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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평점 :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구라도 "안데르센 동화집"이라고 하면, 아주 어린 시절에 읽던 책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어느 누구 하나, '안데르센 동화집'을 재미 없었던 책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단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마치 영원한 진리처럼 재미있었던 안데르센의 동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동화 속, 또 하나의 세상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세계문학전집"이란 전체 주제로 출간된 100여 권의 책들이 책꽂이와 함께 책장에 꽂힌 채로, 갑작스럽게 배달이 된 것입니다.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선물이어서 키보다도 더 큰 높이로 꽂혀있던 책들이 반갑기도 했지만, 속으로 "저 많은 책을..."하며 내심 부담스러워 하였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그 때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다 읽어야 된다"느니, "빨리 읽으라"느니, 그 어떤 당부나 부담의 말씀 한마디도 없이 웃기만 하셨던, 햇살처럼 환했던 아버지의 미소가 지금도 뚜렷하게 떠오릅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주신 놀이감 한 가지 정도로 생각됩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옆에서 (무척 비쌌을) 책 값 걱정과 근심으로 좋아만 하지 못하시고, 한숨을 내쉬고 계셨던 어머니의 표정도 잊지 못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그 가운데에는, 다소 어렵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하여 "명탐정 셜록 홈즈"나 "삼총사", "서유기", "수호지", "삼국지", "로빈슨 쿠루소", "로미오와 줄리엣", "세익스피어 희극, 비극", "죄와 벌", "제인에어", "레미제라블"과 같은 유명한 고전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플란더즈의 개", "안네의 일기", "빨간 머리 앤", "톰소여의 모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등 신나던 모험 소설들도 떠오릅니다. 또한 "이솝우화"와 "안데르센 동화집"처럼, 상상력과 꾀부림이 재미있기만 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던 책들도 아련히 스쳐갑니다.
그 때의 그 꿈과 순수함을 찾아, 오늘 또다시 한번 그림이 있는 동화의 나라와 감동의 세계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이렇게 그 시절의 감흥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신청한 것이었습니다. "위드블로그(이하 '위블')"를 통하여 만난 오늘의 책은, 공기 포장이 되어있는 잿빛 비닐봉투에 곱게 싸여 배달되어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뜯었더니, 소박한 색채에 제법 단단한 양장본으로 된, 꼭 문고판 크기의 아주 작은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 '위블'을 통해 받은 책들 가운데, 가장 작은 13cm × 16cm 크키로 앙증맞고 귀여우며, 그래서 더 편리합니다. 여성들의 정장용 작은 핸드백에 넣고 다녀도 좋을 만큼 가볍고 단단해서 더없이 부담없는 책입니다. 다만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붙박이용 책갈피가 없다는 점이 저에게는 작은 불편입니다.
그 동안 주로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책들을 '위블'을 통해 많이 소개받았습니다. 이 번에 받은 것은 지난 번에 받은 "진정한 부를 이루는 조화로운 인생, The Harmony"에 이어, 역시 "알라딘"에서 제공받은 책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화책인데다 내용도 부담이 없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으며, 그 내용은 마법처럼 환상적일 뿐만 아니라 다소 철학적이고 동화적입니다. 그래서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사색을 얹어줍니다.
이 책의 지은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은 소설가이자 동화작가로, 덴마크 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많은 책을 읽었으며, 1820년 코펜하겐의 왕립 극장 발레학교에 입학하여 연극배우를 꿈꾸기도 하였으나 포기했습니다. 1821년 첫 희곡을 썼으며, 1824년 코펜하겐 대학교에 입학한 후 1834년 발표한 ‘즉흥시인’을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83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1875년 8월 4일, 생을 마감할 때까지 160편이 넘는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오늘 소개하는 눈의 여왕’을 비롯하여, ‘인어 공주’와 ‘미운 오리 새끼’, ‘벌거벗은 임금님’, ‘성냥팔이 소녀’ 등이 있습니다.
