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시선>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낮의 시선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해부터 책에 대한 독서 후기 글을 상대적으로 많이 올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 2008년 12월의 '과학이 말하는 광우병의 실체'에 대한 책을 시작으로 60여 권 정도가 되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그 독서 후기들을 공개해 나누어온 셈입니다. 본래의 목표이기도 했던 1주일에 1권 정도의 책을 읽고 정리해 나누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 해도 그렇게 해보고 싶고 책과 가까이하고 싶은데,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사실 자신은 없습니다.

   누구나 특별히 더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는 자신의 여건과 상황, 정신적인 상태에 따라서 더 관심이 생기거나 더 손이 가는 책이 따로 생기기도 합니다. 저에게 있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관심 분야가 있다면, 아주 어릴 적, 아니 엄마의 뱃 속에서부터 받아들여서 한번도 부인하거나 거부해 본 적이 없는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닐가 싶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구원에 관한 재발견 

   많이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체험에 충실한 종교 서적들은 관심 목록 제1호입니다. 그런 종류의 좋아하는 책은 아니지만, 관련한 소설 책이 발표가 되어 요즈음 읽고 있습니다. 바로 '이룸' 출판사에서 출간한 신간으로 이승우의 장편소설, '한낮의 시선'을 펼쳐들고 있는데, 사실 진도가 잘 나가지지 않아 책만 이리로 옮겼다 저리로 옮겼다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이승우는, 프랑스 문단과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로,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신학대학을 졸업했습니다. 1981년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대산문학상(1993), 동서문학상(2002), 현대문학상(2007)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 소설집으로 '구평목 씨의 바퀴벌레', '미궁에 대한 추측',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오래된 일기' 등이 있고,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가시나무그늘',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그곳이 어디든' 등이 있으며, 이 외에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 등 산문집이 있습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먼저 간략하게 요약합니다. 1인칭 작가 시점으로 전개되는 주인공인 내가 결핵 진단을 받고 서울 인근의 '천내'라는 골프장 가는 길목의 숲 속에 들어앉은 마을의 전원주택에서 요양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몸보신용 개소주나 아침, 저녁으로 약을 챙겨 먹는 일은 곤욕(困辱)이었으나, 숲 속을 산책하는 일은 축지법이나 부양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나무와 풀 향에 의해 몸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변화를 느끼며 시골 생활에 적응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집에 사는 정년 퇴직한 심리학 교수가 인사 나누자며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찾아옵니다. 퇴직 후 아내와 둘이 이곳으로 이사와 살고 있는데, 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며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고 먼저 소개합니다. 그런 다음 당연한 순서처럼 어떻게 이런 곳에 와있느냐는 질문에, 대학원생인데 몸이 좋지 않아 휴학을 했으며 이 집은 어머니 소유라는 대답으로 응수합니다.

   그 노교수는 "아버님은?"이라고 다시 물었고, "없습니다."라고 얼른 대답했으며, "언제 돌아가셨나?"라고 묻자, 아버지가 없다고 했지 돌아가셨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그러자 "없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건데,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있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지. 아버지야말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부정되는 않는 존재지. 죽기 전에는 없어질 수 없다는 뜻이야. 어떤 경우에는 죽어서도, 죽은 채로 있는 게 아버지지."라고 반론합니다.

