 732-6878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 오후 11시 (명절휴무)

위치 덕원 갤러리 골목 좌측 첫 번째 골목 끝

추천메뉴 재첩국 7천원, 재첩전 2만원, 재첩회 2만원

1. 섬진강 하동에서 직접 가져온 재첩 회

2. 전통 한옥 집을 개조해 각각 독립된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관과 함께하는 전통다원

전통차를 마시며 전시도 감상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경인미술관의 전통다원은 쾌적하고 청량한 분위기가 교외의 수목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저택의 안채를 이용한 전통찻집으로 대청마루와 안방, 건넌방을 모두 터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신경이 날카로워 졌을 때 마시면 안정이 되는 다원의 인기차인 대추차와 겨울에 많이 마시는 모과차, 8가지 한약재를 10시간동안 다려 만든 한방 쌍화차 등이 있다.


DATA

문의 730-6305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

위치 수도약국 골목 좌측 경인미술관에 위치

추천메뉴 대추차 5천원, 모과차 5천원, 쌍화차 6천원, 모듬떡 4천원, 유과 3천원

1. 대추차와 다원에서 매일 직접 만드는 8가지 모듬떡

2. 야외 카페 분위기의 바깥 정원


 

누룽지동동주 찔레꽃 필 무렵

입구에 들어서면 이 집의 마스코트 잉꼬새가 손님을 반겨준다. 다른 주점과 달리 여자 손님이 많은 이곳은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누룽지 향과 맛이 듬뿍 베인 달콤한 누룽지동동주는 여성에게 특히 인기있는 메뉴이며, 갖가지 해물을 듬뿍 넣어 구운 두툼한 해물파전과 10여 종류가 들어간 모듬전도 맛있다. 편한 사람과 함께 편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해물파전과 동동주 한사발이 절로 생각나는 곳이다.


DATA

문의 737-6942

영업시간 오후 2시~ 다음날 2시

위치 인사동거리 입구 만남의 광장 맞은편 골목 끝집

추천메뉴 누룽지동동주 5천원.7천원, 해물파전 1만원, 모듬전 1만2천원

1. 두툼하게 먹음직스러운 파전과 누룽지 동동주

2. 홀 중앙에 잉꼬새가 울면서 손님을 반겨준다.


 

퓨전레스토랑 민가다헌

명성황후 후손인 민익두의 집을 개조하여 만든 민가다헌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신문화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퓨전 레스토랑이다. 장, 된장소스와 함께 한식을 기본으로 하는 퓨전 스타일의 식단으로 점심, 저녁 각각 6가지 세트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전남 보성에서 직접 가져온 세 가지 종류의 녹차를 비롯해 직접 달여서 제공하는 8가지의 차를 한과, 떡과 함께 다반에 담아 정갈하게 나온다. 또 하나 이곳의 와인은 200여 가지 전통한옥에서 즐기는 와인 또한 색다른 느낌을 준다.


DATA

문의 733-2966

영업시간 오전 12시~ 오후 11시

위치 수도약국 골목 경인 미술관옆 수운 회관 주차장 뒤

추천메뉴 점심메뉴 허브비빔밥 1만5천원,

 저녁메뉴 4만6천원/5만 5천원

1. 입에서 톡 터지는 날치알과 쇠고기가 들어간 허브비빔밥

2.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곳곳에 당시의 소품과 사진을 볼 수 있다.


 

블랙의 모던한 카페 사계

한 잔의 커피와 함께 그림감상을 할 수 있는 공간. 블랙과 화이트로 인테리어 하여 심플한 실내가 옛스러운 거리 인사동과 상반된 서구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원래 갤러리였다고. 깔끔한 허브차와 고급스러운 홍차를 구비하고 있는 이곳은 이외에도 전문바 못지않은 수준의 와인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실내에 흐르는 조용한 클래식과 즐기는 와인은 매력적이다. 비 오는 날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 또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DATA

문의 720-9734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전 12시

위치 세종화랑과 아르띠에 서울 사이 골목

추천메뉴 사계커피 5천원, 허브차 5천원~7천원, 와인 3만원~9만원대

1. 와인과 달콤한 치즈 케익

2. 화이트와 블랙이 어울려 모던함이 풍긴다.


