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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책읽기가 고역인 사람들에게조차도 소설은 매력적인 분야의 문학입니다.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완전 별천지와도 같은, 생각도 못하고 상상도 못했던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꿈과 같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앞에서 공개했던 글로 "초하(初夏) 소개 12 고개"에서도 밝히고 좋아하는 소설책들을 소개했던 것처럼, 저는 장편소설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나 자신을 잠시 잊은 채, 지은이가 이끄는그 깊이있는 매력 속에 빠져볼 수도 있으며, 전혀 알지 못하던 미지의 세계로 혼자서도 안전하고 즐겁게 떠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위대한 진보를 위한 "비밀의 요리책", 그 축척된 지식
그래서 기대를 갖고 "위드블로그(이하 '위블')"를 통해 신청해놓았던 책입니다. 그렇게 만난 오늘의 책 "비밀의 도서관"을 알라딘을 통해 택배로 받았습니다. 대채적으로 알라딘 택배는 빠르게 배달되는 편이어서 위블을 통해 선정 공지를 받는 동시에 도착하거나 손 안에 들어오곤 합니다.
무려 총 656쪽에 해당되는 무척 두꺼운 책이지만, 실제로는 13,000원인 책값이 알라딘에 공지된 가격은 11,7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튼실한 양장에 제가 좋아하는, 짙은 밤색의 헝겊으로 만든 빛깔 고운 책갈피까지 곱게 드리워져 있어 들고다니기에도 부담없는 보기 좋은 책입니다.
특히 책의 내용들은 르네상스(renaissance) 초기를 주요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제가 소개한 그림들 가운데에도, 17세기 이탈리아의 바로크(baroque) 미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14세기에서 16세기까지 당시 전성기였던 르네상스 미술의 흐름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던,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이탈리아, 1573-1610)나 젠틀레스키(Orazio Gentleschi, 이탈리아, 1563-1639) 등과 같은 르네상스 문화 전성기의 화가들을 소개한 적이 있어서 더 반갑고 재미있게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엘르 뉴마크(Elle Newmark)는 극장에서 팝콘 파는 점원, 쇼핑센터 점원, 식료품점 계산원, 베이비시터, 보석가게 점원, 프리랜스 카피라이터, 광고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던, 예순 살 나이의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이탈리아로 건너갔으며 재혼 후 7년간 독일에서 살았으며 세계 여러 나라를 두루 여행했던 경험과 내공을 책 속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여행 때마다 모든 것을 스케치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으며, 평생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고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예순이라는 나이에 결국 그 꿈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이 비밀의 요리책은 이탈리아인으로 요리사였던 아버지에게 크게 영향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엘르 뉴마크가 2007년에 자비로 출간하였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 화제가 되어, 16개국 이상 수출이 되었습니다. 2009년 초에는 사이먼 앤드 슈스터(Simon & Schuster)에서 재출간되면서 다시 한 번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2월 20일, 레드박스에서 초판 발행한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연금술, 불멸의 약, 사랑의 물약 등 전설적인 요리법에 대한 미스터리와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34 편의 짧은 각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름답고 감각적인 문체와 팽팽한 추리 요소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자신이 처한 불운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후계자를 선택한 아마토 페레로 주방장의 신념과 마법과도 같은 요리라는 예술의 신비한 힘을 느껴보고 삶의 신비와도 같은 음식 만드는 방법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요리의 세계를 통하여 숨은 진리를 모색하는 인생 여정
"내 이름은 루치아노"라는 1장의 첫 문장처럼, 이 책의 줄거리는 "1 인칭 작가적 시점"에서 전개되며, 주인공은 베네치아의 2대 섬 가운데 하나인 리알토섬 거리의 고아이자 악동으로 살아오던 소년 루치아노입니다. 그렇게 루치아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환경을 따라가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국제적인 항구 도시, 베네치아 총독의 주방장을 따라 궁정의 주방에 들어온 루치아노는, 주방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고대 마법사의 비법이 담겨져 있다는 비잔틴 시대의 비밀스런 책에 대한 전설을 엿듣습니다. 또한 극동지역 조리법이 담긴 고문서를 들고 찾아온 유명한 역사학자나 고대언어 번역으로 이름난 수도사, 그 외에도 이상한 언어학자, 사서, 서예가, 신부, 인쇄업자 등과 같은 방문객들이 찾아와 주방장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이따금씩 목격하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루치아노는 일을 하는 가운데 총독 앞에서 작은 병에 들어있던 호박색 액채를 마시고 죽어가는 농부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았으며, 총독이 1년에 1번씩 바다와 상징적인 결혼식을 올리는 '라 센사' 축제 기간에, 막강권력을 지닌 '십인 평의회'의 비밀경찰, 란두치가 복음이 담긴 비밀의 책 이야기를 하다가 동료 리카르디를 죽이는 과정도 지켜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스승인 주방장에게 지금까지 본 일들을 말하며 '금지된 책'에 대해 집요하게 묻습니다.
