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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경영학>을 리뷰해주세요.
메이저리그 경영학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2
제프 앵거스 지음, 황희창 옮김 / 부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3월에 있었던,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결승전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김인식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야구대표팀을 "벤치마킹(benchmarking, 측정기준 설정경영)"하려는 기업과 경영 관련 연구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 대회에서 재조명된 한국 야구의 힘을 경영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려는 시도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지난 2006년, 미국에서도 이미 시도된 경영 방법이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해온 제프 앵거스(Jeff Angus)가 "Management by Baseball"란 제목의 책을 썼던 것입니다. 이 책이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렸던 시기에 맞추어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오늘 제가 읽고 후기 글을 작성하려는 책이 바로 그 "메이저리그 경영학"입니다.

     야구에 숨겨진 경영 전략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의 소유자

   이는 한국어판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부키출판사에서 2009년 3월 20일, 초판 1쇄로 발행한 최근의 신간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 제프 앵거스가 전하는, 4개의 베이스가 있는 야구라는 실험실을 통하여 '운영 관리, 인력 관리, 자기 관리, 변화 관리'라는 4가지의 경영 비법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은이가 "회사에서 관리에 성공하는 것과 야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매우 닮았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선 지은이 제프 앵거스(Jeff Angus)에 대해 알아봅니다. 제프 앵거스는 현재, 매주 '시애틀 타임즈'에 야구 데이터를 분석한 칼럼을, 경영 잡지 'CIO 인사이트'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유명한 야구 칼럼리스트입니다. AP 통신과 UPI 통신에 야구 소식을 전했고, '시애틀 선'지 스포츠 담당 기자로도 활약했으며, 이 책을 통하여 본인도 인정하고 있는 야구 전문가입니다.

   그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여러 기업과 비영리 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을 고객으로 일하는 경영 컨설턴트입니다. 미국 상원위원회에서 인턴들을 맡아 관리하기도 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사, 보잉 사 등 농업, 운송, 제조, 서비스, 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의 기업에서 관리자로 일했던 경영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두께는 335쪽의 보통 크기로, 내용도 경영 일반론이어서 들고 다니며 토막토막 읽기에도 제격입니다. 저자는 메이저리그 경영학과 관련한 자료, 용어집, 도구들에 대한 사이트(www.ManagementByBaseball.com)도 소개하고 있으므로 가입하여 무료로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선, 일선 현장에서의 컨설팅 경험과 100여 년간의 미국 야구사에서 얻은 실용적인 교훈을 재미있게 접목시키고 있는 제프 앵거스의 경영관리 기법을 간략하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PART 1, "1루 진출, 운영 관리" 영역에 있는, 제 1 장, "필드로 나가기, 새로운 관리 업무의 시작"에서 제프 앵거스가 말하는, '운영 관리란 생명이 없는 대상에 대한 관리'이며, 시간, 돈, 작업 도구, 업무 프로세스, 규칙, 가이드라인, 목표 설정, 협상, 패턴 인식, 업무 위임 시기나 방법 등 포괄적입니다. 이직이든, 승진이든, 새로운 관리자로 직무를 새로 시작했다면, '3주간'의 기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고 본보기를 보이면서 팀을 이끌며 부하직원은 물론 상사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른 부서의 동료나 관리자들과도 협력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기업의 경영 비법과 야구의 재미가 어우러진 경영학 입문서

   처음 15일 동안 시간을 투자하고 집중해서 결과로 두각을 나타내야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 목록과 개선점에 대한 해결책을 듣고 변화를 시작하며 널리 알리라는 것입니다.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서 위로 점점 올라가서 일대일로 만나 업무의 질이나 양을 개선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한 순수한 생각과 좋은 아이디어 실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그 공로는 공개하겠다고 설명함으로써 공을 나누어 갖습니다. 그리고 상사나 부하직원, 그리고 동료 관리자에게 눈에 보이는 이익을 안겨주며, 다른 관리자들에게 배운 의사 결정 방식을 신중하게 모방하고 따라 하거나 새로운 예외 경영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을 모색함으로써 평판을 확보, 강화해야 합니다.


   제 2 장, "운영 관리의 기본, 시간, 인력, 지식 관리"에서 제프 앵거스는, 효율성 있는 관리의 핵심으로, 시간, 인력, 지식을 더 정교하게 관리하라고 점검합니다. 첫째, 훌륭한 관리자는 시간에 민감해야 하며, 계획을 시간 속에 적절하게 배치할 줄 알아야 하고, 시간의 공간적인 차원을 잘 이용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시간 관리 능력'은 훈련을 통해 향상되지 않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관리자와 팀원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한가한 시간을 주고, 일주일에 52시간 이상은 일을 시키지 말며, 재미있게 일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회의나 일의 시작은 반드시 정시에 시작하여 빨리 진행하는 것이 직원들의 시간관리에도 도움을 줍니다.

   둘째, 관리자는 사람이 자산임을 먼저 인식해야 하며,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개개인의 능력이 조직화되게 직무를 효율적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셋째, 지식 경영(Knowledge Management)의 4가지 핵심 요소로 정확한 통계자료의 습득, 조직, 분석, 분배를 강조합니다.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고 팀원의 미시적, 또는 거시적 경향을 관찰하면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힘든 전략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조직의 규모가 커갈수록 경제효과도 증가하겠지만, 비경제적인 요소와 징후도 더 빠른 속도로 커진다는 사실을 잊지말라고 당부합니다.

   제 3 장, "히트앤드런 지시하기, 결정 내리기"에서 제프 앵거스는, 관리자에게 있어 어중간한 결정이 오히려 극단적인 결정보다 더 크게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모든 "결정의 목적은 다음에 일어날 일의 성공 확률을 최대화하는 것"이므로,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상황 사이에서 균형있는 통찰력으로 기록의 결과를 반영하여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면, 세부적인 사항까지 확실하게 꿰뚫고 있는 다른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조언합니다.

   PART 2, "2루 진출, 인맥 관리" 영역에 있는, 제 4 장, "선수 수카우트와 계약, 고용"에서 제프 앵거스는, 경쟁력을 갖춘 조직이 성공하려면, 고용한 직원의 기술이나 능력 향상에 달려 있으며, '사람, 곧 인재가 기업의 자산'임을 강조합니다.아웃 소싱(outsourcing, 외부용역의 대치)의 강화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든지 오래입니다. 그러므로 관리자는 "고용, 구성원 조직, 경력 개발, 인사 관리"에 직접 관여하고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합니다. '임의 고용(at will employment)'이 아닌, 구성원들의 유대감을 높이고 동료의 성과를 더 올려줄 수 있는, 조직에 필요한 인재의 고용에도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제 5 장, "안타 쳐 내기, 직원 능력의 최적화"에서 제프 앵거스는,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서 구성 능력을 높이는 '직원 능력의 최적화'"를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고 강조합니다. 즉 직원들의 능력을 비교 분석한 문서와 표준 적용을 통한 평가, 그리고 체계화된 시스템을 활용하여 인사를 관리하라는 것입니다. 그 실천 방안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는데, 첫째, 임무 완수를 위한 의도적인 방식으로 직원들을 업무에 배치하는 '실험'을 하며, 둘째, 직원들의 특정한 상황을 계속 '관찰하고 측정하고 분석(OMA)'한 정확한 자료를 평가에 반영하고 활용합니다. 셋째, OMA를 통해 얻은 교훈을 조직과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적용'하며, 넷째, 각 개인의 성장에 필요한 동기부여와 훈련 방법을 '지원'합니다.

     메이저리그의 실전 사례와 상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한 경영 비법

   제 6 장, "훈련, 라인업의 구성"에서 제프 앵거스는, '실험과 OMA(관찰, 측정, 분석)'에 의한 자료를 모으는 것보다 개개인의 장점을 개발할 수 있는 "실행 방법과 여건을 잘 다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며,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는 강력한 기술이라고 강조합니다. 각기 다른 직원들의 단점을 서로 보완할 수 있도록 능력을 활용하여 팀원을 구성하면 생산성 향상과 강력한 경쟁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성원과 의사소통 통로를 열어 '개선책'에 대해 항상 논의하고 서로 배울 수 있는 '학습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7 장, "마이너리그로의 추락, 질책, 강등, 해고"에서 제프 앵거스는, 핵심 구성원이 공헌을 하지 못한다면, '해고"할 시점이 된 것이며, '강등이나 해고는 구성원의 사기와 조직의 평판, 그리고 경쟁력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현실을 올바로 직시한 마지막 수단으로 해고해야 한다면 정직하게 사실대로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이익이며, 해고하지 않는 편을 선택한다면 직원 편에 서는 것이 작업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특히 대량 해고의 극단적인 위험성을 올바로 인식해야 하며, 거대한 조직에서도 마이너리그처럼 덜 중요한 임무에 배치시켜 단점을 분석하고 능력을 개발하도록 돕는 것이 비용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합니다.


   PART 3, "3루 진출, 자기 관리
" 영역에 있는, 제 8 장, "팀에는 'I'가 없다, 감정적 자각"에서 제프 앵거스는, 관리자에게 있어 "자신을 돌아보고 강점이나 약점을 분석하는 '자기 인식 과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냉철한 자기 인식은 성공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작업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에도 감정적으로 자기 방어를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는 가정사와 직장사를 분리해야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분노를 통제해야 하며, 부적당한 친밀감이나 과도한 친절, 그리고 과도한 걱정을 자제하고, 직원을 기계처럼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제 9 장, "베이스 조정, 지적 자각"에서 제프 앵거스는, "지적 자각은, 지금까지의 개념과 아이디어, 생각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조직의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가장 주목해야 할 최고의 모델로 스즈키 이치로를 꼽고 있는데, 이는 그가 자신을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분석했고, 이런 자각 능력으로 주변 환경에 맞게 자신과 타격 방식을 변화시켰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환경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현재 처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관리자는 경영의 자기자본 이익률(ROE, Return On Equity, 투자한 자본에 대한 순이익률의 수치)과 야구 타점과 같은 측정 자료들이 보여주는 확률과 숨겨진 맹점을 자각하라고 경고합니다.

   PART 4, "홈 밟기, 변화 관리" 영역에 있는 제 10 장, "특수 마운드 낮추기, 변화란 무엇인가?"에서 제프 행거스는, "변화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변화 관리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관리자는 거의 없으며, 특별한 경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이득은 항상 임시적이기 때문입니다. 변화에 촛점을 맞춰 올바른 것을 얻을 때까지 실험하고 미세하게 조정하려는 유연성과 가능성을 위한 전략, 연습이 필요하며, 성공에 대한 적응이 변화를 극복하기 어렵게 만들므로 날씨와 같은 예견되는 변화에 귀기울이라고 충고합니다.

