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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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더니.... 딱 그짝. 처음엔 좀 흥미진진하지만 읽을수록 지겨워진다. 러시아인형 특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예상가능한 결말. 어디가 압도적인 반전이라는 것인지? 이 작가 책 처음 읽어봤는데 다시는 읽을 일 없을 듯. 완전 하품 나오는 이야기. 캐릭터들도 다 짜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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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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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손톱을 물어뜯는다. 너는 말을 더듬는다. 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눈을 맞추지 못한다. 너는 때때로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화가 나지만 발을 구를 뿐 화를 내지 못한다. 화를 내면 내가 너의 집에 오지 않을까 봐. 나는 너의 이름을 잊었다. 너의 집 다락방의 그 안온함을 좋아해서 그토록 자주 놀러갔으면서도 나는 지금 너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너 또한 그러리라. 열두 살의 너는 나를 가장 좋은 친구로 여겼지만 나는 너보다는 너희 집 다락을 좋아했다. 이름도 잊어버린 내 유년시절의 친구. 말을 더듬고 수줍음이 많아서 친구가 없던 그 아이. 텅 빈 집에 늘 혼자 있어서 친구가 집에 오는 걸 무척 좋아했던 아이. 그러나 집에 올 친구가 없던 아이……. <아일린>을 읽으면서 그때 그 친구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아일린’ 은 소심하고 조용하지만 어딘가 뒤틀렸다. 그녀는 한없이 외롭다. 스물넷이지만 그보다 더 어린 느낌이다. 어느 땐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같고, 또 어느 땐 열일곱, 열여덟 광폭한 십대 같기도 하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알코올중독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생활은 고단하기만 하다. 아버지의 모욕적인 언사, 술주정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고, 하나뿐인 언니는 자기 삶을 찾아 집을 떠난 지 오래다. 하긴 그 언니조차 함께 살던 시절 아일린에게 하는 말이라곤 아버지 못지않게 거칠고 폭력적이었으니 집을 떠난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일린의 집안은 쓰레기통 같고 그 가족들은 쓰레기통 안에 버려진 쓰레기와 같다. 재활용도 불가능해 보이는 그런 쓰레기. 그 속에서 아일린은 자신 또한 그런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낀다.

