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재활용 - 당신이 몰랐던 사체 실험 리포트, <스티프> 개정판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 / 세계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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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쓰던 오래된 어떤 물건들이 재활용되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 사람의 몸도 한번 쓰고 그 기력이 다하고 나면 다시 재활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평소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며, 쉽게 인식하지 못하고 삽니다.

   그런데  이런 인체가 기력을 다하고 숨을 다한 뒤, 그 재활용품처럼 우리 인체도 재활용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즉 시체를 실험하는 현장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에 대한 재활용 현장을 소개한 책입니다.

     죽음 뒤의 시체 재활용 현장을 가다

   지은이 메리 로취(Mary Roach)는 '스푸크: 과학으로 풀어보는 영혼'과 '봉크: 성과 과학의 의미심장한 짝짓기'의 저자입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아웃사이더'와 '와이어드',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욕 타임스 매거진' 등 수많은 간행물에 기고해왔습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살고 있으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자신의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세계 곳곳, 미지의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남극을 세 번째 방문하고 난 뒤로 주변으로 눈을 돌려, '인체재활용'에서는 과학과 시체를, '스푸크'에서는 과학과 영혼을, '봉크'에서는 과학과 성을 취재하였습니다. 

   그녀의 관심은 우리의 삶 가운데 존재하는 틈새에 항상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기증된 시체, 가장 먼저 제1장, "낭비하기에 너무 아까운 머리 - 죽은 자를 상대로 하는 수술 연습"에서는 그 인체, 즉 바비큐용 닭 정도의 크기와 무게로 비교되는머리 시체의 머리를 가지고 어떻게 실험, 실습이 진행되는지, 마치 상품처럼 다뤄지고 있는 그 현장을 끔직할 만큼 담담하고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제2장, "해부학의 범죄 - 인체 해부 초창기, 시체 들치기 등 지저분한 이야기"에서는, 영결식으로 시작된 2004년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실 학생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진행된 행사는 아카펠라로 '당신의 삶'을 부르고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의 동화에서 오소리가 죽억가는 장면을 낭독했으며 데이지라는 여성이 해부 실습실의 시체에서 의과대학 학생으로 환생했다는 내용의 포크송을 연주하는 등 3시간 가까이 이어집니다. 

    시신을 일상적 상품과 너무나도 동일하게 취급해서 간혹 운송 과정에 상자가 뒤섞이기도 했다고 전하는데, '보따리 쌈꾼들'의 저자 제임스 무어스 볼은 실습실로 배달된 상자를 열었으나 시체 대신 ‘극상품 햄 하나, 커다란 치즈 한 덩이, 달걀 한 바구니, 커다란 털실 한 타래’를 발견하고 당황스러워 하는 해부학자의 이야기를 적고 있으며, 반대로 극상품 햄 하나, 커다란 치즈 한 덩이, 달걀 한 바구니, 커다란 털실 한 타래 대신 포장은 아주 잘 됐지만 완전히 죽어 있는 영국인을 발견한 사람의 경악과 낙담은 어떠했을까...



   제3장, "죽음 이후의 삶 - 인체의 부패와 그 대응법
"에서 로취는, 시체가 그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음을 인지시킵니다. 솔직히 우아하고 명예스럽다기보다는 생각하기에 따라 역겹고 놀라운 일들에 쓰이고 있는데, 머리는 잘려져서 눈꺼풀을 뒤집거나 코를 세우는 것의 성형수술 연습용으로 쓰일 수 있고, 몸통은 잘려져 총탄 관통 실험에 응용될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제4장, "죽은 자의 운전 - 충돌 실험용 인체 모형과 오싹하고 필수적인 과학"에서는, 시체가 방치되어 범죄사건 해결을 위한 부패실험에 이용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행기나 건물 아래로 떨어뜨리는 낙하실험에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 자동차 충돌실험, 폭발실험에도 시체가 이용되며, 피부는 화상환자에게 이식될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주름살 제거나 남성 성기 확대에 이용되기도 한다고 밝힙니다.

   제5장, "블랙박스를 넘어 - 승객들의 시신이 추락 사고의 진실을 말해주어야 할 때"에서는, 믿지 못할 놀라운 이야기도 전합니다. 과거 중국에서는 시체를 약으로 먹었는데, 죽은 사람을 꿀에 절여 약으로 먹었으며, 더 놀라운 것은 죽을 사람이 죽기 전부터 약에 쓰이기 위해 꿀만 먹고 살며, 자신을 약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했다고 전합니다. 

