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제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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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째인 '젊은 작가상' 수상작 7편의 작품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등단 10년 이내 작가의 작품으로, 작년 1월부터 12월까지 각종 지면에 발표된 단편소설들이 심사 대상이라고 한다. 그 중에 일곱편의 작품이 선정되었고, 독자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이렇게 책으로 출판되었다.

 

1등에서 7등까지인지... 1등은 한명이고, 나머지 여섯명은 공동2등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전문가들이 뽑은 작년 한해 동안의 최고 소설들이다.

평론가들과 기성작가들이 극찬한 반짝이는 작품들을 읽고 있자니 "역시!" 하면서 고개 끄덕여졌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감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맛있다고 소문난 요리는 누구의 입맛에도 맛있듯이, 재미있는 소설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소설이라는 공통된 분류를 하고 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공통분모가 하나도 없었다. 신선하고 재밌는 소재들이 눈에 띄었다. 글 쓰는 작가들이 젊어서 더 그랬을테다.

 

 

<폭우>            -손보미-  (대상)

<프라자 호텔>  -김미월-

<양산 펴기>     -황정은-

<부고>            -김이설-

<너를 닮은 사람> -정소현-

<국경시장>      -김성중-

<모두가 소녀시대를 좋아해>  -이영훈-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특색있고 매력 있었다. 한 편의 작품이 끝나고 평론가들의 해설과 짧은 리뷰가 들어있었는데, 때로 나와는 다른 시각이 들어 있었다. 해설을 보면서 '아! 그렇게도 해석되겠구나!', '그렇게 깊은 뜻이...' 라고 느끼는 부분을 읽으면서 '흠... 역시 평론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소설은 재밌게 읽었는데 해설부분이 더 어려워 '대체 뭔 말인가?' 싶은 경우도 있었다.

 

유명화가가 그린 작품을 감상할때도 화가는 A를 생각하며 그렸지만,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보는 이에 따라 제각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A' 또는 전혀 다른 B 또는 C 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겠다. 소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평론가들의 감정을 내가 못 읽어냈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또 공감했다면 그게 전부가 아닐까 싶다.

 

7편 모두가 재밌는 작품 들이어서 줄거리를 리뷰로쓰자니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 요약이 아닌 다른 내용들로 리뷰가 채워졌다. ^^

 

단편소설이라 짧은 시간에 금방 읽는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어느새 책 마지막 페이지에 와 있다.  

 

앞으로의 미래를 지휘해 나갈 젊은 작가들의 초기작이 궁금하다면 이 소설의 일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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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 박병철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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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 '끝'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라, 책을 접하기 전에 먼저 '우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다지 우울한 내용은 아니다.

 

저자는 천문학 교수이지만 이 책은 일반인을 상대로 쉬운 예를 들어가며 얘기를 풀어 가고 있다.

저자의 능력이겠지만 그리 비관적이지 않게 설명해 주며, 어떤 비유는 귀엽기도 하고 귀에 쏙 들어오기도 해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먼저, 우리 인간이 사는 '지구'라는 행성을 보자!

지구에는 눈으로 식별이 어려운 미생물부터 식물, 동물,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말을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인 양 착각을 하지만, 지구의 주인은 생명체를 가진 동물, 식물, 인간 공동의 것이겠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따진다면 미생물이 주인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땅 속이나 바다속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지구에 사는 미생물의 개체수는 무려 6x10의 30승이나 된다고 하니... 양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인간은 미생물이 사는 세상에 세들어 사는 셈이다.

 

또 다른 기준으로 따진다면, 오래사는 생명체가 '내가 세상의 주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평균수명이 100년도 채 못 되는 인간에 비해 수천년을 사는 생물이 있다하니 인간은 명함도 못 내밀 일이다. 실존하는 것으로는 지난 2008년에 무려 4,840번째 생일을 맞이한 '므두셀라'라는 별칭을 가진 '브리슬콘 소나무(bristlecone)' 가 있고, 서서히 자라는 대서양의 해면동물은 1,550년 동안 살아 온 것으로 추정된다. 장수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거북이도 200여년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니 이쯤 되면 '인간이 주인이 맞을까?' 하는 의문에 한번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1장 당신이 늙는다는 것

2장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3장 인류는 어떻게 멸종될 것인가

4장 진화의 고속도로

5장 지구는 살아있다

6장 한꺼번에, 모든 것이 끝난다면

7장 태양과 그 형제들

8장 한 줌의 재만 남다

9장 은하수를 보라!

10장 우리는 정말 외톨이인가

11장 거대한 종말

12장 다시, 새로운 우주로

 

이렇게 크게 12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뒤로 갈 수록 설명하는 대상은 점점 사이즈가 커지고 있다.

인간에서 지구, 은하수와 우주로 장대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눈치챘을 거다.