  제 11 장, "규정을 다시 정해야 할 때, 변화에 대처하기"에서 제프 앵거스는, "인간은 변화에 미리 대처할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변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예견할 수 있는 변화와 예상하지 못하는 변화입니다. 이에 대한 접근 방법은 첫째, 주변 환경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둘째, 정확한 자료에 근거하여 확률적으로 접근, 변화를 실행합니다. 셋째, 가능성이 있는 일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적화, 투자하며, 넷째, 조직이나 다른 사람의 시스템을 개혁, 변화의 속도나 방향에 집중, 대처하는 것입니다.

   제 12 장, "베이브 루스를 탄생시킨 사람, 변화를 주도하면서 앞서 나가기"에서 제프 앵거스는, "전략, 직원, 마케팅, 전술 등과 같은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변화에 반응하기 보다는 변화를 주도하며, 경쟁 상대가 따라하기 힘든 혁신 방법일수록 그 혁신의 이점은 더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배로 감독이 키워낸 베이브 루스를 예로 들면서,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에 승부를 걸기 보다는, 이전의 여러 아이디어들 가운데 새로운 환경에 더 좋은 결과를 걸러내거나 추출해내는 혁신이 성공에 더 유리하며, 특히 다양한 분야의 조력자들과 전문가들을 곁에 두면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신중하게 조언합니다.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경영학 일반서

   이상으로, 야구의 즐거운 여정을 통하여 지은이 제프 앵거스가 들려주는 "메이저리그 경영학"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이를 통하여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7 가지로 정리함으로써, 이에 대한 독서 후기 글을 마무리지으려고 합니다.

   첫째, 야구 전문가로서 제프 앵거스가 들려주는 야구에 대한 일화들이 보석처럼 곳곳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책이었습니다. 평소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은 저에게도 제프 앵거스가 들려주는 메이저리그 야구와 관련한 주옥같은 에피소드들은 무척 흥미로울 정도였습니다. 그의 전문가다운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1907년 이후 규정이 바뀌기 전에는 2루에서 1루로 역주루하는 선수(해리 데이비스, Harry Davis)도 있었다(p. 17)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뉴욕 양키즈가 구단 서비스 차원에서 처음으로 관중들이 파울볼을 가져갈 수 있게 했는데, 그 2달러 짜리 야구공 때문에 수천 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p. 322)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둘째, 이런 저저의 전문가 뺨치는 지식들과 야구 일화들을 묶어, 제프 앵거스의 조금 더 큰 시각의 소설로 재탄생시켜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도 야구 관련 영화들이 많은 것처럼, 또 하나의 흥미로운 야구 영화로 발전시켜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셋째, 이 책은 메이저리그 야구 경영을 통한 지은이, 제프 앵거스의 놀라운 통찰력이 단연 돋보이는 경영 이론서입니다. 야구 경영을 야구 외의 일반 경영에 접목시킨 저자의 발상과 거시안적인 안목에 시종일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영학 교양서라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일반 경영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변화 관리'재미있는 작업장과 즐거운 환경을 통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자신만의 즐거운 블로깅이 지속적인 블로그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저자도 즐거운 작업장을 강조합니다.

   다섯째, 지은이 제프 앵거스의 필체는 대체로 짧고 간결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더 쉽게 술술 읽혀지는 책이었습니다. 이런 특징들이, 경영학을 어럽게 생각하는 분들의 책 읽기에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여섯째, 그러므로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정말 재미있고 유용한 경영학 관련 서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비밀스럽지만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은 유쾌하다 못해 무척 경이로울 것입니다. 존경스러울 만큼, 효율적인 흥미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일곱째, 또한 저처럼 열광적인 야구광이거나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경영학 입문서'로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중, 고등 학생 뿐만 아니라 주부를 포함한 일반인들과 경영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쉽게 읽을 만한 유용한 경영론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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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야구를 통한 탁월한 통찰력, 메이저리그 경영학 - 제프 앵거스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10-03-24 18:42 
    지난 3월에 있었던,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결승전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선전(善戰)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김인식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야구대표팀을 "벤치마킹(benchmarking, 측정기준 설정경영)"하려는 기업과 경영 관련 연구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 대회에서 재조명된 한국 야구의 힘을 경영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려는 시도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지난 2006년, 미국에서도 이미 시도된 경영 방법이었습니다. 경영..
 
 
 
죄와 벌 - 완역본 하서 완역본 시리즈 1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유성인 옮김 / (주)하서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위드블로그의 20번째 책 리뷰이다." 

   놀라셨습니까? 이것은 제 얘기가 아닙니다. 이는, wearcom님의 "고민하는 힘"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작성한 후기 글의 첫 문장입니다. 정말 놀랍고 대단한 분이시죠. 제가 요즘 부르짖고 있는 "독서후기 나눔의 문화"에 적극 지지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동안 위블(Withblog, 위드블로그)을 통해 소개받아 읽고 후기 글을 올렸었던 책들을 세어보니, 어림도 없습니다. 다른 이웃지기님들은 위블을 통해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읽고 몇 개의 후기 글을 올리셨습니까?

   제 블로그의 글 범주(category, 목록) 수는 16가지입니다. 그 가운데 "With Books" 목록에 올라온 글 가운데, 위블을 통해 소개받아 공짜로 책을 읽고 후기 글을 올린 갯수를 세어보았습니다. 지난 오노 요시야스의 케인스주의 경제이론 탐구서, "불황의 메커니즘"까지 합해서 전부 12개입니다.

   그러므로 이 글이 위블에서 제공받아 읽는 13번째 책에 대한 후기 글입니다. 그리고 소설책으로는 엘르 뉴마크의 '비밀의 요리책'에 이어, 2번째 책입니다. 첫 접근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러시아 문학의 거장,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러시아어: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년 11월 11일-1881년 2월 9일)가 쓴 소설, "죄와 벌"입니다.

     굴곡의 세월을 소설로 녹여낸 도스토예프스키

   인터파크도서를 통해 배송받은 '죄와 벌'은, 총 길이가 무려 767쪽에 크리가 15cm×22.5cm로 무척 두꺼운 완역본입니다.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책상에 정자세로 앉아 읽어야 했으며,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어 다 읽기에도 물론 부담스럽기 그지 없었  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을 통하여 12,600원에 살 수 있어 두께에 비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입니다. 겉그림 의 디자인은 상징적이지만, 색채는 진한 녹색이어서 간결합니다.


   지은이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 심리학자이자,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독교 교리에 바탕을 둔 영혼의 구제를 주요 주제로, 인간 심리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또 당대 러시아의 정치, 사회, 정신세계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20세기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모스크바 말린스키의 시립 빈민구제병원에서 일하던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5살 때까지 이 곳 생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845년에 그의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하여 자연주의 작가로 등단하였습니다.

   그는 미하일 페트라셰프스키가 주도하는 공상적사회주의 모임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1849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고,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로서 사형 집행이 되기 몇 분 전에 특별 사면을 받는 독특한 경험도 합니다. 그 뒤 4년 동안의 시베리아 유배 생활과 불치의 간질병 등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질곡과 고난을 겪으면서 살았습니다.

   도박을 좋아하는 성격과 시베리아 유배 시절에 악화된 간질 등이 그의 창작활동에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에 중요한 요소들로 자주 등장합니다. 절망적인 인생을 살아왔지만, 인간 내면의 추악함보다는 영혼의 아름다움과 궁극적인 정화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오늘의 '죄와 벌'처럼, 인간 생활에 있어서 모순되는 선과 악의 투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원자를 분석하듯이 인간 내면을 성찰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는 "지하 생활자의 수기", "죄와 벌", "백치", "악령" 등이 있습니다. 말년에 집대성한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탈고하고 난 몇 달 뒤인 1881년, 1월 28일에 60세의 나이로 사망하였습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오늘 읽을 "죄와 벌"은 이 뛰어난 본보기를 통하여 지은이에게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안겨 주었습니다. 더불어 토스토예프스키는 이 작업을 통하여 러시아 사실주의 소설의 독자적인 전통을 수립한 것이기도 하며, 20세기 문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고통과 참회의 눈물을 통한 악한 내면의 정화 과정

   전체적으로 1-6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원은 숫자로만 된 5-6개의 작은 소단원으로 연결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작품 안에서 인간 심성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꿰뚫고 들어가 그 안에 숨겨진 심리들을 무료하다 못해 지루할 만큼 섬세하게 분석하고 묘사를 통해 주요 인물들의 성격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특히 함께 읽다보면, 영혼의 가장 어두운 부분까지 드러내 보이는 그의 심리 분석 능력과 섬세한 필체를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줄거리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주인공을 따라가며 섬세한 묘사를 통하여 전체적인 줄거리가 관망하는 듯 자연스럽게 전개됩니다. 지은이 도스토예프스키는, 페테르스부르크에 혼자 올라와 하숙하며 공부하고 있는 주인공, 법대생, 라스콜리니코프(애칭:로쟈)를 포함한 6-7명의 등장 인물들과 모든 주변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고, 인간내면의 심리에 촛점을 맞추어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 초반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며, 이야기도 다소 느슨하게 전개됩니다.

    "목적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꼭 730걸음이었다." 라고 묘사되었을 만큼 그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토스토예프스키와 많이 닮지 않았을가, 또는 사형선고를 받았던 그의 경력을 비교해볼 때, 자신이 그 모델이 아닐가 싶습니다. 삯바느질하는 사람, 자물쇠 장수, 숙수 노릇하는 여자, 여러 종류의 독일 사람, 몸을 팔아서 살아가는 젊은 여자, 하급 관리, 서너 명의 경비 등이 살고 있고, 여러 개의 작은 셋방이 있는 뒷골목의 5층 집 꼭대기의 다락방(옥탑방)에서 주인집 시녀, 나스타샤의 도움을 받으며 하숙하고 있었습니다.


    만취해 잠에서 깬 어느 날 아침, 주인집 시중을 드는 시녀가 가져다 준 어머니의 장문의 편지를 받습니다. 오빠를 위해 희생하며 사는 누이동생 누냐(두네치카)가 가정교사로 일하러 들어간 집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돌아온 후 45살된 7등 문관, 루진과 결혼하게 되었다는 구구절절한 내용입니다. 이에 로쟈의 고민과 분노, 어머니의 인생과 동생의 운명에 대한 연민과 근심이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정밀하면서도 집요할 만큼 분석적으로 묘사되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주인공을 통한 심리묘사의 진수가 시작됩니다.

