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사랑하라
웬디 쿨링 엮음, 김용택 씀, 쉴라 모즐리 그림, 강호정 옮김 / 마음의숲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올 2010년의 첫째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 달의 둘째 주를 보내며 몸과 마음 모두 바쁘기만 한데, 정신만은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고 싶은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도 추천하고 싶고 아름다운 감동과 울림이 있으며 봄날의 파릇파릇하게 피어나는 새싹과 같은 희망을 노래하는 시와 수필 한 권에 대한 독서 후기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이 책의 지은이입니다. 자신의 모교이기도 하며 섬진강변에 위치한 임실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고, 고향 마을 임실의 덕치초등학교에서 40여 년간의 교단생활을 마감한 자연과 함께 사는 시인입니다.

     자연이 주는 말을 받아 적는 시인, 김용택

   김용택은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하는 시인으로,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으며, 순창농고를 졸업한 뒤, 그 이듬 해에 교사시험을 통해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읽고 문학에 첫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박목월과 이어령, 서정주 등의 전집을 읽으며 꿈을 키웠습니다.


   김용택 시인은 폴 발레리(Paul Valéry, 프랑스 시인, 1871~1945)의 시 가운데 '바람이 분다/살아 봐야겠다'를 늘 가슴에 새겨두고 삶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됩니다. 김수영의 '풀'을 읽고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느낌으로 표현한 것을 보고 놀랍니다. 이때부터 김수영을 비롯하여 박용래, 김종삼, 황동규의 시에 심취했으며, 이성부의 시집과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잡지'문학과 지성', '창작과 비평'을 읽고 역사와 문학에 눈뜨게 됩니다.

   1982년 창비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 외 8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뒤 꾸준한 창작활동으로 1986년에는 '맑은 날'로 제6회 김수영문학상을, 1997년에는 제12회 소월시문학상을, 2002년에는 제11회 소충사선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2008년 여름, 40여 년간의 교단생활을 마치며,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로 또 한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의 시집으로는, 첫 시집 '섬진강'을 시작으로, '맑은 날',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편지', '강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그대, 거침없는 사랑', '그래도 당신', '언제나 나를 찾게해주는 당신' 등이 있습니다. 산문집으로는 '작은 마을',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섬진강 이야기',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김용택의 교단일기', '사람' 등이 있습니다. 이밖의 작품으로 장편동화 '옥이야 진메야'가 있으며, 동시집으로 제목도 재미있는 '콩, 너는 죽었다' 등이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김용택 외에 20명의 다른 외국 시인들의 글을 웬디 쿨링 (Wendy Cooling)이라는 어린이 책 작가가 엮어 만든 산문집입니다. 특히 어린이의 마음을 담은 시와 자연을 노래한 글들이 많은데, 순결한 영혼들이 우리의 끝없는 탐욕을 꾸짖고 있습니다. 즉 반인간적이고 반환경적이며, 반평화적이고 반문명적인 인류의 야만과 폭력 행위에 대해 경고합니다.

   그리고 김용택 시인은 "묻고, 또 묻습니다. 우리는 돈을 얼마나 벌면 '이제 다 되었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까요. 얼마나 돈을 벌어들여야 '우린 이제 행복하기로 하자.'고 말할까요. 또 묻습니다. 우리들과 한 핏줄을 가진, 북쪽에서 배고파 울며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데 우리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음식물 쓰레기를 치울 수 없다고 이렇게 난리를 치며 이렇게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쳐도 부끄럽지 않다는 말입니까.'라고 경고합니다. 사람들의 행복이, 우리들의 행복이 돈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묻습니다.


     나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 -- 팻 문(영국 여류 작가)


   나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
   당신이 그러하듯이
   나도 산소로 호흡하고
   나도 하늘 향해 자라납니다.
   내게도 따스한 햇살과
   목마름을 달래줄 촉촉한 비와
   뿌리와 가지를 뻗을 공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들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당신이 나를 더 필요로 한다는 것뿐입니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스위스, 1877-1962)가 쓴 '나무 예찬'을 예로 들어 힘주어 말합니다. '나무는 성스러운 존재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듣는 사람은 진리를 안다. 아름답고 튼튼한 나무보다 더 신성하고 지혜로운 것은 없다.' 그러면서 나무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우리들이 나무를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빨리 깨닫기를 촉구합니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 아래 뛰노는 아이들이 세상에 있다면, 그게 희망이라고 강조합니다.