   그 뒤로 아버지의 존재가 영상처럼 따라다닙니다. 외삼촌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내고, 결국 휴전선 근처 인구 3만의 마을로 그 아버지를 찾아 나서기에 이릅니다. 군부대가 있는 조용한 시골 마을의 오래된 여인숙에 거처를 정하고,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깨어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아버지가 일하고 있다는 '영화 농장'을 찾아가 기웃거리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농장 울타리 옆으로 난 길로 산책을 나갔다가 결국 운동하는 아버지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울타리 가까이 다가온 아버지는 얼굴의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타이밍이 좋지 않다, 있을 만하냐?"고 묻습니다. 어색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으니, "언제까지 있을 건가?"라고 물으며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머뭇거림과 망설임 사이로 끼어든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소녀의 목소리가 큰 바람처럼 숲을 흔듭니다. "아빠, 사무실에서 전화 왔어요. 급하대요. 그리고 엄마가 식사하시래요." 이에 대해 "알았다."라는 대답과 함께 "얼른 오세요. 국 식어요."라고 소리친 다음, 현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지역 신문을 통해 지역 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 가운데 기호 2번, 김대령이 불리우는 사람이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선거 유세장인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찾아갑니다.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 몰려 서 있었으며 선거운동원들 말고는 들뜬 사람도 없는데, 20년동안 장교로 근무하다 퇴역한 이력으로 소개한 2번의 연설이 끝나자, 후보자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악수로 지지를 호소합니다. 드디어 아버지가 내 손을 잡자, "한명재입니다. 한길숙의 아들이예요."라고 외치지만, 운동원들에 의해 제재를 당하면서 쫒겨나고 그렇게 처음으로 대면합니다.

   그런 대면들이 있는 뒤 어느 날의 저녁 무렵, 주인 여자가 내가 누워있던 방 문을 두드리고, 곧이어 스쿠터를 탄 김중사가 봉고 차로 안내합니다. 그곳에서 당신 때문에 김대령이 자식을 버린 파렴치한으로 몰렸으니, 기자들을 만나 해명을 해달라는 협박을 받게 되고, 그 제안을 거절하면서 '영화 농장' 내 으슥한 별장에 감금됩니다. 선거 당일까지 이곳에서 김중사와 함께 지내던 마지막 날 아침, 신내 마을의 키 큰 전나무 숲 사이로 비치는 붉은 석양빛을 완전 알몸으로 받으며 걷는 자신의 정신과 영혼이 투명하게 정화된 기분을 경험하는 꿈을 꿉니다.




   그리고 김중사를 따라 내 30번 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여자친구와 함께 천내로 다시 돌아오면서 이 모든 소설의 결말은 마무리됩니다. 이로써 이승우의 장편소설, '한낮의 시선'에 대한 후기를 모두 마무리합니다. 이를 읽으며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총정리합니다.

     종교를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

   첫째,
이 책은 아버지를 찾아 나선 아들의 심경과 아들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이승우의 신작 소설입니다. 중편 정도에 해당하는 길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놓치 않고 차근차근 풀어헤친 형이상학적인 내용입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오히려 관념적이어서 깊은 사색 속으로 끌어들이는 매력도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이 아름다운 봄 날에 차근히 즐길 수 있는 관념적이고 매력적인 소설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또한 '아버지'라는 관념에 대한 사색이 필요한 분들께 역시 강력 추천합니다.

   둘째,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살지는 않지만, 그 존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보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라는 존재와 신의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개념 뿐만 아니라 신의 존재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종교적인 문제나 그 의미를 찾고자 하는 구도자들이 읽어 보고, 또다른 의미가 될 수 있는 소설 책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셋째, 책의 겉 모습은 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160이고, 크기는 174×127mm로 가장 작고 폭도 좁은 형태의 얇은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과 분량도 그리 길지 않지만 평소 많이 생각하지 않던 익숙한 아버지에 대한 주제이며, 일반 독자들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활자도 보통의 책들보다 작은 편이어서 개인적으로 오히려 읽기에 더 편리했습니다.

   넷째,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고, 어법이나 어순, 띄어 쓰기가 잘못된 부분도 다행히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2009년 11월 30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신간입니다. 도서출판, '이룸'의 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 대체로 완벽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이렇듯 주제가 다소 무겁고 관념적이라고 해서, 전체적인 문체(體)나 내용도 건조하거나 간결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제게는 이런 문체가 더 매력적이었지만, 때론 독자를 화려하기도 하고 순수한 문체의 매력 속으로 흡입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몇 군데의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연가시 유충은 메뚜기가 뜯어 먹는 풀에 달라붙어 있다가 풀과 함께 메뚜기의 배 속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자란 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메꾸기의 똥구멍을 통해 세상으로 나온다. 배가 불룩해진 메뚜기는 양지바른 언덕배가가 아니라 물가를 찾아가는데, 그 이유는 메뚜기의 몸 속에 있던 기생충인 연가시가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숙주인 메뚜기를 끌고 다닌다는 것입니다."(p. 86-7.)
 