  

   제6장, "시체, 신고합니다! - 총알과 폭탄이라는 까다로운 윤리"에서는,  각종 병에 인간의 신체 부위가 약에 쓰이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작가는  절대 걸려야 하지 말아야 할 병으로 간질이라고 소개합니다. 간질 치료제로는 인간 두개골, 말린 인간 심장, 인간 미라를 뭉친 알약, 사내아이의 오줌, 쥐, 거위, 말똥, 검투사의 따뜻한 피 등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제7장, "성스러운 시체 - 십자가 실험"에서는, 영혼이 머리에 있느냐, 심장에 있느냐에 대한 논쟁으로 참수, 부활, 머리이식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보통 서양에서는 뇌사를 인정하고 있지만, 심장이 뛴다면 다른 사람의 머리를 이식해서 살리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실제 원숭이 같은 동물실험을 하고 있고, 머지 않은 미래에 인간의 뇌이식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습니다.


   제8장, "내가 죽었는지 아는 법 - 심장이 뛰는 시체, 생매장, 영혼에 대한 추적
"에서 지은이 메리 로취는, 시체는 인간의 그 무엇도 아닌 이용해야 할 상품으로 분명하게 인식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 미래를 위해 죽음 뒤의 시체를 이용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일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시체를 퇴비화해서 농작물의 비료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제9장, "머리 하나만 있으면 돼 - 참수, 부활,  머리 이식"에서 작가는, 죽음 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죽음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비평을 내놓습니다. 다소 경악스럽고 불경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도덕적, 종교적인 면에서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10장, "날 먹어봐 - 의료 목적의 식인 행위와 인육 만두"에서는, 이렇듯 시체의 응용 문제가 조금더 다양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앞으로의 그 성장과 발전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시체 기증자가 줄어들지 않는 한, 더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11장, "불길 밖으로, 퇴비통 안으로 - 최후를 장식할 새로운 방법"에서는, 다만 사후 기증자의 경우, 자신이 사후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보거나, 알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증자나 기증자 가족은 그 사체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이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머리가 잘려져 성형수술에 이용될지, 비행기에서 공중낙하에 이용될지 정도는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제12장, "저자의 유해 - 그녀는 어쩔 생각일까?"에서 지은이 로취는, 인간의 건강에 대한 연구를 각종 동물들을 많이 이용하는 것보다 결국 인간만큼의 확실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사체를 통해서 어느정도 효과를 보는 것은 나쁘지 않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그녀의 주장에 동조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좋아하는 저널리스트, 메리 로취가 죽음이나 섹스 같은 흥미로우면서도 선뜻 다가서기 힘든 기괴한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해 유쾌한 필체로 풀어낸 과학 이야기책을 모두 정리합니다. 이 '인체재활용'에 대해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총정리합니다.

     죽음에 대한 메리 로취의 또다른 해석과 주장, 현실적 대안  

   첫째, 이 책은 미국에서 유명한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 메리 로취가 죽음 이후의 세계, 곧 '시체'에 주목하여, 그 활용 범위와 내용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고 보고한 '시체 실험에 관한 종합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사체를 조금더 과학적, 실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읽어볼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둘째, 이 책은 점점 나이를 먹고 인생의 깊이를 생각하게 될 즈음에 우리들의 육체에 대해 과학적, 철학적으로 되새기게 만드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다소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셋째, 책의 겉 모습은 반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360, 크기는 138×205mm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보기 편한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과 분량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무엇보다 그 내용이 더 신비롭고 경이로운 책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넷째,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고, 어법이나 어순, 띄어 쓰기가 잘못된 부분도 다행히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올 해 2010년 4월 26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최근의 신간입니다.  도서출판, '세계사'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 대체로 완벽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이처럼 시체는 해부학 실습뿐만 아니라 수술 연습용이나 과학 실험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뇌사자의 시체는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장기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표본이 되어 교육용 자료가 되기도 하며, 마지막으로 퇴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지은이 메리 로취는 이 책을 덮을 때쯤 독자들도 죽음과 사체에 대한 생각이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며 정리합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공생을 꿈꾸며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죽음 후의 사체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 모두에게 좋은 책으로 추천하며, 이 '인체 재활용'에 대한 독서 후기를 모두 갈무리합니다.