   그런 다음 날, 로쟈가 주인집 문지기 방에서 훔친 도끼로 전당포를 운영하는 고리대금업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와 시종처럼 일을 돕던 동생, 리자베타의 머리를 찍어 죽이면서, 지은이의 심리묘사와 소설의 줄거리도 반전되어, 보다 빠르고 긴장감있게 전개됩니다. 계획적인 살인 후, 극도의 긴장감이 풀리면서 이성을 잃은 듯 헤매기도 하고, 훔친 지갑이나 피가 묻은 주머니와 장화, 양말들에 대한 흔적(증거) 인멸을 위해 어디에 감출지, 어떻게 태울지, 어디에 버릴지 고민하다가 오한으로 쓰러져 악몽과 환상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에서부터 훨씬 더 인간적이고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며 흩어져 있는 독자들의 상념을 빨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어느 외진 공사장의 큰 돌 밑에 훔친 물품들을 숨겨 놓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긴장이 풀려 쓰러진 채, 반쯤 무의식 상태로 열병을 앓습니다. 나흘 만에 깨어난 주인공 로쟈가 주인집 하녀, 나스타샤와 가장 친한 유일한 대학생 친구, 라주미힌의 도움으로 기력을 회복합니다. 혼자 있고 싶다는 일념과 오래된 습관대로 산책길을 따라 들어온, 수정궁이라는 깨끗한 식당에 들어섭니다. 그 곳에서 경찰서 사무장, 자묘토프를 만나 극도로 예민해진 살인 후의 심경을 들어냅니다. "만약 내가 노파와 로자베타를 죽였다면 어떻게 하겠소?"라며 횡설수설하는 장면에서 사건의 긴장감은 극에 달합니다.

     번뇌와 고통 속으로 불러들이는 묘사 기법의 절정

   그러던 주인공, 로쟈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 풀리헤리야와 누이동생, 두냐를 만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됩니다. 친구 라주미힌과 결혼을 약속한 루진이 한 식당의 원탁에 합석한 가운데, 두냐가 파혼을 확정합니다. 그 곳을 나온 로쟈는 말에 깔려 죽은 전직 관리의 집, 추도식에 들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큰 딸, 소냐를 찾아가 성경 읽는 의식으로 용서를 구하고 위안을 얻습니다. 다음 날, 살인자백을 결심한 로쟈는, 경찰서에서 예심판사로 일하고 있는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를 찾아가 횡설수설하는 신경질적인 상담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 때, 놀라운 사건이 벌어집니다. 살인된 전당포 노파의 맞은 편 방에서 칠장이로 일하던 직공, 니콜라이가 자신이 살인했다고 자백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주인공 로쟈의 진부한 심리갈등이 또다시 이어지며, 독자들을 그 세계 속으로 끌고 갑니다. 특히 남편의 장례식을 마치고 난, 소냐의 어머니까지 결핵으로 사망하면서, 주인공 로쟈는 병적일 정도의 답답한 불안에 사로잡힙니다. 즉 이에서 지은이 도스토예프스키는, 독자들을 한 사건이 다른 사건과 뒤섞이게 하거나 어떤 사건을 로쟈의 상상 속의 세계로 오락가락하게 만들며, 그런 공포 속의 나락 끝으로 몰고 갑니다. 심지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는나른하고 답답한 갈등의 권태 속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가운데, 친구 라주미힌에게 "자네가 미친놈인가, 아닌가를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러 왔네"라는 말을 들을 만큼, 주인공 로쟈는 어머니와 누이동생도 챙기지 않은 채 정신병자처럼 거리를 배회하거나 소냐의 장례식장을 찾아가 조문하기도 합니다. 그날 저녁, 예심판사 포르피리가 찾아와 자수할 것을 종용합니다. 이에 로쟈는, 누이동생 두냐가 가정교사로 일하던 농장의 지주이자, 아직도 여동생을 욕심내고 있는 스비드리가일로프를 찾아가 허락할 수 없다는 협박도 하고, 어머니와 동생을 찾아가 기도해줄 것을 부탁하는 등 자백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주변을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냐를 찾아가 결심을 하고는 광장에 들러 대지에 입맞추며 환희에 벅찬 감격으로 참회합니다.

   그리고는 경찰서에 들어가, "내가 관리인 노파와 그 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죽여 금품을 훔쳤습니다."라고 뚜렷하게 소리칩니다. 로쟈는 살해 과정과 출세를 위한 범행 이유를 사실 그대로 자백했고, 친구 라주미힌의 구명과 주인집 아주머니의 노력, 로쟈의 선행에 대한 주변 이웃들의 증언이 뒷받침되었으며, 다행히도 재판은 우울증과 병적인 편집광 증세가 발작되어 일어난 살인강도로 결론짓고, 겨우 8년의 제 2급 징역형이 언도됩니다. 소냐를 통해 오빠의 소식을 듣던 두냐와 라주미힌도 결혼을 하였으며, 그 후에 어머니 폴리헤리야도 사망합니다. 시베리아의 요새에서 복역하는 로쟈를 따라간 소냐는 옥바라지를 하고, 소냐의 사랑에 눈을 뜬 로쟈도 새로운 인생을 맞으며 환희에 찬 현실과 미래를 꿈꾸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상으로, 러시아의 문호(文豪)토스토예프스키가 삶의 지혜와 영혼의 울림을 전달하는 데에 소설을 매체로 이용한 또하나의 예술성을 경험하였습니다. 이를 통하여 느낀 소감을 아래와 같이 10 가지로 정리함으로써, '죄와 벌'에 대한 독서 후기를 마무리지으려고 합니다. 첫째, 무려 767쪽이나 되는 이런 대작완역본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인터파크도서위블 운영진에게, 이 자리를 빌어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탐독하면 좋을 초절정의 심리소설

   둘째, 마지막 끝 장까지 읽으며 든, 가장 큰 아쉬움은 '오타'의 남발입니다. 두께의 압박만큼이나 오타의 수정과정도 만만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7년 11월에 초판 1쇄로 발행되어 2009년 2월에 초판 5쇄로 발행된 신간을 읽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오타가 종종 발견되는 점은, 읽는 내내 고전에 대한 신뢰는 물론, 집중해야할 주의를 흐트리기에 충분할 정도입니다. 하서출판사의 불찰이 많이 아쉽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즉각적인 '오타의 수정'이 시급해보입니다.

   셋째, 지은이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성선설'의 전제 아래 기술합니다. 즉 인간의 양심을 바탕으로 주인공 로쟈의 살인에 따른 고민과 심리적인 갈등을 철저하게 해부하고 있으며, 그 고통의 과정을 통하여 사건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지은이의 인류애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개인적으로 '가족애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들어준이었습니다. 주인공 로쟈의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지긋한 애정, 누이동생 두냐의 오빠를 위한 희생정신, 그리고 어머니 폴리헤리야의 든든하고 무한한 사랑이 내용 전반을 끌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힘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오히려 전직 관리의 딸 소냐와 로쟈의 사랑보다도 줄거리 전체를 끌고 가는 더 큰 힘으로 작용합니다.

   다섯째, 책의 두께에 대한 압박은 최절정입니다. 진부할 만큼 장황한 심리묘사와 3자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는 기술방식이 줄거리의 전개를 느슨하게 만들며, 긴장감을 절대적으로 퇴조시킵니다.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입에서 쓴내가 날 정도이고, 속도 느글거립니다. 아마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지은이 토스토예프스키의 표현처럼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담즙에 목욕하고 나온 느낌(p. 483)에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여섯째, 이야기 전개의 구성은 시종일관 두괄식, 또는 미괄식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두께의 압박과 느린 행보의 이야기 전개 때문에, 애독자라 할지라도 따분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독자들이 처음부터 이를 참고하여 글 읽기에 활용한다면, 내용 파악이나 속독, 그리고 완독을 위한 계획과 시간 배정에 다소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곱째, 지은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독자들을 주인공, 로쟈와도 같은 심리불안과 범죄로 인한 고통 속으로 끌고 다니며, 전체적으로 단연 그런 묘사가 돋보입니다. 마치 독자를 고문하는 듯한 수준입니다. 이를 만나는 독자의 반응은 매우 난감하고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지은이의 "암시적인 묘사" 방식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살인 행위 후에 답답한 마음을 이끌고 해가 저물어가는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더위는 여전히 찌는 듯했다.(p. 206)" 이처럼 날씨나 공기에 대한 묘사는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런 상황이 독자들의 인식을 난감하게 하며, 주인공과 같은 당혹스러운 심리상태로 몰고 다닙니다.

   또 한 가지를 예로 들면, 주인공 로쟈가 살인을 저지르고 난 후에도 그에 대한 정확한 이유나 근거, 계획, 각오 등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며 꿈을 꾸는 듯, 횡설수설하는 장면에서 "하하하, 실천에 옮기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정의에 입각하여 양과 척도, 숫자를 계산하여 많은 이들 중에서 가장 무익한 놈을 골라 해치움으로써...(p. 364)"라고 정당화하는 단 한 줄의 문장만으로 해명할 뿐입니다.

