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는 이름의 행복 - 초보 아빠들이 알아야 할 육아의 모든 것
오주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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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넷아이] 라는 육아교육과 관련한 사이트가 있다. 
내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연이 때문이다.  어려서 부터 책을 좋아했던 주연이었지만, 배넷아이에서 나온 책은 유난히 더 좋아했다.  보고 또 보고 수십번을 봐서 책이 너덜너덜 뜯어질 정도였다. 사이트에서 학습과 연계된 동영상도 좋아했고 간단한 게임도 많이 즐겨했다.  그래서 엄마인 나에게 배넷아이는 지금까지도 후한점수를 받고 있다.  7세 이하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여서 진작에 졸업했지만, 지금도 배넷아이에서 오는 메일을 받아보며 좋은 책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구매를 해서 조카들에게 선물도 하고, 친구들에게 소개도 하고 열혈팬을 자청하고 있다.

지금도 배넷아이에서 메일을 보내오는데, 아침에 이메일을 체크하면서 배넷아이에서 온 메일이 있으면 제목만 보고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내용을 열어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지곤 한다.  공지의 글을 시작하기 전에 오프닝 글이 짧지 않은 글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따뜻한 글들로 마음을 충전시켜주기 때문이다.  

그 배넷아이의 운영자가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오주협 작가이다.  
이메일을 통해 저자의 가족사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 책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들어있다. 
솔직하고 때론 뭉클한 이야기에 코 끝이 아프게 시려온다.  어려서 부터 친구해온 외로움과 정에 굶주린 한 소년이 자꾸 눈에 밟힌다.  일곱살때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두번째 새 엄마 그리고 세번째 새 엄마.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아버지.  결코 순탄치 않았던 저자의 어린시절이다.  20대 때는 자살까지 행동에 옮길 정도로 사람이 치닫을 수 있는 극한의 단계에 까지 가봤던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구원자가 나타났다.  그 사람이 지금의 아내이다.  이 책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계속 나온다.   한번 만나서 친하게 지내보고 싶을 정도로 지혜롭고 현명한 아내다.  한없이 따뜻한 사람으로 넒은 아량을 가진 아내다.  아내와 두딸들을 통해 사람이 되고, 살아갈 힘을 얻으며, 사랑이라는 걸 알아가고, 행복이라는 걸 경험한다.  가족을 통해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가끔 내가 쓴 글을 친하지 않은 혹은 잘 모르는 사람이 읽을 때가 있다.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알몸을 들킨 것 같은 창피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헐벗은 채로 세상을 활보하는 느낌이 든다.  쥐구멍이 있다면, 얇은 천조각이라도 있다면 냉큼 받아 알몸을 가리고 숨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펴내면서 그것보다 더한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싶다.  그 정도로 밝히기 힘든 가정사를, 숨기고 싶은 가정사를 모두 공개한다.  자신안에 남아있는 분노를 용서되지 않는 미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직 살아계시는 아버지를 아직 용서하지는 못하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진실한 글이어서 진심이 충분히 우러나서 깊은 공감을 했다.  글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아내와 두 딸을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가 느껴지고 진심이 와 닿아서 내 남편을, 내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게 만든다.  남편과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고 열린마음으로 기꺼이 함께 하고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소설책도 아닌데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쏙~  빠져들어 읽었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별 다섯개 이상을 주고 싶은데 참으로 아쉽다.  


p.s : 아직 몰랐던 분들을 위해 여기 사이트 주소를 적어놓아야 겠다. 
http://www.beneti.com   (자판에 있는 shift 를 누르고 클릭을 하면 새로운 창에서 열림. ^^)
비영리 사이트이며,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이다.   간편한 회원가입만 으로 올려져 있는 모든 콘텐츠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아주 유용한 사이트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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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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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저마다 상대적인 것들이 존재한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빛과 그림자,  깨끗함과 더러움, 부자인 사람과 가난한 사람,  공부를 많이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사람,  집이 있는 사람과 월세 조차도 구하기 힘든사람 등 상대적인 것들은 참 많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은 가난하고 못 배우고, 집도 돈도 없는 최빈곤층 사람들 이야기다.  그들이 가진 거라곤 가족 중에 한 명 쯤은 속 썩이는 구성원과 먹여 살려야 할 부양가족이 있다는 거다.  ’꽃섬’ 이라 불리우는 쓰레기 매립지가 있다.  매일같이 몇 대의 트럭이 쏟아내고 가는 쓰레기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사람을 거쳐간 모든 것들이 그 수명을 다하고, 여러 쓰레기통을 돌고 돌아 한 곳으로 모인다.  그 모든 쓰레기의 집합장소가 꽃섬이다.  꽃섬이 쓰레기들의 종점이다. 

