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나는 도자기를 보는 방법을 하나 배웠고,
그것은 내 세상살이의 무슨 지침처럼
지금까지 뇌리에 새겨져 있다.
"도자기 진짜 가짜를 어떻게 구별합니까?"
초짜는 부끄러움을 감추고 물었다.
"그건 간단하지."
선생의 대답에 나는 귀를 세웠다.
"우선 그 골동을 사다놓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걸세."
아까운 돈을 투자한 도자기를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으면,
결국 싫증이 나는 것과 싫증이 안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

                                 - 윤후명의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 중에서 -



아무리 지켜봐도 싫증 나지 않는 것,
오랜 시간 곁에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인 것이다. 

도자기도, 그림도, 음악도, 글도...  그리고 사람에게까지도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래서 저자도 세상살이의 무슨 지침처럼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고 했나보다. 

우리가족이 한참 직소퍼즐에 미쳐(?) 있을 때, 여러작품을 그것도 1,000 피스 짜리로만 맞추는 작업을 했었다. 
주로 추운 겨울에 따뜻한 거실에서 잡담을 하며 맞추던 기억.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러 작품들 중에 주로 풍경화나 정물화의 종류가 많았고, 점차 명화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을 즈음에 선택한 명화.
바로 이 아이였다. 


처음엔 주연이도 보고, 어머니도 볼 거고... "넘 야한거 아냐?"  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마음의 결정을 하고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면서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드는게 그때 처음 느꼈더랬다. 

"
아~  이런게 명화구나!  이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거구나!"  

볼 수록, 시간이 갈 수록 더 좋아지는 것.  싫증 안나는 것.  오래 지켜보면 실체가 제대로 드러난다.

그때의 생각이 나서 더 크게 저자의 얘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림도, 사진도, 글도, 음악도, 도자기도 모든 것에 적용이 되는 문장!
바로 [오래 지켜보기]  이다.   나도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문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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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팩에 든 우유나 음료를 마시며 요 몇 모금 
홀짝 마시려고 마구 베어냈을 나무들에 생각이 미치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별볼일 없는 과자나 물건을 싼 지나친 포장지,
매일 배달돼 오는 선전 전단, 아무 흥미도 없는 홍보 잡지가 
실은 우리의 숨통을 막는 일에 앞장서고 있음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

                - 윤후명의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 중에서 -
 


저자는 또한 자신이 쓴 책도 다름아닌 종이여서 출판을 하면서도 나무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것 같다. 
e-book  이라는 시스템이 새로운 대체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고도 얘기하신다. 


종이에 대해서 이런 생각까지는 해보지 않았는데, 참 맞는 말이고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종이책이 없는 세상, 다이어리가 없는 세상, 휴지없는 화장실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나무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조금 더 희생을 요구하고 싶어진다.  
필요없는 낭비를 하지 말자는 입장에서는 절.대.찬.성 이다.

외국 도서의 경우 책의 질이 재생지(!) 같은 누렇고 거친 종이를 사용하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의 책들은 눈부실 만큼 환하고 부드러운 종이를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나무의 희생 관점에서 본다면 잠깐의 눈의 즐거움 뿐인 질 좋은 종이선택을 지양했으면 한다.  
이 기회에 책 가격도 조금 착해졌으면 좋겠고. ^^  뭐. 지금도 가장 저렴한 취미생활이 책이긴 하지만. ㅎㅎ

이 책은 외국도서 같은 질감의 재생지 느낌의 책이다.  말만 저리 해놓고 깨끗하고 질이 좋은 종이를 선택했다면 실망했을 텐데, 말과 행동이 같아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시크릿 가든, 김주원(현빈)의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ㅋㅋㅋ
"이 종이는 말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종이가 아니야~  난 당신들이 함부로 다뤄도 되는 그런 종이가 아니란 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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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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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  많은 독자들에게서 그 이름을 연호하게 만드는 힘. 이제야 알 것 같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나도 그 대열에 기꺼이 합류한다.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기분이 흡족하다.

