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수요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까지인데 나는 어제, 목요일에 다녀왔다. 도서전에 순수하게 소비자 입장으로 가던 시기도 있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도서전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도서전은 물론, 서울 홍대 거리에서 가을이면 열리던 와우북페스티벌도 내가 정말 눈에 불을 켜고 가던 곳인데 이유는 단 하나! 책을 무지막지하게 싸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30~40% 할인은 기본이고 운이 좋으면 리퍼브 도서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가져올 수 있었다. 문지시인선이 천 원에 팔리곤 했던 시절... 참 좋았었지. 그러나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로는 이런 행사에서조차 책을 싸게 살 수 없으니 굳이... 사람 많은 곳에 갈 이유가 없어서 안 간 지 오래.
출판업에 종사하면서 도서전 안 가는 것도 참 신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ㅋㅋㅋㅋㅋ 사실 우리 회사는 예전엔 도서전 참여 종종 했지만 이게 딱히 이득이 없는 것이었다. 인력과 자원과 (부스 대여) 비용 대비 큰 이익을 체험하지 못해서 결국 도서전은 참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업계의 일인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어서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다녀오곤 했었다...만 나는 너무 귀찮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 많이 몰리는 거 너무 싫어서 늘 회피했었는데.... 올해는 왠지 더는 안 가면 안 될 거 같아서 다녀오기로 결심을 했다. 정말 큰 결심이었다.

목요일 오전은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한국 대 남아공 축구 경기가 열려서 그랬는지, 사람이 덜(?) 붐비는 듯했다. 입장 대기 줄에서 15~20분 정도 기다리니까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는 다른 직원들 피해서 혼자 가는 게 목표였는데 제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표님이 같이 가자고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 둘이 가긴 너무 그렇잖아요? 그래서 제일 만만한 마케팅팀장을 꼬셔서 그렇게 셋이 같이 간 것이었다.... 직원들하고 같이 다닐 땐 책 파는 사람 입장으로 부스를 돌아다녔다. 그래서 국내 출판사 부스보다는 주빈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대만 등 주로 다른 나라 부스를 훑어보고 다녔다.
그러다가 독일 부스에서 발견한 이 책. 헐.... 우리 셋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렇게 인쇄를?! 우리도 로맨스소설에 이렇게?! 막 이런 소리를 하면서 한참을 들여다본 것이다.




그러다가 아니, 이거 좀 봐요. 이 양말 너무.... 처음에는 웃겼는데 보면 볼수록 개성 넘치고 실제로 신으면 이쁠 거 같아서 나 혼자 구경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도서전에서 양말 삼매경.... 근데 대표님도 곁에 와서 보시더니 이 양말에 반하고 만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이걸 판매하던 분이 몬드리안 양말을 직접 신고 계셨는데 너무 유니크하고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직접 신으면 정말 예쁘다니까요?



그래서 내가 나도 모르게 폭풍 칭찬을 했다. 와 정말 잘 어울려요. 와 정말 멋쟁이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나도 하나 살까... 하다가 가격이 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이거면 내가 그냥 책을 사고 말지 싶어서 그냥 내려놓았는데. 하나 살 걸 그랬나...?
아무튼 대표님이 양말 사고 싶은 눈치라 나랑 동료는 살짝 다른 책 보는 척하면서 자리를 피해주었다. 사셨나 몰라... ㅋㅋㅋㅋㅋㅋ

주빈국인 프랑스 부스에 갔더니 저렇게 베서방이 벌써 앉아 있었다. 베서방은 이날 오후에 강연을 했는데, 그때도 사람이 미어터졌다(일요일에 사인회도 한답니다). 근데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노관심이어서 그냥 패스....
프랑스 부스에 있는 책들은 전반적으로 아름답기 짝이 없어라. 그리고 여기 앉아 있는 관계자들 주로 편집자이거나 역자이거나 작가이거나 책 만드는 사람들이겠죠? 여자든 남자든 왜케 다들 지적이고 아름답게 생겼는지 너무 눈이 즐거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정말 분위기가 너무 다 지적으로 뿜뿜...

그러다가 발견한 이 책! 어머 이건 사야해! 눈 돌아가서 보고 있는데.... 팝업북 비싼 건 알고 있지만 아니 이 조그만 게 25,800원인가 28,500인가 해서 살포시 내려놓았다.