 

전통과 맛이 깃든 사원

120년 된 한옥을 개조하여 만든 한정식 집으로 입구로 들어서면 장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실제로 가정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점심 특선 메뉴인 '사원정식'을 포함해 모두 5가지 메뉴가 있다. 반찬은 궁중식을 기본으로 10가지 이상이 나오며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 반찬 이외에도 구절판이나 찜, 전, 볶음 등 맛깔스러운 요리도 함께 나온다. 내부는 모두 4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저녁식사는 예약 손님만 받는다.

 

 


DATA

문의 732-3002

영업시간 오전 12시~ 오후 10시

위치 학고재 옆 인사3길 안쪽 마지막집

추천메뉴 사원정식 1만원, 희원정식2만원, 유원정식4만원, 간장게장정식 2만원

1. 모든 정식에 기본적으로 나오는 야채 고기말이와 새송이 구이

2. 사랑방, 다락방, 대청마루 등 각 방마다 옛집구조로 이름을 붙였다.


 

인사동 무릉도원 몽유도원도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실외, 실내 벽화로 실제와 가깝게 옮겨놓은 전통주점. 2층은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오붓하게 전통주를 즐길 수 있고, 3층은 각종 도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다. 오징어, 홍합, 굴, 새우가 들어간 해물파전은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안주로 일반 접시가 아닌 대형 피자판에 담겨져 먹음직스럽다.


DATA

문의 720-1605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2시

위치 인사동거리 입구 만남의 광장 맞은편 2층

추천메뉴 솔바람 동동주 8천원, 찹쌀동동주 7천원, 버섯지리전골 1만5천원, 전류 1만원

1. 여러 가지 해물 맛이 어우러져 담백한 해물파전

2. 널찍한 실내에 여러 가지 국악기가 장식되어 있다.


 

특이한 소스가 있는 곳 소살리토 바닷가재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급 바닷가재를 인사동에서 맛볼 수 있는곳. 인사동 거리의 유일한 바닷가재를 파는 이곳은 서양식인 바닷가재 요리를 가재 특유의 맛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한식스타일로 변화시킨 퓨전 스토랑이다. 주인이 직접 만든 5가지 소스는 부위별로 맛이 다른 가재의 맛에 더해 입맛을 돋우는 손색이 없다. 바닷가재와 어울리는 여러 가지 와인 또한 갖춰져 아담한 실내에서 은은한 조명아래에 담백한 바닷가재를 즐길 수 있다.


DATA

문의 720-5077

영업시간 오전 12시~ 밤 12시

위치 인사동 입구 만남의 광장 옆 골목

추천메뉴 버터오븐구이, 찜, 그라탕, 사시미 각(500g 3만5천원, 1kg 7만원)

1. 매일 아침 직접 가지고 오는 개나다산 바닷가재

2. 아담하면서도 오시는 손님 모두 가족적인 분위기로 좋다.


 

사찰음식점 산촌

은은한 불경소리와 한국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사찰음식 전문점. 이곳은 여느 한정식과는 달리 사찰 음식만을 전문으로 하여 평상시에는 경험할 수 없는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산촌의 음식 맛은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심에서 맛보는 산중요리의 참맛을 볼 수 있다. 들깨죽을 시작으로 12가지 음식과 차, 유과 같은 후식까지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채, 신선로 같은 따뜻한 음식으로 요리가 나온다.


DATA

문의 735-0312

영업시간 오전 12시~ 오후 10시

위치 세종화랑 인사동거리 아르띠에 서울 사이 골목 끝

추천메뉴 산촌점심정식 1만7천원, 저녁정식 3만원 (VAT별도)

1. 참나물, 냉이, 취나물, 근대 등 7가지 산채 모듬 나물

2. 연등, 병풍등 한국적인 소품과 분위기가 난다.


 

인사동의 전통찻집 인사동

거리의 이름처럼 인사동이란 이름을 가진 전통찻집. 일본인들에게도 관광인기 코스가 되어버린 이곳은 실내는 나무로 깎아 만든 의자와 테이블로 꾸며져 있고 안뜰에는 전통 한옥 집을 개조하여 만든 마루식 온돌방으로 되어있어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겨울에 특히 인기인 직접 담근 모과차와 유자차 그리고 매일 12시간 이상 끓여서 만드는 인사동의 인기메뉴 대추꿀차는 저녁에는 없어서 못 마실 정도라고.