제대로 사랑받아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를 사랑할 줄도 모르고, 항상 모욕적인 말을 듣고 살아 자기혐오도 강하다.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의 얼굴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자기집착이 강한 사람’의 삶은 늘 그런 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녀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법이나 스스로를 변호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분개’하고 만다. ‘어렸을 때도 말없는 아이였고, 앞니가 돌출될 정도로 오래 엄지손가락을 빠는 그런 유형’이었다. 그녀의 외로움은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을 정도여서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무엇이든 다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일린, 그녀는 그렇다. 말없이 조용하고, 친구도 없고, 열등감에 시달리며 사랑받지 못한 느낌. 그래서 자기 주변에 누군가가 다가와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한없이 서투른 아일린. 그런 아일린의 모습에서 내 어린 시절의 그 친구가 떠오른 것 같다. 나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그 아이보다는 그 집 다락방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나를 아주 좋은 친구라고 여겼던 그 아이.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부디 ‘아일린’이 그렇듯이 자기만의 삶을 찾았기를, 문득 한때 친구였던 그 아이의 행운을 빌어본다.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작가의 책을 선뜻 사는 일은 때로 아주 큰 모험이 된다. ‘오테사 모시페그’ 이름조차 낯선 이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그이에게 쏟아진 온갖 상찬에 혹해서였다. 맨부커상 최종 후보,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에 선정 등등. 그래도 믿을 수가 없어서 온라인 서점 미리보기를 클릭했다. ‘나는 당신이 시내버스 안에서 한 명쯤 볼 법한 아가씨처럼 생겼었다.’는 첫 문장은 다음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만들었고, 나는 어느 오후 점심을 먹으며 미리보기를 하다가 미리보기가 허락된 페이지까지 다 읽고 말았다. 온라인 서점 ‘미리보기’를 이렇게 멈추지 않고 다 읽은 적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일주일 후, 나는 집을 나오게 되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 매혹적인 문장까지 읽고서는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시내버스 안에서 한 명쯤 볼 법한 아가씨처럼’ 생긴 그녀가 일주일 후 집을 나오고 어떻게 X빌에서 사라졌는지를 금요일부터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내내 기록한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대체 언제 이 아가씨가 스스로 집을 떠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혐오스러운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박차고 떠나려나 싶은데, 그러기에 그녀는 게으르고 현실을 타파할 용기도 없다. 더욱이 같은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직장동료 랜디를 지나치게 짝사랑하고, 그런 와중에 ‘리베카’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존재까지 아일린 앞에 나타난다. 아일린은 리베카에게 순식간에 빠져든다. 눈부신 외모에 당당한 태도, 좋은 집안과 좋은 대학을 나왔을 법한 저 여유로운 분위기. 아일린 그녀 자신이 갖지 못한 ‘건강한 광채’를 지닌 그녀. 리베카와 알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비참한 처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어떤 식으로든 리베카가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는다. 아일린은 리베카와 함께함으로써 다른 길로 들어 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놀랍게도 리베카 또한 아일린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일린은 리베카를 두고 이 마을을 떠날 수 있을까? 아니, 리베카와 함께 이 지긋지긋한 마을을 떠나는 것일까? 아무래도 못 떠나는 게 아닐까? 사라진다는 표현은 지난날의 자기 자신, 그러니까 못나고 자기혐오적이고 상처투성이인 과거의 자기를 버렸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말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즈음, 드디어, 사건이 터진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대체 언제 이 여자가 언제 사라질 지에만 관심이 쏠려 누군가는 지루하게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일린>의 모든 구절구절을 곱씹으면서 읽었다. 이런 소설을 쓴다니, 동경과 부러움, 질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무용담에서 단역에 불과한, 멀리서 보면 수줍고 온화한 사람처럼 보이는’ 아일린. ‘지루하고 생기 없고 무엇에든 면역된 가식 없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은 항상 격분했고 부글부글 끓었으며 내달리는 생각과 살인자 같은 정신으로’ 사는 아일린. ‘현재 진행 중인 것이나 반짝 유행하는 것들을 알게 되면 고립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느낌이 들뿐인’ 아일린. ‘삐뚤어진 것들을 좋아’하는 아일린. 그러면서도 별과 같이 자신의 ‘장래가 밝다고 말해줄 무언가를 원한’ 아일린. ‘흥을 깨는 눅눅한 담요’ 같은 아일린……. 나는 아일린이 자기 자신을 묘사하는 방식에, 그 마법 같은 언어에 매료되었다.



당신은 내가 실패자, 고지식한 사람, 별종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흥을 깨는 눅눅한 담요였다. 밤에 놀러 나간 적도 없었다. 대학에 다닐 때조차 댄스파티에는 동행이 있어야 했고, 기숙사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무리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난잡한 여자, 창녀, 죄인이며 탐욕스럽고 수치스럽고 문명사회에 위협이 되는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아일린>, 200쪽)


그런데 그 마법과도 같은 언어로 그려진 아일린을 지켜보노라면 마음속에 묘한 슬픔이 남는다. 사랑받기를, 인정받기를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는 이 외로운 여자의 욕망 안에서 십대 시절, 또는 이십대 초반 누구나가 느꼈을법한 자기혐오, 자기연민, 어떻게 할 줄 모르겠는 세상과 주변 사람을 향한 격렬한 분노, 쓸쓸함과 고독, 외로움, 그러면서도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하다못해 ‘리베카’처럼 나와 너무나도 다른 친구, 또는 그런 존재를 향한 열망 및 동경의 마음까지……. 때문에 나는 아일린의 모습에서 그 오랜 친구를 떠올렸지만 어느 순간 그 친구의 모습은 곧 또 다른 친구의 모습과 겹치고 마침내 한때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아일린 또한 그녀가 일하는 교도소의 남자애들, 그 예민하고 성난 아이들과 자신이 아주 비슷했다고 기억하는 게 아닐까.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에게서 10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이들은 이 책 <아일린>에서도 똑같이 상처받고 성마른, 그렇지만 어떤 의미로는 더 삐뚤어진 자신의 옛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때 그랬던 시절도 세월이 지남과 동시에 사라졌기에, 어쩐지 쓸쓸하고 그리운 마음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되기도 한다.

스물네 살 아일린이 가장 원했던 건 ‘모르는 사람들로 꽉 찬 곳에서 오후를 보내’거나, 자신을 기다리는 아버지 없이 거리를 느긋하게 걷거나, 어느 먼 곳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어딘가 자신의 집에서 편히 머무는 것이었다. 아일린은 과연 그 소망을 이룰 수 있을까? 그녀는 ‘사랑에 대해 배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온 동네의 문을 다 두드려보고 나서야 맞는 집’을 찾는다. 이 과정을 너무나도 매혹적으로 잘 쓴 작품 <아일린>- 나는 이 책을 또 다른 의미의 성장소설 고전으로 내 마음에 새겨 넣는다.