이렇게 주로 다른 나라 부스를 돌아보고 나니 이미 점심때. 일단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대표와 동료는 회사로 복귀하고 나는 혼자 좀 더 돌아보겠다 하고 드디어 자! 유! 혼! 자! ㅋㅋㅋㅋㅋ 이때부터는 거의 소비자 마인드로 부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번 도서전 특징은... 굿즈 중 티셔츠가 많다는 것. 그나저나 이걸 찍은 이유는 단 하나.....

ㅋㅋㅋㅋㅋㅋ 언제 이짤 쓰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학동네, 창비, 열린책들, 민음사처럼 큰 부스는 사실 딱히 재미가 없어서 1인출판사나 독립서점, 소규모 출판사(어크로스/움직씨 등) 위주로 돌아봤는데, 움직씨는 여기 대표 두 분이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부부로 알고 있는데(그래서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도 퀴어/페미니즘 등 완전 색깔 뚜렷한 무지개색이다), 실제로 부스 가서 보니 아니 여기 직원들도 혹시 다....? 싶은 것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개성 넘치는 출판 목록 응원합니다. 게이 부부가 운영하는 출판사도 탄생하길 (응?)

이성애의 비극 티셔츠다! 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거 맥락 모르고 티셔츠만 보면 열라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입을 옷 같음 ㅋㅋㅋㅋ

글항아리 부스에서 발견한 너무나 쪼꼬만... 남성판타지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작다면 얼마나 읽기 편하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도 이렇게 전시하니 참 아름답구나.

그러다가 내가 이 샌드위치우먼을 발견한 것이다.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빵 터졌다. 입간판 보고 사진 찍었더니 이분이 짠~ 앞으로 돌아서는데 아니 이 사람은 이연실 편집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서

자냥: “사진 찍어도 돼요?”
연실: “아 그럼요, 사진 찍으라고 이렇게 나온걸요.”
자냥: “이야기장수 대표님이시죠?”
연실: (약간 움찔 놀라며) “네......”
자냥: “이야기장수에서 나오는 책 잘 보고 있습니다.”
연실: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제가 이연실 편집자가 쓴 책도 읽은 사람입니다. 백발이 돼서도 교정지 든 에코백 메고 현장을 누비는 ‘현직’ 할머니 편집자이고 싶다는 당신의 꿈 응원합니다.... 저는 극 내향인 편집자로서 저 또한 할머니 될 때까지 조용히 책 만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요즘 핫하다는 민음사 부스도 안 가볼 수는 없었는데, 헐 여기 정말 인산인해. 계산하는 줄을 정리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 아니 그런데 얘들아?! 굿즈 말고 책을 더 사야하지 않겠니?

그러다가 이걸 보고 충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서전에 가챠폰샵 발견!
민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겨. 이건 또 누구 아이디어인가? 이걸 뽑겠다고 줄 선 사람들의 행렬...끝이
보이지 않아. 나도 이거 좀 귀여운 아이템이 있었다면 줄 서서 뽑아볼까 싶었지만 사실 귀여운 게 하나도 없다.

게다가 이번에 저 노트? 캐릭터.... 너무 좀 징그럽지 않은가..? 아무튼 내 취향엔 별로....

아무튼 그러다가 나는 이걸 발견한 것이다. 이 아름다운 디자인은 뭐죠?...
게다가 가방을 준다고?! 어머 이건 사야 해!



펭귄 아카이브 컬렉션(Penguin Archive Collection)인데 이건 펭귄북스에서 창립 90주년을 기념해서 지난해(2025년) 출시한 특별 도서 시리즈로 알고 있다. 창립 이래 출판해 온 수많은 문학 작품 중에서 선별한 90권의 짧은 책들로 구성.
자, 그중에서 디자인도 특히 아름답지만, 원어로 읽어야만 하는 책 4권만 사자! 싶어서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근데 안경 안 쓰고 와서 눈이 침침해. 잘 안 보여. =_=ㅋㅋㅋ)
일단 원어로 읽어야만 하는 것은 시! 그것도 영어로 쓰인 시! 아니 게다가 딜런 토머스 시집 정말 디자인 죽인다. 이건 정말 1순위. 게다가 저 딜런 토머스 에코백으로 받아야지!
그다음으로는 앨런 긴즈버그의 시집. 나보코프의 <복수 Revenge>가 있어서 저걸 살까 싶었지만, 사실 이 단편은 나보코프 초창기 단편이라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쓰였던 작품이다. 그래서 일단 내려놓음. 캐서린 맨스필드의 <A Dill Pickle>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우아 이건 정말... 애초에 영어로 쓰인 책이 아님에도 디자인이 너무 아름다워서 안 살 수가 없네요. 니체. 니체여....