   여덟째, 그러므로 이 책을 읽을 때는 독자가 내용이나 줄거리를 추론하거나 분석하는 것은 완독에 부정적이거나 위험해보입니다. 물론 이런 구성과 기술방식은 주인공의 심리에 독자들을 몰입시키고자 하는 지은이의 철저한 계획과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 볼 때, 오히려 속독으로 빠르게 독파하는 것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편안한 책읽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홉째, 그러나 저도 읽는 내내 정자세로 책상에 앉아 정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잡념에 시달리거나 혼자만의 상념에 빠지기 일수여서 진도가 잘 나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그냥 쉽게 소설 한 권 읽어볼까하는 생각으로 이 고전을 집어드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무척 어렵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완독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열째, 그러므로 이는, 심리소설에 매우 관심이 높은 독자나 학문적으로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4-5일 정도 여유를 갖고 심취해보고 싶은 독자나 방학을 이용하여 토스토예프스키의 예술세계를 탐독해보고 싶은 독자들이 있다면, 새로운 소설세계의 심미학(審美學)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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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메커니즘 - 경제학의 '오래된 미래' 케인스주의를 다시 읽는다
오노 요시야스 지음, 김경원 옮김, 박종현 감수 / 지형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인터넷(누리세계, 웹, net work) 공간"안에서 이루어지는 독특한 "블로그(blog) 문화"들이 있습니다. 블로깅(Blogging)을 통한 이런 즐거운 문화들 가운데, 최근 들어 더 활성화되면서 그 영역이 더 확장되어 가고 있는 "독서 후기(독후감, book review) 나눔의 문화"가 존재합니다. 물론 저도 반기며 지지하고 있고, 그 확산을 위해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블로깅을 통한 '독서후기 나눔의 문화'에 일조하고 있는 서비스 가운데, "위드블로그(이하 '위블')"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이 위블을 통해 소개받았던 매력적인 소설, "비밀의 요리책"을 비롯하여, 강용운과 방현철의 "토털쇼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와 서지우의 "공황 전야", 그리고 유종일의 "위기의 경제"까지 모두 3권의 경제 관련 책들을 읽고 그 후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세계 경제 불황의 원인과 해법을 위한 진지한 탐구서

   오늘 소개할 책도 바로 이런 경제 분야의 책으로, 오노 요시야스가 쓴 "불황메커니즘"이란 제목입니다. 231쪽 길이로 그리 두껍지 않아서, 우선 크게는 부담이 되지 않는 책입니다. 2009년 3월에 초판 발행된 따끈따근한 신간이며, 양장에 녹색의 헝겊으로 만든 책갈피까지 늘어져 있어 활용하기에도 좋습니다. 겉 그림이 다소 무거운 채색이며, 단순한 디자인이 자극적이지 않아 마음에 듭니다.

   지은이 오노 요시야스는, 도쿄 공업대학을 졸업하고 도쿄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무사시 대학교, 도쿄 공업대학교를 거쳐, 현재 오사카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국제경제학과 산업조직론에 정통한 케인스주의자로, 불황의 대응책으로 금융정책보다 재정정책을 강조하는 학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은 경기변동과 국제경제에 나타나는 성장과 생산 패턴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화폐, 이자와 경기침체", "금융", "경기와 경제정책", "국제 거시경제학", "경기와 국제금융", "오해투성이의 구조개혁", "국제 독과점 체제하의 무역과 산업정책(공저)" 등이 있습니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 문제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시장주의의 퇴보로 재정확대를 중시하는 케인스주의가 대두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장기 불황에 빠져든 일본도 시장주의와 케인스주의라는 정책을 번갈아 실시해왔으나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케인스의 초상사진

   이에 대한 질문으로 영국에 살던 케인스(J. M. Keynes, 1883-1946)가 세계적인 대공황을 겪으며, 1936년에 수요 부족이 가져오는 불황메커니즘을 제시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발표합니다. 15년 이상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오노 요시야스가 분석한 케인즈 이론에 대한 비판과 불황에 대한 해법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화폐와 실물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며, 한국경제 정책의 논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각 장에 대한 요점을 살펴볼 것이며, 읽고 난 감상평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전체적인 책의 구성을 먼저 살펴보면, 크게 5 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장에 2-3 단원의 부연 설명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 첫 1 장, "케인스 경제학의 기본 구조"에서 요시야스는, 1930년대 미국과 영국의 대공황과 1998년에 시작된 일본의 경제 불황이 모두 똑같이 아주 짧은 기간에 실업률이 증가하고 하락한 성장이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이런 사태에 대해 대부분의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정체가 생산력 저하나 가격 및 임금조정의 실패와 같은 "공급 불황"에서 출발하였다고 단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높고 물가나 임금이 충분히 낮아진다고 해도, 경기가 반드시 회복되지는 않았으며, 아무리 생산능력이 높다고 하더라도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경제가 정체하였습니다. 실제 대공황 시절의 미국이나 영국, 장기불황의 일본도 공급요소는 변하지 않았는데, 거품의 붕괴로 소비자의 구매의욕의 폭락과 고용 감소로 물가나 임금이 낮아져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수요부족에 그 경제불황의 원인이 있다고 보는 "수요 불황"을 당시에 케인스가 새롭게 제창했던 것입니다.  

   제 2 장, "실업과 수요 부족"에서는, 케인스가 쓴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의 1-10장까지의 신고전파 경제학과 케인스 이론에 대해 반박하고 자세하게 보충하여 설명합니다. 케인즈는 세계 대공항과 일본 장기불황 때, 대규모의 실업이 일어난 이유를 총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케인스수요부족이 발생하는 이유를 소비보다 투자의 측면에서, 화폐를 보유하고 싶은 욕망이 투자로 흘러갈 자금을 빨아들여 투자까지도 억제하게 되고, 다시 말해서 전체적으로 소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수요부족이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케인스수요부족의 요인으로 금융준비금의 폐해를 강조합니다. 개인이 주택수리를 위한 준비금을 모아두거나 기업이 빚을 갚고 금융준비금을 비축해두면 수요를 억제하여 불황을 가져온다는 설득력있는 주장을 합니다. 절약은 개인을 부자로 만들지만, 국가는 화폐를 저장할 것이 아니라, 화폐를 사용할 방법으로, 공공사업, 실업수당, 공채, 금 채굴 등을 들고 있는데, 실제로 국가의 긴축재정은 소득도 소비도 늘어나게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제 3 장, "이자와 화폐"에서는, 케인스가 쓴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의 11-18장까지의 '투자의 결정 요인'과 '이자 결정 요인', 그리고 '화폐의 성질과 불황'에 대해 비판하고 설명하며, 대안도 제시합니다. 우선 투자 결정 요인은 소비자의 기호변화, 수요의 변화, 화폐자금의 변화 등 장래의 수익을 정하는 요소, 즉 '장기 기대'의 상태와 확신의 정도에 의존합니다.

   이 장기 기대는, 주식 시장 이전에는 투자로 보유한 설비에서 얻는 수익에 기대었으나, 주식 시장이 발달한 이후에는 생산이나 투자와 관련된 결정을 경영자가 하며 기업의 소유자인 주주는 주식 형태에 따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고 장래 수익까지 감안한 이익을 자유롭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장래의 수익이 아니라 현 시점의 예상 수익, 즉 현 시점의 장기 기대에 따라 투자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케인스는 정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에게 저축이란 현재의 소비수요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기기대와 함께 투자를 좌우하는 요소에는 '이자율'이 있습니다. 이 이자 결정 요인은 장래 소비를 위해 저축하는 기다림으로 견디는 데 대한 보수, 즉 '시간 선호'에 의해 물건의 양으로 셈한 값, 실질이자율에 의존합니다. 또는 불특정한 때에 불특정한 소비를 하기 위한 가능성에 대한 욕구, 즉 '유동성선호'를 충족하기 위해 저축을 하므로, 케인스유동성선호를 반영하는 것이 이자율이라고 봅니다.

   소비를 포함한 수요부족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오노 요시야스는, 케인스가 화폐의 속성에 대해 난해한 이론을 펼쳤다고 주장합니다. 화폐의 특성 가운데, 불특정한 때에 불특정한 용도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그 가능성에 대한 욕구, 즉 유동성선호 능력를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위해 지불해도 좋다고 여기는 금액을 '화폐의 자기이자율', 곧 '유동성 프리미엄'이라고 합니다. 즉 화폐에는 보유와 소비의 '한계대채율'이 존재하는데, 케인스는 이 유동성 프리미엄이 계속 플러스가 되어 수요부족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케인스화폐의 특수성에 대해, 첫째, 화폐의 수요가 늘어났다고 해서 생산을 늘릴 수 없으며 고용도 창출되지 않습니다. 둘째, 화폐는 다른 실질자산이나 재화의 대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화폐에 대한 수요가 늘더라도 다른 자산의 수요는 움직이지 않으며 고용도 역시 늘지 않습니다. 셋째, 화폐를 보유하려는 사람들의 요구가 식을 줄 모르기 때문에 유동성 프리미엄도 저하되기 어렵고 총수요도 계속 부족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는 것입니다.
   
     수요 불황의 개요와 불황의 관계를 밝힌 해법서

   제 4 장, "경기 순환과 경제 정책의 본 모습"에서는, 케인스가 쓴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의 19-24장까지의 '임금변동과 경기순환' 그리고 '불황 아래의 경제 정책'에 대한 논리를 분석하고 독창성과 한계성을 검증합니다. 케인스예상 수익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투자부족을 일으키면, 그 때에는 금리가 내려가도 웬만해서는 투자가 늘지 않고 경제활동이 정체한다고 보았고, 투자량에 따라 소득이 결정된다는 이론에 오노 요시야스도 동의합니다.
 

   어떤 이론가는 일본의 장기 불황'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와 그 '여가는 즐기기'로 대안을 찾고자 했는데, 케인스는 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신에 일이나 소득증대를 주장합니다. 또한 절약정신은 오히려 경제를 가난하게 만들며, 국제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무역(경상수지) 흑자를 확대시키는 중상주의에 입각한 정리해고도 실업을 증가시킬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서 완전고용을 실현할 수 없는 현 경제사회에서는, 국가의 개입을 통한 민간투자의 촉진과 소비성향이 낮은 부유층으로부터 소비성향이 높은 빈곤층으로의 '소득의 재분배'를 이룸으로써, 사회 전체의 소비를 확대해서 수요를 충족시켜야만 불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제 5 장, "불황이론의 재구축"에서는, 케인스 경제학과 케인스 정책의 정치경제학적 측면에서 지금까지 비판했던 이론들을 점검하며, 새로운 불황이론으로 총수요의 결정 메커니즘을 종합하고, 경기대책의 정치구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적 측면을 강조, 총정리합니다. 케인스가 말하는 수요부족은 물가나 화폐임금의 경직성과는 독립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신고전파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실업수당보다는 공공사업을 지지하며, 그 의의는 귀중한 노동자원을 도움이 되는 재화의 생산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케인스는 물가나 화폐임금이 조정되어도 발생하는 수요부족을 논증하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케인스공헌수요부족으로 인한 불황의 가능성에 주목함으로써 전세계와 일본을 비롯한 불황기의 정책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수요불황해결하려면, 수요의 구성요소인 투자나 소비를 늘릴 수 밖에 없고, 케인스는 투자부족을 정부가 보조해야 하며, 소비의 자극을 위해 소비성향이 높은 빈곤층으로 소득을 재분배할 것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안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점이 분배의 측면에서 볼 때, 경제적 기득권층인 부유층에는 불리하고 빈곤층에게는 유리해 보여, 수요부족의 이론으로 정책의 선택에서는 멀어지고 계급적인 대립으로 옮아간 안타까운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완전고용'은 생산한 물건이 반드시 팔리므로, 이는 총수요의 증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황일 때는 효율화에 의해 같은 양을 생산해도 이에 필요했던 노동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노동시장에는 노동력이 남아돌게 됩니다. 결국은 이것이 디플레이션을 격화시켜 화폐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게 되므로 소비가 감소, 즉 수요가 감소하게 됩니다. 이렇듯 불황일 때의 생산성의 향상은 소비를 감소시켜 비자발적 실업을 증가시키고 말며, 실제로 일본의 장기불황 때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대해 오노 요시야스불황을 탈출하려면, 현 경제의 위기 상황을 바라보는 불안심리가 심해지지 않는 상태를 견고하게 유지하여, 사람들에게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확신을 강하게 심어주는 방법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견고한 정책과 재정 확대, 증원을 권장하여 실업을 축소하고 실질적인 소득을 인상시켜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또한 지은이는 세대교체와 같은 오랜 시간으로 인한 경기 순환과 장기적인 회복에 희망을 걸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래야만 케인스가 말한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정책 논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정리합니다.


