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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김애란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 많은 독자들에게서 그 이름을 연호하게 만드는 힘. 이제야 알 것 같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나도 그 대열에 기꺼이 합류한다.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기분이 흡족하다.
열일곱살 너무나 어린 나이에 엄마와 아빠가 되는 길을 택했던 대수와 미라. 그리고 그의 아들 아름이는 지금, 예전에 젊은 부모의 나이인 꼭 열일곱살이 되었다. 아름이는 ’조로증’ 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려있다. 남들과 같은 24시간을 살지만, 몸은 몇 배의 시간을 살아내, 열일곱살인 그의 생체 나이는 80세이다. 일분을 한 시간처럼, 하루를 한달처럼, 한달을 일년처럼 살아간다. 희귀한 병이라 치료방법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신체의 나이와 몸 속 세포들이 노화되고 퇴화되어 점점 기력을 잃어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합병증에 시달리며 점점 더 많은 약을 먹어야 했다.
(...)
나는 빨리 늙는 병에 걸렸지만, 세상 어디에도 늙음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걸 알았다. 노화도 병이라면, 그건 사람이 절대 고칠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그건 마치 죽음을 치료한단 말과 같은 거니까...
(...)
아름이의 소원은 열여덟살의 생일을 맞이하는 것이다. 아무도 아름이가 지금까지 살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아름이는 기적의 삶을 살고 있었다.
병을 앓고는 있지만 아름이는 씩씩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였다. 학교를 가는 대신에 집에서 여러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남들이 갖고 있는 지식 그 이상의 것을 습득한다. 책을 읽는다고 모두 똑똑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건 아닐거다. 아름인 지혜로웠고, 유쾌하고 재밌게 사는 방법을 알았다. 침울해 있는 집안 분위기와 부모님의 기분을 바꿔주기 위해 재밌는 아이가 되기로 한다. 부모님을 위해 아름이가 해 줄 수 있는 전부이기도 했다.
그런 아름이에게 친구가 생겼다. 친구라고는 장씨 할아버지가 유일했는데, 열일곱살의 동갑내기 소녀가 나타났다. 그 소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아름인 세상이 달리 보이는 걸 느낀다. 전에 없이 세상이 환하고 핑크빛이다. 소녀의 답장에 따라 아람이의 하루가 달라진다. 하루에도 그의 기분은 몇 번식 롤러코스트를 탄다. 널뛰기를 한다. 이런게 사랑이라는 거구나. 하는 또래의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을 처음으로 접한다.
그러나 롤러코스트 같은 설레임도 두근거림도 잠시뿐이다. 잠깐의 행복은 큰 기쁨과 동시에 큰 절망도 함께 준다. 신이 있다면 "저한테 정말 왜 이러세요?" 하는 외침이 절로 드는데...
열일곱살 소년의 독백이면서 고백같은 글을 보면서, 또 그의 생각을 함께 느끼면서 그의 마음 속으로 온전히 빨려들어간다. 흡인력도 있고, 무엇보다 유머러스하고 신선한 문장들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들어온다.
’어쩜 이런 표현들을... 예술이다’
’나도 이런 생각은 못했는데, 아름인 참 똑똑하구나!’ 시종일관 감탄을 한다.
웃다가, 울다가 넘길 페이지가 줄어들 수록 허전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아쉬운 마음이 산을 이룬다.
"울다가 웃으면 xxxx xxx ♬♪" 어떻게 된다는데... 웃다가 울면 어떻게 되는걸까?
젊음의 두근 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었다. 젊음의 힘찬 박동 일테지만, 조금은 천천히 느리게 뛰는 심장이었다. 사랑을 느낄때의 설레이는 심장박동소리이면서, 평소 호흡 할 때의 일정한 리듬이 있는 편안한 두근 두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