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발표된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 수상자들이 대거 수상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두 달 동안 치러진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는 총상금 282만 8500원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달고 시작, 총 참여자가 11만9천명에 이르는 등 독자의 뜨거운 관심 아래 진행되었다. 그러나 ‘282만 8500원’이라는 상금은 현금이 아니라 그에 준하는 상품이어서 시작부터 잡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1등(1명) 창비세계문학전권(1권~78권), 2등(3명) 문화상품권 10만원, 3등(30명) 창비세계문학 2권(랜덤) 증정이었던 바, 3등 수상자 30명이 상품을 받아본 뒤 “독자를 우롱한 처사”라고 항의하며 “창비불매운동”에 속속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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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리뷰대회가 수상자를 우롱한 처사라고 지탄받고 있다.
수상자 발표일인 5월 8일보다 한참 지난 5월 21일에야 문제의 상품을 받아본 3등 수상자 폴스타프 씨(42세, 남)는 창비 이름으로 라면박스보다 더 큰 상자가 와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고 한다. 3등은 랜덤으로 두 권 증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실망했으나, 라면박스보다 큰 상자를 보고 그런 실망은 말끔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두꺼비마니아 폴 씨는 상자 안에 창비굿즈가 들어있을 줄 알았다며 그 굿즈를 팔아 소주라도 사마실 계획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박스 개봉과 함께 기대는 무참히 깨진 것으로 알려진다. 상자 안에는 폴 씨가 그토록 싫어하는 고전 작품 중의 하나인 괴테 <젊은 베르터의 고뇌>와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달랑 두 권, 아무런 완충재 없이 덩그마니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상품을 받고 허탈감에 빠져 그날 소주 4병을 마시고 부부싸움 직전까지 갔다는 폴 씨는 여전히 무력감에 시달린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폴 씨는 “제가 지금 빌어먹고 사는 회사가 네 번째 회산데요, 네 군데 다, 5월 8일에 결정이 된 사안을 21일까지 질질 끌었다면 최하가 시말서고요, 보통이 징계에다가, 최고가 사직섭니다. 얄짤 없어요.”라며 “이 회사 경품잔치 담당자들은 무사했을지 참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가벼운 시말서 수준에서 그쳤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오히려 리뷰 대회 담당 직원을 걱정하는 아량을 보여 주위를 감동케 했다.
한편 이 대회에 유일하게 본명으로 참가한 3등 수상자 다락방 씨(24세, 여)는 자신은 애초부터 2등을 노렸다고 고백해 그 겸손한 태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78권 가운데 중복되는 책도 이미 많고, 놓을 공간이 없어서 1등은 되도 고민”이었다며 그럴 바에는 “문화상품권 10만원을 받아 원하는 책을 사겠다”며 야심차게 2등을 노렸다고 고백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잠자냥 씨(20세, 여) 또한 실은 똑같은 이유로 자신도 2등을 목표로 삼았다며 털어놓았고 폴스타프 씨 또한 “재수없이 1등하면 여든 권이 올 텐데 가뜩이나 좁은 책장을 어떡해야 하나, 걱정은 좀 했다”고 털어놓아, 대부분의 응모자가 애초부터 1등을 기피하는 기이한 리뷰대회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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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본명으로 참가한 다락방 씨가 주목을 받고 있다
폴스타프 씨의 언박싱을 지켜본 다락방 씨는 그의 상자에서 <젊은 베르터의 고뇌>와 <이반 일리치의 죽음> 두 권이 나오는 광경을 보고 크게 경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너무 빡쳤어요.”라고 운을 뗀 다락방 씨는 “만약 저 두 권이 저한테 온다면... 진짜 아오....”라며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윽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는 저 두 작품 좋아하긴 하지만, 둘 다 읽었고 가지고도 있거든요. 그런데 저 두 권이 저한테 왔다면 저도 분노의 페이퍼를 쓰게 됐을 것 같아요. 아오. 저는 아직 못 받았어요. 아오. 어떡하죠. 저렇게 두 권 오면 어떡하죠. 진짜 아오 이럴까봐 3등하기 싫었어요. 저는 2등 하고 싶었다고요! 출판사가 주는 대로 두 권을 가져야 한다니. 너무 자유가 없잖아요. 주는 대로 2권을 받아야 한다니, 이럴 거면 1등이 낫지 뭡니까!”라며 연신 아오를 남발하며 크게 격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레샥매냐 씨(30세, 남)는 이 같은 폴스타프 씨의 경고에도 아랑곳 않고 창비로부터 택배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불타는 금요일 모든 행사를 뒤로 하고 집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랜덤’이니 설마 똑같은 책을 보내지 않았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완전히 어긋나 폴스타프 씨와 똑같은 라면박스보다 더 큰 상자 안에는 걸레 같은 표지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와 <이반 일리치의 죽음>가 죽은 듯이 고뇌하며 담겨 있었다고 한다. 레삭매냐 씨마저 이런 창비 우롱상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단발머리 씨(23세, 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주소를 조금 전에 보냈다” “작은 희망을 갖고 있다”며 여전히 희망의 끊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직 창비 우롱상자를 받지 못한 다락방 씨를 비롯, 잠자냥 씨도 마찬가지라는 후문이다.