그렇다.  뒷장으로 갈수록 우리가 가진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

인간이나 동, 식물은 '끝'에 대한 경험치가 많이 쌓여서 분석이 쉬운 반면에

우주는 태어난지 130억 년을 지나고 있고, 100억년을 사는 태양계와 태양은 절반의 나이인 46억년을 지나고 있다. 아직 끝을 경험해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태양의 수명이 50억년이 남았다 하니 인간이 그 끝을 보기란, 내 아들의 후대의 후대의 후대의......아주 아주 먼 미래의 일이다. (계산하다가 잠 들겠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ㅋㅋ)

 

그래서 당연하게도 우주와 은하의 그 끝은 상상이나 추론일 수밖에 없다.

 

지상에서의 돈의 단위인 '1억' 도 그 의미가 쉬이 와 닿지 않는데, 두자리숫자, 세자리 숫자인 '몇십 억년'이라는 수치는 가늠조차 힘든 터라 마음에 맺히는 감흥이 크지 않다. 내 생애와는 무관한 얘기라 듣고도 그냥 지나친다. 이런 일 말고도 일상에서 머리속에 담아야 할 정보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데 쓰일 에너지와 들이는 시간이 낭비되는 느낌이다.

 

 

다양한 가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의 흥미로운 이슈거리들, 태양이 수명을 다하면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을텐데, 그 대안으로 어떻게 해야할 건지에 대한 상상들이 재밌었다.

 

일반인이 주인공인 '냉동인간'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냉동인간을 자청해서 꽁꽁 얼린 상태로 창고(?)에 보관중인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일정금액의 돈을 내면 누구나 냉동인간이 될 수 있다.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해동이 되어 지금 가진 지식과 신체를 냉동전의 상태를 유지하며 깨어날 수 있을지가 의문이긴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진화로 계속 나아질 것이니 지켜보면 재밌을 것 같다.

 

 

재밌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질문들에 솔깃하다가도 우주에 관한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면 남겨진 책 매수를 가늠하며 '언제 다 읽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우주나 천문학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우주에 관한 배경지식이 더 많은 사람에게는 재밌게 와 닿겠다.

하지만, 이상이나 먼 미래의 일 보다는 현실에 더 많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겐 안타깝지만 비추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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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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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戒) 에 속해 있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욕망에 대한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한다. 겉으로는 아닌척, 고상한 척, 괜찮은 척 연기하지만 실제로 마음 밑바닥에 자리잡은 색에 대한 욕망을 보여 주며, 지금까지 규범을 어긴 적 없이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그 규범이라 금 그어진 '선'을 넘는 경험도 해 보려고 한단다.

 

한 사람을 말할때, "나쁜 사람이다" 혹은  "착한 사람이다" 하는 한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멀리 타인을 말하기 전에 나 자신 조차도 복합적이고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 동일한 상황임에도 어떨 때는 이렇게 행동다가, 또 어떤 때는 저렇게 행동하기도 한다. 내가 가진 분명한 가치관이 있지만, 막상 그 상황에 닥치면 생각대로, 가치관대로 행하지 않는 경우 있다. 내 마음에서도 욕망과 규범이 매 순간 충돌한다.  대부분은 [이성]이라는 강력한 보안요원이 욕망이 표출되는 일을 막고 있지만, 어떤 계기가 되고, 기회가 생기면 언제고 '툭' 튀어나올 소지가 있다.

 

나 역시 욕망보다는 규범 즉, 계에 속하는 인간이라 글을 읽으며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대목도 있었다. 이 책을 은 지금, 나를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려 보낸다 해도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똑같은 길을 걷고,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걸 나는 안다. 계에 속한 내 안의 규범들이 그렇게 유도할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책 속에서 내내 얘기하던 저자의 강조사항은 충분히 고개 끄덕이며 이해하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완벽주의자'도 계에 속하는 사람이겠다. 자신이 생각하고 목표로 하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욕망이나 본능보다는 규범과 이성과 기준에 입각해서 완전할 때까지, 목표에 닿을 때까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 아니 갓 사회 초년병 시절엔 나도 '완벽주의자' 였다. 지금도 많이 바뀐 것 같지는 않만,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기는 했다.

앞으로 10년, 20년... 세월이 많이 흐르면 지금의 완고함이나 뻣뻣한 고집이 더 누그러질 수 있겠다. 과거의 나에서 지금의 희석된 가 된 것처럼.

 

저자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20~30대의 놀림 받을 정도의 완고한 '계' 의 삶을 살아 온 것이, 40대가 지난 지금 돌아보니 '왜 그리 빡빡하게 살았을까?' 하는 후회가 생긴 게 아닐는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 그런 심정이 생각을 조금 바꾸게 한 게 아닐까 싶다. 이제라도 조금 '선'을 어기면서 사는 것도 늦지 않았음을, 내 욕망을 조금이라도 내보여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낸 것이 아닐까.

 

저자가 남자여서, 남자의 시선으로 된 글이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으나, 말하려고 하는 본심을 이해하면서 넘어갔다.  누구나  번 뿐인 삶을 는데, 너무 빡빡하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요즘 대체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먼 우주에서 내려다보면 먼지만큼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인간이라는 존재,

내 생각과 너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물고 뜯고 죽일 것 처럼 싸우는 소모전이 필요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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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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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넘은 것 같다. 책도 영화도 못 볼 정도로 일이 몰려 매일같이 자정이 다 되어서 퇴근길에 오르는 생활을 한게.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책을 접해서 였을까? 이 책 생각보다 별로다. 정혜윤 저자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여기저기서 좋은 평을 내렸기에 기대를 너무 많이 했었나보다. OTL

 

몸이 피곤한 탓으로 책임 전가를 하기엔 어딘가 석연찮다.