마음 속 보석상자, 순수함을 찾아 떠나는 여행
자, 이제 안데르센의 동화 속, 꿈의 나라로 떠나볼까요. 전체적으로 일곱 가지 색채의 서로 다른 동화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인 "눈의 여왕"에서는, 밖에는 새하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불타고 있는 뜨거운 벽 난로 옆, 소파에 둘러 앉은 할머니와 거실을 뛰어다니는 두 아이(남매)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남동생인 "카이"가 창가의 의자에 올라가서, 난로에 올려놓았던 동전으로 녹여 만든 동그란 구멍을 통하여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눈송이 하나가 화분 가장자리에 내려앉았는데, 그 눈송이가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아주 섬세하고 얇아서 마치 반짝이는 수백만 개의 눈송이로 만든 것 같은, 흰 옷을 입은 여자로 변하였습니다. 여자는 무척 아름답고 우아했지만, 눈부시게 반짝이는 얼음으로 되어 있었고 분명 살아 있었습니다. 두 눈은 별처럼 환하게 빛났지만 따스함이나 편안함은 느껴지지 않는, 위 첫 그림의 "눈의 여왕"이었습니다. 창문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을 하였고, 카이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이와 게르다는 새와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회의 키 큰 종탑 시계가 다섯 번 울렸을 때, 갑자기 카이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녀가 만든 깨진 거울 조각이 심장을 찌르고 눈에도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게르다가 카이의 눈을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카이도 없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없어진 게 아니라 여전히 박힌 채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악마의 거울 조각으로, 좋은 것들은 흉하게 만들어 버리고, 나쁘고 사악한 것들은 더 커보이게 하며, 아무리 작은 결점이라도 드러나게 하는 거울 조각이었습니다.
잠시 후, 카이가 커다란 장갑을 끼고 썰매를 등에 메고 나오더니, "광장으로 썰매타러 가야지!"하고 게르다의 귀에 소리지르더니 쌩하니 혼자 가버렸습니다. 광장에서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온통 새하얀 외투에 솜같이 하얀 모자를 쓴 사람이 타고 있는 커다랗고 하얀 썰매 하나가 나타나 광장을 두 바퀴 돌았습니다. 카이가 재빨리 그 하얀 썰매 뒤에 자기 썰매를 묶었고, 카이가 탄 썰매는 점점 속도를 내며 다음 거리와 도시를 벗어났고, 바람처럼 날듯이 내달려 도랑과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기도 하였습니다. 눈송이가 점점 커지더니 썰매가 멈추어 섰고, 눈으로 만든 털외투와 모자를 쓰고 눈이 부시고 빛이나는 "눈의 여왕"이 털외투로 감싸주었습니다.
눈의 여왕이 카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자, 카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게르다와 할머니, 집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카이가 사라지고 난 후, 게르다는 동네 사내아이들에게서 큰 썰매를 따라 도시를 빠져나갔다는 말을 들었고, 따스한 어느 봄 날, 강가에 묶여있던 작은 배를 카이를 찾아 떠납니다. 꽃을 다스리는 할머니와 풀들을 만나 물어보기도 했고, 험한 산과 들을 지나며 한 까마귀를 만나 얼음공주와 살고 있는 카이 소식을 들었으며, 왕자와 공주, 산적의 딸과 라플란드 할머니, 핀란드 여자, 그리고 착한 순록의 도움으로 눈의 여왕이 사는 성에 도착합니다.
