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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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손으로 쓴 편지로 누군가 게임을 걸어온다. 편지를 받는 이는 '마크 멜러리' 라는 성공한 영적지도자다. 편지를 보낸 익명의 사람은 느닷없이 퀴즈를 낸다.  1에서 1000까지의 숫자 중에 하나를 생각하라고 하고, 마크 멜러리가 선택한 숫자를 편지를 보낸 사람은 한번에 맞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초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또 편지에서 그는 마크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카리브디스' 라는 가명을 쓰는 그는 누구일까?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하지만 돈이나 재미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내가 해온 이 일의 목적은

돈도 재미도 아니야.

빚을 갚기 위해서이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이고

그림 속의 장미처럼

빨간 피를 위해서야.

그래야 모두가 알겠지.

뿌린 대로 거둔다는 걸.

 

뿌린 대로 거둔다...  마크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 그에게 원한을 산 누군가의 복수극일까?

범인은 8행으로 된 시를 즐겨쓴다. 위 문장에서도 암시하듯이 빨간 피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살인을 하고서는 짧은 편지를 시처럼 운율을 맞추어 남겨놓는다.  모두 동일범인게 확실한 이유는 편지를 이용해 퀴즈를 냈고, 동일한 289.87달러를 송금하라고 요구했고, 그에 응했을 때 모두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먼저 총을 이용해 죽인 뒤 잔인하게 목에 상처를 내는 동일 수법을 사용했다.

 

은퇴한 전직 강력반 형사인 '데이브 거니' 가 친구 멜러리의 요청을 받아 범인을 추적한다. 하지만 멜러리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고, 뒤를 이어 서로 다른 또다른 희생자가 3명이나 늘었다. 연쇄살인범을 쫓기 위해 수사팀은 총력을 기울이지만 쉽게 실마리를 잡지 못한다. 완벽주의자인 범인은 좀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데...

 

 

책이 580여페이지로 꽤 두꺼운데, 3/4을 읽을동안 피해자만 늘어나고, 경찰은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야기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스피드 있게 진행되고 점점 더 재밌어 진다. 뚫릴것 같지 않던 실마리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며 흥미진진해 진다.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과 하나씩 끼워 맞춰지는 퍼즐조각들. 범인을 향해 조금씩 다가간다.  추리소설의 큰 매력인 반전이 숨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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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팬클럽 홍대지부 - 젊음을 위한 열혈 공자 탐색
명로진 지음 / 푸른지식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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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니 [논어]니 단어만 듣고 있어도 딱딱하고, 재미없고, 졸릴 것 같다. 

그런 선입견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분야가 고전이었다.

나중에 내공이 더 쌓이고, 나이도 더 들어 옛 것이 그리워지면 그때쯤에나 시도해 보려던 분야였다.

이 책을 통해 이렇게 쉽고 재밌게, 생각보다 빨리 공자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논어>, <성경>, <불경> 등은 성인이 직접 쓴게 아니다. 성인의 제자들이 기록으로 남겨놓은 것들이라, 성인의 의중을 100% 파악하기엔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여러 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제자의 제자가 수정하고 새로 덮어쓰고 해서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에, 책을 쓴 필자가 이해한 정도에 따라서, 해석한 정도에 따라서 같은 문장을 놓고도 서로 내용이 틀리기도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공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비슷하다.  조금은 무뚝뚝하고 딱딱해 보이고, 성인의 어록에서 느껴지는 고집스러움과 엄격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공자의 말씀은 고리타분하고, 일견 모두 맞는 말이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시대가 변하면 어록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는데... 부모님의 잔소리보다 더 무서운 공자님의 잔소리다.

 

이 책은 크게 두가지 장점을 꼽을 수 있다. 이 두가지 점으로 점수를 팍팍! 주고 싶다.

한가지는 공자와 논어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는 점이고, 또다른 하나는 공자에 대한 우리가 갖고 있던 이미지를 깨트려 준다는 점이다.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공자에서 패셔니스타에 삐치기도 하는 인간적인 공자를 만나게 해준다. 

 

실제 논어를 읽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으나, 논어를 접하지 않은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필독을 권한다.