   이렇게 연가시 유충이 메뚜기를 끌고 다니는 것처럼,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정체성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집착은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 여자친구의 얘기를 인용합니다. 이 책의 곳곳에서 이런 인용과 적용한 실례들을 소개한 화려한 문체들이 이어집니다.

   "나는 어둡고 눅눅한 피시방을 빠져나와 마치 목적지를 가지고 정해진 궤도를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전속력으로 달렸다. 갓 태어난 부드러운 햇살이 거미줄처럼 세상을 덮고 차가운 공기는 몸에 부딪혀 펴편처럼 부서졌다."(p. 92)

   아침 햇살에 대한 표현과 그 효과에 대해 이보다 더 아름답고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을가요. 이보다 더 맑고 투명하게 묘사할 수 있을가요. 이처럼 이승우는 책 곳곳에 이런 아름다운 문장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곤 하며,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탄탄한 구성과 일관된 표현 방식으로 조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문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교과서이자, 도움이 될 만한 표본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승우의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꼭 읽어 보아야 할 소설 책으로 추천하며, 이승우의 소설, '한낮의 시선'에 대한 독서 후기를 모두 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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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신 존재와 구원에 관한 재발견, '한낮의 시선' - 이승우, 이룸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10-03-15 00:04 
    지난 해부터 책에 대한 독서 후기 글을 상대적으로 많이 올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 2008년 12월의 '과학이 말하는 광우병의 실체'에 대한 책을 시작으로 60여 권 정도가 되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그 독서 후기들을 공개해 나누어온 셈입니다. 본래의 목표이기도 했던 1주일에 1권 정도의 책을 읽고 정리해 나누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 해도 그렇게 해보고 싶고 책과 가까이하고 싶은데,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사실 자신은..
 
 
순오기 2010-03-24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남긴 댓글 따라 왔는데 굉장하네요.^^

sophiako 2010-03-24 16: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시군요...
반갑구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6기 서평단 활동을 할 분이시죠?
왕성한 활동으로 앞으로 더 자주 뵙길 바랍니다!
 
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지난 10월 중순,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인 '위드블로그(Withblog)'에서 이 추리소설에 대한 독서 후기 모집이 있었고, 바로 지난 주 중에 이 '카인의 징표(The Book of Lies)'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받았습니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저도 처음에는 무슨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고, 오랜만에 소설책의 무궁무진한 이야기에 푸-욱 빠져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 들고 전체적인 내용을 훓어 보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도 도대체는 진도가 잘 나가지지가 않았습니다.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의미도 파악이 안되고, 흥미롭게 이야기 속에 빠져 들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일주일 동안 읽지는 못한 채, 이 두꺼운 책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가지고만 돌아 다녔습니다.

     흥미진진한 추리가 눈 앞에서 펼쳐지는 '카인의 징표'

   무려 571쪽에 달하며 보통 책 2권의 두께라고 볼 수 있는 무척 두껍고 무거운 소설 책입니다. 그야말로 지은이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며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장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참 오랜만에 긴장과 기대감 속에 읽게 된 길고 긴 이야기였습니다.