게르다는 뻣뻣하게 얼어있는 카이를 끌어안았습니다. 그 때 게르다가 감격하여 흘린 뜨거운 눈물이 카이의 가슴과 심장에 스며들더니, 몸을 녹이고 심장에 박혀있던 거울 조각을 씻어내었습니다. 드디어 카이도 게르다를 알아보았고, 찾아갈 때 도움을 받았던 순록과 그 외 착한 이들의 도움으로 집에까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환한 햇살 아래 여전히 성경을 읽고 계신 할머니와 함께 거실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이제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아이들과 같이, 따스하고 눈부신 여름이었습니다. 이렇게 지은이 안데르센은, 악마의 거울조각과 꽃이나 동물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순수함, 그리고 게르다의 카이에 대한 사랑의 눈물을 통하여 그 동안 잊고 살았던 동화의 세
계로 안내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인어 공주"는 우리가 아는 '어릴 적 안데르센 동화의 인어공주'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수레국화처럼 푸르고 수정처럼 맑은, 헤아릴 수 없는 매우 깊은 저 먼 바다 속에는 용왕과 할머니, 그리고 손녀인 여섯 명의 인어공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막내 공주가 가장 예뻤는데, 이들은 15살이 되면 바다 위로 올라가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는 할머니의 허락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막내 공주가 15살이 되던 날, 할머니가 하얀 백합과 진주로 만들어 씌어준 화관을 쓰고 공기방울처럼 빠르고 가볍게 바다 위로 올라갔습니다. 마침 바람도 잔잔한 바다 위에 돛대가 세 개 달린 커다란 배 한 척이 떠 있었고, 음악과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갑판 위에는 선원들과 함께 눈이 크고 눈동자가 검은, 16살 정도로 보이는 왕자가 생일파티를 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하늘이 낯처럼 환해지면서 하늘에 뜬 별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 같았고, 배 안이 얼마나 환하던지 왕자가 미소 띤 얼굴로 모두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다 보였습니다.
밤이 깊었지만 인어공주는 배와 멋진 왕자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축포소리도 멎고 불꽃도 꺼진 깊은 밤, 시커먼 파도가 높게 일며 요동치더니 그 순간, 돛대 두 개가 갈대처럼 우지끈 부러지고 배가 산산조각 부서졌습니다. 인어공주가 마침내 기진맥진한 왕자를 찾아 초록 숲이 있고 수도원 건물이 있는 모레 해변으로 옮겨 따스한 햇살 아래 눕히고 이마에 입을 맞추자, 왕자의 뺨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다행히 얼마 안 있어 한 아가씨가 왕자에게 다가와 보살펴 주었고, 왕자는 황금빛 둥근 지붕이 솟아있는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날 이후, 왕자가 궁금했던 막내 인어공주는 매일 같이 성 근처 바다로 올라가 밤을 보내곤 하였으며, 호화로운 배를 탄 왕자가 음악을 울리며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볼 때도 많았습니다. 인간이 점점 더 좋아지고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인어공주는 영혼을 얻어 단 하루만이라도 인간이 되어 살고 싶었습니다.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녀를 찾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던 목소리를 내어준 채, 마녀가 지어준 비법의 약을 먹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태의 벙어리 아가씨가 되어 왕자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영원한 영혼을 얻으려면 왕자의 사랑을 얻어 신부 앞에서 아내로 맞겠다고 맹세를 받아야 했으나, 왕자가 이웃 나라의 공주와 결혼하는 날 새벽 배 위에서, 바다에 뛰어듭니다. 이내 첫 햇살이 바다 위로 솟아오르자, 몸이 거품에서 빠져나오며 영혼이 없는 공기요정이 되어 분홍빛 구름속으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는 인어공주이지만, 인간을 도우며 착한 일을 하면 3백년 후에는 천국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안데르센은 그런 공기요정들이 심술 궂거나 나쁜 아이들 곁에 앉아 슬피 울고 있다고 위로하며 속삭입니다. 지금 이 시간, 마음 아픈 우리들 곁에도 공기요정이 함께 앉아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이야기인 "나이팅게일"은, 아주 먼 옛날, 중국 어느 황제의 병을 고쳐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우는 볼품없고 조그만 새, 나이팅게일의 이야기입니다. 궁궐 안 정원의 끝에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숲에 살던 이 새의 노래를 들으면, "정말, 천상의 소리로군요."하며 입을 모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황제는, 근처에 이 나이팅게일이라는 특별한 새를 데려오라고 명령합니다. 숫소문 끝에 유리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의 나이팅게일에게 초대합니다. 황제의 소원이라는 소리에 기쁜 마음으로 궁궐로 향한 나이팅게일이 노래를 부르자, 그 노랫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황제의 눈에서 눈물이 뺨 위로 주르르 흘러내렸고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황금 상을 내렸지만, 폐하의 눈물로 이미 보답의 선물을 받았다며 정중하게 거절을 하였습니다.
