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후 6-1. 고양이는 다섯 마리가 되었다. 둘째의 밥그릇을 볼 때마다 울컥 눈물이 난다. 둘째가 떠난 지 하루가 지나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들 화장실을 치우다가 오열했다. 아니...... 내 인생에 고양이 똥 치우다가 오열하는 날이 올 줄이야. 그렇게 울고 있으려니 집사2가 “왜...? 똥이 너무 조금이야?” 하고 묻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이게 꽁치 똥오줌 마지막이잖아.......” 또 오열. 그랬다. 화장실을 치우다가 문득, 아, 이게 녀석이 남긴 마지막 똥오줌이겠구나 이젠 이것조차 끝이네 싶어서 너무 슬펐다. 그렇게 눈물은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찾아왔다.
나만 힘든 것은 아닐 것이다. 둘째랑 가장 친했던 막냉이는 둘째의 빈자리를 찾아 밤마다 울고 다녔다. 둘째랑 한 침대를 쓰던 3호도 마찬가지. 둘째가 3호와 막냉이를 워낙 예뻐했기 때문에 이 두 녀석의 공황상태는 다른 고양이들보다 심했다. 특히 막내는 제 엄마인 4호보다 둘째를 더 따랐다. 맨날 껌딱지처럼 붙어서 서로 핥아주던 녀석들.... 혼자 처량 맞은 막냉이를 보다 못한 내가 먼저 쟤 친구 만들어줄까....? 꽁치처럼 다정한 아깽이로 데려와서 처음부터 둘이 정 붙이게 하는 거야!! 집사2는 얘가 제정신인가 싶은 얼굴로 쳐다봤다. 고양이 돌보느라 힘들다고, 어디 마음대로 가지도 못한다고 우리 인생에서 반려동물은 육냥이가 끝이라고 그렇게 외치더니 쓸쓸한 막냉이를 보다 못해 집사2도 나도 거의 동시에 아깽이 한 마리 더....?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아깽이의 조건은 막냉이랑 친해져야 하니까 일단 온순하고 다정하고 사람보다는 고양이 친화적인 녀석. 둘째가 수컷이기도 했고 가만히 지켜보니 막냉이가 1호, 3호 등 집에 있는 수컷 녀석들을 더 잘 따라다니니까 아깽이 성별은 수컷으로. 이런 조건으로 입양할 만한 고양이를 찾아 동물보호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근데 진짜 너무 신기한 게, 아니 동물보호소에 왜 이렇게 품종묘들이 많지? 이상하다..... 우리는 키우던 애들이 모두 길에서 구조한 코숏(코리안쇼트헤어) 이어서 이번에도 그렇게 갈 곳 없는 보호소 아깽이 중에 한 녀석 데려오자는 심산에서 보호소를 검색한 것이다. 근데 올라온 사진은 죄다 이른바 ‘품종묘’이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요즘 펫샵에 부정적이어서 폐업한 데가 많은 거 아냐? 그런 데서 구조해온 아이들인가....?”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서울 모처에 있는 한 동물보호소를 찜하고 집사2가 전화를 걸었다.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기에 예약 시간을 정하면서 마지막으로 책임 비용 정도 제외하고는 무료 입양이죠? 물었는데 말끝을 흐리더란다. 그래서 폭풍 검색에 들어간 나. 아.......... 어처구니. 내가 검색한 바로는 이 동물보호소는 동물보호소 이름을 달고 서울에선 여러 군데에서 운영 중인데 물론 유기묘나 유기견도 보호소 안에 있기는 하지만 가 보면 결국 품종묘/견들을 입양 권유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일종의 펫샵에 가까운 곳이었다. ****논란 ****실체 등의 연관 검색어가 뜬다. 후기를 찾아보니 안타까운 애들 입양하러 갔는데 펫샵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속았다면서 분개하는 댓글도 많았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젠 하다하다 이렇게 장사를 하나? 분노하고는 일단 그곳은 제외.
집사2가 다시 열심히 찾아서 경기도 **시에 위치한 **동물보호소를 가기로 했다. 그게 지난 9월 20일. **동물보호소라고 지역명이 버젓이 들어가 있어서 이건 틀림없다! 펫샵이 아닐 것이다! 생각하고는 집사2가 그 불편한 다리를(운전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걸을 땐 목발) 이끌고 집에서도 먼 그 보호소까지 찾아갔다. 건물도 좀 낡았고, 주차장도 헬게이트(주차장에서 동물보호소까지 목발로 열심히 걸어가야........-_-) 그래서 더 보호소가 맞겠구나 생각하고 예약한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일단 좀 이상하다. 핸드폰은 다 맡기시라고...?
둘러보니 아니... 왜 여기도 다 품종묘/견들만 있는 거죠? 게다가 다 아기들. 하..... 주차하고 가까스로 오느라 진을 다 뺀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여기도 거기랑 다를 바 없구나, 직감하고 속았구나, 열 받는다. 이렇게 힘들여 왔는데 화가 났다. 그래도 왔으니 일단 보기는 하자 싶어서 들어갔다. 우리는 이런저런 상황이라 갈 곳 없는 아깽이를 입양하러 왔다고 하니 “여기 있는 애들도 다 불쌍하고 갈 데 없다. 펫샵 폐업해서 온 아이들이다. 단지 품종묘일뿐... 이 애들도 똑같은 생명이다.” 운운. 코숏은 없나요? 했더니 그런 아깽이들도 구조했는데 이미 데려갈 분들이 다 데려갔다나. 네네네네. 그렇겠지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왠지 우리가 품종묘는 안 데리고 갈 거 같으니까 갑자기 싸늘한 반응.