   이 '카인의 징표'를 지은 이는 브래드 멜처(Brad Meltzer, http://www.bradmeltzer.com/)입니다. 그는 미시간 대학과 콜롬비아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법률학도 출신이며, 1997년 데뷔소설 'The Tenth Justice'로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후 발표한 'Dead Even', 'The First Counsel', 'The Millionaires', 'The Zero Game' 등 다섯 편의 작품 모두 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성공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2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열 번째 정의(The Tenth Justice)'와 '영점 놀이(The Zero Game)'는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소설들은 미국 텔레비전의 드라마 시리즈 '웨스트윙(The West Wing)'처럼 주로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정치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가인 동시에 만화책 작가이기도 하며, 현재 텔레비전 시리즈의 공동 크리에이터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우리에게 친숙한 거대 영웅들이 등장하는 살인 미스터리를 다룬  'Identity Crisis'와 'Justice League'로 언론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 1위와 다이아몬드 코믹 북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동시에 석권한 유일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 '카인의 징표'의 책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그 감상 후기와 느낌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 책의 이야기 구성은 총 82단원으로 구별되어 있으며, 각 단원은 별다른 제목 없이 숫자로만 대체로 짧고 간결하게 구별되어 있습니다.

  1) 28살이 된 주인공, '캘빈'은 노숙자들을 쉼터에 데려다 주는 일로 자원 봉사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총에 맞아 거리에 쓰러진 남자를 옮기려다 자신의 아버지, '리오드 하퍼'임을 알게 됩니다. 트럭 운전기사로 일한다는 아버지를 동료, '티모시'와 함께 미행을 합니다.
 
   미행 도중, 경찰로 일하는 '앨리스'에게 트럭을 강탈하려는 총격을 받고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이 두 부자(父子)는 티모시 살인의 용의자가 되어 연방요원 '나오미'에게 쫒기게 되는데, 자칭 예언자라고 말하는 사람에게서 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어 수사망을 조여 옵니다.

   2) 한편, 1932년 어느 날, 실제로 '미셀 시걸'이라는 자의 가족이 총격을 받고 사망했는데,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채, 종결됩니다. 그런데 그의 아들, '제리 시걸'이 '수퍼맨'이라는 만화를 세상에 출간함으로써 아버지의 삶을 연장하는 상징성을 부여합니다.

   3) 한편, '인류 최초의 존속 살인'이라고 설명하는 '카인'의 살인 사건에 대해 언급합니다. 하나님이 아담에게 대홍수 전에 책을 써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주라고 하셨는데, 아담이 아벨에게 그 보물을 주려 합니다. 이에 질투심이 발동한 카인이 그 책으로 아벨을 죽였으나 곧바로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자, 하나님은 용서의 징표로 카인에게 그 책을 줍니다.


   4) 또 다른 한편, 어느 날 앨리스는 아버지의 말대로 죽은 줄만 알았던 어머니의 부고 기사를 신문에서 보게 됩니다. 아들을 애타게 찾고 있던 어머니의 일기장에서 조상들이 찾던 징표에 대해 알게 되고, 조상들이 해왔던 것처럼 부모로 인한 상처를 끓어 안은 채, 징표를 찾아 나섭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네 가지의 사건이 전개되면서, 지은이 브래드 멜처는 그 안에서 '부모의 문제로 상처 받은 아들의 영혼'에 대해 거듭 상기시키며 독자들이 비교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전개해 보여 줍니다. 이렇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크기의 아픔, 하지만 같은 징표와 상징성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캘빈 역시 어머니를 살해한 뒤 8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아버지 리오드에 대한 오해와 또 다시 잃고 싶지 않은 갈등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서로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버지도 아들 캘빈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깨달으면서 '부모로 인한 아들의 또 다른 갈등', 즉 '카인의 징표'라는 상징성이 다시 일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상처 받은 네 영혼의 각기 다른 크기의 상징성이 그 징표로 전개됩니다. 첫째, 성경에 나오는 카인의 살인 이야기와 둘째, 수퍼맨 이야기가 나오게 된 계기의 실제 살인 사건, 셋째, 부모로 인한 앨리스의 고통, 넷째, 아버지의 살인으로 인한 아들 캘빈의 방황을 통하여, 저자 브래드 멜처는 '부모로 인한 고통과 상처'라는 유전과도 같은 인생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인류의 유전과 되물림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카인의 징표'

   이처럼, '카인의 징표'를 통하여 지은이 브래드 멜처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화해와 용서를 통하여 유전되는 징표의 의미를 순화시키고 있습니다. 지은이 브래드 멜처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인류의 희망’에 대해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6가지로 정리합니다.
  