   환절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에 더 유의하시고, 이 곳을 드나드는 분들 모두 계절의 여왕 5월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저를 위한 기도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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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죽음과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력, '인체재활용' - 메리 로취, 세계사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10-05-14 05:26 
    우리가 쓰던 오래된 어떤 물건들이 재활용되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 사람의 몸도 한번 쓰고 그 기력이 다하고 나면 다시 재활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평소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며, 쉽게 인식하지 못하고 삽니다. 그런데 이런 인체가 기력을 다하고 숨을 다한 뒤, 그 재활용품처럼 우리 인체도 재활용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즉 시체를 실험하는 현장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에 대한 재..
  2. 죽음 이후, 시신에게는 또 다른 운명이 있다
    from 박성필의 "글감옥에서 온 편지" 2010-05-15 09:02 
    오래된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유일한 즐거움이자 삶의 방편으로 알고 살지만, 한때 저는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용 나이프를 손에 쥐고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40명의 동기들과 해부용 칼을 손에서 잠시 내려놓고 죽음을 앞둔 커다란 개들과 눈을 마주친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본격적인 해부학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설레는 날이었지만,..
 
 
 
동적평형 - 읽고 나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는 매혹의 책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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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평소에는 몸의 동역학이나 운동학적인 원리와 생물학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는 편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쉽게 살고 있지만, 우리 몸이 시간에 적응하는 물리학, 생물학적인 원리와 개념을 생각해 보기라도 하려면 까마득한 것이 머리가 다 아파집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신비한 능력을 알고 나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기도 합니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과학, 아니 생물학의 원리는 신비하면서도 어렵습니다. 특히 분자생물학이나 세포생물학의 차원에서 움직이면서 평형을 유지하는 생명의 놀라움이란 것은 더 어렵게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동적 평형’ 상태에서 유지되는 생명의 위대함과 신비에 대해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과학 관련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움직이는 평형 상태의 생명 흐름과 분자생물학의 위대함



   명쾌한 개념 설명에 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적 깊이가 독자를 사로잡는 책입니다. 지은이 '후쿠오카 신이치'는 1959년에 도쿄에서 태어나 교토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미국 록펠러대학과 하버드대학 의학부 연구원, 교토대학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는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분자생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고단샤 출판문화상 과학출판상을 수상한 '프리온설은 사실일까?'와 '소고기 안심하고 먹어도 되나?', '동적 평형' 등이 있습니다. 또한 2006년 제1회 과학저널리스트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에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로 제29회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크게 8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명 현상의 신비, 즉 분자생물학의 원리와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 호기심으로 우리 뇌의 '편견', 즉 '착오'에 대해 시작합니다. 제1장, "뇌에 장착된 '편견', 사람은 왜 '착오'를 일으키는가"에서는, 인간이 기울이는 '주의'나 '의식', '기억' 물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는 모두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인데, 우선 기억은 뇌 안의 해마 영역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며, 마치 컴퓨터의 기억처럼 '어떤 특정 기억이 특별한 분자의 형태를 띠고 해마에 있는 뇌세포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은 '상기된 순간에 만들어지는 무언가'라고 말하며, 정확히 말하면 세포와 세포 사이에 기억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신경세포들이 '펩티드'라는 전달 물질(분자)들을 통하여 정보를 전달하며, 곧 이 '아미노산의 배열'을 정하고 밝히는 일이 뇌의 기억 체계를 해독하고 알아내는 비밀이 됩니다. 이 단백질의 신진대사 속도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확실히 늦어지기 때문에 체내시계 속도 감지능력도 주관적으로 늦어지는 '편견'이나 '착각'이 생깁니다. 태아기의 인간의 뇌가 막 만들어질 무렵에는 신경 세포(뉴런)는 가능한 최대로 복잡한 회로망으로 연결(시냅스)되어 있는데, 그 다음 환경에 노출되고 다양한 자극을 만나면 이때 사용된 회로는 두껍고 강해지며, 거꾸로 사용되지 않은 회로는 연결고리가 끊겨 소멸되는 방식으로 세상의 다양성에 적응합니다.