이런 사태를 견디다 못한 잠자냥 씨는 “진짜 부탁한다. 3등 수상자는 다른 두 권을 보내 달라. 알라딘은 지금 <젊은 베르터의 고뇌> <이반 일리치의 죽음> 때문에 원성이 자자하다”는 내용의 자필성명서를 창비에 직접 전달했으나 창비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잠자냥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창비 리뷰대회에 참여한 11만 명에 이르는 독자들은 대부분 평소 꾸준히 이 시리즈를 사 본 열혈 독자들일 것이라며, 그러한 독자들에게 <젊은 베르터의 고뇌>와 <이반 일리치의 죽음>등 누구나가 이미 읽었을 법한 기초 중의 기초에 속하는 책을 보낸 창비의 무성의함을 질타했다. “3등상을 수상한 독자에게 랜덤이 아닌, 선택권을 주었더라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 잠자냥 씨는 창비가 만일 자신에게도 <젊은 베르터의 고뇌>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보낸다면 앞으로 창비세계문학시리즈 보이콧을 비롯해 리뷰 대회 참여자 우롱 및 기만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앞에서 벌일 것이라며 창비 측의 ‘랜덤’의 사전적 정의에 대한 해명과 함께 본 리뷰대회가 애초부터 ‘재고털이’용은 아니었는지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잠자냥 씨의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의 뜻을 밝힌 다락방 씨를 비롯한 익명의 3등 수상자들은 ‘창의연’(창비에게 정의를 기억하게 하는 연대)를 설립하고 단체 행동에 들어갈 것을 다짐했다. 한편 환경연대는 라면박스보다 더 큰 상자를 사용한 창비 측에 명백한 과포장 환경파괴라며 소송을 준비 중이며, 사단법인 괴테연합회와 톨사모(톨스토이를 사랑하는 모임)는 창비 측이 고인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이런 졸속 행사를 마련, 두 대문호의 작품을 파렴치하게 이용해 작품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며 명예훼손혐의로 고발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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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씨의 자필성명서
이런 가운데 창비세계문학시리즈 표지가 걸레짝 같다, 아니다 그것은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빈티지 고유의 멋이 드러나는 표지다, 갑론을박하며 때아닌 창비표지 걸레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태에도 평소 똘스또이, 도스또예프스끼, 레오뽈도 알라스 끌라린, 돈끼호떼, 안나 까레니나, 알렉산드르 블로끄, 지나이다 니꼴라예브나 기삐우스, 꼰스딴찐 드미뜨리예비치 발몬뜨, 발레리 야꼬블레비치 브류소프,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블로끄, 안나 안드레예브나 아흐마또바, 오시쁘 예밀리예비치 만젤시땀, 마리나 이바노브나 쯔베따예바, 쎄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 벨리미르 흘레브니꼬프, 블라지미르 블라지미로비치 마야꼽스끼,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빠스쩨르나끄, 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뚜셴꼬, 안드레이 안드레예비치 보즈네센스끼, 벨라 아하또브나 아흐마둘리나, 이오시프 알렉산드로비치 브로드스끼처럼 유독 특유의 맞춤법을 줄기차게 고집해온 창비 측은 평소의 그 태도처럼 여전히 고집스럽게 무대응으로 일관, 빈축을 사고 있다. <Copyleft ⓒ 잠자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니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