   첫째,
브래드 멜처는 이 책을 통하여 대대로 이어져 온 부자(父子) 사이의 사랑과 상징성의 의미를 상기시키며, 그럼으로써 미래의 희망과 진심어린 인류애를 이야기합니다. 지은이의 세상을 바라보는 원대한 마음이 느껴지는 장편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인류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키우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둘째,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이야기에 심취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제공합니다. 저는 이야기의 전개에 속도가 붙지 않아 개인적으로 많이 괴로워하며 이 소설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른 분들의 소감을 보면, 대체로 흥미진진하게 읽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겨울, 삶이 지치거나 무료하다고 느낀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하여 삶에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추천합니다.

   셋째, 이 책의 분량은 571쪽으로 그야말로 장편 소설입니다. 일반 책에 비교하면 2권의 두께에 해당하는 비교적 두꺼운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시작했고, 처음에는 진도가 잘 나가지지 않고 빠져들기 쉽지 않더니, 중반으로 갈수록 흥미롭고 박진감이 넘쳐 납니다.

   책이 두꺼우니 가지고 다닐 수도 없었고, 틈틈히 읽을 수도 없었으며, 이 두꺼운 책은 책상에 정자세로 정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분량만큼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읽을 수 있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으므로, 이 겨울과 방학에 누구나가 읽을 만한 소설책으로 추천합니다.


   넷째,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고, 번역된 책이어서인지 단지 띄어쓰기어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인 2009년 9월 16일에 초판 발행된 최근의 신간인데, 출판사 ’다산책방’의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대체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더러는 이 책을 댄 브라운(Dan Brown, 미국, 1964-?)이 쓴 2003년의 소설,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는 미스터리(mystery)나 스릴러(thriller)같은 종류의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봅니다. 또한 브래드 멜처는 인간적인 사랑과 정의 유전 원리에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혀 다른 색채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지은이 멜처는, 박진감 넘치는 책을 통하여 아들 캘빈 하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부자간의 정과 인간에 대한 애정, 인류의 역사와 유전적인 숙제에 대해 애착을 갖고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짧은 자국의 역사와 실제 사건을 잘 머무려 전개한 사건과 반전이 무엇보다 더 돋보이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특히 학생들, 대학생이나 학력고사를 마친 고등학생들이 읽기에 좋은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부담 없이 읽고 싶다면 중학생들에게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카인의 징표'에 대한 독서 후기를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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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오토바이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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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버지'라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미소'가 번지는 추억들이 하나씩은 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 셋에 딸이 하나인 외동딸에 고명딸, 그것도 장손이셨음에도 아버지의 늦은 결혼으로 얻은 첫 자손이었기 때문에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딸이 하나여서였는지, 집안의 첫 자손이어서였는지,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각별했던 모양입니다. 동생들도 대학을 모두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즈음, 이따금씩 집에서 통닭에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우애를 다지곤 했습니다. 그 분위기를 이어 동양화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한결같이 동생들이 느껴온 아버지의 사랑은 누나의 것만 못하다고 생각해 왔다는 것입니다. 세 명의 동생 모두 그렇게 느꼈다며 분명하다, 확신한다는 표정과 그 사실에 사뭇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각기 조금씩 다를 것 같습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 경의(敬意)로운 아버지들의 삶