   느릅나무는 400년을 살고, 참나무나 너도밤나무는 500년, 밤나무와 보리수나무, 낙엽송, 느티나무는 무려 1,000년을 넘게 산다고 합니다. 사람보다 오래 사는 나무 사이를 지나갔던 햇빛과 바라과 빗방울들, 나무 아래를 지나갔던 사랑과 이별의 눈물, 그리고 역사의 한숨들, 그 많은 사연과 시간들을 알고 있는 나무들에게도 살 권리를 빼앗지 말라고 다시 경고합니다.


   나무가 겨울을 견디는 법은 벌거벗은 가지인 모습으로 모두 버린다는 것이며, 한여름의 우거졌던 초록 나뭇잎들을 다 버리고 가을 볕의 무르익은 열매들을 다 나누어준 채 앙상한 몸으로 추운 겨울을 보냅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련이 오면 나뭇잎이 없는 겨울나무를 보며 견뎌내라고 조언합니다. 주변 환경을 다 버리고 그저 빈 집인 듯 혼자서 묵묵히 겨울나무처럼 견뎌내다 보면 어느새 마음 뿌리도 깊어지고 심지도 굵어질 수 있다며, 깊은 땅 속의 뿌리를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 - 테레사 드 제수스(칠레시인)

   더럽고, 먹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어린 아이를 보았을 때
   나는 화가 납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을 보았을 때
   가난한 사람이 그 음식을 골라 집어 먹을 때
   나는 화가 납니다!

   작고 나이 든 사내가
   종착역에서 잠든 것을 보았을 때
   나는 화가 납니다!

   스물여섯 살 젊은 사람이
   얼굴도 초췌하고 몸도 구부정하여 노인 같을 때
   나는 화가 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지난 달 월급을 받기 위해
   부자들의 사소한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을 볼 때
   나는 화가 납니다!


   어쩌면 제 마음 같을가요. 월급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일도... 화가 나지요. 그런데 김용택 시인은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처럼 분노하라고, 분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분노했던 예수나, 석가, 공자, 맹자, 그리고 마호메트처럼, 진정한 분노로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그러면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희망의 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그런 봄이 올 세상을 사랑하라고 조언합니다.


   팬케이크를 반죽해요 - 크리스티나 로세티(영국 유명시인)


   팬케이크를 반죽해요.
   부지런히 저어요.
   팬 위에 올리고는
   한쪽 면을 익혀요.
   날쌔게 뒤집어요.
   할 수만 있다면!
   세상도 뒤집어보고 싶어요.


   김용택 시인은 위 로세티의 시처럼, 나를, 또는 나라를 뒤집어 보고 싶을 때가 있고, 또 어떨 때는 이 지구를 확 뒤집어 대청소를 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런 혁명은 오지 않지만, 혁명을 꿈꾸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시인은 본래 혁명가이고 시대의 반동분자들이며, 시인이 반역을 꿈꾸지 않고 시인이 혁명을 꿈꾸지 않으면 정치가들이 혁명을 하려든다고 말합니다. 혁명은 시인의 것이며, 시인들이 혁명을 꿈꾸지 않는다면 세상은 금방 썩어버리고 이미 역사가 그것을 증명했으니, 현명하게 혁명을 꿈꾸라고 주장합니다.


   인스턴트 식품이 난무하고 피라미드처럼 쌓인 통조림 사이에서 길을 잃곤하는 어린이들이 안타까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초콜릿 더미와 설탕에 저린 과일, 음료수와 맥주를 파는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안타까운 세상, 반문명적이고 물질 만능의 시대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지구는 펄펄 살아있는 생명 그 자체이므로 피가 흐르고 돌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사람으로 잘 살아서 숲이 내 맘으로 걸어들어 오게 하라고 부탁하며, 특히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우리처럼 살라고 강요하지 말자고 권고합니다.


     그토록 많은 나무들이... - 자크 프레베르(프랑스)


   그토록 많은 나무들이 땅에서 뿌리 뽑혀
   마구 쪼개지고
   으깨어져 생명을 잃고
   윤전기에서 돌고 있다

   그토록 많은 삼림의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종이 펄프를 만드느라고

   숲과 삼림의 벌목의 위험헤 관한 이야기로
   해마다 독자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수천수만의 신문에 쓰이는 종이를 만드느라고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의 본래 모습도 나무였다는 사실을 아시지요? 나무를 튼튼하게 해주던 바람과 한여름의 나무를 잘 자라게 해주던 비와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해주던 햇빛으로 자라던 나무, 그래서 종이 한 장 속에는 바람과 비와 햇살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사실도 아시지요? 그래서 이 종이 한 장의 위대함을 아시지요? 그래서 제가 숲의 모든 숨소리들이 이 종이 책 한 권에 담긴 위대함을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책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고 '책 나눔 문화'를 선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침략자들 - 김용택

   사과는 벌레들의 집입니다.