산책을 함께 나간 페레로 주방장은 고딕양식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로 된 창문을 가리키며 유리를 만드는 연금술의 비밀, 그 방법과 고대의 동굴벽화에서 시작된 미술의 탄생, 루치아노의 안에 숨어 있는 인생의 등불, 그리고 총독이 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란두치가 권력으로 이용하고 싶어하는 비밀의 복음, 즉 예수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삼위일체에 대해 설명합니다. 수백년 전 이단으로 비난받은 예수에 대한 대부분의 글들이 지하로 숨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황제가 교회를 세우고 교황을 로마의 감독관으로 임명해 다스림으로써 권력을 지켜왔으며, 개인적인 욕심과 정치적인 힘으로 이용해왔음을 제자에게 전합니다. 더불어 주방장은 교회가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이용해 움직여 왔으므로, 제자에게 맹목적인 믿음은 절대로 안된다고 경고합니다. 훌륭한 유대인 예수가 설파했던 "올바로 사는 법(율법)"에 따라 살려고 노력한 바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기적을 행할 수도 있는 인간의 잠재력과 선악과에 대한 지식의 나무, 그리고 인류의 탄생을 뜻하는 아담의 갈비뼈에 대한 영적인 깨달음을 줍니다.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움직일 수 있는 음식의 비밀(조리법)
궁정 주방에 들어온 지 거의 3 달 가까이 되어가던 어느 날, 여전히 수습생이던 루치아노는 하루 빨리 진급하여 야채요리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페레로 주방장이 직접 관리하는 비밀 찬장의 자물쇠를 열어 항아리와 병에 들어있는 재료들의 이름을 적어둡니다. 그 날 이후, 다시 그 찬장에서 향료와 음식재료들을 훔쳐 팔 계획을 세우고 문을 열어 첫 번째 항아리에 손을 댄 순간, 페레로 주방장에게 들켜버리고 맙니다.
다음 날, 주방장 페레로는, 이제 궁정의 주방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믿고 있던 루치아노를 주방과 연결된 정원으로 이끕니다. 희귀한 식물이 많고 주방장이 애지중지하며, 그 정원의 외진 곳에 있는 텃밭에서 '리브애플'이라 불리는 토마토와 허브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리고는 형과 나,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를 용서하며 자유를 얻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루치아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 것과 주방장이 아는 모든 지식을 물려줄 후계자로 삼고 싶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탐험가와 모험가들이 둥근 지구를 종횡하고 누비며 정원과 리알토에 있는 신비한 재료들보다 월씬 더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었고, 덕분에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전과 다른 생각과 관점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또한 루치아노도 궁금해하던 "'비법이나 연금술' 같은 것은 수백년 동안 많은 글과 과학적인 비법이 인간의 지식창고에 쌓여온, 그저 무언가를 만드는 방법"일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오랜 역사와 자유로운 사고를 지키는 수호자"이며 "우리 모두는 그동안 축적된 경이로운 지식의 상속인"임을, 그리고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과 죽은 자들의 뼈 위에 세워진 문명"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조리법 하나에도 알맞은 때와 순서, 그 전에 많은 배워야 할 것들이 있음을 이해시켜줍니다. 그리고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일꾼인 "요리사는 글로 된 기록을 모으고 지식을 수집하며 보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수호자이고 평생을 헌신할 가치가 있는 소중한 직업"이라는 사명과 잠재력이 가지는 루치아노의 미래, 그리고 자신의 계발과 성공을 통한 인류의 진보와 개인의 책임을 확실하게 일깨워줍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에, 손에 초자연적인 힘을 지녀서 사람을 치유하고 진실을 알아낸다는 '아뎁토(점쟁이)', 엔발리를 리알토 거리의 고아친구 '마르코'와 함께 찾아갔던 이야기를 주방장에게 이야기 하면서 '비밀스러운 책'에 대해 또다시 묻습니다. 그날 깊은 밤, 둘은 주방에서 만났습니다. 주방장은 책상 책꽂이에 꽂혀있던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온 양피지에 쓰여진 낡은 책 한 권을 루치아노에게 꺼내 보여주면서, "아마란스"라는 귀하고 맛이 감미로운 곡물로 만든 "수플레"라는 음식의 요리법을 선보였고, 금지된 글 가운데 영적인 깨달음을 '불멸의 약'이라고 부른 대목이 있어서 소문이 시작된 것 같으며,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이라고 일러줍니다.
