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시선>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낮의 시선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해부터 책에 대한 독서 후기 글을 상대적으로 많이 올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 2008년 12월의 '과학이 말하는 광우병의 실체'에 대한 책을 시작으로 60여 권 정도가 되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그 독서 후기들을 공개해 나누어온 셈입니다. 본래의 목표이기도 했던 1주일에 1권 정도의 책을 읽고 정리해 나누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 해도 그렇게 해보고 싶고 책과 가까이하고 싶은데,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사실 자신은 없습니다.

   누구나 특별히 더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는 자신의 여건과 상황, 정신적인 상태에 따라서 더 관심이 생기거나 더 손이 가는 책이 따로 생기기도 합니다. 저에게 있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관심 분야가 있다면, 아주 어릴 적, 아니 엄마의 뱃 속에서부터 받아들여서 한번도 부인하거나 거부해 본 적이 없는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닐가 싶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구원에 관한 재발견 

   많이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체험에 충실한 종교 서적들은 관심 목록 제1호입니다. 그런 종류의 좋아하는 책은 아니지만, 관련한 소설 책이 발표가 되어 요즈음 읽고 있습니다. 바로 '이룸' 출판사에서 출간한 신간으로 이승우의 장편소설, '한낮의 시선'을 펼쳐들고 있는데, 사실 진도가 잘 나가지지 않아 책만 이리로 옮겼다 저리로 옮겼다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이승우는, 프랑스 문단과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로,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신학대학을 졸업했습니다. 1981년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대산문학상(1993), 동서문학상(2002), 현대문학상(2007)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 소설집으로 '구평목 씨의 바퀴벌레', '미궁에 대한 추측',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오래된 일기' 등이 있고,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가시나무그늘',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그곳이 어디든' 등이 있으며, 이 외에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 등 산문집이 있습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먼저 간략하게 요약합니다. 1인칭 작가 시점으로 전개되는 주인공인 내가 결핵 진단을 받고 서울 인근의 '천내'라는 골프장 가는 길목의 숲 속에 들어앉은 마을의 전원주택에서 요양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몸보신용 개소주나 아침, 저녁으로 약을 챙겨 먹는 일은 곤욕(困辱)이었으나, 숲 속을 산책하는 일은 축지법이나 부양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나무와 풀 향에 의해 몸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변화를 느끼며 시골 생활에 적응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집에 사는 정년 퇴직한 심리학 교수가 인사 나누자며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찾아옵니다. 퇴직 후 아내와 둘이 이곳으로 이사와 살고 있는데, 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며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고 먼저 소개합니다. 그런 다음 당연한 순서처럼 어떻게 이런 곳에 와있느냐는 질문에, 대학원생인데 몸이 좋지 않아 휴학을 했으며 이 집은 어머니 소유라는 대답으로 응수합니다.

   그 노교수는 "아버님은?"이라고 다시 물었고, "없습니다."라고 얼른 대답했으며, "언제 돌아가셨나?"라고 묻자, 아버지가 없다고 했지 돌아가셨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그러자 "없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건데,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있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지. 아버지야말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부정되는 않는 존재지. 죽기 전에는 없어질 수 없다는 뜻이야. 어떤 경우에는 죽어서도, 죽은 채로 있는 게 아버지지."라고 반론합니다.

   그 뒤로 아버지의 존재가 영상처럼 따라다닙니다. 외삼촌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내고, 결국 휴전선 근처 인구 3만의 마을로 그 아버지를 찾아 나서기에 이릅니다. 군부대가 있는 조용한 시골 마을의 오래된 여인숙에 거처를 정하고,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깨어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아버지가 일하고 있다는 '영화 농장'을 찾아가 기웃거리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농장 울타리 옆으로 난 길로 산책을 나갔다가 결국 운동하는 아버지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울타리 가까이 다가온 아버지는 얼굴의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타이밍이 좋지 않다, 있을 만하냐?"고 묻습니다. 어색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으니, "언제까지 있을 건가?"라고 물으며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머뭇거림과 망설임 사이로 끼어든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소녀의 목소리가 큰 바람처럼 숲을 흔듭니다. "아빠, 사무실에서 전화 왔어요. 급하대요. 그리고 엄마가 식사하시래요." 이에 대해 "알았다."라는 대답과 함께 "얼른 오세요. 국 식어요."라고 소리친 다음, 현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지역 신문을 통해 지역 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 가운데 기호 2번, 김대령이 불리우는 사람이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선거 유세장인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찾아갑니다.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 몰려 서 있었으며 선거운동원들 말고는 들뜬 사람도 없는데, 20년동안 장교로 근무하다 퇴역한 이력으로 소개한 2번의 연설이 끝나자, 후보자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악수로 지지를 호소합니다. 드디어 아버지가 내 손을 잡자, "한명재입니다. 한길숙의 아들이예요."라고 외치지만, 운동원들에 의해 제재를 당하면서 쫒겨나고 그렇게 처음으로 대면합니다.