   제2장, "당신은 '당신이 먹은 것'이다, 소화 = 정보의 해체"에서 지은이 후쿠오카 신이치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음식으로 섭취를 하면 '소화' 과정을 통하여 다른 생물의 일부였던 단백질의 정보, 즉 20가지 아미노산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고분자 화합물의 형태로 흡수되어 그 흔적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기능을 지탱하고 유지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아미노산의 형태로 음식이 분해되고 흡수되지 않는 한, 우리 위의 내부는 우리 '신체의 외부', 즉 '채외'일 뿐, 우리 소화관은 피부가 안으로 함몰된 속이 빈 구조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소화활동, 즉 생명활동이란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단백질이 소화관 벽을 통해 체내의 혈류를 타고 각 세포로 흡수되어 새로운 단백질로 재합성되는 과정이며, 합성과 분해라는 동적인 평형 상태의 유지가 곧 생명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생명관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더불어 피부가 좋아진다는 콜라겐 첨가 식품이나 머리가 좋아진다는 글루탐산소다(MSG, monosodium glutamate)를 먹는다고 해서 고스란히 피부와 뇌로 흡수되어 활발한 작용을 한다고 믿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며, 결코 피부나 뇌의 신경활동이 직접적으로 활발해지지는 않고, 뇌 안에서 엄격하게 제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제3장, "다이어트의 과학, 분자생물학이 말하는 '살찌지 않게 먹는 법'"에서 지은이는, 우리 인류는 심장과 폐를 움직이고 체온을 유지하며 기본적인 대사를 위한 2,000kcal 정도의 '기초대사량'으로 에너지를 흡수하고 생명을 지키는 진화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같은 양, 같은 열량의 음식이라면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누어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와 인체의 생명, 그리고 자연계의 현상은 인풋(input, 입력)과 아웃풋(output, 출력)이 단순히 비례하지 않으며, 비선형성으로 실제는 S자 모양의 시그모이드 곡선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최근에서야 현대는 '포식'의 시대로 변환되었지만, 인류의 원형이 출현한 700만년 전부터 인류는 '기아'의 역사였기에, 혈류 속의 '포도당'을 지방세포로 흡수하는 '살이 찌는(비만)' 매커니즘으로 진화해왔으며, 그 역할은 췌장링게르한스섬에서 생산하는 인슐린이 포도당 흡수를 담당하므로, 음식을 조금씩 섭취하여 속여보라는 것입니다. 다만 수면장애 극복을 위한 영양제로 트립토판을 대량 섭취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는데, 이는 뇌 안에서 퀴놀린산(quinolinic acid)의 생산량을 증가시켜 신경세포가 과잉흥분, 결국 아포토시스(apoptosis)라는 자신의 뇌신경세포를 죽이는 자살 프로그램이 제시되므로, 섭취에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제4장, "그걸 먹나요? 부분만 보는 사람들의 위험"에서 후쿠오카 신이치는, 미일 소고기 수입 분쟁에 이어, 우리에게도 현실로 들이닥쳤던 '광우병 소의 수입' 반대 운동이 크게 일어났었는데, 그때문에 지금은 김규리로 이름을 바꾼 '김민선씨의 청산가리 발언'까지 여러 논란이 있었듯이, 눈으로 확인 가능한 과정을 거친 안전한 먹거리에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우리 소비자와 생산자나 판매자 사이에 잃어버린 신뢰관계 회복이 가장 시급한 시점이 되었음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구입하는 대부분의 식품에는 '착색료'와 '향신료', '감미료', '보존료', '산화 방지제' 등 장기간 사용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첨가물'과 '유전자변형식품이 들어 있는데, 당장 눈앞의 안정성에 매료되어 우리 모두 장대한 인체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인지하라고 충고합니다.


   제5장, "생명은 시계장치인가? 만능세포의 비밀
"에서는, 우리 몸의 60조가 넘는 세포 하나하나에는 각각의 설계도, 즉 DNA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모든 세포의 DNA 설계도로부터 어떤 특정 단백질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소거한 상태에서 어떤 이상이 발생하는지 관찰하는 방법으로 단백질 설계도를 재설계합니다. 그런데 이 '난자와 정자가 합체된 가장 최초의 시점' 즉, '수정란', 또는 멈춰 서 있는 초기 '배아 줄기세포(ES세포, Embryonic Stem Cell, 만능세포, 다기능세포)'의 단계에서 원본 설계도의 그 특정 단백질과 DNA 정보를 소거하여 그 역할을 알아내면 가능할 것이나, 한참 발생과 분열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의 조작적 개입은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아마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ES세포의 분화와 무한 증식의 특징은 암세포와도 공통점인데, 만일 암세포의 기억을 되살려 제어하고 인체 조직의 일부로 분화시킬 수 있다면 암의 정복과 의료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생명은 기계가 아니어서 신체 일부의 결함이 생기면 보완하려고 하며, 우회도로를 개척하기도 함으로써, 생명이 갖는 유연성가변성, 그리고 전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려는, 즉 '동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하려는 신비한 자동 조절 기능이 존재, 유지되는 것입니다.

