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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이 러브 유 - 아웃케이스 없음
리처드 라그라베니즈 감독, 제라드 버틀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한 젊은 부부가 있다. 홀리(여 주인공)는 집을 살 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아이를 낳지 말자고 주장하고, 제리(남 주인공)는 남들도 대부분 그런 준비 없이도 아이낳아 잘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도 이 문제로 홀리는 화가나서 앞서 걷고 있고, 제리는 홀리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뒤쫓아 오며 계속 "Sorry, sorry"를 외쳐댄다. 집에 도착해서도 싸움은 이어진다. 한바탕 집어 던지며 요란하게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싸운다. 급기야 제리는 쾅 방문을 닫으며 집을 나가버린다. 그러나 그 싸움은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닭살 모드. 그렇게 티격태격 하다가 죽고 못 살것처럼 사랑했다가... 여느 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종양"에 걸렸단다. 그러더니 홀리 곁을 훌쩍 떠나버린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먼 길을 혼자서. 홀리 혼자 덩그러니 남겨둔 채로.
남편의 유골함을 안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일도 하기 싫고, 사람도 안 만나고... 울다 자다, 술 마시다 TV 보다가...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은둔생활이 시작된다. 무기력한 나날들. 그러다가 도착하는 편지. 죽은 남편이 죽기전에 써 놓은 편지들이다. 한달에 1통씩, 10개의 편지가 준비되어있다. 혼자 남겨진 홀리가 힘들어 할 것을 염려해서 편지와 선물과 이러저러한 지침(!)들을 써 놓은 편지다.
친정엄마는 그런 딸이 영 못마땅하다. 한달, 두달, 석달이 지났으면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상복귀를 해야 하는데, 편지나 붙들고 여러달이 지나도 여전히 애도기간인 것이 불만이다.
김형경의 <좋은 이별>에 나오는 여러가지 애도 증상들 중에 홀리에게 보이는 것은 그리움과 집착이 보이고, 또 자폐 공간에 숨기가 보인다. 집안에 콕 틀어박혀서 일도 관두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속에서 지낸다. 홀리가 보여준 반응들이 모두 정상적이라는 것이 책을 읽고나니 끄덕끄덕 이해가 된다.
제리는 이런 애도증상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편지를 통해 그녀에게 필요한 도움을 준다. 조금씩 슬픔을 이겨내고 그를 떠나보낼 수 있게 단계적으로 미션을 주며 애도하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일러준다. 그녀를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도록 한다. 그녀는 그저 남편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처음엔 아이도 없는 부부이고, 또 외국영화를 보면 쉽게 사랑 하는 듯 보여서 금방 툴툴 털고 다른 사랑을 할거라 생각했었다. 오히려 남편의 편지가 부정적으로 느껴졌었다. 잊고 살만 했는데 편지가 도착해서 다시 슬픔에 잠기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홀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받고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겠다던 홀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남편의 죽음을 경험하고선 또 다른 사랑을 못 할 거란걸 알고 있었나보다.
마지막까지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한 셈이다. 죽어 가면서 까지도 아내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그의 염려가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