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롱상자 재고 처리용 아냐……원하는 책 2권 재배송”
지난 5월 발표된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 결과를 놓고 일부 3등수상자들로부터 “독자를 우롱한 처사”라며 빗발치는 항의를 받은 창비가 6월 1일 잠자일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3등수상자 전원에게 원하는 책 2권을 재배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창비세계문학팀 팀장 양 모씨(18세)는 3등 상품인 창비세계문학 2권(랜덤)을 발송한 이후에 당선자들의 블로그와 인스타 등 여러 경로로 독자 후기를 모니터링한 결과, 만족하고 감사한 독자도 있었던 반면, 폴스타프, 잠자냥, 다락방, 단발머리 등 일부 극렬 알라디너들을 중심으로 창비가 전한 상품과 전달 방법, 구색 등에 강하게 비판을 제기한 이들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양 씨는 먼저 두 가지 오해를 풀고자 한다며 입을 열었다. 첫째 상품 발송 시기와 방법에 관해서는 “5월 8일 저녁 당선자 발표 뒤 주말을 지나 5월 11일부터 2~3주 안에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상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총 서른 네 명의 당선자에게 주소를 묻는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기까지의 시간, 상품 준비와 포장 및 발송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통상 걸리는 시간이며 다른 이벤트에 비해 아주 늦은 것은 아니다.” 말함으로써 폴스타프 씨(42세, 남)의 “5월 8일 결정된 사안을 21일까지 질질 끌었다면 최하 시말서, 보통 징계에다가, 최고가 사직섭니다. 얄짤 없어요. 이 회사 경품잔치 담당자들은 무사했을지 참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가벼운 시말서 수준에서 그쳤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진심어린 우려에 정면으로 반박, 창비 직원 가운데 누구도 징계를 받은 이가 없음을 밝혀 장내를 한때 훈훈하게 만들었다. 다만 “사전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충분히 안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이어 “커다란 상자에 책만 덩그러니 보내 마음이 상하셨을 분들(폴스타프 씨)께도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이어 양 씨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제의 책 선정 해명에 나섰다. 양 씨의 말에 따르면 <죽음>과 <고뇌> 두 권은 3등 수상자들이 생각하듯이 죽음과 고뇌나 먹고 떨어지라는 의미가 아니었다며 “이벤트 진행한 마케팅팀 담당자로부터 창비세계문학의 문을 연 가장 상징적인 작품 1권, 그리고 그동안 창비세계문학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작품 1권 이렇게 의미 있는 작품 2권을 골랐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히며 “이미 가지고 계신 책이라면 창비세계문학을 잘 모르는 주위 분들과 나누실 수 있으리라는 바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2권 모두 꾸준히 중쇄를 찍는 작품으로, 일부 당선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재고 처리용이 아니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평소 세계문학 고전에 조예가 깊고 리뷰대회에 응모해주실 만한 독자 분들의 취향을 좀 더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사과와 감사의 의미로 3등 수상자 전원에게 랜덤이 아닌 “원하시는 창비세계문학 도서 2권을 지정하시면 발송해드리도록 하겠다.” 밝혀 기자회견에 참석한 3등 수상자들을 술렁이게 했다. 특히 “기존에 받으신 상품은 다시 보내주실 필요는 없다”라는 말에 지금까지 <죽음>과 <고뇌>를 소 닭 보듯 하던 3등 수상자들 사이에서 한때 “개이득”이라는 말이 여러 차례 오가기도 했다. 특히 “창비 굿즈세트를 받지 못하신 분도 말씀해주시면 함께 보내드리도록 하겠다.”는 말이 나오자 폴스타프 씨는 기자회견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폴 씨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실 나만 굿즈를 주지 않아서 기분이 몹시 상했다. 같은 3등이라도 급이 다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맨 꼴찌라는 생각에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술맛도 예전 같지 않더라. 두꺼비도 쳐다보기 싫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의혹이 말끔히 해소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창비는 끝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다음 이벤트 때는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겠노라 약속했고, 창비세계문학에 보여주신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3등 수상자들은 “창비가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나올 줄은 몰랐다.” “마치 꿈만 같다.” “집단지성, 아니 집단지랄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았다.”며 창비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폴스타프 씨는 “창비 회사에 우리말 사전이 네 종류가 있다. 권 수로는 아홉 권인가 그렇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 사전에는 하나같이 ‘반성’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드디어 반성이 등재된 모양”이라며 회한에 젖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3등 수상자들은 또한 “지랄로 얻어낸 듯해서 좀 쑥스럽지만 모두가 원하는 책 2권을 받을 수 있다니 무척 기쁘다”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리뷰대회에 유일하게 본명으로 참여한 다락방 씨(24세, 여)는 1인 시위를 제안했던 잠자냥 씨와는 별도로 창비를 상대로 음지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여 이와 같은 극적 타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밝혀져 크게 주목 받고 있다. 