열일곱살 너무나 어린 나이에 엄마와 아빠가 되는 길을 택했던 대수와 미라.  그리고 그의 아들 아름이는 지금, 예전에 젊은 부모의 나이인 꼭 열일곱살이 되었다.  아름이는 ’조로증’  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려있다.  남들과 같은 24시간을 살지만, 몸은 몇 배의 시간을 살아내, 열일곱살인 그의 생체 나이는 80세이다.  일분을 한 시간처럼, 하루를 한달처럼, 한달을 일년처럼 살아간다.  희귀한 병이라 치료방법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신체의 나이와 몸 속 세포들이 노화되고 퇴화되어 점점 기력을 잃어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합병증에 시달리며 점점 더 많은 약을 먹어야 했다.

(...)
나는 빨리 늙는 병에 걸렸지만, 세상 어디에도 늙음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걸 알았다. 노화도 병이라면, 그건 사람이 절대 고칠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그건 마치 죽음을 치료한단 말과 같은 거니까...
(...)


아름이의 소원은 열여덟살의 생일을 맞이하는 것이다.  아무도 아름이가 지금까지 살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아름이는  기적의 삶을 살고 있었다.  

병을 앓고는 있지만 아름이는 씩씩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였다.  학교를 가는 대신에 집에서 여러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남들이 갖고 있는 지식 그 이상의 것을 습득한다.  책을 읽는다고 모두 똑똑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건 아닐거다.  아름인 지혜로웠고, 유쾌하고 재밌게 사는 방법을 알았다.   침울해 있는 집안 분위기와 부모님의 기분을 바꿔주기 위해 재밌는 아이가 되기로 한다.  부모님을 위해 아름이가 해 줄 수 있는 전부이기도 했다.  

그런 아름이에게 친구가 생겼다.  친구라고는 장씨 할아버지가 유일했는데, 열일곱살의 동갑내기 소녀가 나타났다.  그 소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아름인 세상이 달리 보이는 걸 느낀다.  전에 없이 세상이 환하고 핑크빛이다. 소녀의 답장에 따라 아람이의 하루가 달라진다.  하루에도 그의 기분은 몇 번식 롤러코스트를 탄다.  널뛰기를 한다.  이런게 사랑이라는 거구나. 하는 또래의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을 처음으로 접한다.  

그러나 롤러코스트 같은 설레임도 두근거림도 잠시뿐이다.  잠깐의 행복은 큰 기쁨과 동시에 큰 절망도 함께 준다.  신이 있다면 "저한테 정말 왜 이러세요?"  하는 외침이 절로 드는데...


열일곱살 소년의 독백이면서 고백같은 글을 보면서, 또 그의 생각을 함께 느끼면서 그의 마음 속으로 온전히 빨려들어간다.  흡인력도 있고, 무엇보다 유머러스하고 신선한 문장들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들어온다.  
’어쩜 이런 표현들을... 예술이다’
’나도 이런 생각은 못했는데, 아름인 참 똑똑하구나!’   시종일관 감탄을 한다.  

웃다가, 울다가 넘길 페이지가 줄어들 수록 허전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아쉬운 마음이 산을 이룬다. 
"울다가 웃으면 xxxx xxx ♬♪"  어떻게 된다는데...  웃다가 울면 어떻게 되는걸까?   


젊음의 두근 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었다.  젊음의 힘찬 박동 일테지만, 조금은 천천히 느리게 뛰는 심장이었다.  사랑을 느낄때의 설레이는 심장박동소리이면서, 평소 호흡 할 때의 일정한 리듬이 있는 편안한 두근 두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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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
윤후명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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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 작가는 이름만 들어보았고, 작품으로 접하긴 처음이다.
저자의 산문집인 이 책은 이해될 듯, 되지 않을 듯 철학적이다.  때론 심오하다.  작가의 프로필을 들여다보니, 철학과를 나왔단다.  그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는 듯도 하다.  그래서 이런 느낌이 드나보다.  언제부턴가 작가의 프로필을 눈여겨 보게 된다.  일종의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작가를 이해하고 작품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어느정도 편안함을 준다.
 