DATA

문의 723-4909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2시

위치 인사동거리 혜정 병원옆

추천메뉴 대추차 5천원, 녹차 5천원, 모과차 5천원, 가래떡구이 5천원

1. 빨간 빛깔에 상큼함이 묻어나는 오미자차와 가래떡 구이

2. 예스러운 한옥을 개조한 마루 식 좌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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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드무비 >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자의 사랑 노래 - '질투는 나의 힘'

오늘 아침 우동을 끓여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데 12㎏을 감량하고 코를 더 오똑하게 세우고 나온
여자 탤런트가 한 호텔을 빌려 친한 동료들을 모아놓고 자축 파티를 열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순간적으로 화가 솟았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저런 일을 저렇게 버젓이 해도 돼?'

그리고 나는 거친 동작으로 텔레비전을 끄고 작은방에 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니, 그런데 상관도 없는 남의 일에 왜 그리 화가 났을까?
새삼스럽게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고 싶은 건가?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도 우리는 잠시잠깐 걱정하고 기도할 뿐,
곧 아침 겸 점심으로 너구리를 삶을까, 짜파게티를 끓여 먹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 여성 연예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어제 나는 남편의 바바리코트를 꺼내입고 기다리고 고대하던 영화의 시사회장에 참석했다.
얼마전 한 이너넷 신문에 쓴 슈미트에 관한 영화 에세이를 보고 <질투는 나의 힘> 영화기획사 측에서 
로드무비 기자(이렇게 송구할 데가!)에게 메일로 초청장을 보내왔던 것이다.

겨울 끝자락부터 여름 직전까지 주야장창 입고 다니는 검정색 면점퍼가 하나 있는데
어제는 왠지 멋을 좀 내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 박찬옥, 영화배우 문성근과 배종옥, 박해일 등이 무대인사를 한다잖는가!

그들이 어두운 객석에 파묻힌 나를 찾아와 악수를 청할 리 없지만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온을 위해 속에 덧대어 놓은 모직을 모르고 벗기지 않아서 아주 진땀을 흘리고 다녔다.
어제 날씨는 또 얼마나 화창했는가!

기자하면 깃을 세운 바바리가 연상되어 어제 굳이 그걸 입었던 거지만 더 강력한 이유는 최근
살이 너무 많이 쪄 몸에 맞는 옷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왜 조금 전 버럭버럭 화를 내면서 텔레비전을 껐는지 아실 것이다).

어쨌든 어제 오후 나는 마이 도러를 이웃 동의 남자친구 엄마에게 맡기고, 남편의 바바리를 입고
무척 흥분하여 영화 시사회장에 참석했다.

감독과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는데 놀랐던 것은 흥분을 누르고 아주 침착하고 담담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배종옥이 너무 예뻐서 또 한 번 놀랐다.

이 영화가 나의 흥미를 끈 첫번째 이유는 기형도 시인의 시 제목을 그대로 갖다 썼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는 박찬옥 감독이 여성이라는 것,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이었다는 것, 그리고 평소
호감을 느끼고 있던 배우들… 이유를 대려면 끝이 없다.

한 달 전 3월 7일은 기형도 시인의 14주년인가 15주년 기일이었다.
그가 죽기 얼마 전 한 문예지에 발표한 시 몇 개 중 <질투는 나의 힘>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1989년 그 해 나는 한 출판사의 편집실에 근무했고, 그의 시를 읽고 너무 좋았던 나머지 복사하여
수첩에 붙이고 다니며 읽었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문학이고 나발이고 귀찮을 때도 있는데 기형도의 시는 어쩐 일인지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영화 속 청년 이원상(박해일)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청년이다.
냉소적이고 냉담하다.
원상을 배반하고 다른 남자에게 간 여자가 계속 전화를 걸어 무슨 말을 해보라고 다그친다.
(웃기고도 슬픈 장면이다).
그에게는 정말 이미 끝난 일인데 말이다.
미련은 오히려 그를 떠난 여자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뭘하고 있어?" 하는 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여자들이 걸어온 전화에 대고 그는 방 닦고 있다고
무심하게 대답할 뿐이다.
그는 순수해서 상처받기 쉬운 타입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상처를 받는 건 그의 여자들이다.