   오늘 소개할 이 조두진의 책, '아버지의 오토바이'에서 말하는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은 어떤 것인지 함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지은이 조두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입니다. 특히 '도모유키'와 '게임'으로 수상을 하였으며, 대표작으로 '능소화'와 '유이화', '마라토너의 흡연' 등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편소설 '도유모키'는 정유재란 당시 순천 인근 산성에 주둔한 일본군 하급 지휘관 도모유키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본 소설이며, 이 작품으로 2005년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단편소설 '게임'으로 2001년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그 이전인 1998년에는 경북 안동의 무덤에서 발굴된 '원이 엄마의 편지'를 주제로 한, 4백 년 전 조선 남녀의 안타까운 운명과 사랑을 재구성하여 장편소설 '능소화'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사건을 통해 현대인들의 삶의 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집 '마라토너의 흡연'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총 10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뺑소니라는 교통사고로 시작되며, 이렇게 주인공 '엄시헌'의 죽음이, 이 장편 소설의 전초(前哨)가 되어 발단이 전개됩니다. 그리고는 큰 사건이나 반전 없이 다큐멘터리처럼 전개, 절정, 결말로 이어지는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입니다.
 
   인적이 드문 김천의 한 지방도로 아래 배수로에서 '엄시헌'이란 한 남자가 주검으로 유기된 채, 발견됩니다. 그의 신원은 30년 가까이 그 곳에서 술집 겸 도박장을 운영해 온 68세의 남자로 밝혀졌으며, 큰 아들 엄종석과 작은 아들 엄종세는 그의 아들이자 법적 상속인이라는 이유로 김천 경찰서로부터 사망에 연루되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한 부검을 요청합니다.

   아버지는 첫째 아들 엄종석의 선천성 정신질환 증세 치료를 위해 남강이 흐르는 경남의 산골마을에서 서울로의 상경을 결심합니다. 둘째 아들 엄종세는 서울로 이사 온 뒤로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으며, 대기업에 취업하여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사내 베트남 관련 프로젝트를 운영하던 중, 책임을 지고 강제 퇴직당해 6개월째 실업자 상태였습니다.

   보통의 부자지간이 그렇듯, 명절이나 어버이날, 또는 생신 기간이나 되어야 겨우 통화 정도를 하고 지내는 소원한 사이였습니다. 심지어 빈소에 놓을 영정사진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먹고 사는 일에 급금했기에 가족사진 찍는 일은 사치였던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둘째 아들 엄종세는 김천에서 아버지의 장례 절차를 준비합니다. 경찰서에 들른 엄종세는 아버지의 막노동판과 식당의 25-6년 지기 친구, 장기풍'이란 사람을 만납니다. 엄시헌과 장기풍은 처음 공사장의 막노동 인부로 만났는데, 엄종세는 이 장기풍을 통하여 아버지가 벽돌공이나 미장이, 목수 등의 뒤를 따라다니며 허드렛일을 돕던 '디모도'라고 불리는 잡부였음을 처음 알게 됩니다.

   또한 장기풍의 증언을 통하여 아버지가 성실하고 정직한 인부였으나, 돈을 모으기 위해 담배도 피우지 않고 자비로 술도 사마시지 않고, 월급날이 되면 받은 돈을 고스란히 집으로 부쳤던 책임감 강하고 희생이 삶이었던 아버지였음을 알게 됩니다. 더불어 장기풍이 유일한 친구이자, 지독한 인간이었으며, 노랭이로 평판이 자자했음을 새롭게 듣고 알게 됩니다.

   어머니의 장례식 때에도 오고간 사이였으나 엄종세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장기풍은 월남전 참전 용사로 파견되었다가 고엽제의 후유증을 앓면서 가족들에게 피해주지 않겠다는 무지한 생각으로 집을 나와 생이별하며 살고 있던 노인이었습니다. 그곳 식당을 동업하던 '미스 정'이라는 여인과의 인연도 거부하던 가장이었음을 알게 되며, 경찰서에서 열쇠도 받아 식당과 금고도 살펴보게 됩니다. 이따금씩 생전의 아버지와 통화할 때마다 엄종세의 주민등록 뒷자리 번호를 묻던 아버지의 이상한 습관을 기억해 내고, 더불어 금고의 비밀번호도 추측해 내게 됩니다.