책이 나에게 감동을 줬다면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동감이나 공감이 있을때도 우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와! 좋다!"

"재밌다!"

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큰 공감을 느끼지 못해 이 책은 와닿지가 않았다.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다.

 

 -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 책이 쓸모가 있나요?

 

답이 궁금해지는 여러가지 질문아래 저자가 생각한 답이 이어진다.

물음표로 끝나는 질문들을 보는 순간 나도 궁금했다. 어떻게 명쾌한 답을 내렸을지가. 그래서 더 관심을 가졌었다.  당연하게도 너무 뻔한 답을 풀어놓지는 않았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럼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는 진부한 답 말고 어떤 지혜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기대치가 높았다.

 

풀어가는 과정은 각 질문에 해당하는 적합한 책 속의 구절들을 인용하며 나름대로 고민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  그 인용한 책이 대부분 고전이었고, 저자가 외국인이 훨씬 많았다. 대부분 내가 접하지 못한 책들이어서 낯설었다. 그래서 더 함께 마음을 나누지 못했다. 고개 끄덕이지 못했다. 저자가 하는 말들이 마음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겉을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어서 이 책은 나에게 어렵고 조금 지루했다. ㅠㅠ

 

서평을 쓰기전에 이 책을 리뷰한 사람들의 평점을 눈으로 훑어봤다.

대부분 호평이 많아서 살짝 고민에 빠지기도 했으나, 흠... 어쨌든 이 리뷰는 나의 것이다.

한 가지 동일한 사건을 보고도 해석이 모두 다르듯이, 책도 그럴 수 있다. 좋은 평이 있으면, 안티평도 있을 수 있다. 내 마음대로 쓰는 리뷰니까 용기를 내고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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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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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미쳤구나!"

"시간과 돈 낭비야"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답변보다는 여행을 말리는 분위기였다 한다.

 

이제 세 돌이 지난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일! 

머리속으로 상상하니 너무 멋진 일이 아닌가!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고 나는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대단해 보였다.  우러러 보였다.

 

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방전된 몸을 full로 충전 시켜주기도 한다. 

비우러 가는 여행이건, 채우러 가는 여행이건 목적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어떤식으로든 마음속에 깨달음 하나씩은 얻어오는 게 여행일 것이다.

 

머리말에 있는 위에 문장을 읽으면서 "세 살짜리 아이와도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구심 보다는 좋은 엄마를 만나 어렷을 때 부터 좋은 경험을 하는구나 싶었다.

 

나중에 한참 지나 어른이 되면 이러 저러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 텐데, 어렷을때의 좋은 추억이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기본체력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여행에서의 좋은 에너지가 든든한 마음의 체력이 되서 다른 사람보다 더 이해심 많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마냥 좋아보였다.  여행자의 엄마가 내가 아니어서 질투가 날 정도였다.

 

그러나 상상과 현실은 역시 달랐다.

한국에서의 생활공간과 타국에서의 낯선 공간만 다를 뿐 아이는 여전히 밥 먹기 싫어 도망다니고, 엄마는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 쫓아 다니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패턴대로 낮에는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 낮잠을 자야했다.  바닷가가 됐든, 버스안이 되었든, 박물관이 되었든 졸리면 아이는 눈 감고 자 버리면 그만이었다. 나머지는 엄마가 처리해야 할 몫이었다. 아이는 한국에서나 터키에서나 같은 사고와 행동을 유지했다.

 

또 다른 어려움이라면 관심가는 대상물이 서로 다르다는 거였다.

유명한 유적지와 박물관을 보고자 하는 엄마와는 달리 아이는 꽃과 개미와 자연에 눈을 맞춘다. 엄마의 눈에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여행 초기에는 이렇듯 눈 높이가 서로 다름에 의한 어려움이 컸다.

 

아이가 멈추면 함께 멈춰야 하고, 아이가 배가 고프거나 졸리면 또 멈춰야 했다. 걸음이 늦은 아이에게 맞춰야 했다. 아이의 보폭과 행동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게 이 1.5인 커플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 → 사프란볼루 → 카파도키아 → 유르굽 → 안탈랴 → 올림포스 → 이스탄불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한 달간의 여정이 끝났을 즈음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아이는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엔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참는 법도 배웠다.

 

육아에 지쳐있던 엄마도 현실을 벗어나 자신을 더 잘 보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의 눈과 걸음으로 이전에서의 여행에서는 보지 못했을 작은것들을 새롭게 보고 느끼고 왔다. 유적지나 박물관을 돌아보며 죽은 이들의 발자취를 찾고 확인하기 보다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떠나서도 늘 엄마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물음이 한 달간의 터키여행으로 이젠 확실한 답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세 살짜리 애를 데리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확실히 떠나길 잘했어. 다음엔 또 어디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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