되는대로 말하고 연애를 저지르는 것 같은 일견 무책임해 보이는 중년의 편집장 한윤식(문성근)이
오히려 원상과 비교하면 성실하고 친절하다. 타인에게나 자기 스스로에게나…

아무 것에도 매이지 않은 듯한 여자 박성연(배종옥)의 매력에 영화를 보면서 새삼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는 길거리 리어카에서 오뎅을 베어물며, 우리 여관 가요~ 하고 말한다.
그 목소리에는 아무런 욕구도 묻어 있지 않다.
분방한 것 같지만 제일 삶에 성실하고 솔직한 사람이 여주인공이다.

사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언젠가 우연히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 마음을 못 정한 사람을 보았다.
한 잡지사의 편집장이니 그가 기자들과 함께 시사회장에 나타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때 <안토니어스 라인> 시사회를 같이 보고 시시덕거렸던 생각도 났다.
영화 속이든 현실이든 사람 관계 쓸쓸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 기형도가 살아 있었으면 지금쯤 영화 속 한윤식과 같은 모습이 되었을까?
스물아홉에 죽은 시인의 지금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된다.

극장 밖을 나와 근처의 조그만 회원제 책방에 들렀다.
그런데 반갑게도 책꽂이에 내가 작년과 올해 교정본 책들이 대여섯 권 정도 꽂혀 있었다.

친구라도 불러내어 시원하게 맥주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나는 얌전하게 책 몇 권을 골라
집으로 오는 전철에 올랐다.

허무하고도 도통한 듯한 매력적인 여성을 영화에서 만나고 돌아가는 길….
그런데 나는 너무 피곤해서 눈이 퀭하게 패이는 느낌이었다.
남편의 겨울 코트를 입고 땀을 한 되는 좋이 흘리며 돌아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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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을 시사회로 보고 와서 쓴 글.
어떻게 2년 전이나 5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추레하게 입고 고개 숙이고 혼자 돌아다니는 건
똑같을까?  '살이 너무 쪘다'고 혼자 궁시렁거리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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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바람 2005-12-0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서재엔 재밌는 글이 많다^^ 묵은지라는 카테고리에 예전에 쓴 글들을 하나둘 올려두고 있었구나... 광맥 찾은 기분이다 ㅎㅎㅎ
 
 전출처 : 로드무비 > [퍼온글] Hey Jude 그리고 Praha

영화 프라하의 봄을 좋아한다. 물론 쿤데라의 소설도 좋아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니, 그때는 물론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직 어릴 때 읽었던
것이라 언제 한 번 다시 읽어야지 생각만 하는 소설.

소설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부터는 늘 프라하를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내가 정신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맞다고 생각했던 한 남자가 좋아한
영화이기도 하다.
막간을 이용해 그와 처음 차를 마시던 날 우리는 이 영화와 또 그와 내가 함께 좋아하던 것들에 대해
숨이 가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 나는 삶의 한 모퉁이에서 단지 스쳐가는 그런 인연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기억 속에 흔적은
선명히 남는다.

좋아하는 배우들도 나오지만 특히 음악이 좋았는데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체코 가수가
' 헤이 주드(Hey Jude)'를 멋들어지게 부른다.
내가 체코 작곡가 야나첵을 좋아하게 된 것도 이 영화때문이다.

언젠가 나도 영화 음악을 들으며 프라하를 누벼보리라 생각만 하고 살았다. 
작년 겨울 안 좋은 일로 독일에 3주 정도 머물러야 했던 나는 드디어 그 꿈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달랑 잠옷, 혹 음악회에 가게 되면 입으려고 광택 나는 바지 하나, 책 한 권을 챙겨 떠났던
3박 4일 일정의 여행.

바보같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라이프찌히에서 하루밤을 묵어야 했는데 또 이 라이프찌히는 
오죽이나  매력적인 도시인가.
바흐의 커피 칸타타며 괴테며 멘델스존의 흔적을 따라 헤매다보니 그냥 주저앉고 싶기도 했던 도시.
그래도 프라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또 늦게야 프라하로 향했다

막상 떠나보니 기차삯이나 방값이 너무 비쌌다. 
그래 어차피  아침에 돌아올 거 방값도 줄일 겸 하루만 자고 밤차를 탈 생각이었는데
결국은 그게 커다란 실수였으니......