에효. 여기까지 멀리 왔으니 일단 볼게요, 하고 아이들을 보는데 안 예쁜 새끼 고양이 새끼 강아지가 있나? 나는 또 그새 입이 헤벌어져서 새끼 골든리트리버는 왜 쳐다보구 있니. 다시 정신 차리고 고양이들 쪽을 보는데 첫눈에 꽂힌 애가 있었다. 집사2도 그건 마찬가지. 그러다가 두 번째로 꽂힌 애가 아아아아아니? 이 녀석은 우리 꽁치 아깽이 때랑 완전 똑같이 생겼어! 집사2도 헐 꽁치랑 똑같아! 하는데....... “그 애는 먼치킨하고 브리티시 섞인 아이에요. 요즘에는 먼치킨끼리 교배하면 안 되기 때문에.”란다. 먼치킨이고 뭐고 꽁치 닮아서 마음이 흔들리는데, 아이가 좀 힘이 없다. 우린 무조건 건강한 아이, 막냉이 곁에서 막냉이보다 오래 살 녀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활발하고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이 녀석은 약간 안타깝지만.... 미안해.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녀석을 한 번 안아보겠다고 했더니 아아....... 역시 너로구나! 아무튼 우린 이 애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하니 출생일(2025년 7월 3일생)을 알려주고(‘품종묘는 생일을 정확히 알 수 있어서 좋아요!’란다) 출신도 알려주고(광주의 폐업한 펫샵에서 올라온 아이라고), 품종도 알려준다. 브숏(브리티시숏헤어)이라는데 입양 내역서를 쓰면서 이 사람이 골드/블루 이런 걸 자꾸 강조한다. 우린 그냥 귀찮아서 네네네..... 블루고 골드고 뭐고 건강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는데 자꾸 골드를 강조. 아네...... 그래서 입양비는 얼마냐고 물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사2랑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네....? 얼마라고요? 다른 애들도 다 비슷하다고? 난 순간 동공지진해서 아아..... 길에서 데리고 온 코숏만 키워서 몰랐다. 품종묘들은 이렇구나. 그러면서 순간 알라딘에서 품종묘 키우는 집사들을 떠올리면서 아니 다들 부자였네 싶은 것이었다. 공쟝쟝의 홉스.... 러시안블루. 공쟝쟝 너 부자였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폐업한 곳에서 데리고 왔다면서 브리딩 비용 운운은 뭔 소리인지. 보호소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펫샵이나 마찬가지인 곳에서 애 입양하는 거 집사2는 싫어할 텐데.... 싶은데 집사2는 도리어 날 보더니 너만 좋으면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그럼 막냉이한테 애기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도 했는데 데리고 갈까....?
5+1=6. 무한 육냥이. 그렇게 녀석을 데리고 집에 오는데, 자꾸 어디서 많이 본 느낌. 어디서 내가 많이 본 거 같아.... 집에 와서 집사2에게 브리티시숏헤어 골드 어쩌구 크면 어떤 얼굴 되는지 검색해보라니까....... 검색. 아아아! 이 녀석이로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워서 SNS에서 대스타가 된 일본 고양이가 있다. 나도 녀석이 너무 귀여워서 SNS 팔로하고 그랬는데 그 녀석이 바로 브리티시골드 이 종이 아닌가! 아니 내가 꿈꾸던 바로 그 고양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일주일. 완전 개냥이에 너무 귀여워! ㅠㅠ 내가 녀석 때문에 계속 웃는다. 소심한 막냉이(가 아닌 막냉이)는 처음엔 하악질 하고 도망 가기 바쁘더니 어제오늘은 이 녀석하고 뛰어다닌다. 꽁치 오빠는 어느덧 잊은 듯....(다행이야... ㅠㅠ) 3호는 3호 나름대로 이 녀석이 자기 자리 차지할까 봐 경계하느라 꽁치를 잊은 거 같다(그것도 다행이야....) 근데 너무 어처구니 없는 건 집사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랑 막냉이 핑계 대고 아깽이 데리고 오자더니 종일 이 녀석이랑 놀고, 밤에도 얘 데리고 잔다....? 막냉이 준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숏만 예쁜 줄 알았더니 브숏 너무 예쁘다고 환장. 결국 한 마리 더 키우고 싶다.........
그렇게 해서 지난 일요일에 또 한 녀석을 데리고 왔다.... 나도 집사2도 미쳤나보다. 집사2왈. 내가 푸코 들어오고 나서 계속 웃는다나. 나 이제 책 볼래! 하면서 방에 들어가던 사람이 거실에서 들어가질 않는다나....... 아... 그래서 내 9월 한 달 독서량이 현저히 떨어짐....? (그건 아니고 꽁치 죽음 이후로 한동안 거의 못 읽음).
막냉이 밑에 꼬물이 둘 이름은 푸코와 한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사2가 지었다. 푸코 못 알아듣는 사람한테는 그냥 푸드코트 줄인 거라고 말하겠다는데.... 아니 진짜 이 녀석 먹성이 장난이 아니다. 아닙니다. 우리 푸코는 POU de COURT 입니다. 귀족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6+1=7. 근데 푸코와 한나가 수컷 암컷이라.... 더 늘까...? 아닐까? 고양이를 잃어서 많이 울었고, 고양이를 얻어서 많이 웃는다. 인간에겐 고양이가 처방이다.