    위와 같이, 남아도는 노동자원을 활용하여 경제 전체의 효율을 개선하고자 하는 경제정책에서는 시장주의가 효율적이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노 요시야스경제정책을 내놓은 정부가, 노동자원의 진정한 효율성을 위한다면 실질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위기의 민간 기업을 더 존속시키고 실업률을 줄임으로써, 신뢰할 만한 공개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심리를 오랜동안 확신시켜야만 "수요 부족으로 인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정독을 하면 좋을 경제 탐구서

   이상으로 오노 요시야스의 "불황메커니즘"을 다 읽고 난 느낌을 아래와 같이 일곱가지로 정리함으로써, 독서 후기를 마무리지으려고 합니다. 첫째, 두껍고 매끄러운 종이 재질이 책장을 넘기는 데 편하기도 했지만, 너무 빳빳한 질감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둘째, 처음 책을 들 때는 몰랐었는데, 2, 3, 4 장으로 점차 넘어가면서, 케인스가 쓴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 대해 옹호하거나 반박하기도 하고 새롭게 주창하기도 하는 오노 요시야스경제정책에 대한 탐구서입니다. 즉 당시의 경제 대공항을 겪으며, 1936년에 수요 부족이 가져오는 불황메커니즘을 제시한 케인스 본 책의 이론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새롭게 다시 부활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이런 사실을 먼저 알았다면, 케인스의 본 책을 다시 정리해보고 읽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독서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현 시장 경제나 신자유주의보다 먼저 주창된 경제이론들이어서 다소 뒤죽박죽된 느낌이 앞섰으며, 명쾌한 해설서라기 보다는 케인스 이론에 대한 오노 요시야스의 탐구서였기 때문에 읽는 내내 다소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넷째,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시작된 세계의 경제 대공황을 신자유주의와 같은 그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하거나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입니다. 이런 즈음에 오노 요시야스가 제안하는 '불황이론의 재구축'은 무척 반갑고 흥미로운 제안이었습니다.

   다섯째, 1930년대의 미국과 영국, 그리고 1990년대의 일본의 경제공황이라는 공통점에서 출발하여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케인스가 썼던 책의 "수요부족에서 오는 불황메커니즘"으로, 제대로 검증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여섯째, 그러나 케인스 이론을 친절하게 소개하거나 설명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저도 읽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하게 정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상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밖에 없었으며, 처음 이 경제관련 도서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될 일반 독자들에게도 다소 어렵게 느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곱째, 그러므로 이는, 경제학이나 현 경제정책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이나 전공학생 독자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식상한 경제이론이 아닌, 세계의 경제공황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고 있는 이론이나 책을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분명 충족시켜줄 수 있는 신나는 책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정부 관련자들을 비롯하여 전공자나 학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누구나가 시간을 두고 정독해보면 좋을 경제관련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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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책읽기가 고역인 사람들에게조차도 소설은 매력적인 분야의 문학입니다.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완전 별천지와도 같은, 생각도 못하고 상상도 못했던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꿈과 같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앞에서 공개했던 글로 "초하(初夏) 소개 12 고개
"에서도 밝히고 좋아하는 소설책들을 소개했던 것처럼, 저는 장편소설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나 자신을 잠시 잊은 채, 지은이가 이끄는그 깊이있는 매력 속에 빠져볼 수도 있으며, 전혀 알지 못하던 미지의 세계로 혼자서도 안전하고 즐겁게 떠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위대한 진보를 위한 "비밀의 요리책", 그 축척된 지식

   그래서 기대를 갖고 "위드블로그(이하 '위블')"를 통해 신청해놓았던 책입니다. 그렇게 만난 오늘의 책 "비밀의 도서관"을 알라딘을 통해 택배로 받았습니다. 대채적으로 알라딘 택배는 빠르게 배달되는 편이어서 위블을 통해 선정 공지를 받는 동시에 도착하거나 손 안에 들어오곤 합니다.


   무려 총 656쪽에 해당되는 무척 두꺼운 책이지만, 실제로는 13,000원인 책값이 알라딘에 공지된 가격은 11,7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튼실한 양장에 제가 좋아하는, 짙은 밤색의 헝겊으로 만든 빛깔 고운 책갈피까지 곱게 드리워져 있어 들고다니기에도 부담없는 보기 좋은 책입니다.

   특히 책의 내용들은 르네상스(renaissance) 초기를 주요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제가 소개한 그림들 가운데에도, 17세기 이탈리아의 바로크(baroque) 미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14세기에서 16세기까지 당시 전성기였던 르네상스 미술의 흐름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던,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이탈리아, 1573-1610)나 젠틀레스키(Orazio Gentleschi, 이탈리아, 1563-1639) 등과 같은 르네상스 문화 전성기의 화가들을 소개한 적이 있어서 더 반갑고 재미있게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엘르 뉴마크(Elle Newmark)는 극장에서 팝콘 파는 점원, 쇼핑센터 점원, 식료품점 계산원, 베이비시터, 보석가게 점원,  프리랜스 카피라이터, 광고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던, 예순 살 나이의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이탈리아로 건너갔으며 재혼 후 7년간 독일에서 살았으며 세계 여러 나라를 두루 여행했던 경험과 내공을 책 속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여행 때마다 모든 것을 스케치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으며, 평생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고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예순이라는 나이에 결국 그 꿈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이 비밀의 요리책은 이탈리아인으로 요리사였던 아버지에게 크게 영향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엘르 뉴마크가 2007년에 자비로 출간하였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 화제가 되어, 16개국 이상 수출이 되었습니다. 2009년 초에는 사이먼 앤드 슈스터(Simon & Schuster)에서 재출간되면서 다시 한 번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2월 20일, 레드박스에서 초판 발행한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연금술, 불멸의 약, 사랑의 물약 등 전설적인 요리법에 대한 미스터리와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34 편의 짧은 각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름답고 감각적인 문체와 팽팽한 추리 요소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자신이 처한 불운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후계자를 선택한 아마토 페레로 주방장의 신념과 마법과도 같은 요리라는 예술의 신비한 힘을 느껴보고 삶의 신비와도 같은 음식 만드는 방법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요리의 세계를 통하여 숨은 진리를 모색하는 인생 여정

   "내 이름은 루치아노"라는 1장의 첫 문장처럼, 이 책의 줄거리는 "1 인칭 작가적 시점"에서 전개되며, 주인공은 베네치아의 2대 섬 가운데 하나인 리알토섬 거리의 고아이자 악동으로 살아오던 소년 루치아노입니다. 그렇게 루치아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환경을 따라가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국제적인 항구 도시, 베네치아 총독의 주방장을 따라 궁정의 주방에 들어온 루치아노는, 주방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고대 마법사의 비법이 담겨져 있다는 비잔틴 시대의 비밀스런 책에 대한 전설을 엿듣습니다. 또한 극동지역 조리법이 담긴 고문서를 들고 찾아온 유명한 역사학자나 고대언어 번역으로 이름난 수도사, 그 외에도 이상한 언어학자, 사서, 서예가, 신부, 인쇄업자 등과 같은 방문객들이 찾아와 주방장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이따금씩 목격하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루치아노는 일을 하는 가운데 총독 앞에서 작은 병에 들어있던 호박색 액채를 마시고 죽어가는 농부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았으며, 총독이 1년에 1번씩 바다와 상징적인 결혼식을 올리는 '라 센사' 축제 기간에, 막강권력을 지닌 '십인 평의회'의 비밀경찰, 란두치가 복음이 담긴 비밀의 책 이야기를 하다가 동료 리카르디를 죽이는 과정도 지켜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스승인 주방장에게 지금까지 본 일들을 말하며 '금지된 책'에 대해 집요하게 묻습니다.

   산책을 함께 나간 페레로 주방장은 고딕양식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로 된 창문을 가리키며 유리를 만드는 연금술의 비밀, 그 방법과 고대의 동굴벽화에서 시작된 미술의 탄생, 루치아노의 안에 숨어 있는 인생의 등불, 그리고 총독이 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란두치가 권력으로 이용하고 싶어하는 비밀의 복음, 즉 예수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삼위일체에 대해 설명합니다. 수백년 전 이단으로 비난받은 예수에 대한 대부분의 글들이 지하로 숨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황제가 교회를 세우고 교황을 로마의 감독관으로 임명해 다스림으로써 권력을 지켜왔으며, 개인적인 욕심과 정치적인 힘으로 이용해왔음을 제자에게 전합니다. 더불어 주방장은 교회가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이용해 움직여 왔으므로, 제자에게 맹목적인 믿음은 절대로 안된다고 경고합니다. 훌륭한 유대인 예수가 설파했던 "올바로 사는 법(율법)"에 따라 살려고 노력한 바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기적을 행할 수도 있는 인간의 잠재력과 선악과에 대한 지식의 나무, 그리고 인류의 탄생을 뜻하는 아담의 갈비뼈에 대한 영적인 깨달음을 줍니다.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움직일 수 있는 음식의 비밀(조리법)

   궁정 주방에 들어온 지 거의 3 달 가까이 되어가던 어느 날, 여전히 수습생이던 루치아노는 하루 빨리 진급하여 야채요리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페레로 주방장이 직접 관리하는 비밀 찬장의 자물쇠를 열어 항아리와 병에 들어있는 재료들의 이름을 적어둡니다. 그 날 이후, 다시 그 찬장에서 향료와 음식재료들을 훔쳐 팔 계획을 세우고 문을 열어 첫 번째 항아리에 손을 댄 순간, 페레로 주방장에게 들켜버리고 맙니다.