요리로 치면 음식을 만들어 '간'을 보는 차원이다. 싱겁지는 않은지, 짜지는 않은지... 고전에 대해 '간'을 보고 내 입맛에 맞는다 싶으면 다른 사람이 쓴 진지한 <논어>를 도전해 보는 거다.

 

고전에 대해 선입견과 지루함 때문에 사양하고 있던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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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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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만나,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하는 데에는 단계가 있는 것 같다.

1. 호감을 갖고 만남을 이어가는 단계

2. 열정적으로 사랑이 불타오르는 단계

3. 권태기로 조금씩 식어가는 단계

4. 이별을 준비하는 단계

 

크게 위 4가지로 구분 한다면 이 책의 사랑 이야기들은 ③번과 ④번에 걸쳐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시기가 분명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여자와 혹은 다른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져있거나, 과거의 불타올랐던 시간을 그리워한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미지근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12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사는... 서로 다른 주인공들의 조용한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런데 지금 주인공들의 마음속은 어떤지. 그들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이다. 

 

큰 고민이나 갈등의 요소가 있다기 보다 주인공들의 평범한 일상이 그려져 있다. 일상을 따라가면서 보여지는 그들은 대체적으로 고독해 보였다. 죽을 것 처럼 사랑해서 결혼한 연인들이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로 결말이 이어질 것 같은데, 어쩐일인지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허전하고 외로워 보인다. 조금은 권태로운 일상을 살면서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랑해서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해서 모든 부부들이 ①번과 ②번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랑이란 녀석의 속성은 그런거니까.  오히려 결혼이란 구속력이 [사랑에 대한 종착역]이 될 수 있어 더이상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단점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이에 더 이상 뛰어 넘어야 하는 벽은 없는 셈이니까.  몰래 하는 사랑이 더 스릴있고 짜릿해서 더 달콤할 수도 있겠다.

 

유한한 사랑인데, 그 사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은 각자의 노력과 함께 쌓아온 사랑의 탑에 대한 미련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단계는 이미 권태기에 이르렀지만, '노력'과 '정'으로 권태기를 조금씩 길게 늘려가는 게 아닐까. 그동안 결혼을,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넘어야 했던 많은 우여곡절의 산 들을, 추억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미련이 사랑을 끝낼 수 없게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은 어렵다. 

세상엔 쉬운게 하나도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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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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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가 있다.

수년 전 이혼을 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남편에게 뺏기고, 다시 되찾아 올 궁리를 하는중이었다.

그것이 다시 오기전까지는...  그것은 열일곱살 겨울에 처음 온 이후로 두번째의 일이다. 말을 하지 못하고 침묵 속에서 살아야 하는 그것. 그해 겨울 침묵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일년 가까이 병원을 전전했지만 별 차도를 못 느끼고, 정작 침묵이 풀린 것은 아주 우연한 순간이었다.  학교 수업시간에 처음 듣는 외래어를 불어선생이 발음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침묵의 병은 사라졌다.  지금 그녀가 희귀어인 '희랍어'를 듣고 있는 이유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스스로 병에서 탈출하고 싶은 적극적인 마음에서였다.

 

시력을 잃어가는 한 남자가 있다.

열다섯에 독일로 이민을 간 그 남자는 십칠년을 독일에서 생활하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한국에서 그는 '희랍어'를 가르치는 강사다. 그 남자는 어렷을 때부터 시력이 점점 나빠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 할아버지 를 대대로 이어온 유전적인 요인이었다. 의사가 예견한 것 보다는 어둠에 잠길 시간이 훨씬 연장되고 있는 시점이다. 환한 태양이 있을때는 한 쪽 눈을 통해 세상 모습을 구별해 낼 수 있는 형편이니까.  희뿌옇긴 하지만 완전한 어둠이 아니란게 가느다란 위안을 주고 있다.  언젠가는 어둠속으로 들어가야 할테지만...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한 남자가 희랍어 라는 희귀어를 통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다.  희랍어 강사와 수강생으로 매주 만남을 갖지만, 개인적인 만남이라기 보다는 각자의 필요에 의해 한 공간에 있다고 보는게 더 맞다. 그러다 눈이 안 좋은 남자가 어두운 지하실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두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소설치고는 대사가 많이 없다. 독백처럼 때론 일기처럼 여자의 이야기와 남자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설명해 준다.

