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컴퓨터가 있는 방에서 식탁으로 가는 길에 거실을 슬쩍 스쳐가게 된다. 동생은 집에만 오면 리모콘을 항상 자기가 쥐고 놓질 않는데, 거의 영화 채널을 보고 있다.
밥을 먹으려고 식탁으로 가서 앉았는데, 뒤쪽 옆으로 떨어져 있는 티비에서 귀에 익은 영화배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사람 니콜라스 케이지 맞지?" 했더니, 동생이 "응.." 한다. 그래서 제목이 뭐냐 했더니, '데일리 맨'이란다. 처음 들어보는 건데... 별로 궁금하진 않다. 2달쯤 전에는 또 같은 상황에서 소리만 듣고 "이 영화 코요테 어글리 아냐?" 했더니, 역시 동생이 "응.." 했었다.
2. 부모님이 새벽에 청진동의 청진옥에서 선지와 곱창이 들어간 해장국을 드시고, 1만 원어치를 포장해 오셨다. 그걸 좀 전에 먹었는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요리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직장 다닐 땐 고등어와 꽁치를 구별하지 못해 50%의 확률로 찍으면 틀리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다 먹은 후 남은 국물을 떠먹으며 그제서야 "엄마, 이거 국물을 된장으로 한 건가?"했다. 양념간장에 으레 들어가는 양념이 뭔지, 이건 대체 뭘로 만든 건지 그런 걸 파악하기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걸려 나조차도 답답하다.
3. 오늘 영화를 2편을 볼까 했었는데, 어젯밤에 극장 사이트를 보니까 거의 다 매진이었다. 요즘은 노는 것도 부지런해야 한다. 뭐가 잘 맞아떨어지면 저녁에 보고, 그게 아니면 주중에, 그도 아니라면 주말에, 그것마저 안 된다면 비디오 출시를 기다려야 겠지? '박수칠 때 떠나라'는 '웰컴 투 동막골'에 비해 스크린수가 적어서 관객인 나로서는 걱정이 크다.
4. Shivaree가 부른 Goodnight Moon을 아시는가? 영화 '킬빌 2'에 삽입됐던 곡인데 꽤 신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Shivaree의 보컬도 좋고...
가끔 이런 경험을 한다. 마음이 한가할 땐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노래를 신청하는데, 곡을 매우 엄선한다. 남들은 잘 신청하지 않는, 그 프로에서 잘 나오진 않았지만, 그 프로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지는 곡으로... 그렇게 해서 곡이 소개된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후로 그 곡이 이 프로, 저 프로에서 종종 나오는 것 말이다.
이건 순전히 우연일 수도 있고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곡을 자주 들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