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과 사람이 만나,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하는 데에는 단계가 있는 것 같다.

1. 호감을 갖고 만남을 이어가는 단계

2. 열정적으로 사랑이 불타오르는 단계

3. 권태기로 조금씩 식어가는 단계

4. 이별을 준비하는 단계

 

크게 위 4가지로 구분 한다면 이 책의 사랑 이야기들은 ③번과 ④번에 걸쳐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시기가 분명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여자와 혹은 다른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져있거나, 과거의 불타올랐던 시간을 그리워한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미지근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12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사는... 서로 다른 주인공들의 조용한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런데 지금 주인공들의 마음속은 어떤지. 그들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이다. 

 

큰 고민이나 갈등의 요소가 있다기 보다 주인공들의 평범한 일상이 그려져 있다. 일상을 따라가면서 보여지는 그들은 대체적으로 고독해 보였다. 죽을 것 처럼 사랑해서 결혼한 연인들이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로 결말이 이어질 것 같은데, 어쩐일인지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허전하고 외로워 보인다. 조금은 권태로운 일상을 살면서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랑해서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해서 모든 부부들이 ①번과 ②번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랑이란 녀석의 속성은 그런거니까.  오히려 결혼이란 구속력이 [사랑에 대한 종착역]이 될 수 있어 더이상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단점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이에 더 이상 뛰어 넘어야 하는 벽은 없는 셈이니까.  몰래 하는 사랑이 더 스릴있고 짜릿해서 더 달콤할 수도 있겠다.

 

유한한 사랑인데, 그 사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은 각자의 노력과 함께 쌓아온 사랑의 탑에 대한 미련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단계는 이미 권태기에 이르렀지만, '노력'과 '정'으로 권태기를 조금씩 길게 늘려가는 게 아닐까. 그동안 결혼을,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넘어야 했던 많은 우여곡절의 산 들을, 추억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미련이 사랑을 끝낼 수 없게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은 어렵다. 

세상엔 쉬운게 하나도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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