우리는 가끔 걸인을 볼 때가 있다.  우연히 지나는 거리에서 마주칠 때도 있고,  도로 한쪽에서 동냥 하는 거지를 볼 때가 있다.  근처에 가면 거지가 풍기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있다.  그런 냄새의 수백배쯤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 수백배의 독가스와 사람의 몸 여기저기에 붙어서 윙윙 거리는 파리떼.  파리떼라고 하기엔 표현이 부족해 보이는 시꺼먼 덩어리들이 늘 산재해 있는 곳이 꽃섬이다.  

그런 곳에서 사람이 산다.  꽃섬에 사는 사람은 도시에서 쫓겨난 사람이다.  쫓겨났다기 보다는 돈이 없어 그 속에 못 들어간 사람이다.  한끼 끼니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쓰레기장에서 나오는 물건으로 먹고, 입고, 눈비를 피하며 잘 곳을 해결한다.  매립지에서 내다 팔 고철이나 플라스틱, 종이 등을 모아서 돈과 바꾸며 돈 벌이를 한다.  이 매립지도 레벨이 있다.  그 레벨은 돈이 되는 물건이 어느정도냐에 따라 나뉜다.  물론 돈이 되는 물건이 많은 ’개인차 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이든 남보다 좋은 것을 취하기 위해선 대가를 치뤄야 하는 법이다.

세상은 점점 더 살기 편리해지고, 뭐든 빨라지고 있다.  편리함과 삶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물건들을 계속 만들어 낸다. 
신기하고 편리한 물건이 많아질 수록 버려지는 쓰레기도 많아졌다.  더 나아가 인간의 편리와 필요에 의해서만 소비를 하는게 아니다.  체면을 위해서도 소비를 한다.  욕망과 끝없는 욕심이 사치와 또다른 소비를 부추긴다.  이웃사람과 비교해 더 행복하기 위해, 체면을 차리기 위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경쟁하듯 물건을 사들인다.  

사람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물건들 때문에 환경은 상대적으로 희생 당하고 있다.  그러나 대지는 묵묵히 받아준다.  몇 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1회용품들.  플라스틱, 비닐봉지, 깡통 등등.  멀쩡한 것들도 싫증나서, 필요없어져서, 넘쳐서 버리는 물건들로 산을 이루고 섬을 이룬다.  꽃섬이 계속 늘어가는 한 지구촌 곳곳에서 사람이 설 곳은 점점 더 줄어든다.  

옛날을 떠올려 보면 하늘과 땅 차이라는게 느껴진다.  옛날엔 사람이 먹고 버린 음식은 짐승을 먹였다.  사람이 배출해낸 오물은 거름으로 사용했다.  썩지 않는 물건은 만들지도 않았다.  필요에 의해서만 만들고 사용했다.  버린 것들도 고쳐서 다시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고 또 많이 버린다. 

(중략) 내가도시 외곽의 쓰레기장에 주목한 것은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보다 더 많은 생산과 소비는 삶의 목적이 되었고 온 세계가 그것을 위하여 모든 역량과 꿈 까지도 탕진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풍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 외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매우 낯익은 세상이다.  지옥 또는 천국처럼 낯선 것이 아니라 너무도 일상적으로 낯익게 되어버린 것이다.(중략)

쓰레기 매립지라는 장소는 낯선 풍경이지만, 그 의미가 내포하는 세상은 낯익은 세상이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도 그곳이니까.  너무나 평범하고 정상적이리만치 낯익은 세상 한 가운데에 내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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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다 - 더 큰 나를 위해
박지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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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두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재능이 뛰어나 큰 노력없이 자기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
신이 별다른 재능은 주지 않았지만 성실함과 노력만으로 성공에 이른 사람.

박지성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어렷을 때부터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그에게는 어려움이 많았다.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체력적으로 좋은 조건도 갖추지 못했다.  축구인으로서 그다지 크지않은 평범한 키와 축구를 하기엔 부적합한 평발을 가졌다. 

그런 악조건을 가진 몸이지만 축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가 축구에 관해 남들 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은 식지않는 열정과 남다른 성실함 이었다.  이 두가지가 그를 훌륭한 축구선수로 만들었다.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그를 응원하고 칭찬한다. 