   그런 대면들이 있는 뒤 어느 날의 저녁 무렵, 주인 여자가 내가 누워있던 방 문을 두드리고, 곧이어 스쿠터를 탄 김중사가 봉고 차로 안내합니다. 그곳에서 당신 때문에 김대령이 자식을 버린 파렴치한으로 몰렸으니, 기자들을 만나 해명을 해달라는 협박을 받게 되고, 그 제안을 거절하면서 '영화 농장' 내 으슥한 별장에 감금됩니다. 선거 당일까지 이곳에서 김중사와 함께 지내던 마지막 날 아침, 신내 마을의 키 큰 전나무 숲 사이로 비치는 붉은 석양빛을 완전 알몸으로 받으며 걷는 자신의 정신과 영혼이 투명하게 정화된 기분을 경험하는 꿈을 꿉니다.




   그리고 김중사를 따라 내 30번 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여자친구와 함께 천내로 다시 돌아오면서 이 모든 소설의 결말은 마무리됩니다. 이로써 이승우의 장편소설, '한낮의 시선'에 대한 후기를 모두 마무리합니다. 이를 읽으며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총정리합니다.

     종교를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

   첫째,
이 책은 아버지를 찾아 나선 아들의 심경과 아들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이승우의 신작 소설입니다. 중편 정도에 해당하는 길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놓치 않고 차근차근 풀어헤친 형이상학적인 내용입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오히려 관념적이어서 깊은 사색 속으로 끌어들이는 매력도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이 아름다운 봄 날에 차근히 즐길 수 있는 관념적이고 매력적인 소설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또한 '아버지'라는 관념에 대한 사색이 필요한 분들께 역시 강력 추천합니다.

   둘째,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살지는 않지만, 그 존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보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라는 존재와 신의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개념 뿐만 아니라 신의 존재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종교적인 문제나 그 의미를 찾고자 하는 구도자들이 읽어 보고, 또다른 의미가 될 수 있는 소설 책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셋째, 책의 겉 모습은 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160이고, 크기는 174×127mm로 가장 작고 폭도 좁은 형태의 얇은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과 분량도 그리 길지 않지만 평소 많이 생각하지 않던 익숙한 아버지에 대한 주제이며, 일반 독자들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활자도 보통의 책들보다 작은 편이어서 개인적으로 오히려 읽기에 더 편리했습니다.

   넷째,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고, 어법이나 어순, 띄어 쓰기가 잘못된 부분도 다행히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2009년 11월 30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신간입니다. 도서출판, '이룸'의 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 대체로 완벽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이렇듯 주제가 다소 무겁고 관념적이라고 해서, 전체적인 문체(體)나 내용도 건조하거나 간결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제게는 이런 문체가 더 매력적이었지만, 때론 독자를 화려하기도 하고 순수한 문체의 매력 속으로 흡입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몇 군데의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연가시 유충은 메뚜기가 뜯어 먹는 풀에 달라붙어 있다가 풀과 함께 메뚜기의 배 속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자란 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메꾸기의 똥구멍을 통해 세상으로 나온다. 배가 불룩해진 메뚜기는 양지바른 언덕배가가 아니라 물가를 찾아가는데, 그 이유는 메뚜기의 몸 속에 있던 기생충인 연가시가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숙주인 메뚜기를 끌고 다닌다는 것입니다."(p. 86-7.)
 
   이렇게 연가시 유충이 메뚜기를 끌고 다니는 것처럼,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정체성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집착은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 여자친구의 얘기를 인용합니다. 이 책의 곳곳에서 이런 인용과 적용한 실례들을 소개한 화려한 문체들이 이어집니다.

   "나는 어둡고 눅눅한 피시방을 빠져나와 마치 목적지를 가지고 정해진 궤도를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전속력으로 달렸다. 갓 태어난 부드러운 햇살이 거미줄처럼 세상을 덮고 차가운 공기는 몸에 부딪혀 펴편처럼 부서졌다."(p. 92)

   아침 햇살에 대한 표현과 그 효과에 대해 이보다 더 아름답고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을가요. 이보다 더 맑고 투명하게 묘사할 수 있을가요. 이처럼 이승우는 책 곳곳에 이런 아름다운 문장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곤 하며,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탄탄한 구성과 일관된 표현 방식으로 조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문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교과서이자, 도움이 될 만한 표본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승우의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꼭 읽어 보아야 할 소설 책으로 추천하며, 이승우의 소설, '한낮의 시선'에 대한 독서 후기를 모두 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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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신 존재와 구원에 관한 재발견, '한낮의 시선' - 이승우, 이룸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10-03-15 00:04 
    지난 해부터 책에 대한 독서 후기 글을 상대적으로 많이 올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 2008년 12월의 '과학이 말하는 광우병의 실체'에 대한 책을 시작으로 60여 권 정도가 되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그 독서 후기들을 공개해 나누어온 셈입니다. 본래의 목표이기도 했던 1주일에 1권 정도의 책을 읽고 정리해 나누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 해도 그렇게 해보고 싶고 책과 가까이하고 싶은데,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사실 자신은..
 
 
순오기 2010-03-24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남긴 댓글 따라 왔는데 굉장하네요.^^

sophiako 2010-03-24 16: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시군요...
반갑구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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