다락방 씨는 창의연(창비에게 정의를 기억하게 하는 연대) 이름으로 화염병을 제작, “나에게 <고뇌>와 <죽음>만은 피해주기 바란다. 가급적 <주군의 여인> 아니면 <대위의 딸>을 모시고 싶다. <떼레사와 함께> 마지막 오후를 보내도 좋다. <미하엘 콜하스>와 <패니와 애니>도 나와 동참할 것이다.”라는 장문의 편지를 담아 창비 본사에 여러 차례 투척했다고 한다. 화염병 제조 시 사용한 소주병은 두꺼비마니아 폴스타프 씨가 80여 개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적극적인 화염병 세례로 인해 다락방 씨는 가장 먼저 <주군의 여인>을 모시게 됐으며, 공교롭게도 잠자냥 씨 또한 <주군의 여인>을 모시고 싶다고 창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발머리 씨는 창비의 제안에 처음에는 까탈스럽게 거절해볼까 싶었지만 곧 생각을 바꿔 <빌레뜨>를 집안에 들여놓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으며 두꺼비 마니아 폴스타프 씨는 주정뱅이답게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를 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리뷰 대회 참여자 우롱 및 기만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선언했던 잠자냥 씨(20세, 여)는 5월 29일이 되도록 우롱상자조차 받지 못하자 지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잠자냥 씨는 다음과 같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함께 고뇌와 죽음을 의미하는 검은 복장 차림으로 창비서교빌딩 앞에 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죽음과 고뇌이라
빈 상자 덩그러니 그 더욱 처량구나
두어라 이 둘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그러나 5월 30일과 31일은 창비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주말이라는 점에서 1인 시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잠자냥 씨가 48시간 동안 혼신을 다해 서 있었다고 주장하는 창비서교빌딩 앞 지역은 CCTV사각지대라 그 어디에서도 잠자냥 씨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근 편의점 CCTV를 확인해 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잠자냥 씨의 실체에 의혹을 제기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는 “잠자일보에서 특종이라고 소개했던 내용 자체가 잠 씨의 기획이다, 잠 씨는 사실 창비관계자다. 창비세계문학 홍보판을 키우려고 처음부터 그런 여론몰이를 한 것이다. 의도가 있다.”며 그 증거로 잠자냥 씨가 유독 아직까지 선물을 받지 못한 게 무얼 뜻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잠 씨는 창비관계자가 틀림없다, 지금도 잠 씨는 2권씩 새로 받고 리뷰를 써 올리면 창비에게 보답하는 일이 아니겠냐며, 책을 받은 3등 수상자들에게 리뷰 쓸 것을 종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잠자냥 창비관계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 관련 사태는 모두가 훈훈한 가운데 일단락되는 형국이지만 잠 씨를 중심으로 잠자냥 창비관계설, 잠자냥 큰그림설, 잠자냥 매트릭스설 등이 피어오르고 있어, 이 또한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런 소식을 접한 잠자냥 씨는 “무슨 소리냐, 내가 바로 열혈 창비마니아다. 이 모두가 창비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창비로부터 단 1원도 받은 게 없다. 창비관계자는커녕 창비가 어디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해 1인 시위를 철석 같이 믿은 폴스타프 씨를 비롯한 3등 수상자들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잠 씨는 오늘도 창비세계문학 독려 운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잠 씨의 태도에 일각에서는 “사람이 책 2권 받았다고 저렇게 손바닥 뒤집듯 태도가 달라진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놈은 창비 아니 읽었느냐
저 너머 저리 긴 글을 언제 읽으려 하나니
잠 씨가 창비마니아임을 주장하며 내놓은 증거. 2번째 마니아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첫 번째 마니아는 폴스타프 씨 추정).
끝으로 이 사태를 통해 ‘집단지랄’의 힘을 깨달은 창비세계문학 독자들은 평소 똘스또이, 도스또예프스끼, 레오뽈도 알라스 끌라린, 돈끼호떼, 안나 까레니나, 알렉산드르 블로끄, 지나이다 니꼴라예브나 기삐우스, 꼰스딴찐 드미뜨리예비치 발몬뜨, 발레리 야꼬블레비치 브류소프,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블로끄, 안나 안드레예브나 아흐마또바, 오시쁘 예밀리예비치 만젤시땀, 마리나 이바노브나 쯔베따예바, 쎄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 벨리미르 흘레브니꼬프, 블라지미르 블라지미로비치 마야꼽스끼,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빠스쩨르나끄, 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뚜셴꼬, 안드레이 안드레예비치 보즈네센스끼, 벨라 아하또브나 아흐마둘리나, 이오시프 알렉산드로비치 브로드스끼처럼 유독 특유의 맞춤법을 줄기차게 고집해온 창비에게 오늘날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바른 표기 제안 성명서를 내고 창비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어 또 다시 창비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opyleft ⓒ 잠자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니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