그 후로, 나이팅게일은 궁궐에 있는 새장에 살면서 낮에 두 번, 밤에 한 번 밖으로 나갈 자유를 얻었으나, 하인 12 명이 나이팅게일의 다리에 비단 끈을 묶은 채 동행을 해서 즐거운 나들이는 아니었습니다. 나이팅게일에 대한 소문이 온 도시에 떠들썩하게 돌자, 책으로도 나왔습니다. 어느날 일본천황이 보낸 선물에는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로 치장한 똑같은 모양의 나이팅게일이 진짜 새처럼 노래하는 "오르골((orgel), a music box)"이 꼬리까지 까닥이며 박자를 맞췄습니다. 가짜 나이팅게일이 지치지도 않고 서른세 번이나 똑같은 곡조로 반복해 불렀으며, 진짜 나이팅게일은 창을 빠져 나가 푸른 숲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황제가 침대에 누워 가짜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팅" 소리가 터지며 노랫소리가 툭 끊겨 버렸습니다. 시계 수리공을 불러 이 기계를 고치기는 했으나 톱니가 많이 달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고, 1 년에 1 번 밖에는 듣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부터 5 년 후, 백성들이 존경하는 황제가 병이 들어 살아날 가망이 없었고, 새 황제도 정해졌으며, 화려한 침대에 파리하고 뻣뻣한 몸으로 누워있을 뿐이었습니다. 흉측한 얼굴의 죽음의 신이 황제의 가슴을 짖누르고 있었으며, 고통스러워하던 황제가 절규합니다. "내 사랑하는 황금 새야!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다오!" 그 때 갑자기 창문 밖, 나뭇가지 위에서 진짜 나이팅게일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황제는 희망과 위안을 받았으며, 유령들의 모습이 희미해지더니 황제는 건강하게 회복된 몸으로 잠에서 깨었습니다. 황제가 나이팅게일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하자, "제가 황제께 처음 노래를 불러 드렸을 때, 보여주신 눈물이야말로 기쁨의 보석이랍니다. 대신에 저에 대한 비밀을 지켜주세요."라며 여전히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안데르센은, 오르골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때면, 이 황제의 병을 고쳐준 나이팅게일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기억해달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못듣고 있을 뿐, 그 나이팅게일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동화 속 보이지 않는 또다른 세상을 열어 보여주는 여행
네 번째 이야기인 "백조왕자"는, 라는 공주를 둔 왕이 새로운 못된 왕비와 결혼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새 왕비는 아이들을 싫어했고, 일주일이 지나자 엘리자를 시골로 보내버렸고, 왕자들에게 주문을 걸어 말 못하는 큰 백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엘리자는 백조왕자들을 알아보지 못했고, 엘리자 공주는 길을 잃은 채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으며, 밤새 오빠들의 꿈을 꾸었습니다. 다음 날, 엘리자는 산딸기 바구니를 든 할머니를 만났으며, 머리에 금관을 쓴 백조 11 마리가 떠가는 것을 보았다는 강비탈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 강을 따라 내려가던 엘리자는 이윽고 탁트인 바다에 이르렀고, 해질 무렵 11 마리의 백조가 육지로 날아와 앉더니, 수평선 아래로 해가 넘어가자, 백조들의 깃털이 빠지면서 11 명의 멋진 왕자들로 변하면서 오빠들을 알아보았습니다. 서로 기뻐 소리지르며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러나 첫 째 왕자가 해가 떠 있으면 다시 백조가 되어 날아다녀야 하며, 반면에 해가 지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고 말합니다.