자연에 대한 숭배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고 깊이 있게 관찰하는 자연주의의 작가다. 식물학자가 되는게 꿈이기도 했던 저자는 꽃과 나무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을... 잘못 알고 사용했을 때의 부끄러움을 일일이 열거한다. 사람도 상대방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며 서로의 정을 쌓아 가듯이 식물도 마찬가지다. "예쁘다!" 하는 감탄사에 그치지 않고 이름을 기억해내고 불러주며 정을 쌓아가는 일이 식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일부러 여유롭게 읽은 책이었다. 다른 류의 책에 비해 행간을 음미하면서 읽으려는 노력을 했다. 그런 노력에도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들이 있다. 공감과 동감이 조금 부족했다고 느낀다. 46년생인 작가와의 세대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의 나는 사실 식물을 보면 편안해지고 안구가 건강해지는 기분에 행복함을 느끼지만, 일부러 찾아다니며 감상을 하지는 않는다.  꽃 이름은 개나리와 진달래, 코스모스 정도를 알 뿐이고 이름모르는 꽃은 예쁜꽃, 노란꽃, 빨강꽃 이렇게 부르곤 한다.  (참 단순하다.  ㅠㅠ) 이름이 궁금해 잠을 못 이루거나 여러방면으로 조사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이런 부분에서 공감을 하기엔 내가 아직 어린것도 있고, 가진 지식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나중에 다시한번 읽어본다면 느낌이 다를거라 생각한다.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고, 더 많은 공감을 할 수도 있겠다.
 
좋은 문장이나 다시 보고 싶은 문구들은 책 귀퉁이를 접어 두는 습관이 있는데, 여러 페이지의 귀퉁이가 접혀있다. 소설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저자여서, 책 중간 중간에 시도 감상할 수가 있다.  저자는 미술에도 관심이 많아 직접 그림도 그린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린 그림 몇 점이 실려있다.  꽃을 그린 그림이 대부분이지만 그림 감상에 눈이 즐거워진다.


힘있고 활발하고 불타오르는 듯한 그런 느낌보다는 처음부터 차분하고 조용한 톤으로 조금씩 말을 건네는 책이다.  
화려하거나 요란한 수식이나 꾸밈없이, 진솔하게 일상에서 사부작 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래서 좋았다. 

진한 향수와 두꺼운 화장을 한 사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쌩얼을 마주하는 느낌이 편안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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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오늘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는 [소서] 라는 절기이다.   

소서라는 말이 낯설긴 하지만 이제 무더위가 시작된다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난다.  올해는 유난히 덥다던데, 어찌 견딜까? 

추위보다는 더위가 차라리 낫지만 그래도 열대야는 두손 들어 사양하고 싶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에서 읽고 싶은 에세이들 몇 권 담아본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 부부의 편지를 엮은 책이라 한다.  

  김용택 시인의 부인도 시인이신건지?  내가 몰랐던 시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작가의 일상을 혹은 개인사를 알아간다는 건 독자로서는 참 반가운 일이다.  

  작가는 나를 모르고, 나만 작가를 아는 일방적인 관계이지만 그런 글을 통해서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고,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좋다. 

  

 

 

  공지영 이라는 이름만으로 고른 책이다.   

  그녀의 여러 작품을 읽어봤지만, 크게 실패하지 않았어서 의심없이 골라본다.   

  

 

 

 

 

 

  제목만으로도 감동의 눈물이 날 것 같은 책이다.  

  마음이 아프지는 않지만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았기에... 아플 수도 있기에  

  예방주사 맞아 놓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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