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엄마 없는 하늘 아래'로 달려고 했는데, 그런 식의 제목은 정말 엄마가 안 계신 분들께 큰 죄가 되겠지. 난 그저.. 딱 사흘만 엄마가 없는 건데 뭐.. 그래두 엄마가 없으니까 벌써 허전하고 보고 싶다. ㅠㅠ
엄마가 여행 가느라 보름씩 한달씩 집을 비운 일도 부지기수였는데(울 엄마는 내가 고3일 때도 1달씩 여행을 갔다 오곤 했다) 이번의 딱 사흘의 부재는 크다. 아마 예전에는 나도 집에 잘 없었고 밤에 잠만 자다가 나가는 하숙생 같은 생활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빈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그런가 보다. 히잉, 심심해.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철없던 옛날에는 이런 기회에 친구들 잔뜩 불러서 이것저것 해먹어가며 밤새 비디오 보고 수다 떨고 술 마시고 했겠지만 이 더위에 사람들 북적이는 것도 싫고, 일도 해야 되고.. 그냥저냥 아쭈~ 조용한 사흘을 보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혼자 있는 집은 낮이고 밤이고 좀 무섭다. 현관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심장도 함께 덜컹거리고, 전화가 울려도 받고 싶지 않고, 누가 찾아오기라도 할까 봐 불안하고..
여기까지 쓰고 현관으로 달려가 걸쇠를 죄 걸어버리고 왔다. 엄마는 어젯밤에 겁 많은 언니 혼자 두지 말고 일 끝나자마자 집으로 뛰어오라고 동생을 윽박질렀지만 이넘의 지지배는 낮에 전화해서 "엄마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난 나의 길을 가련다.. 언냐, 내가 집에 갈 때까지 살아 있어라~"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게으른 큰딸이 혹시 사흘만에 굶어 죽을까봐 어제 마트를 3군데나 돌면서 장을 봐둔 엄마 덕에 냉장실도 냉동실도 찬장도 빵빵. 그러고도 불안해서 어제 저녁 먹은 후에는 나랑 같이 근처 마트에 가서 또 장을 봤는데, 과자랑 음료수 아이스크림만으로 카트를 가득 채웠는데도 엄마한테 안 혼났다. 평소 같으면 아이스크림 하나 사는데도 온갖 눈치와 구박을 감수해야 하는데.. 음하핫 이런 건 너무너무 좋다~!!
덕분에 점심엔 아이스 커피랑 쪼꼬파이, 그리구 바나나 브레드 먹었고 저녁엔 핫도그랑 사이다 크림빵.. 내일은 치즈빵이랑 콜라랑 엔도사야를 먹을 예정이다. 아, 방금 기어 들어온 동생이 크레이프도 사왔다.
뭐, 그럭저럭 토욜 밤까지 위장은 그닥 외롭지 않을 것 같은데 맘이 너무 외롭고 쓸쓸하다. 난 원래 외로움 하나도 안 타는 성격인데 왜 이러지. 이상해, 이상해.. -_-
엄마~ 보고 시퍼요~ 저 나쁜 동생 지지배는 내 말을 너무 안 들어요~!! 엄마 오면 다 일러줄게요. 아까 아빠만 전화하구 엄마는 전화도 안 하구..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 녹화해놓을 테니까 전화 좀 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