   다음 날, 주방장 페레로는, 이제 궁정의 주방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믿고 있던 루치아노를 주방과 연결된 정원으로 이끕니다. 희귀한 식물이 많고 주방장이 애지중지하며, 그 정원의 외진 곳에 있는 텃밭에서 '리브애플'이라 불리는 토마토와 허브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리고는 형과 나,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를 용서하며 자유를 얻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루치아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 것과 주방장이 아는 모든 지식을 물려줄 후계자로 삼고 싶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탐험가와 모험가들이 둥근 지구를 종횡하고 누비며 정원과 리알토에 있는 신비한 재료들보다 월씬 더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었고, 덕분에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전과 다른 생각과 관점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또한 루치아노도 궁금해하던 "'비법이나 연금술' 같은 것은 수백년 동안 많은 글과 과학적인 비법이 인간의 지식창고에 쌓여온, 그저 무언가를 만드는 방법"일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오랜 역사와 자유로운 사고를 지키는 수호자"이며 "우리 모두는 그동안 축적된 경이로운 지식의 상속인"임을, 그리고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과 죽은 자들의 뼈 위에 세워진 문명"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조리법 하나에도 알맞은 때와 순서, 그 전에 많은 배워야 할 것들이 있음을 이해시켜줍니다. 그리고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일꾼인 "요리사는 글로 된 기록을 모으고 지식을 수집하며 보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수호자이고 평생을 헌신할 가치가 있는 소중한 직업"이라는 사명과 잠재력이 가지는 루치아노의 미래, 그리고 자신의 계발과 성공을 통한 인류의 진보와 개인의 책임을 확실하게 일깨워줍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에, 손에 초자연적인 힘을 지녀서 사람을 치유하고 진실을 알아낸다는 '아뎁토(점쟁이)', 엔발리를 리알토 거리의 고아친구 '마르코'와 함께 찾아갔던 이야기를 주방장에게 이야기 하면서 '비밀스러운 책'에 대해 또다시 묻습니다. 그날 깊은 밤, 둘은 주방에서 만났습니다. 주방장은 책상 책꽂이에 꽂혀있던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온 양피지에 쓰여진 낡은 책 한 권을 루치아노에게 꺼내 보여주면서, "아마란스"라는 귀하고 맛이 감미로운 곡물로 만든 "수플레"라는 음식의 요리법을 선보였고, 금지된 글 가운데 영적인 깨달음을 '불멸의 약'이라고 부른 대목이 있어서 소문이 시작된 것 같으며,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이라고 일러줍니다.

   이런 우리의 전통들을 어떤 사람들은 파괴하려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지키고 싶어한 티끌만한 지식에서 시작되며, 어떤 학자들은 그 지식을 지키기 위해 그 내용이 담긴 양피지를 말아서 넣어 봉한 항아리를 동굴에 몰래 숨겨 보관했다는 인류의 축적된 지식과 마음을 움직이는 그 신비한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더러는 연구한 결과물을 모아 요리책에 끼워넣은 '요리법'으로 가장해서 후세에 지식으로 전한 학자들도 있으며, 우리의 의무는 전통을 지키고 수호자를 보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주방장에서 주방장으로 이어진 지식을 신뢰의 전통을 이어받는 후계자임을 명심하는 것이라고 미소지으며 설명합니다.

     지식을 추구하는 삶과 진정한 진리를 찾아가는 여행

   십인 평의회 의원들의 특별한 식사를 대접하던 루치아노는 비밀경찰 란두치가 고대 비밀책을 지닌 주방장에 대한 숫소문을 캐고 다녔고, 잡아들일 계획임을 엿듣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페레로 주방장과 루치아노의 도망은, 루치아노가 사모하던 수녀 '프란체스카'와도 이별하게 만들며, 주방장은 아내와 세 딸들과 헤어지게 만듭니다. 결국 붙잡힌 주방장과 마르코는 참수형을 당했으며, 프란체스카는 젊은 귀족과 결혼했다가 미망인으로 죽었습니다.

   주방장의 도움의 탈출에 성공한 루치아노는 주방장이 소개한 스페인의 스승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여정을 시작합니다. 수프레를 만들어주던 날 밤, 페레로 주방장은 그 양피지를 뭉쳐 불 속에 던져 넣어버립니다. 양피지의 테두리에서부터 활활 번져오르던 불꽃처럼, 루치아노의 마음에는 "수호자"라는 단어가 마음에 선명하게 살아 새겨져서 인생을 구원할 이정표로 타오릅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보이는 곳에 숨겨졌던 그 오래된 책 덕분에 루치아노는 여러가지 언어를 배우고 역사와 철학, 과학을 공부했으나, 사람들은 모두 그가 요리법을 배우는 줄 알았으며, 스승이 요약해 정리해 둔 작은 책 덕분에 페레로 주방장이 원하던 대로 1521년부터 지식의 수호자가 되어 회고록을 씁니다. 스승 덕분에 주방장이 되어 5명의 수습생을 둔 루치아노는 지식의 새로운 발견에 마음을 열어놓은 채 탐구자가 되어 스승의 목소리를 그리워합니다.









   이상으로 엘르 뉴마크의 장편소설, "비밀의 요리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며, 읽고 난 소감을 후기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첫 째, 무려 656쪽이라는 긴 분량과 책의 두께, 무게에 압박을 받으며 부담스럽게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다 통독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스스로를 닦달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둘 째, 알라딘에서 미리 소개했던 것처럼, 추리적인 요소가 돋보이거나 찬사를 받을 만한 짜임새 있는 구성은 아니어서 적지 않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처음 첫 쪽을 들추는 순간부터 어떤 추리적인 내용과 구성이 독자를 이끌어갈지 내심 궁금했었는데, 사실 독자를 그런 팽팽한 긴장감으로 몰라가는 요소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 째, 하지만, 전체적으로 요리법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 감각적인 문체나 회화적인 필체는 무척 영상적이며,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예를 들어, "루치아노, 양파를 썰 때마다 나는 아삭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거라. 살아 있는 음악을 듣는 것 같단다."(p.71)와 같은 문체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오감을 자극합니다.

   넷 째, 그러나 지은이가 이 소설을 통하여 말하고자 했던 숭고한 핵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즉 "역사적인 유산과 전통, 문명과 지식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수호자로서의 요리사(모든 직업)는, 평생을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직업"임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던 나름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다섯 째, 그래서 책을 손에 든 내내,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하찮은 지식 하나라도 인류의 시조로부터 축적되어온 경이로운 상속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식 하나하나를 고마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느끼게 해준 소설책이었습니다.

   여섯 째,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주인공 루치아노처럼 인류의 축적된 지식에 대한 상속인과 새로운 지식에 대한 탐구자가 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렇게 인류의 진보를 이룰 수호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신이 듭니다.

   일곱 째, 그러므로 소설의 구성이나 의미있는 이야기에 관심있는 회사원이나 모든 직장인들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권합니다. 특히 자신의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직업인지 자극이나 깨달음이 필요한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또한 분량이 부담스러워서 중, 고등 학생들에게 권하기는 어려울 듯하며, "비밀의 이야기"에 관심있는 대학생들에게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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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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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구라도 "안데르센 동화집"이라고 하면, 아주 어린 시절에 읽던 책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어느 누구 하나, '안데르센 동화집'을 재미 없었던 책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단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마치 영원한 진리처럼 재미있었던 안데르센의 동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동화 속, 또 하나의 세상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세계문학전집"이란 전체 주제로 출간된 100여 권의 책들이 책꽂이와 함께 책장에 꽂힌 채로, 갑작스럽게 배달이 된 것입니다.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선물이어서 키보다도 더 큰 높이로 꽂혀있던 책들이 반갑기도 했지만, 속으로 "저 많은 책을..."하며 내심 부담스러워 하였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그 때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다 읽어야 된다"느니, "빨리 읽으라"느니, 그 어떤 당부나 부담의 말씀 한마디도 없이 웃기만 하셨던, 햇살처럼 환했던 아버지의 미소가 지금도 뚜렷하게 떠오릅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주신 놀이감 한 가지 정도로 생각됩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옆에서 (무척 비쌌을) 책 값 걱정과 근심으로 좋아만 하지 못하시고, 한숨을 내쉬고 계셨던 어머니의 표정도 잊지 못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그 가운데에는, 다소 어렵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하여 "명탐정 셜록 홈즈"나 "삼총사", "서유기", "수호지", "삼국지", "로빈슨 쿠루소", "로미오와 줄리엣", "세익스피어 희극, 비극", "죄와 벌", "제인에어", "레미제라블"과 같은 유명한 고전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플란더즈의 개", "안네의 일기", "빨간 머리 앤", "톰소여의 모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등 신나던 모험 소설들도 떠오릅니다. 또한 "이솝우화"와 "안데르센 동화집"처럼, 상상력과 꾀부림이 재미있기만 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던 책들도 아련히 스쳐갑니다.

   그 때의 그 꿈과 순수함을 찾아, 오늘 또다시 한번 그림이 있는 동화의 나라와 감동의 세계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이렇게 그 시절의 감흥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신청한 것이었습니다. "위드블로그(이하 '위블')"를 통하여 만난 오늘의 책은, 공기 포장이 되어있는 잿빛 비닐봉투에 곱게 싸여 배달되어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뜯었더니, 소박한 색채에 제법 단단한 양장본으로 된, 꼭 문고판 크기의 아주 작은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 '위블'을 통해 받은 책들 가운데, 가장 작은 13cm × 16cm 크키로 앙증맞고 귀여우며, 그래서 더 편리합니다. 여성들의 정장용 작은 핸드백에 넣고 다녀도 좋을 만큼 가볍고 단단해서 더없이 부담없는 책입니다. 다만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붙박이용 책갈피가 없다는 점이 저에게는 작은 불편입니다.

   그 동안 주로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책들을 '위블'을 통해 많이 소개받았습니다. 이 번에 받은 것은 지난 번에 받은 "진정한 부를 이루는 조화로운 인생, The Harmony"에 이어, 역시 "알라딘"에서 제공받은 책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화책인데다 내용도 부담이 없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으며, 그 내용은 마법처럼 환상적일 뿐만 아니라 다소 철학적이고 동화적입니다. 그래서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사색을 얹어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책의 지은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은 소설가이자 동화작가로, 덴마크 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많은 책을 읽었으며, 1820년 코펜하겐의 왕립 극장 발레학교에 입학하여 연극배우를 꿈꾸기도 하였으나 포기했습니다. 1821년 첫 희곡을 썼으며, 1824년 코펜하겐 대학교에 입학한 후 1834년 발표한 ‘즉흥시인’을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83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1875년 8월 4일, 생을 마감할 때까지 160편이 넘는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오늘 소개하는 눈의 여왕’을 비롯하여, ‘인어 공주’와 ‘미운 오리 새끼’, ‘벌거벗은 임금님’, ‘성냥팔이 소녀’ 등이 있습니다.