처음 꾸었던 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였다.  그 뒤로 그 꿈은 세계로 눈을 돌리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월드컵 국가대표 (한국) → 교토 퍼플상가 (일본) → 에인트호번 (네덜란드) → 맨유 (영국) 

그가 꾸었던 행동하는 꿈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그의 강점인 열정과 성실함 덕분이었다.  
남과 경쟁하는 일은 어찌보면 쉬울 수도 있다.  상대방의 불운으로 별다른 노력없이 경쟁에서 이기는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과의 경쟁에서는 그런 운이 주어지지 않는다.  다른 이는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은 속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경쟁자나 라이벌을 목표로 싸웠다면 지금의 그는 없을지 모른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만족과 목표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꿈을 실현하기까지는 여러 장애물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축구.  학교에서나 주위 사람들에게 실력을 인정 받고 있었지만, 선뜻 그를 데려가겠다는 대학이나 프로팀은 없었다.  그러다 명지대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허정무 감독의 발탁으로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다.  그리고 거스 히딩크 와의 만남.  허정무 감독과 히딩크 감독의 만남은 박지성선수에게 있어서 큰 터닝포인트가 된다.  그간의 노력이 증명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두 감독들의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일본과 네덜란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맨유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성공한 그가 만들어진 것이다.  초반 네덜란드에서 팬들의 무시와 야유, 마시던 맥주잔을 집어던지는 등의 굴욕은 한동안 그를 우울하게도 만들었지만, 천성적으로 긍정적인 그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로 그들에게 대답했다.  변명하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으며 ’행동’으로, ’팀의 승리’로 그들의 마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
서른이 된 나에게 다른 꿈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난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았습니다.  지금 또 미심쩍게 바라본다면 난 또 보란듯이 보여줄 것입니다. 난 항상 미래의 나를 믿어왔으니까. 그리고 내 꿈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


’두개의 심장’, ’산소 탱크’ 박지성은 자신만 1등을 하기 위한 축구를 하지 않는다.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안다.  자신의 골 욕심만을 채우려 하지 않고 골을 넣기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기꺼이 공을 넘겨준다.  축구 이외에 다른 어떤 스포츠가 그럴 수 있을까?  자신의 영광과 실적을 위해서만 달려간다.  사회도 마찬가지로 내 성과와 노력을 남을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더 빛나 보일 수 있게 하고, 인정받고 싶어 일부러라도 크게 요란을 떤다.  내 노력을, 내 성과를 남들이 다 알아차릴 수 있게.  그게 인지상정일거다.

그래서 그가 더 멋있다.  
작은 눈도 계속 보고 있으니 귀엽게 느껴진다.  
열심히 땀 흘리는 모습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노력하는 그가 진정한 사나이다.  진정한 멋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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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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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집어 들기전에 나 스스로 반문을 해본다.
"지금 나는 청춘인가?"
"나는 아직 젊은가?"
몸은 어떤가?  그럼 마음은?  그런 물음에 대답이 바로 나오질 않는다. 
한참 고민 후에도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어떤이는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이다. 이런 말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몸과 마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몸의 상태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많이 흔들리니까.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면 뭔가 새로이 시작하려는 불끈 불끈 열정이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십대를 코앞에 둔 내가, 나 스스로를 젊다고 말하거나 아직 "청춘"이라고 말하기엔 얼굴이 화끈거리고 젊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주설 용기가 없었다.  20대의 풋풋한 청춘이 아니어서 책을 읽어도 공감을 못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저만치 앞질러 가 있어서 책 읽는 걸 망설였었다.

하지만 첫 단락에 인생시계를 읽고서는 떳떳하게, 자신있게 책을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인생시계란 사람의 인생을 평균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80세의 전 인생을 총 24시간으로 했을 때. 
나는?  그대는?  현재 몇 시쯤을 살고 있을까 하는거다. 

11시24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이다.  
아직 오전이 끝나지 않은 시간이다.   이른 점심을 먹거나 점심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까닭에 "청춘"이란 기차에서 아직 내려설 생각이 없어졌다.

자!  계산기를 가져와서 계산해보자!  
결과가 나왔는가?  생각보다 이른 시간 아닌가?   ^^

20대의 싱그러움과 풋풋함. 뭘 해도 예뻐 보이는 그 시기를 나도 지나왔다.  어른들이 흔히 하시는 "그 때가 좋은 때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 된다.  나도 젊은 그들을 보면 하나같이 예뻐 보이기 때문이다.  때론 아픔도 겪고 시련도 겪을 테지만 대체로 본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십자가일 것이다.  그 고통들이 나중에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고 지혜가 되서 몸 어딘가에 차곡 차곡 축적 되고 있을터다.  다만, 그 심한 고통때문에 영혼이 많이 손상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얼마전 회사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그 중 [스트레스] 라는 주제로 받았던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교육 중에 자신의 스트레스를 체크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총 40점이 만점이었고, 점수가 낮을수록 좋은 거였다.  즉, 스트레스를 덜 받는 거였다.  
나의 점수는 14점으로 절반이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나름 안심하고 있었는데, 강사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정상인의 수치가 0점 ~ 5점 이라는거였다.  