남자가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 이야기,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여자의 엄마이야기, 딸 이야기, 살아온 과정의 이야기...

독백처럼, 옛 이야기 들려주는 해설자 처럼 조용 조용하고 담백한 말투가 이어진다.

 

말이 언제 다시 트일지 모르는 여자와, 시력이 완전히 꺼질 일만 남은 남자의 미래가 선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희미하고 뿌연 안개가 쌓인 길일 것이다. 그들의 매개체인 희랍어 처럼, 남들이 가는 보통의 길에서 벗어난 희귀한 길을 가야하는 사람들이다.  그 두 사람의 만남이 좋은 것인지, 서로에게 더 부담스러운지 잘 모르겠다. 또 만남이 계속 이어질지 어떨지도 소설속에선 결론을 내려주지 않았다.  만나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즈음에 책의 마지막 장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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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이 러브 유 - 아웃케이스 없음
리처드 라그라베니즈 감독, 제라드 버틀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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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부부가 있다.  홀리(여 주인공)는 집을 살 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아이를 낳지 말자고 주장하고, 제리(남 주인공)는 남들도 대부분 그런 준비 없이도 아이낳아 잘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도 이 문제로 홀리는 화가나서 앞서 걷고 있고, 제리는 홀리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뒤쫓아 오며 계속 "Sorry, sorry"를 외쳐댄다.  집에 도착해서도 싸움은 이어진다. 한바탕 집어 던지며 요란하게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싸운다. 급기야 제리는 쾅 방문을 닫으며 집을 나가버린다.  그러나 그 싸움은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닭살 모드. 그렇게 티격태격 하다가 죽고 못 살것처럼 사랑했다가... 여느 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종양"에 걸렸단다. 그러더니 홀리 곁을 훌쩍 떠나버린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먼 길을 혼자서. 홀리 혼자 덩그러니 남겨둔 채로.

 

남편의 유골함을 안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일도 하기 싫고, 사람도 안 만나고... 울다 자다, 술 마시다 TV 보다가...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은둔생활이 시작된다. 무기력한 나날들. 그러다가 도착하는 편지. 죽은 남편이 죽기전에 써 놓은 편지들이다. 한달에 1통씩, 10개의 편지가 준비되어있다. 혼자 남겨진 홀리가 힘들어 할 것을 염려해서 편지와 선물과 이러저러한 지침(!)들을 써 놓은 편지다.

 

친정엄마는 그런 딸이 영 못마땅하다. 한달, 두달, 석달이 지났으면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상복귀를 해야 하는데, 편지나 붙들고 여러달이 지나도 여전히 애도기간인 것이 불만이다.

 

김형경의 <좋은 이별>에 나오는 여러가지 애도 증상들 중에 홀리에게 보이는 것은 그리움과 집착이 보이고, 또 자폐 공간에 숨기가 보인다. 집안에 콕 틀어박혀서 일도 관두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속에서 지낸다.  홀리가 보여준 반응들이 모두 정상적이라는 것이 책을 읽고나니 끄덕끄덕 이해가 된다.

 

제리는 이런 애도증상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편지를 통해 그녀에게 필요한 도움을 준다. 조금씩 슬픔을 이겨내고 그를 떠나보낼 수 있게 단계적으로 미션을 주며 애도하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일러준다. 그녀를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도록 한다. 그녀는 그저 남편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처음엔 아이도 없는 부부이고, 또 외국영화를 보면 쉽게 사랑 하는 듯 보여서 금방 툴툴 털고 다른 사랑을 할거라 생각했었다. 오히려 남편의 편지가 부정적으로 느껴졌었다. 잊고 살만 했는데 편지가 도착해서 다시 슬픔에 잠기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홀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받고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겠다던 홀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남편의 죽음을 경험하고선 또 다른 사랑을 못 할 거란걸 알고 있었나보다. 

마지막까지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한 셈이다.  죽어 가면서 까지도 아내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그의 염려가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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