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에 알라딘 중고로 책 몇 권을 샀다. 이디스 워튼의 <암초>가 알라딘 직배송 중고로 올라왔기에 이 책을 담으면서 알라딘 직배송 중고로 올라와 있는 대산세계문학 시리즈 중 몇 권을 더 담았다. 거기에 골드문트 님이 예전에 재미있다고 추천하신 마크 트웨인 <얼간이 윌슨>도 마침 중고로 있기에 아싸~ 하고 담았다. 그리고 주말, 토요일 아침에 기분 좋게 내려마시려고 새로 출시된 알라딘 커피, 그것도 무려 내가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만델링 계열의 원두, <인도네시아 와하나 만델링> 200g도 주문했다. 이것은 바로 4월 13일 수요일에 주문한 목록이다.
그러니까 이것이 나의 이상적인 주문 목록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알라딘으로부터 곧 메일이 도착했다. 내가 주문한 마크 트웨인, <얼간이 윌슨>의 상태가 너무 나빠서 배송이 불가하다면서 환불을 해줬다(주문 시 상품 상태는 ‘중’이었다). 나머지 상품은 그대로 배송해주겠노라며.
아까웠다. 사실 <얼간이 윌슨>은 이상하게도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인지 지난번에도 한 번 중고로 구매했었는데, 그때도 똑같이 상태가 좋지 않아 환불해준다면서 얼간이만 취소하고 환불해 준 적이 있다. 얼간이 윌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왜 얼간이 윌슨만 상태가 계속 좋지 않은 것인가? 결국 나는 얼간이 윌슨이 만나고 싶으면 새 얼간이 윌슨으로 만나야 하는 것인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중고 얼간이 윌슨을 일단 포기했다.
목요일 배송이 왔다. 목요일은 퇴근 후 늦게까지 영화를 보고 집에 들어간 터라 피곤해서 알라딘 택배 상자를 뜯어보지 않고 잤다. 그리고 금요일 퇴근 후 알라딘 택배 상자를 뜯어본 나는.....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는데....! 택배 상자를 열어보고 진심으로 멍해졌다. 이게 뭐지???
택배 상자에는 <반고흐의 누이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원서), <웨이퍼페이퍼 플라워 케이크> 그 외 사은품 2종(유리 문진, 명화바닥머그)이 들어 있었다. 잠깐 나는 그 와중에 알라딘 이웃 중 누가 내게 선물을 보냈나 싶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칫국 한사발) 아니, 도착한 책들이 너무 내 취향 책이 아니라서, 내게 선물까지 할 알라딘 이웃이라면 이런 책을 내게 보내지는 않을 텐데 싶어졌다.

이게 대체 무엇????? 이 황당함을 알라딘에 알리려고 급하게 찍은 사진- 자세히 보면 그 와중에 우리 냥이들이 흘린 사료 알갱이 보인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명백히 알라딘측의 오배송인데, 오배송을 해도 뭐 이렇게 심하게 오배송을 하는지... 게다가 그 바람에 토요일 아침을 만델링 커피로 기분 좋게 시작하려던 내 꿈은 깨져버렸어. 그리고 내 중고책들은 어디로 간 거야? 다시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거야? 다른 사람이 채 간 거 아냐? 아아아. 너무 순간 화가 나서 알라딘에 1:1 문의를 분노의 마음을 담아 격하게(?) 보냈는데, 오늘 도착한 알라딘의 답은 참 평화롭기(?) 짝이 없다.
회수는 CJ대한통운에서 방문 예정이며. 1-2일내 방문 하니,
포장하신 물품은 기사님 내방 시 전달 부탁드립니다.
물품 입고 확인 후, 결제 수단으로 전체 취소 예정이며,
입고 확인까지 시일 소요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기요, 그러니까 내 중고 책하고 원두는 어떡할 거냐고요!! 아, 진짜 뭐 이런 얼간이 윌슨스러운 일이 다 있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