오빠들의 저주를 풀 생각만 하며 기도하던 엘리자의 꿈 속에서 요정이 나타나더니, 네가 잠들어 있는 동굴 주변이나 교회묘지에서 자라는 쐐기풀만을 뜯어다가 발로 으깨서 실을 만든 다음 긴 팔 스웨터 11 벌을 짜서 백조들에게 던지면 저주가 풀리게 될 것이며, 이 일을 마치기 전까지 절대로 말을 한마디도 해서는 안된다고 알려줍니다. 사냥을 나왔던 왕이 동굴에서 쐐기풀 실로 옷을 짜는 엘리자를 보고 궁궐로 데려다 옷을 입혔으며, 신부로 맞이하겠다고 선언합니다. 하지만 쐐기풀을 구하러 교회묘지를 찾아가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엘리자를 보고 대주교는 마녀가 틀림없다며 화형에 처해야 한다고 청하자, 결국 엘리자는 지하 감옥으로 쫓겨났습니다. 그러나 화형되는 날 이른 새벽 해가 떠오르기 한 시간 전, 오빠들도 왕을 찾아왔고 완성된 셔츠 11 벌을 백조들을 향해 던지자, 모두 늠름한 왕자들로 변했고, 제일 큰 오빠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그 동안의 일을 모두 이야기하였으며, 교회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성대한 결혼식이 이어졌습니다. 감동적인 12 남매들의 이야기에 개인적으로는 잠시 동생들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였습니다.
다섯 번째의 이야기인 "장난감 병정"에서는, 한 꼬마가 생일선물로 받은 25 명의 붉고 푸른 색이 어우리전 멋진 제복 차림으로 총을 메고 똑바른 자세로 서 있던 장난감 병정들이 꼬마들의 박수소리를 듣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하나같이 비슷한 모습이었으나, 그 가운데 맨 마지막에 만들어졌는데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던 병정의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입니다. 이 병정의 앞에는 두꺼운 판지로 만든 멋진 성이 있었는데, 창문을 통해 그 안 성문에 서 있던 매혹적인 작은 숙녀가 두 팔을 벌리고 한 쪽 다리를 하늘 높이 치켜든 채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자기처럼 다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외다리 병정은 "나한테도 맞는 짝이 생겼구나. 하지만 너무 과분한 상대야. 어쨌든 성에 살고 있는 아가씨고 나는 상자 속에 살고 있으니, 저 아가씨와 나는 어울리지 않아! 그래도 알고는 지내야겠어."라고 생각하며 아가씨를 황홀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아침이 되자, 잠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장난감 병정을 창문턱에 올려놓았는데, 이 때,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창문이 덜컥 열리면서 외다리 병정이 3층 아래 거꾸로 떨어졌고,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기 무섭게 자갈 사이에 처박히고 말았으며, 가정부와 고마가 찾으로 뛰어내려 왔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동이로 들이붓듯이 비가 쏟아졌고, 잠시 후 비가 멎자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나타나 이 병정을 배에 태워 도랑으로 보내 버렸으며, 이리저리 흔들리며 긴 하수구를 지나 커다란 운하로 떨어지더니 드디어 배가 가라앉으면서 물이 병정의 머리를 덮쳤고, 그 순간 다시 보지 못할 어여쁜 아가씨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어마어마하게 큰 물고기가 장난감 병정을 한 입에 꿀꺽 삼켜 버렸으며, 어부에게 잡혀 시장으로 팔려 나간 다음, 이 집 부엌의 요리사가 큰 칼로 배를 갈랐던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장난감 병정이 서 있는 곳은 바로 자신이 떠났던 옛 집 거실, 아가씨가 있는 멋진 성 앞이었고,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났지만, 꾹 눌러 참았습니다. 그 때 사내아이 하나가 아무 이유도 없이 그 병정을 집어 난로 속에 던져 버렸고, 불에 휩싸여 끔찍한 열기로 제복 색깔도 바래 버렸으며 아가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세찬 바람이 불어왔고 아가씨도 병정이 있는 불 속으로 곧장 떨어졌으며 이내 활활 타올랐는데, 다음 날 하녀가 재를 걷어내다 하트 모양의 양철조각을 발견하였습니다. 토이스토리란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 집 인형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마지막 여섯 번째 이야기인 "성냥팔이 소녀"는 어릴 적 읽은 그 안데르센 동화의 이야기와 똑같은, 살을 에는 추운 겨울 날의 밤 거리를 맨발로 걷고 있는 소녀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마차를 피하려다 슬리퍼도 잃어버렸고, 낡은 앞치마 자락에는 성냥이 가득 들어있었으며, 손에도 한 뭉치가 들려 있었습니다. 배고픔과 추위로 바들바들 떨며 힘겹게 걷던 소녀의 모습은 딱해 보였지만, 창마다 불빛이 환하게 새어 나왔고 거위 굽는 맛있는 냄새가 거리에 가득했으며,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이윽고 소녀는 거리 쪽으로 조금 튀어나온 집과 옆집 사이의 구석자리에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려 앉았습니다. 