     마음 속 보석상자, 순수함을 찾아 떠나는 여행

   자, 이제 안데르센의 동화 속, 꿈의 나라로 떠나볼까요. 전체적으로 일곱 가지 색채의 서로 다른 동화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눈의 여왕"에서는, 밖에는 새하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불타고 있는 뜨거운 벽 난로 옆, 소파에 둘러 앉은 할머니와 거실을 뛰어다니는 두 아이(남매)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남동생인 "카이"가 창가의 의자에 올라가서, 난로에 올려놓았던 동전으로 녹여 만든 동그란 구멍을 통하여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눈송이 하나가 화분 가장자리에 내려앉았는데, 그 눈송이가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아주 섬세하고 얇아서 마치 반짝이는 수백만 개의 눈송이로 만든 것 같은, 흰 옷을 입은 여자로 변하였습니다. 여자는 무척 아름답고 우아했지만, 눈부시게 반짝이는 얼음으로 되어 있었고 분명 살아 있었습니다. 두 눈은 별처럼 환하게 빛났지만 따스함이나 편안함은 느껴지지 않는, 위 첫 그림의 "눈의 여왕"이었습니다. 창문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을 하였고, 카이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이와 게르다는 새와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회의 키 큰 종탑 시계가 다섯 번 울렸을 때, 갑자기 카이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녀가 만든 깨진 거울 조각이 심장을 찌르고 눈에도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게르다가 카이의 눈을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카이도 없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없어진 게 아니라 여전히 박힌 채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악마의 거울 조각으로, 좋은 것들은 흉하게 만들어 버리고, 나쁘고 사악한 것들은 더 커보이게 하며, 아무리 작은 결점이라도 드러나게 하는 거울 조각이었습니다.

   잠시 후, 카이가 커다란 장갑을 끼고 썰매를 등에 메고 나오더니, "광장으로 썰매타러 가야지!"하고 게르다의 귀에 소리지르더니 쌩하니 혼자 가버렸습니다. 광장에서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온통 새하얀 외투에 솜같이 하얀 모자를 쓴 사람이 타고 있는 커다랗고 하얀 썰매 하나가 나타나 광장을 두 바퀴 돌았습니다. 카이가 재빨리 그 하얀 썰매 뒤에 자기 썰매를 묶었고, 카이가 탄 썰매는 점점 속도를 내며 다음 거리와 도시를 벗어났고, 바람처럼 날듯이 내달려 도랑과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기도 하였습니다. 눈송이가 점점 커지더니 썰매가 멈추어 섰고, 눈으로 만든 털외투와 모자를 쓰고 눈이 부시고 빛이나는 "눈의 여왕"이 털외투로 감싸주었습니다.

   눈의 여왕이 카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자, 카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게르다와 할머니, 집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카이가 사라지고 난 후, 게르다는 동네 사내아이들에게서 큰 썰매를 따라 도시를 빠져나갔다는 말을 들었고, 따스한 어느 봄 날, 강가에 묶여있던 작은 배를 카이를 찾아 떠납니다. 꽃을 다스리는 할머니와 풀들을 만나 물어보기도 했고, 험한 산과 들을 지나며 한 까마귀를 만나 얼음공주와 살고 있는 카이 소식을 들었으며, 왕자와 공주, 산적의 딸과 라플란드 할머니, 핀란드 여자, 그리고 착한 순록의 도움으로 눈의 여왕이 사는 성에 도착합니다.


   게르다는 뻣뻣하게 얼어있는 카이를 끌어안았습니다. 그 때 게르다가 감격하여 흘린 뜨거운 눈물이 카이의 가슴과 심장에 스며들더니, 몸을 녹이고 심장에 박혀있던 거울 조각을 씻어내었습니다. 드디어 카이도 게르다를 알아보았고, 찾아갈 때 도움을 받았던 순록과 그 외 착한 이들의 도움으로 집에까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환한 햇살 아래 여전히 성경을 읽고 계신 할머니와 함께 거실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이제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아이들과 같이, 따스하고 눈부신 여름이었습니다. 이렇게 지은이 안데르센은, 악마의 거울조각꽃이나 동물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순수함, 그리고 게르다의 카이에 대한 사랑의 눈물을 통하여 그 동안 잊고 살았던 동화의 세
계로 안내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인어 공주"는 우리가 아는 '어릴 적 안데르센 동화의 인어공주'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수레국화처럼 푸르고 수정처럼 맑은, 헤아릴 수 없는 매우 깊은 저 먼 바다 속에는 용왕과 할머니, 그리고 손녀인 여섯 명의 인어공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막내 공주가 가장 예뻤는데, 이들은 15살이 되면 바다 위로 올라가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는 할머니의 허락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막내 공주가 15살이 되던 날, 할머니가 하얀 백합과 진주로 만들어 씌어준 화관을 쓰고 공기방울처럼 빠르고 가볍게 바다 위로 올라갔습니다. 마침 바람도 잔잔한 바다 위에 돛대가 세 개 달린 커다란 배 한 척이 떠 있었고, 음악과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갑판 위에는 선원들과 함께 눈이 크고 눈동자가 검은, 16살 정도로 보이는 왕자가 생일파티를 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하늘이 낯처럼 환해지면서 하늘에 뜬 별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 같았고, 배 안이 얼마나 환하던지 왕자가 미소 띤 얼굴로 모두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다 보였습니다.

   밤이 깊었지만 인어공주는 배와 멋진 왕자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축포소리도 멎고 불꽃도 꺼진 깊은 밤, 시커먼 파도가 높게 일며 요동치더니 그 순간, 돛대 두 개가 갈대처럼 우지끈 부러지고 배가 산산조각 부서졌습니다. 인어공주가 마침내 기진맥진한 왕자를 찾아 초록 숲이 있고 수도원 건물이 있는 모레 해변으로 옮겨 따스한 햇살 아래 눕히고 이마에 입을 맞추자, 왕자의 뺨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다행히 얼마 안 있어 한 아가씨가 왕자에게 다가와 보살펴 주었고, 왕자는 황금빛 둥근 지붕이 솟아있는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날 이후, 왕자가 궁금했던 막내 인어공주는 매일 같이 성 근처 바다로 올라가 밤을 보내곤 하였으며, 호화로운 배를 탄 왕자가 음악을 울리며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볼 때도 많았습니다. 인간이 점점 더 좋아지고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인어공주는 영혼을 얻어 단 하루만이라도 인간이 되어 살고 싶었습니다.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녀를 찾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던 목소리를 내어준 채, 마녀가 지어준 비법의 약을 먹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태의 벙어리 아가씨가 되어 왕자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영원한 영혼을 얻으려면 왕자의 사랑을 얻어 신부 앞에서 아내로 맞겠다고 맹세를 받아야 했으나, 왕자가 이웃 나라의 공주와 결혼하는 날 새벽 배 위에서, 바다에 뛰어듭니다. 이내 첫 햇살이 바다 위로 솟아오르자, 몸이 거품에서 빠져나오며 영혼이 없는 공기요정이 되어 분홍빛 구름속으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는 인어공주이지만, 인간을 도우며 착한 일을 하면 3백년 후에는 천국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안데르센은 그런 공기요정들이 심술 궂거나 나쁜 아이들 곁에 앉아 슬피 울고 있다고 위로하며 속삭입니다. 지금 이 시간, 마음 아픈 우리들 곁에도 공기요정이 함께 앉아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이야기인 "나이팅게일"은, 아주 먼 옛날, 중국 어느 황제의 병을 고쳐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우는 볼품없고 조그만 새, 나이팅게일의 이야기입니다. 궁궐 안 정원의 끝에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숲에 살던 이 새의 노래를 들으면, "정말, 천상의 소리로군요."하며 입을 모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황제는, 근처에 이 나이팅게일이라는 특별한 새를 데려오라고 명령합니다. 숫소문 끝에 유리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의 나이팅게일에게 초대합니다. 황제의 소원이라는 소리에 기쁜 마음으로 궁궐로 향한 나이팅게일이 노래를 부르자, 그 노랫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황제의 눈에서 눈물이 뺨 위로 주르르 흘러내렸고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황금 상을 내렸지만, 폐하의 눈물로 이미 보답의 선물을 받았다며 정중하게 거절을 하였습니다.
 
   그 후로, 나이팅게일은 궁궐에 있는 새장에 살면서 낮에 두 번, 밤에 한 번 밖으로 나갈 자유를 얻었으나, 하인 12 명이 나이팅게일의 다리에 비단 끈을 묶은 채 동행을 해서 즐거운 나들이는 아니었습니다. 나이팅게일에 대한 소문이 온 도시에 떠들썩하게 돌자, 책으로도 나왔습니다. 어느날 일본천황이 보낸 선물에는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로 치장한 똑같은 모양의 나이팅게일이 진짜 새처럼 노래하는 "오르골((orgel), a music box)"이 꼬리까지 까닥이며 박자를 맞췄습니다. 가짜 나이팅게일이 지치지도 않고 서른세 번이나 똑같은 곡조로 반복해 불렀으며, 진짜 나이팅게일은 창을 빠져 나가 푸른 숲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황제가 침대에 누워 가짜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팅" 소리가 터지며 노랫소리가 툭 끊겨 버렸습니다. 시계 수리공을 불러 이 기계를 고치기는 했으나 톱니가 많이 달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고, 1 년에 1 번 밖에는 듣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부터 5 년 후, 백성들이 존경하는 황제가 병이 들어 살아날 가망이 없었고, 새 황제도 정해졌으며, 화려한 침대에 파리하고 뻣뻣한 몸으로 누워있을 뿐이었습니다. 흉측한 얼굴의 죽음의 신이 황제의 가슴을 짖누르고 있었으며, 고통스러워하던 황제가 절규합니다. "내 사랑하는 황금 새야!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다오!" 그 때 갑자기 창문 밖, 나뭇가지 위에서 진짜 나이팅게일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황제는 희망과 위안을 받았으며, 유령들의 모습이 희미해지더니 황제는 건강하게 회복된 몸으로 잠에서 깨었습니다. 황제가 나이팅게일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하자, "제가 황제께 처음 노래를 불러 드렸을 때, 보여주신 눈물이야말로 기쁨의 보석이랍니다. 대신에 저에 대한 비밀을 지켜주세요."라며 여전히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안데르센은, 오르골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때면, 이 황제의 병을 고쳐준 나이팅게일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기억해달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못듣고 있을 뿐, 그 나이팅게일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동화 속 보이지 않는 또다른 세상을 열어 보여주는 여행