이런 우리의 전통들을 어떤 사람들은 파괴하려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지키고 싶어한 티끌만한 지식에서 시작되며, 어떤 학자들은 그 지식을 지키기 위해 그 내용이 담긴 양피지를 말아서 넣어 봉한 항아리를 동굴에 몰래 숨겨 보관했다는 인류의 축적된 지식과 마음을 움직이는 그 신비한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더러는 연구한 결과물을 모아 요리책에 끼워넣은 '요리법'으로 가장해서 후세에 지식으로 전한 학자들도 있으며, 우리의 의무는 전통을 지키고 수호자를 보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주방장에서 주방장으로 이어진 지식을 신뢰의 전통을 이어받는 후계자임을 명심하는 것이라고 미소지으며 설명합니다.
지식을 추구하는 삶과 진정한 진리를 찾아가는 여행
십인 평의회 의원들의 특별한 식사를 대접하던 루치아노는 비밀경찰 란두치가 고대 비밀책을 지닌 주방장에 대한 숫소문을 캐고 다녔고, 잡아들일 계획임을 엿듣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페레로 주방장과 루치아노의 도망은, 루치아노가 사모하던 수녀 '프란체스카'와도 이별하게 만들며, 주방장은 아내와 세 딸들과 헤어지게 만듭니다. 결국 붙잡힌 주방장과 마르코는 참수형을 당했으며, 프란체스카는 젊은 귀족과 결혼했다가 미망인으로 죽었습니다.
주방장의 도움의 탈출에 성공한 루치아노는 주방장이 소개한 스페인의 스승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여정을 시작합니다. 수프레를 만들어주던 날 밤, 페레로 주방장은 그 양피지를 뭉쳐 불 속에 던져 넣어버립니다. 양피지의 테두리에서부터 활활 번져오르던 불꽃처럼, 루치아노의 마음에는 "수호자"라는 단어가 마음에 선명하게 살아 새겨져서 인생을 구원할 이정표로 타오릅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보이는 곳에 숨겨졌던 그 오래된 책 덕분에 루치아노는 여러가지 언어를 배우고 역사와 철학, 과학을 공부했으나, 사람들은 모두 그가 요리법을 배우는 줄 알았으며, 스승이 요약해 정리해 둔 작은 책 덕분에 페레로 주방장이 원하던 대로 1521년부터 지식의 수호자가 되어 회고록을 씁니다. 스승 덕분에 주방장이 되어 5명의 수습생을 둔 루치아노는 지식의 새로운 발견에 마음을 열어놓은 채 탐구자가 되어 스승의 목소리를 그리워합니다.
이상으로 엘르 뉴마크의 장편소설, "비밀의 요리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며, 읽고 난 소감을 후기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첫 째, 무려 656쪽이라는 긴 분량과 책의 두께, 무게에 압박을 받으며 부담스럽게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다 통독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스스로를 닦달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둘 째, 알라딘에서 미리 소개했던 것처럼, 추리적인 요소가 돋보이거나 찬사를 받을 만한 짜임새 있는 구성은 아니어서 적지 않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처음 첫 쪽을 들추는 순간부터 어떤 추리적인 내용과 구성이 독자를 이끌어갈지 내심 궁금했었는데, 사실 독자를 그런 팽팽한 긴장감으로 몰라가는 요소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 째, 하지만, 전체적으로 요리법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 감각적인 문체나 회화적인 필체는 무척 영상적이며,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예를 들어, "루치아노, 양파를 썰 때마다 나는 아삭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거라. 살아 있는 음악을 듣는 것 같단다."(p.71)와 같은 문체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오감을 자극합니다.
넷 째, 그러나 지은이가 이 소설을 통하여 말하고자 했던 숭고한 핵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즉 "역사적인 유산과 전통, 문명과 지식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수호자로서의 요리사(모든 직업)는, 평생을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직업"임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던 나름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다섯 째, 그래서 책을 손에 든 내내,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하찮은 지식 하나라도 인류의 시조로부터 축적되어온 경이로운 상속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식 하나하나를 고마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느끼게 해준 소설책이었습니다.
여섯 째,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주인공 루치아노처럼 인류의 축적된 지식에 대한 상속인과 새로운 지식에 대한 탐구자가 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렇게 인류의 진보를 이룰 수호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신이 듭니다.
일곱 째, 그러므로 소설의 구성이나 의미있는 이야기에 관심있는 회사원이나 모든 직장인들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권합니다. 특히 자신의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직업인지 자극이나 깨달음이 필요한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또한 분량이 부담스러워서 중, 고등 학생들에게 권하기는 어려울 듯하며, "비밀의 이야기"에 관심있는 대학생들에게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