300명 가량 모인 교육생들 사이에서 가장 낮은 점수, 가장 높은 점수의 사람을 알아봤다.  최고 점수는 30점이 넘는 사람이었고, 최저 점수는 4점짜리의 사람이었다.  최저 점수를 앞으로 불러 몇 마디 인터뷰를 하는데, 그 사람 얘기를 크게 두가지로 요약하면 운동 긍정적 사고였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운동을 하고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는 거였다.  책에서 나오는 모범 답안 같아 보였지만, 실제 주인공을 눈으로 보니 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봐서 그런가... 잘 웃는 모습과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 보기에도 매우 건강해 보였다.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한 사람.

불안하고, 막막하고, 흔들리고, 외롭고 그런 증상들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스트레스가 커져 우울증이 오고, 몸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이상없다고, 괜찮다고 나오는 유형들.  이 경우 모두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물론, 사회인이 받는 스트레스와 젊은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종류는 분명 차이가 있을거다.  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서, 답이 보이질 않아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아프고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중.고 시절 ’대학입학’ 이라는 한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리고, 대학은 다시 취직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최종 목적지처럼 보이는 사회에 나와서, 이제 끝일 거 같은 그들에게 사회는 매번 또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시련과도 견줄 수 없는 것이다. 
어느 누구든 자신의 인생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처음 사는 삶이기 때문에, 그 나이때에 겪는 과정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언제나 고만고만한 걱정스러움은 늘 존재하는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예를 든 경우가 대학생이어서 그들만을 위한 위로와 격려 같지만 내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며 듣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에게도 적용이 되는 내용이었다.  

청춘이 아니어서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말고 읽어보라고 적극 권해드리고 싶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서 1위 자리를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밑줄 긋고 싶은 내용도 많고 나를 다시 일어서 용기낼 수 있게 채찍질하고, 
때론 조금 나태해져도 된다고 어깨 두드려 주는 내용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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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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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또 만난다.  천명관 작가.  그의 첫 작품으로 접하게 된 책 <고령화 가족>이다.

’루저’라는 말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나온 뒤로, 한참 떠들썩 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단어다.  이 가족을 보면 자연스레 그 '루저'란 단어가 떠오른다.  전과5범의 기록을 가진 큰형 오한모, 영화감독으로 첫 작품을 크게 실패하고 인생까지 실패한 둘째 오인모, 두 번의 이혼경력을 가진 바람둥이 셋째 오미연.  또 싸가지 없는 미연의 딸 민경.  엄마 또한 만만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자식을 혼자 키우고 있는 한모아버지와 결혼해 인모를 낳고, 전파사 구씨와 눈이 맞아 자식을 버리고 가출 해서 딸 미연을 낳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평범하지 않은 엄마다.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이다.  어떤 집이든 한가지씩 우환이 있고 문제가 있지만, 이 처럼 가족 구성원 모두가 문제를 안고 있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세 명의 자식이긴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각기 다른, 이야기하기 복잡한 가족사를 가진 그들이 어느날부터 엄마와 함께 살게된다.  한모는 전과자로 직업 구하기가 변변치 않아 엄마와 살고 있고, 인모는 영화를 크게 말아먹고 재기에 실패한 뒤로 자살을 결심하다 "밥 먹으러 올래?" 하는 엄마 전화를 받고 두말 없이 집으로 들어온다.  막내딸 미연도 두번째 이혼을 하고 집으로 들어와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졸지에 실패한 인생이 되어 다시 모인 세 남매.  평균연령은 49세.  나이들어 엄마집에서 살면서 변변한 직업도 없고, 늙은 엄마의 벌이로 밥을 얻어먹는 신세가 되었다.  성장과정에서도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형제들은 다시 만나도 여전히 티격태격 이다. 

이 소설 초반에는 너무 한심스럽고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어?’ 하며 읽고 있는 나 조차도 한심스러울 정도로 실망했다.  그런 내용이었는데 별 다섯개를 준 이유는... 마지막에 나름 반전이 있어서였다. 

루저인생이면서, 콩가루 집안이던 이들에게, 희망이 안 보이던 이들에게 저마다의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하루 아침에 직업이 생기거나 하진 않는다.  형제의 조카인 인경이 가출하는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으로 인해 ’가족애’
라는 것이 조금씩 움트고, 가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갖게된다.  평소에는 나 말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들이다.  조카의 가출사건을 통해 나 아닌 다른구성원의 인생을 들여다 보게 된다.  그 계기를 통해 조금씩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들어서고, 그 깨달음이 씨를 뿌리고 꽃망울을 피우며 평범한 사람의 반열에 오르도록 만든다.  각 구성원이 누릴 수 있는 최선의 해피엔딩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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