   엄시헌의 갑작스런 죽음과 엄종세의 실직으로 인하여 빈소는 썰렁하고, 수사 임무를 띤 형사들만 들러서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있는지 묻습니다. 아내와 아이들도 내일 내려오기로 하면서 엄종세의 부탁으로, 장기풍의 아버지에 대한 빈소 담화는 계속됩니다.

    서울로 이사온 그 해 겨울,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도 철공소에서 전기용접 기술을 배우기 위해 보호경을 쓰지 않고 맨눈으로 불빛을 쳐다볼 만큼 무모하고 가족을 위해 용감했기 때문이며, 재래시장과 뒷골목들을 돌아다니며 야채행상을 나선 것도 아들의 새 가방을 사주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신발 공장을 다니며 발에 꼭맞는 형과 험종세의 고급스런 헝겊 운동화를 신고 뽑내는 동안, 아버지의 얼굴에 번졌던 미소의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버지는 죽음의 순간에도 무언가 꼭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사람처럼,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사내벤처 베트남 프로젝트에 동참했던 입사 4년 후배 김경한의 복직 소식을 듣게 되고, 사내 직원 자격으로 함께 조문 온 김경한은, 자신의 복직에 동의, 어떤 법적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자필 동의서를 요구합니다. 그 날 자정 쯤 출근을 핑계로 직원들이 떠나고 장기풍과 엄종세의 아버지 삶에 대한 빈소 대담은 계속됩니다.

   아버지 식당에서 노름을 하느라 땅문서, 집문서를 날리고 고향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며, 노름 자금을 빌려준 이자 수수료를 냉정하게 챙겼던 아버지의 몰인정한 모습이며, 다음 날 노름꾼의 부인이 집 문서 내놓으라며 식당에 찾아와 악을 썼고 결국 경찰들이 해결했던 일이며, 땅문서를 달라던 박만길이라는 자와 우격다짐을 했던 일, 그 부인의 진단서까지 제시했던 일, 1991년 부동산 특별조치법에 시행에 의해 임자 없던 빈 땅을 문서로 등기해 꿀꺽했던 일, 그리고 청주 영해병원에 있던 형 엄종석의 병문안 만큼은 빼먹지 않고 매주 갔던 일 등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이야기로 듣게 됩니다.

   또한 역대 경찰서장이나 파출소장을 진심으로 깎듯이 모시고, 친하게 지냈던 모습과 자식들 공책을 위해 자신의 용돈은 만원도 안 썼던 삶, 그래서 집에는 자주 오지도 못했던 이유를 차차 깨달아 갑니다. 그리고 장기풍의 입을 통하여 아버지가 깨끗하게 산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버지 기준에서 정의란 세상이 말하는 것과는 달리, '처자식을 먹이고 입히는 것'이었다는 대변을 듣고 위안을 받습니다. 동업자였던 미스정이 갑작스럽게 식당을 떠난 상황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듣고 물으며 생전의 모습과 자취를 추적, 더듬어 갑니다.