   제6장, "사람과 병원체의 싸움, 끝없는 숨바꼭질"에서 지은이는, 말라리아나 콜레라,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페스트, 탄저병, 결핵, 천연두, 발진디프스와 같은 세균들과 인간의 경쟁적인 역사와 인간의 인육이나 뇌를 먹는 '카니발리즘'에 의한 특정 병원체항생물질(다른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의 총칭)의 발견, 푸른 곰팡이 배양액에서 찾아낸 '페니실린'의 상용화, 그리고 세균이 아닌 자기 복제능력을 가진 '여과성 병원체'의 발견과 이들의 생존을 위한 항생제에 대한 진화로 시작된 인간과 병원체의 끈질긴 숨바꼭질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이런 면에서 인간에 기생하는 병원균들의 적응과 변화의 능력 및 새 병원체의 출현은 인류라는 종(種)과의 끝나지 않을 경쟁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제7장, "미토콘드리아 미스터리, 모계로만 계승되는 에너지 산출의 근원"에서 후쿠오카 신이치는, 미 보스턴대학의 여성과학자인 린 마굴리스(Lynn Mangulis)가 1967년에 발표한 세포 내의 에너지와 독자적인 단백질 생산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세포 공생설'을 비롯하여 세포 내에 세포핵을 갖고 있는 진핵생물(동물, 식물, 균류, 원생생물 등)이 본래는 세포 내에 없던 자체 '분열과 증식'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중심체 등을 받아들여 공생을 시작했다는 연구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저도 이 책에서 새롭게 안 사실인데, 이 미토콘드리아DNA는 세포핵 내의 게놈(genome) DNA와는 별도로 존재하며, 정자와 난자의 결합시에도 정자의 미토콘드리아DNA는 난자 안으로 들어올 수 없고 반드시 모계로부터 자녀에게로 이어지므로, 이를 모계를 추적하는 범죄조사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제8장, "생명은 분자가 '머무르는'상태, 쇤하이머가 시사한 것은 무엇인가"에서는, 생명 부품의 상품화, 즉 생식의료의 핵심인 정자, 난자, 수정란, 세포와 같은 장기 매매를, 그리고 세포를 조작하는 유전공학과 같은 생명현상을 기계론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하는 기술이나 주장, 제도를 경계하라고 엄중히 경고합니다. 더불어 '자기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20세기의 기능적인 생명관이 아닌, "동적인 평형 상태"라는 고분자 아미노산의 가변적이고 영속적인 흐름과 순환적인 관계성의 유지를 생명의 실질적인 새로운 개념으로 파악한 분자생물학자 루돌프 쇤하이머(Rudolf Schoenheimer)의 생명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론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동적 평형'이란, 생체를 구성하는 분자는 모두 빠른 속도로 분해, 새 음식의 분자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항상 변화하며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현대의 '동적 평형'이라는 생명의 개념은, 현재의 단순한 내 모습, 또는 정지된 부품 상태의 기계론적인 해석으로는 결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우리 몸을 분자적인 차원의 실체로 본다면, 수 개월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강조하며 '분자의 가변적이고도 영속적인 흐름과 순환 과정의 일정한 상태'라는 새로운 생명관을 재구축한 후쿠오카 신이치의 '동적 평형'을 정리합니다. 이 과학 이야기에 대해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총정리합니다.