울 애기 보고싶다..... ㅠㅠ
꽁치야, 새 동생이야.....

푸코입니다. 푸드코트. POU de COURT ㅋㅋㅋ 처음 데리고 온 날. 9월 20일. 태어난 지 두 달째.

분명... 요렇게 작았단 말이죠?

조 꼬맹이가 방묘문 열고 나올 기세.....

우리집 책방은 책방이 아니여.. 입소하는 고양이들 적응&훈련소가 된 지 오래.

너무 나오고 싶어해서 형/누나 다른 방에 가두고 이 녀석만 거실에 나오게 했습니다....

꺄하하........ 한 손에 잡히는, 푸른 눈이 매력적인 푸코. (크면 눈 색깔이 달라진다네요.)

방문 열어놓는 시간이 많아졌더니... 헉 이 녀석! 벌써 형아/누나 밥 먹기... 안 돼! (넌 키튼 사료 먹어야 하는데....)

그 이후... 며칠 사이 폭풍 성장... 아주 그냥 처음부터 여기서 살던 분인 줄......

"아 자는데 찍지 마요......."

꺄..... 곰돌이보다 더 귀여운 곰냥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무시는 중

내 고양이지만 너무 귀여워!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떨어진 거 아님. 자는 거임. ㅋㅋㅋㅋㅋㅋ

왜요, 나 멀쩡할 때도 있다구요.

요렇게 이쁜 거 많이 찍어달라구요!

울집에 온 지 일주일+이틀인데... 이젠 그냥 날라다님. 벌써 캣타워도 올라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찮은 이빨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나는 집에 온 지 오늘이 이틀째라 아직은 얌전... 근데도 벌써 집사들이 다가가면 그릉그릉그릉그릉. 예뻐. (한나는 엄빠 둘 다 브리티시인 브리티시실버라는데 노르웨이숲 좀 섞인 거 같다....? 이젠 나도 품종묘 대충 알게 됨)

한나는 보호소에서 너무 커버릴까봐 안 먹였는지 너무 작아서... 열심히 먹이는 중. (열심히 먹더라)

울집에선 푸코랑 한나가 책방에서 함께 밥을 먹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하......냥들에게 점령당한 내 책들이여.... 포기다. -_-;;

푸코, 한나! 너희들 좀 친해졌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리하는데 발밑에서 흥분한 푸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푸드코트 녀석!

울 애기 폰배경하실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찮미 당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