   사과는 사람만 먹고 사는 과일이 아닙니다.
   사과는 사과를 먹는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의 것입니다.
   특히, 사과 속에서 사는 벌레들은 벌레들의 나라지요.
   그 나라를 사람들이 침략하여
   그 나라의 주인들을 죽이고 쫓아냅니다.

   일방적인 침략 전쟁 같지요.


   이처럼 김용택 시인은 우리 마을 앞에 있는 큰 나무가 늘 그 자리에 아름답게 서있는 그림을, 눈보라를 뒤짚어 쓰고 있는 완성된 예술을, 그리고 완벽한 한 편의 시가 되어있는 작품을 그냥 그 자리에 있게 놓아두라고 당부하고 있는 산문집을 모두 정리합니다. 그리고 이 '나무처럼 사랑하라'에 대해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총정리합니다.

     숲의 바람과 비와 햇빛의 숨소리가 담긴 한 권의 책

   첫째, 이 책은 나무의 아름다움과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나무의 건강함을 예찬한 시와 수필집입니다. 인류가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경각(警覺)시키는 책이었습니다. 바람과 비와 햇빛의 숨소리가 담겨 있는 종이 한 장과 그런 숲이 살아 숨쉬는 책 한 권의 위대함을 깨닫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겨울과 새해 연초에 숨고르며 읽기에 좋으며,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며 토막토막 읽기에도 좋은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또한 앞만 보고 뛰어가는 직장인들과 이 겨울 방학에 새 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읽어볼 만한 좋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둘째, 또한 '어린이 책 제단'을 운영하며 현재 어린이 책 편집자들과 함께 어린이들에게 책을 기부하는 '북트러스트' 운동을 위해 일하고 있는 웬디 쿨링(Wendy Cooling)의 편집 솜씨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더불어 거의 모든 쪽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었으며 성마틴 예술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쉴라 모즐리(Sheila Moxley)의 동심 가득한 그림 솜씨도 독서의 즐거움을 더하였습니다.

   더구나 김용택 시인이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던 아이들의 생생한 그림들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만한 수필집으로 추천합니다. 더불어 시 한 편의 감상과 함께 김용택 시인의 감성과 생각, 관련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책이므로,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잠자기 전에 부모가 읽어줄 만한 책으로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셋째, 이 책의 겉 모습은 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193쪽이고, 크기는 202×152mm인 약간 작은 형태입니다. 종이의 재질도 두꺼워서 뒷 장의 글씨가 보이지 않고 신경 쓰이지 않았으며, 책장의 끝 가장자리나 모서리도 상대적으로 날카롭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넷째,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고, 어법이나 어순, 띄어 쓰기가 잘못된 부분 역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꼭 한 달 전인 2007년 1월 25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책입니다. '마음의 숲' 출판사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 거의 완벽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이 책은 지난 해 2009년 말인 12월 22일에 Adish Ninsol님께서 진행하신 '크리스마스  기념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받은 선물이었습니다. 연말, 연초에 읽기 좋을 것 같아 신청했고 예상하지도 못하고 있다가 고맙게 받아든 책이었습니다.

   Ninsol님께도 다시 한번 더 고맙게 생각하며, 그래서 덕분에 재미있게 읽고 후기로 정리하는 글입니다. 이 글을 함께 나누는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책나눔'에 관한 새소식을 미리 안내합니다. 다음 주인 1월 20일(수)에 대대적인 '제 6차 동시나눔'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다리며, 준비하셔서 즐거운 나눔에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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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연초에 숨고르기 좋은 수필집, '나무처럼 사랑하라' - 김용택, 마음의숲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10-03-14 13:08 
    올 2010년의 첫째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 달의 둘째 주를 보내며 몸과 마음 모두 바쁘기만 한데, 정신만은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고 싶은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도 추천하고 싶고 아름다운 감동과 울림이 있으며 봄날의 파릇파릇하게 피어나는 새싹과 같은 희망을 노래하는 시와 수필 한 권에 대한 독서 후기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이 책의 지은이입니다. 자신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