    동적 평형 상태의 자연 환경과 생명의 순환적인 관계성

   첫째,
이 책은 분자생물학 교수인 지은이 후쿠오카 신이치가 문학적, 철학적, 분자생물학적인 시각으로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개념을 재설정하고 제시한 보기 드문 과학 이야기이자, 비교적 쉽게 쓰여진 생물학 수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세계적인 흐름과 전체 역사관에 입각하여 그 주요 주제와 요점을 아주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2-3일 동안, 저도 무척 재미있고 행복하게 읽었던 오랜만에 만난 흔하지 않은 좋은 책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과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우주와 생명의 신비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조금이라도 생명과 분자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만한 매력적인 책으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둘째, 다시 말해서 이 책은, 생명을 지속 가능한 분해와 재생, 적응을 위한 변화의 지속 가능한 대순환 과정, 또는 흐름의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 정교한 균형, 그 자체라고 설명하고 있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신개념의 생명관을 이야기하고 있는 과학 수필집입니다. 즉 쇤 하이머가 발견한 환원론적인 분자 차원의 동적평형론으로, 주변 환경과 서로 상호작용하는 생명관과 환경관을 재인식하라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심장이나 뇌세포, 뼈나 치아 역시 그 내부는 신진대사가 진행되어 그 내부는 항상 새로운 분자로 채워진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분자생물학 차원의 전문적인 내용이 주요 주제인 이야기이므로, 다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에 관한 기본 개념에 대해 문학적, 철학적인 관점에서도 재해석하고 있으므로, 현대를 살아가는 중, 고등, 대학생들의 교육적인 측면에서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1독한 부모가 조언하며 함께 읽게 한다면, 고학년의 초등학생들도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기초 과학서적으로 강권합니다.

   셋째, 책의 겉 모습은 두꺼운 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214이고, 크기는 134×210mm로 가장 작고 너비(폭)도 좁은 형태의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과 분량도 그리 길지 않고 짧은 편이지만, 녹색 헝겊으로 된 책갈피까지 있고, 소지하거나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편리하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인들 누구라도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단,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어법이나 어순이 잘못된 부분이 두 군데에서 발견되습니다. 다소 불편은 했지만 다행히 표시를 해두었으므로 이번 기회에 증거로 제시하며, 다음 발행시에는 반드시 수정, 편집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86쪽 두째 문장에서 보면, '체중도 늘지 않는다, 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문장이 선뜻 눈에 거슬립니다. 아마 작은 따옴표(' ')를 찍어야 하는 부분을 쉼표( , )로 잘못 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 군데는 140쪽 7번째 문장으로, '미아즈마설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해면서'로 인쇄되었는데, 이는 '불가능해면서'로 수정이 되어야 할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책은 지난 해 2010년 3월 24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최근의 신간입니다. 위의 수정부분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도서출판, '은행나무'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 대체로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그 내용 뿐만 아니라, 이런 외적인 조건들이 일반 독자가 독서하기에 비교적 유리한 책이었다는 장점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지은이가 가장 강조하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유전자 공학이나 만능세포를 이용한 생명 연장 기술, 장기 이식과 같은 의료 기술, 장기 매매와 같은 생명을 부품화하는 기계론적인 인식과 생명을 조작하는 과학 기술은 절대 금물이라고 경고하고 강조합니다.

   특히 전문적인 과학 수필이지만, 우리가 대부분 알만한 이야기들을 실례로 소개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고 더욱 흥미를 갖게 합니다. 오키나와 남부의 노구니 패총 유적이나 췌장에 있는 링게르한스섬의 역할, 미국 몬산토 기업의 GMO콩 개발을 통한 부자비하고 이기적인 이윤 추구, 인간이 인육을 먹는 카니발리즘 풍습으로 쿠루병에 걸린 파퓨아뉴기니 원주민을 대를 이어 괴롭힌 병원체 프리온 등 대부분이 알고 있는 실례들의 유전 공학이나 분자생물학과 관련하여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아직도 후쿠오카 신이치의 이 '동적 평형'이라는 이 과학 이야기 책이나 '생물과 무생물 사이'란 책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과학, 특히 분자생물학에서 말하는 생명의 실질적인 기본 개념에 대해 문학적, 철학적으로 쉽게 풀어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에 흥미를 갖고 있지 못한 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꼭 읽길 바라는 좋은 책으로 추천하며, '동적 평형'에 대한 독서 후기를 모두 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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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움직이는 평형 상태의 생명과학, &quot;동적 평형' - 후쿠오카 신이치, 은행나무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10-04-12 06:17 
    우리가 평소에는 몸의 동역학이나 운동학적인 원리와 생물학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는 편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쉽게 살고 있지만, 우리 몸이 시간에 적응하는 물리학, 생물학적인 원리와 개념을 생각해 보기라도 하려면 까마득한 것이 머리가 다 아파집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신비한 능력을 알고 나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기도 합니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과학, 아니 생물학의 원리는 신비하면서도 어렵습니다. 특히 분자생물학이나 세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