“하느님은 지어낸 이야기야.” 어머니는 우리에게 말했다. “산타클로스처럼 말이야. 아무도 너희가 혼자 있을 때 지켜보지 않아. 뭐가 옳은지 그런지는 직접 판단해라. 착한 소녀들을 위한 상이란 없단다. 뭔가 원하면 싸워서 얻어내. 바보가 되지 말고.” (<아일린>,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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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2019-06-2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굉장히 궁금하네요~ 호밀밭의 파수꾼은 20대 초반에 읽었을 땐 아무 감흥이 없다가, 나중에 서른 넘은 어느 날 다시 읽다 눈물을 펑펑 쏟았는데,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참.. 묘한 책이예요. 스무네살 저랑 비교하면서 읽음 재밌을 것 같아요. 저도 20대때 꼭 눅눅한 담요 같은 사람이었거든요. (정말 표현 기가 막히네요.) 잠자냥님 덕분에 알라딘 보관함에 책이 자꾸 쌓여갑니다. ㅋ

잠자냥 2019-06-26 14:51   좋아요 1 | URL
저도 <호밀밭의 파수꾼>은 서른 넘어서 펑펑 울면서 읽었어요! ㅎㅎㅎ 오히려 10대 때는 뭐가 좋다는 거야? 이러면서 집어던졌던 거 같습니다(번역이 엉망이어서 더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요. ㅋㅋ).

<아일린>은 왠지 케이 님은 꽤 공감하면서 읽을 것 같아요(기가 막힌 표현도 참 많답니다.) 전 앞으로 이 작가 책 다 읽으려고요! 그만큼 반했습니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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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의 에세이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만큼, 요리에 관심없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랄까. 레시피 따라서 음식 만들다가 딥빡쳐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낄낄 거리면서 읽을 수 있다. 근데 이상하게 이 책 읽고 나면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뭔가 꺼내서 요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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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6-2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때문에 별은 세개 뿐이지요? 왜지요?

잠자냥 2019-06-25 11:5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영국 문화에 익숙한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 부분은 공감이 좀 어려웠고요. 이 책 100자평 중 어떤 분도 지적하셨는데 원제(The Pedant in the Kitchen) 의 ‘pedant‘를 본문에서 단순히 ‘현학자‘라고 옮겨놓는 바람에, 뭐랄까 머릿속에서 자꾸 엉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깐깐하게 따지는 사람‘ 정도로 번역했으면 평소 반스 이미지랑 더 잘 어울렸을 텐데... 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이 책은 ‘감동‘은 없으니까 ㅋㅋㅋ 감동 별 하나 뺐습니다. 그리고 저는 줄리언 반스 에세이보다는 아무래도 소설이 더 좋더라고요.

참, 제게 별 셋은 그냥 평타 수준 책이에요. ‘읽거나말거나‘ 정도의 책이랄까요. 꼭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

그럼에도 평소 요알못인데도 요리 열정은 불타오르는 다락방 님은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6-25 13:0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사실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무려 ‘줄리언 반스‘가 무려 ‘요리‘ 에세이를 썼다니, 말씀하신 것처럼 요리 열정 불타는 저는 읽고싶단 말입니다. 그래서 갈등 중이었거든요. 읽고싶다, 그러나 읽을 것인가... 그런데 이렇게 별 셋 백자평이 똭- 있으니, 더더욱 아아 어째야하지.. 싶어지는 것이죠.

일단 줄리언 반스의 이 책은 좀 보류... 읽을 책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하핫.
 
[eBook]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희곡선집
유진 오닐 지음, 이형식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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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와 아이킬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이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엘렉트라 즉 라비니아의 역할이 매우 커진만큼 라비니아의 죄와 책임도 더욱 무거워졌다. 원전이 있기 때문일까.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욕망으로 들끓는 인간들을 묘사하는 유진 오닐 특유의 장점이 조금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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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메리맥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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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문외한인데도 재미나게 읽고, 마지막에는 묘한 감동까지 받은 까닭은 이 작품이 바둑 자체를 다루는 게 아니라, 바둑을 두는 명인, 그것도 예술의 경지에 이른 한 구도자의 삶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의 삶을 담담히 그려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체 또한 격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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