   이따금씩 아버지와 편지로 소식을 주고 받았던 추억, 금고에 통장이나 보험증서, 땅문서들과 함께 보관되어 있던 그 소중한 편지의 내용들을 다시 듣고 보았으며, 장기풍은 아들인 너만큼은 아버지의 빈소 앞에서 울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한 형사가 빈소로 찾아와 사고현장의 교통감시 카메라를 확인, 용의 자동차를 확보했으며, 부딪친 앞 범퍼까지 조사 중이므로 범인을 잡은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고, 엄종세는 사건이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안도합니다. 그리고 회사 4년 선배였던 최종기가 빈소로 찾아와 회사가 엄종세의 벤처팀, '베트남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된 사연과 징계 절차, 자신에 대한 앞으로의 부정적인 전망을 전해 듣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고에 들어 있던 아버지의 일기장도 발견하는데, 엄종세의 어릴 적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고 추억합니다. 돼지를 선물해 주어서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챙기며 즐거워하던 엄종세의 모습도 그려져 있고, 뇌성마비와 정신지체, 간질 증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형의 증세에 대한 이야기, 서울로 이사오기 전 날 돼지를 잡던 아버지의 심경, 운동회에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등을 넘겨 읽으며 아버지의 젊은 날을 그리워합니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눈물로 보낸 뒤, 엄종세는 청주 정신병원의 형을 찾아갑니다. 병원 뒷 쪽에 별도의 정원과 건물에서 살고 있던 엄종석을 만나면서 형에 대해 부담갖지 않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배려를 다시 한번 더 실감합니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 형을 찾아와 오토바이에 형을 태우고 운동장을 돌았으며, 사가지고 온 인삼비누로 목욕을 시키고, 사온 컵라면을 함께 먹었던 발자취를 따라가며 우리 아버지들의 삶과 온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이 그랬듯이 자신의 아이들 역시 엄종세 자신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임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모든 장례절차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 엄종세는 갓길에 자동차를 세우고 눈물을 흘립니다.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과 젊었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배수로에서 자식을 생각하며 눈도 제대로 감지 못했던 부정을 떠올립니다. 이상으로 이 책을 읽고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7가지로 정리함으로써, 이 독서 후기 글을 끝내고자 합니다.

   처자식을 먹이고 입히는 것이 목표고 정의였던 우리들의 아버지

   첫째, 이 책은 대작 장편소설은 아니지만, 잔잔한 이야기와 훈훈한 아버지의 온정이 살아 있는 감동적인 소설입니다. 읽는 내내 자식에 대한 지극한 "부정(父情)"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으며, 아버지의 온정이 더욱 그리워졌고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이미 돌아가셨거나 최근에 두 분의 장례를 치뤘던 분들은 코눈물 범벅이 되어 이 책을 읽었을 것 같습니다. 가정의 평안과 아버지를 회고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더없이 좋을 소설로 추천합니다.

   둘째,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과는 또 다른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세심하거나 애절하지는 않지만, 변함 없는 산과 같은 묵직하고 든든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소설 전개 구성과 전체적인 내용을 볼 때, 극적이거나 큰 감동이 있지는 않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인 구성으로, 실제 아버지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셋째, 책의 길이 267쪽으로, 이 책은 지은이 조두진이 에필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어릴 적 기억과 경험을 재구성한 소설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조두진의 생각과 글솜씨로 쉽게 잘 다듬어낸 감동적인 소설입니다. 방학을 보내는 중, 고등 학생들이 읽어볼 만한 소설로 추천합니다.

    넷째,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내며, 오타나 수정할 부분은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지난 6월 22일에 초판 1쇄로 발행한 예담 출판사의 출간 준비와 편집은 완벽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인간의 인권과 관련하여 개방된 사회적 인식을 엿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더 좋았습니다. 주인공 엄시헌의 첫째 아들 엄종석의 주요 무대는 청주 영해병원인 정신병원입니다. 최근에 소개한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나 공지영의 '도가니' 역시 주요 무대가 정신병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요즘 소설들의 주요 배경이 '정신 병원'을 다루고 있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정유정 소설의 주요 무대는 '정신병원'일 뿐만 아니라 공지영 소설의 주요 배경은 지능과 청각 장애를 가진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했던 '장애인 학교'였습니다. 물론 이 조두진의 소설도 주요 주제는 아니지만,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큰 아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이 시대, 우리들의 아버지 상(狀)에 대해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여섯째,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으며 궁금증 한 가지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아버지의 오토바이'일까 하는 점입니다. 그 것은 바로 큰 아들 엄종석을 태워주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준비한 유일한 놀이기구였던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병원을 찾아갈 수 있었던 아버지의 마음이자,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일곱째, 그러므로 누구나가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소설 책으로 추천합니다. 이 무더운 여름에도 별 다른 신경 쓰지 않고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방학을 맞은 학생과 청소년들을 비롯하여 주부나 직장인들까지 꼭 읽어볼 만한 소설책으로 추천하며 이 글을 모두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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