그렇게 4권을 사서 계산하려고 하는데, 아니 이게 무슨 망언이십니까? 에코백 증정 행사는 다 끝났다고요? 마친....ㅋㅋㅋㅋㅋ 오늘이 둘째 날인데 벌써 행사가 끝났다고요?? 망연자실... 나는 그래서 “아, 그러면 안 살래요.” 했더니 갑자기 한 사람이 아니 챙겨드릴게요, 어디 박스를 막 뒤진다. 그래서 “딜런 토머스로 주세요!” 했더니 “하... 딜런 토머스는 정말 다 나갔는데.” 제길....... 역시 사람들도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_-
그래서 결국 나는 그나마 그중 가장 나은 거 셜리 잭슨으로 달라고 했다. 세네카, 도스토옙스키 너무 흔하고 글자체 너무 안 예쁘고 단테도 그냥저냥. 셜리 잭슨이 그나마 사람들도 잘 모르고 글자체도 예쁜 듯.


여름에 매면 시원해 보이고 김칫국물 튀어도 아트 같고...(응?)
아무튼 여기서 책 고르다가 받은 충격 중 하나. 책 고르고 있는데 들려오는 소리.
여자1 : “울프..?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버지니아 울프...?”
여자2 : “저 사람, 책 많이 썼을걸? 뭔진 잘 모르지만. ㅋㅋㅋㅋㅋ”
헐...... 대 충격 잠자냥. 도서전에 오는, 심지어 여자들이(이대녀 추정) 버지니아 울프를 모른다고... 도서전은 왜 오는 거지? 속으로 잠깐 멍... 도서전에 정말 왜 온 걸까..? 흠...
아무튼 이렇게 산 책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딜런 토머스의 시집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은 대충 번역하자면 순수히 저 어둠을 받아들이지 말라. 뭐 그런 의미. 딜런 토머스의 대표적인 시 중 하나. 영화 <인터스텔라>에 삽입되어 더 유명해진 듯. 아, 그래서 다들 가방을 가져 갔나? 제길...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엘런 긴즈버그의 시집 <Sunflower Sutra> ‘해바라기 수트라’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에서 오염되어 죽어버린 해바라기를 애도하면서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하고, 그럼에도 해바라기처럼 저항할 것을 촉구한다.
캐서린 맨스필드 <A Dill Pickle>은 오래전 헤어진 연인들이 카페에서 우연히 재회해 나누는 이야기들을 통해, 지나간 사랑과 서로 달라진 가치관을 맨스필드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
니체의 <Ecce Homo> 그가 정신적으로 붕괴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쓰고 그의 죽음 이후 출간된 작품으로 에케 호모는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국내에는 이렇게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목차를 보면 빵 터지는데 ‘나는 왜 이토록 현명한가’, ‘나는 왜 이토록 영리한가’, ‘나는 왜 이토록 좋은 책을 쓰는가’ 등등 자화자찬 일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 무너지기 직전에 쓴 책이라니까 이해해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창비부스에서는 이걸 발견하고 어머 이건 사야 해! 오직 도서전에서만 살 수 있는 책! 도서전 한정판 백석 시집! 크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지 케이스, 한지 양장본, 한지 어나더커버로 특별 제작된 한정판 <백석시전집> 두둥!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또 백석을 사랑해마지 않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라니.....

ㅋㅋㅋㅋㅋㅋ 아니 백석 책 모아서 찍는데 엉덩이 난입 푸코..ㅋㅋㅋㅋㅋㅋ
전에 사둔 <백석시전집>은 아침에 못 찾아서 같이 못 찍음. (정리의 중요성....)
아무튼 이렇게 도서전 다녀왔으니 앞으로 수년 간은 또 안 가도 될 듯. 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