드레스덴에서 부랴부랴 체코 돈을 환전하고 프라하행 기차를 찾아 앉으니 곧 여권 검사를 한 후
기차는 출발하고, 식당칸에서 사들고 온 적포도주를 마시던 그때의 벅찬 설레임과 약간의 두려움이라니..  

말이 통할지도 모르는 춥고 깜깜한 낯선 도시에 내려 헤매다 잡은 방은 딱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거라면 제법 그 빛을 발했을 , 프라하를 닮은 그런 곳이었다.
높은 천장과 벽난로 덜컹거리던 그러나 활짝 열 수 있었던 넓은 창문.

짐이랄 것도 없는 걸 내려놓고는 관광객과 창녀와 쇼핑객이 뒤엉킨 거리를 헤집고 다니던 그 추운 밤.
싼 맥주 자욱한 담배연기 그리고 완벽한 자유...

다음날 음악은 없었지만 나는 내가 원했던 대로 그 도시를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춥고 지치면 술을 마시고 지인들에게 엽서를 쓰고 또 술을 마시고 야나첵의 음반을 사고...
유럽의 겨울밤은 길다.
네 시부터 어둑해진 도시는 어찌나 춥고 또 내가 타야 할 기차 시간은 어찌나 아득하던지.
나중엔 결국 낯선이들 낯선 언어속에 혼자 앉아 꽤 많은 술을 마셨더랬지... 

 

로드무비님이 이벤트를 하신다고 엽서를 한 장 쓰라고 했을 때 난 물론 분위기는 달랐겠지만
이런 얘기가 하고 싶었다.
그때 기분에 따라 연애담이 되었을지 여행기가 되었을지 아님 그냥 영화 얘기만 썼을지
나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내가 원하는 그녀가 부르는 Hey Jude 노래를 찾을 수가 없는 거다.

비틀즈를 들으며 글을 쓰려는데 요 며칠 상황상 내 생각의 끈이 늘 떠돌이 삶에 연결되어 있다보니 
어찌 구구절절히 내 개인적인 얘기를 풀어놓게 되었다.
그래 음악도 새로 골라 올리고 말이다.

이런 사연이 있었는데 오늘 그녀가  마음에 드는 글을 골라 주는 선물이 하필이면 '헤이 주드' 오르골이고
그걸 내게 주겠다니 참 기분이 묘하더라.
그냥 내가 비틀즈의 '헤이 주드'를 올리고 프라하 이야기를 풀었더라도 그녀는 내 글이 마음에 들었을까?
그래서 내가 '헤이 주드' 오르골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님 그녀는 '헤이 주드' 때문에 웃었을까.

 

아 열몇 시간 밤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차마 침대차는 꿈도 못 꾸고 어찌어찌 불편한 의자 사이로
몸을 구겨넣고 잠을 청하는데 표검사하는 아저씨왈, 이 기차는 뉘른베르그 부분에서 갈라져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고 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간신히 제대로 된 기차칸을 찾아 또 어찌어찌
잠이 들었다가 라이프찌히와 프라하에서 100장 넘게 찍은 디카를 도둑맞았다.

그래 프라하 여행은 이제 지인들이 가진 엽서 속의 내 글씨로, 그리고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로드무비님 이만하면 뻔뻔한 이유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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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연우주 > 우울한 샹송 -이수익, 그리고 내 댓글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 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 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


매일 아침 우체국에 가요.
기억이란 게 참 이상하죠...?

매일 아침 우체국에 가니...
우체국에 일부러 찾아가던 예전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기억이 떠올라
잠시 멍해졌다가
짜안해졌다가

그러다가 다시
우체국에 갔더니...
아련해지더군요.

기억이란 참 이상하죠?
다 잊었다 싶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꼭 그 기억의 언저리쯔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예요.
시간이 흐른만큼
자연스레 떠오르는 기억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

그렇겠죠?
지금도...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흘러서
아무렇지 않게 떠오를 때

지금의 시간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나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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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바람 2005-08-0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은 이런 감성을 가진 분인가 보다... 음~

릴케 현상 2005-08-0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수익^^ 웬지 왕년의 명가수의 곡을 듣는 기분이네여~

연우주 2005-08-0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창피해요.^^

낯선바람 2005-08-03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