  네 번째 이야기인 "백조왕자"는, 라는 공주를 둔 왕이 새로운 못된 왕비와 결혼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새 왕비는 아이들을 싫어했고, 일주일이 지나자 엘리자를 시골로 보내버렸고, 왕자들에게 주문을 걸어 말 못하는 큰 백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엘리자는 백조왕자들을 알아보지 못했고, 엘리자 공주는 길을 잃은 채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으며, 밤새 오빠들의 꿈을 꾸었습니다. 다음 날, 엘리자는 산딸기 바구니를 든 할머니를 만났으며, 머리에 금관을 쓴 백조 11 마리가 떠가는 것을 보았다는 강비탈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 강을 따라 내려가던 엘리자는 이윽고 탁트인 바다에 이르렀고, 해질 무렵 11 마리의 백조가 육지로 날아와 앉더니, 수평선 아래로 해가 넘어가자, 백조들의 깃털이 빠지면서 11 명의 멋진 왕자들로 변하면서 오빠들을 알아보았습니다. 서로 기뻐 소리지르며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러나 첫 째 왕자가 해가 떠 있으면 다시 백조가 되어 날아다녀야 하며, 반면에 해가 지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고 말합니다.

   오빠들의 저주를 풀 생각만 하며 기도하던 엘리자의 꿈 속에서 요정이 나타나더니, 네가 잠들어 있는 동굴 주변이나 교회묘지에서 자라는 쐐기풀만을 뜯어다가 발로 으깨서 실을 만든 다음 긴 팔 스웨터 11 벌을 짜서 백조들에게 던지면 저주가 풀리게 될 것이며, 이 일을 마치기 전까지 절대로 말을 한마디도 해서는 안된다고 알려줍니다. 사냥을 나왔던 왕이 동굴에서 쐐기풀 실로 옷을 짜는 엘리자를 보고 궁궐로 데려다 옷을 입혔으며, 신부로 맞이하겠다고 선언합니다. 하지만 쐐기풀을 구하러 교회묘지를 찾아가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엘리자를 보고 대주교는 마녀가 틀림없다며 화형에 처해야 한다고 청하자, 결국 엘리자는 지하 감옥으로 쫓겨났습니다. 그러나 화형되는 날 이른 새벽 해가 떠오르기 한 시간 전, 오빠들도 왕을 찾아왔고 완성된 셔츠 11 벌을 백조들을 향해 던지자, 모두 늠름한 왕자들로 변했고, 제일 큰 오빠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그 동안의 일을 모두 이야기하였으며, 교회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성대한 결혼식이 이어졌습니다. 감동적인 12 남매들의 이야기에 개인적으로는 잠시 동생들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였습니다.


   다섯 번째의 이야기인 "장난감 병정"에서는, 한 꼬마가 생일선물로 받은 25 명의 붉고 푸른 색이 어우리전 멋진 제복 차림으로 총을 메고 똑바른 자세로 서 있던 장난감 병정들이 꼬마들의 박수소리를 듣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하나같이 비슷한 모습이었으나, 그 가운데 맨 마지막에 만들어졌는데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던 병정의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입니다. 이 병정의 앞에는 두꺼운 판지로 만든 멋진 성이 있었는데, 창문을 통해 그 안 성문에 서 있던 매혹적인 작은 숙녀가 두 팔을 벌리고 한 쪽 다리를 하늘 높이 치켜든 채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자기처럼 다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외다리 병정은 "나한테도 맞는 짝이 생겼구나. 하지만 너무 과분한 상대야. 어쨌든 성에 살고 있는 아가씨고 나는 상자 속에 살고 있으니, 저 아가씨와 나는 어울리지 않아! 그래도 알고는 지내야겠어."라고 생각하며 아가씨를 황홀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아침이 되자, 잠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장난감 병정을 창문턱에 올려놓았는데, 이 때,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창문이 덜컥 열리면서 외다리 병정이 3층 아래 거꾸로 떨어졌고,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기 무섭게 자갈 사이에 처박히고 말았으며, 가정부와 고마가 찾으로 뛰어내려 왔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동이로 들이붓듯이 비가 쏟아졌고, 잠시 후 비가 멎자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나타나 이 병정을 배에 태워 도랑으로 보내 버렸으며, 이리저리 흔들리며 긴 하수구를 지나 커다란 운하로 떨어지더니 드디어 배가 가라앉으면서 물이 병정의 머리를 덮쳤고, 그 순간 다시 보지 못할 어여쁜 아가씨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어마어마하게 큰 물고기가 장난감 병정을 한 입에 꿀꺽 삼켜 버렸으며, 어부에게 잡혀 시장으로 팔려 나간 다음, 이 집 부엌의 요리사가 큰 칼로 배를 갈랐던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장난감 병정이 서 있는 곳은 바로 자신이 떠났던 옛 집 거실, 아가씨가 있는 멋진 성 앞이었고,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났지만, 꾹 눌러 참았습니다. 그 때 사내아이 하나가 아무 이유도 없이 그 병정을 집어 난로 속에 던져 버렸고, 불에 휩싸여 끔찍한 열기로 제복 색깔도 바래 버렸으며 아가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세찬 바람이 불어왔고 아가씨도 병정이 있는 불 속으로 곧장 떨어졌으며 이내 활활 타올랐는데, 다음 날 하녀가 재를 걷어내다 하트 모양의 양철조각을 발견하였습니다. 토이스토리란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 집 인형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마지막 여섯 번째 이야기인 "성냥팔이 소녀"는 어릴 적 읽은 그 안데르센 동화의 이야기와 똑같은, 살을 에는 추운 겨울 날의 밤 거리를 맨발로 걷고 있는 소녀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마차를 피하려다 슬리퍼도 잃어버렸고, 낡은 앞치마 자락에는 성냥이 가득 들어있었으며, 손에도 한 뭉치가 들려 있었습니다. 배고픔과 추위로 바들바들 떨며 힘겹게 걷던 소녀의 모습은 딱해 보였지만, 창마다 불빛이 환하게 새어 나왔고 거위 굽는 맛있는 냄새가 거리에 가득했으며,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이윽고 소녀는 거리 쪽으로 조금 튀어나온 집과 옆집 사이의 구석자리에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려 앉았습니다. 추위는 점점 더 심해졌지만 성냥을 하나도 팔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가는 아버지에게 맞을 게 뻔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소녀의 손은 꽁꽁 얼어 거의 감각조차 없었는데, "아! 성냥불을 켜면 좀 나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한 소녀는 성냥다발에서 한 개비를 꺼내 벽에 긋자, "치직" 소리를 내며 불꽃이 환하게 타올랐으며, 주위를 한 손으로 동그랗게 감싸니, 마치 놋쇠 다리에 놋쇠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난로처럼 소녀의 몸을 다듯하게 데워주었습니다. 그러나 발도 녹이려는 순간 불꽃은 사라졌고 소녀의 손에는 다 타버린 성냥개비 토막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소녀가 다른 성냥개비를 긋자 순식간에 불꽃이 타오르더니 벽을 환하게 비추었고 이내 소녀의 눈에 식당이 펼쳐졌으며, 멋진 도자기 그릇 위에 먹음직한 거위 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 때 성냥불이 다시 꺼지며 눈 앞에는 차갑고 단단한 벽만 남았습니다. 소녀는 다시 성냥불을 켰는데, 이번에는 작년 부자 상인의 집 창문 너머로 보았던 트리보다 훨씬 크고 근사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래 앉아 있었으며, 초록색 가지 위에 수천 개의 초들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녀가 손을 뻗자, 초들이 하늘로 높이 올라가더니 밝은 별로 변했고, 별 하나가 꼬리를 남기며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 "누가 죽어 가나봐." 소녀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다시 벽에 성냥을 그었습니다. 눈부시게 밝게 빛나는 할머니가 다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소녀는 다듯한 난로나 맛있는 거위 구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사라질 것을 염려하며, 할머니를 꼭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성냥 다발 전체에 불을 붙였고, 주위가 대낮처럼 환해졌습니다. 할머니는 소녀를 품에 안고 하늘 높이 올라 환한 빛 속으로 사라졌으며 추위도, 배고픔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두 사람은 하나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소녀는 그렇게 얼어 죽었으며, 꽁꽁 언 소녀의 몸 위로 새 해 아침이 밝아 왔습니다. 하지만 지은이 안데르센은, 지난 밤, 소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을 보았는지, 그리고 소녀가 할머니와 함게 얼마나 기쁘게 새해를 맞으며 떠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강조합니다.




     어릴 적 상상력과 순수함을 찾아준 안데르센 동화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만 소녀가 보았던, 그 아무도 보지 못했던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 아름다운 동화뒷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며 모든 이야기의 내용을 정리합니다. 더불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순수와 눈물에 대한 추억들을 일깨워줍니다. 순수함을 잃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 나이팅게일이나 공기요정처럼 지금도 우리들 곁에 보이지 않는 힘을 불어넣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므로 조용하게 귀를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안데르센의 이 어른 동화책, "눈의 여왕"은 총 262 쪽의 비교적 작은 크기와 분량으로 부담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잘 읽히지가 않고 진도도 잘 나가지지 않아 애를 무척 많이 먹었던 책이었습니다. 물론 이 독서 후기를 작성하는 일도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작성 방법과 편집에서 역시 부담이 많이 되었던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순수함과 상상력을 찾아 떠나는 의미있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가족과 저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준 여행이었습니다. 또한 현실과 계산된 결과만을 믿으며 희생에는 인색하고, 기도와 믿음을 잃어버리며 살았던 제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반성해보는 뜻 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어릴 적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먼저 권하고 싶은 어른 동화책입니다. 또한 작은 손 가방에라도 책 한 권씩은 넣어 다니기를 좋아하는 여성 독자들이 있다면, "홍크, 기러기 리더쉽"과 함께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둔 엄마나 아빠들이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찾고 있다면, 읽어볼 만한 동화책으로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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