추위는 점점 더 심해졌지만 성냥을 하나도 팔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가는 아버지에게 맞을 게 뻔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소녀의 손은 꽁꽁 얼어 거의 감각조차 없었는데, "아! 성냥불을 켜면 좀 나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한 소녀는 성냥다발에서 한 개비를 꺼내 벽에 긋자, "치직" 소리를 내며 불꽃이 환하게 타올랐으며, 주위를 한 손으로 동그랗게 감싸니, 마치 놋쇠 다리에 놋쇠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난로처럼 소녀의 몸을 다듯하게 데워주었습니다. 그러나 발도 녹이려는 순간 불꽃은 사라졌고 소녀의 손에는 다 타버린 성냥개비 토막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소녀가 다른 성냥개비를 긋자 순식간에 불꽃이 타오르더니 벽을 환하게 비추었고 이내 소녀의 눈에 식당이 펼쳐졌으며, 멋진 도자기 그릇 위에 먹음직한 거위 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 때 성냥불이 다시 꺼지며 눈 앞에는 차갑고 단단한 벽만 남았습니다. 소녀는 다시 성냥불을 켰는데, 이번에는 작년 부자 상인의 집 창문 너머로 보았던 트리보다 훨씬 크고 근사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래 앉아 있었으며, 초록색 가지 위에 수천 개의 초들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녀가 손을 뻗자, 초들이 하늘로 높이 올라가더니 밝은 별로 변했고, 별 하나가 꼬리를 남기며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 "누가 죽어 가나봐." 소녀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다시 벽에 성냥을 그었습니다. 눈부시게 밝게 빛나는 할머니가 다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소녀는 다듯한 난로나 맛있는 거위 구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사라질 것을 염려하며, 할머니를 꼭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성냥 다발 전체에 불을 붙였고, 주위가 대낮처럼 환해졌습니다. 할머니는 소녀를 품에 안고 하늘 높이 올라 환한 빛 속으로 사라졌으며 추위도, 배고픔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두 사람은 하나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소녀는 그렇게 얼어 죽었으며, 꽁꽁 언 소녀의 몸 위로 새 해 아침이 밝아 왔습니다. 하지만 지은이 안데르센은, 지난 밤, 소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을 보았는지, 그리고 소녀가 할머니와 함게 얼마나 기쁘게 새해를 맞으며 떠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강조합니다.
어릴 적 상상력과 순수함을 찾아준 안데르센 동화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만 소녀가 보았던, 그 아무도 보지 못했던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 아름다운 동화의 뒷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며 모든 이야기의 내용을 정리합니다. 더불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순수와 눈물에 대한 추억들을 일깨워줍니다. 순수함을 잃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 나이팅게일이나 공기요정처럼 지금도 우리들 곁에 보이지 않는 힘을 불어넣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므로 조용하게 귀를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안데르센의 이 어른 동화책, "눈의 여왕"은 총 262 쪽의 비교적 작은 크기와 분량으로 부담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잘 읽히지가 않고 진도도 잘 나가지지 않아 애를 무척 많이 먹었던 책이었습니다. 물론 이 독서 후기를 작성하는 일도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작성 방법과 편집에서 역시 부담이 많이 되었던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순수함과 상상력을 찾아 떠나는 의미있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가족과 저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준 여행이었습니다. 또한 현실과 계산된 결과만을 믿으며 희생에는 인색하고, 기도와 믿음을 잃어버리며 살았던 제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반성해보는 뜻 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어릴 적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먼저 권하고 싶은 어른 동화책입니다. 또한 작은 손 가방에라도 책 한 권씩은 넣어 다니기를 좋아하는 여성 독자들이 있다면, "홍크, 기러기 리더쉽"과 함께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둔 엄마나 아빠들이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찾고 있다면, 읽어볼 만한 동화책으로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